용쓰는 마사회, 그래도 욕먹는 이유

아이 손잡고 가니…노름꾼만 바글바글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집 앞에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이 들어선다면 지역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마사회는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3월 ‘렛츠런(LetsRun) 혁신경영 선포식’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 마사회는 화상경마장과 문화센터를 합친 공간인 렛츠런CCC를 전국적으로 운영하며 ‘화상경마장과 문화’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이후 마사회는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키즈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친근한 이미지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과연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 마사회가 사회적인 공헌을 통해 화상경마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 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화상경마장과 문화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며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려는 모양새다. 지난해 마사회가 가진 ‘렛츠런 혁신경영 선포식’은 이러한 노력을 드러냈다.

온가족 함께하는
플레이 테마파크
 
마사회는 이 같은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서울경마공원의 이름을 ‘렛츠 런 파크 서울’로 바꿨다. 아예 공원 이름에서 ‘경마’를 빼면서 부정적 이미지 탈피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날 강남 장외발매소는 렛츠런CCC. 강남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려 했다.
 
렛츠런CCC는 지역주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사회 편의 시설을 제공했다. 렛츠런CCC. 강남의 경우 30억원을 들인 3개월간의 공사를 거친 후 지난해 11월, 50석 규모의 소극장, 다목적 VIP룸, 브런치 카페, 연회장, 회의실을 갖춘 문화시설로 다시 재개장 했다. 마사회는 또 4월부터 전국 30개 렛츠런CCC에서 승마교실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마사회는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과한 홍보를 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난 17일 마사회가 렛츠런CCC는 지난해 혁신대책 마련이후 주민 친화적인 문화시설로 의식이 변화됐다고 밝힌 것. 마사회는 문화센터를 이용한 고객 중 91.7%가 화상경마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주민 친화적인 문화시설로 의식이 변화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렛츠런CCC에서 제공하는 문화 프로그램이 기존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아예 무료인 경우가 많아 렛츠런CCC 문화센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가 큰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실제 마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상경마장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요원한 모습이다. 지역 주민들의 화상경마장 개장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용산구다. 현재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렛츠런CCC 30개 가운데 유일하게 렛츠런CCC. 용산은 마권을 발매하고 있지 않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정식으로 개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2013년 9월부터 용산 화상경마장(현 렛츠런CCC)을 개장하려고 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정식 개장을 미뤄야 했다. 용산 주민들은 학교와 230여m 떨어진 화상경마장이 교육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2014년 6월에는 마사회가 기습적으로 렛츠런CCC. 용산을 ‘시범개장’하면서 지역주민과 갈등은 고조됐다. 당시 시범개장을 반대한 지역주민들은 영업을 제재하기 위해 마사회 직원, 경찰 등과 뒤섞이면서 일부는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특히, 마사회는 이날 사건에 연루된 22명을 고소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 달래기
 

그러나 정치권에서 렛츠런CCC. 용산 개장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마사회는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사건에 연루된 주민 22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
 
결국 마사회로서는 렛츠런CCC. 용산을 개장하려면 화상경마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이 필요했다. 과거에도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용산구 지역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해야 했다.
 
마사회는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노래교실, 승마교실, 취미교실 등 지역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식 전환을 유도했다. 최근에는 렛츠런CCC. 용산에 키즈카페 ‘유니콘 패밀리 월드’입점을 계획하며 화상경마장의 가족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한국마사회의 설명에 따르면 ‘유니콘 패밀리 월드’는 렛츠런CCC. 용산의 7개층(1∼7층)을 가족형 플레이 테마파크·온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라운지 형태의 대기공간으로 계획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현재 기피시설로 인식돼 (지역 주민의) 반대가 있는 렛츠런CCC. 용산은 지역사회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주민 친화적인 문화 시설로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사회는 렛츠런CCC. 용산의 6월 개장을 기대하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 18일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계획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중 마권 발매를 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상경마장 친근한 이미지 포장 중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로
 
앞서 현명관 한국마사회장도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용산 화상경마장은 당정청 협의를 통해 가능하면 상반기 이내에 개장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마사회는 그동안 상반기 개장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전향적인 태도는 나오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지역주민 단체에서 반대 성명을 내놓아 또다시 갈등이 고조된 것.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2013년 5월부터 마사회의 학교 앞 도박장 개장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마사회는 호시탐탐 도박장 개장을 엿보고 있다”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용산구청과 용산구의회, 용산구 국회의원,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의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모두 나서서 화상경마도박장 개장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마사회는 틈만 나면 이 화상경마도박장이 레저시설이라고 거짓을 설파고 있지만, 사행산업관련 법에도 화상경마도박장은 사행산업시설(도박장)로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렛츠런CCC. 용산 개장과 관련 학생의 안전권과 교육환경 향유 권리를 침해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1일 “이미 사업의 기반이 준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발생할 학생인권침해에 대해 눈을 감는다면 학생인권보다 물질적 가치가 우선되는 잘못된 관행이 지속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경마장과 문화
변신 성공할까
 
또 용산 화상경마장이 정식으로 개장할 경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22조’인 교육환경에 대한 권리를 비롯해 초·중등교육법, 아동권리협약 등에서 보장하는 학생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마사회를 압박했다.
 
