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쓰는 마사회, 그래도 욕먹는 이유

아이 손잡고 가니…노름꾼만 바글바글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집 앞에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이 들어선다면 지역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마사회는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3월 ‘렛츠런(LetsRun) 혁신경영 선포식’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 마사회는 화상경마장과 문화센터를 합친 공간인 렛츠런CCC를 전국적으로 운영하며 ‘화상경마장과 문화’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이후 마사회는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키즈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친근한 이미지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과연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 마사회가 사회적인 공헌을 통해 화상경마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 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화상경마장과 문화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며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려는 모양새다. 지난해 마사회가 가진 ‘렛츠런 혁신경영 선포식’은 이러한 노력을 드러냈다.

온가족 함께하는
플레이 테마파크
 
마사회는 이 같은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서울경마공원의 이름을 ‘렛츠 런 파크 서울’로 바꿨다. 아예 공원 이름에서 ‘경마’를 빼면서 부정적 이미지 탈피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날 강남 장외발매소는 렛츠런CCC. 강남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려 했다.
 
렛츠런CCC는 지역주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사회 편의 시설을 제공했다. 렛츠런CCC. 강남의 경우 30억원을 들인 3개월간의 공사를 거친 후 지난해 11월, 50석 규모의 소극장, 다목적 VIP룸, 브런치 카페, 연회장, 회의실을 갖춘 문화시설로 다시 재개장 했다. 마사회는 또 4월부터 전국 30개 렛츠런CCC에서 승마교실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마사회는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과한 홍보를 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난 17일 마사회가 렛츠런CCC는 지난해 혁신대책 마련이후 주민 친화적인 문화시설로 의식이 변화됐다고 밝힌 것. 마사회는 문화센터를 이용한 고객 중 91.7%가 화상경마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주민 친화적인 문화시설로 의식이 변화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렛츠런CCC에서 제공하는 문화 프로그램이 기존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아예 무료인 경우가 많아 렛츠런CCC 문화센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가 큰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실제 마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상경마장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요원한 모습이다. 지역 주민들의 화상경마장 개장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용산구다. 현재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렛츠런CCC 30개 가운데 유일하게 렛츠런CCC. 용산은 마권을 발매하고 있지 않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정식으로 개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2013년 9월부터 용산 화상경마장(현 렛츠런CCC)을 개장하려고 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