마사회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학교보건법을 준수했고 정부와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 진행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주민과 마사회 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마사회의 렛츠런CCC는 지역 복합문화공간 조성이라는 목표아래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주민의 반발에 난항을 겪거나 아예 무산되는 경우가 용산구 외에도 많다.
 
울산 울주군의 경우 지난 3월 민간사업자가 KTX 역세권 내에 유치하려던 화상경마장에 대해 ‘동의불가’ 방침을 밝혀 화상경마장 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사실상 도박시설인 만큼, 울산의 관문인 KTX역 앞에 들어설 경우 도시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울주군 관계자는 “사행산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과 함께 지역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돼 군 지역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밝혔다.
 
앞서 충북 청주와 충주시에서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마사회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가 무산됐다.
청주시도 지난해 7월 화상경마장 설립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청주시는 명암타워 소유자 A씨와 청주 지역 장애인단체들이 화상경마장 유치에 나서 동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 결국 동의를 거부했다. 시 관계자는 동의 거부와 관련 “화상경마장에 대한 시민의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고 설명했다.
 
키즈카페 운영…애 맡기고 베팅?
“그래봤자” 회의적인 시각 팽배
 
홍성군 역시 화상경마장 유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의 주민들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강희관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은 “홍성군이 화상경마장을 설치하려고 검토하는 곳은 사실상 태안의 관문인데 사행성 산업을 유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의장은 또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킨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역의 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더 크고 범죄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며 무엇보다 지역민을 도박중독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홍성군은 화상경마장 유치에 한발 물러서야 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화상경마장 설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민의견에 따라 유치를 추진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에 대한 지역주민과 마사회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진된 경영혁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2013년 12월에 취임한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 있다. 현 회장은 1993∼1996년에는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5년에는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현 회장은 삼성DNA를 마사회에 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러블 메이커
“그래도 안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시회 조직의 체질을 확 바꾸겠다”며 “철저한 성과주의, 신속한 의사결정 등 ‘삼성 스타일’을 접목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 철학을 두고 양날의 검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공기관인 마사회에서 성과 위주의 경영으로 화상경마장을 늘려나가는 것이 공익에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한편, 알리오에 따르면 현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마사회의 수익(매출액)은 7조6895억원으로 전년 7조7353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마 혁신’ 현명관 마사회장 작품?                      
 
현명관 마사회 회장의 취임 3달 뒤인 2014년 3월 마사회는 ‘렛츠런(LetsRun) 혁신경영 선포식’을 열고 경마의 이미지 쇄신을 통해 의욕적인 경영의지를 밝혔다. 선포식에 따르면 경마의 이미지 변신과 함께 혁신경영, 나눔확산, 이미지개선 등을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방만한 경영 해소, 말산업 육성, 고객감동 등 10대 혁신경영 과제를 발표했다.

경마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전환을 위해서는 새 대표브랜드 ‘렛츠런’을 공개했다. 서울경마공원은 ‘렛츠런 파크 서울’로, 강남장외발매소는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강남(렛츠런CCC. 강남)’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회공헌 재단인 ‘렛츠런 재단’을 출범했다.

렛츠런 재단은 마사회 임직원의 기부금 1억원을 포함해 연 사업비 77억원 규모이며,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복지증진, 인재양성 사업 등 5개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당시 마사회 관계자는 “혁신경영 선포를 계기로 국민이 바라는 공기업의 모습을 갖추겠다”며 “대한민국 1등 사회공헌 국민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
 
<기사 속 기사> 말 산업 현황
 
말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말산업 사업체는 1999개로 전년에 비해 10% 가까이 늘었고, 말 사육두수도 2만5800여마리, 승마인구는 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말산업 고용인원은 1만6000명 이상이며 산업 규모도 3조2000억원 이상으로 전년에 비해 크게 성장하는 등 정부의 말산업 육성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실시한 ‘2014년 말산업 실태조사’에서 이 같이 나타났다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농식품부의 2014년 말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다르면 말산업 사업체수는 2013년 대비 175개소(9.6%) 증가한 1999개소로 조사됐고, 이중 말보유 사업체는 2013년 대비 200개소(12.4%) 증가한 1808개소로 조사됐다.

말산업 육성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말 사육두수는 2013년 대비 1352두(5.5%) 증가한 2만5819두로 조사돼 정부의 말산업 육성정책에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승마시설수와 정기 승마인구수도 2013년 대비 각각 64개소(19.3%), 1729명(4.4%) 증가한 395개소, 4만596명으로 조사돼 그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승마 대중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산업과 관련한 일자리는 말산업 종사자수의 경우 2013년 대비 680명(4.4%)이 증가한 1만6091명으로 조사돼 일자리 창출에 성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나타내는 말산업 규모(2013년 말 기준) 또한 2012년 말 기준 대비 2.2%(695억원) 증가한 3조2094억원으로 조사돼 말산업의 외형적인 성장도 확인됐다.

이 밖에 국민의 말산업에 대한 인지도는 28.4%로 2013년 대비 1.0% 증가했고, 승마 참여율도 9.9%로 2013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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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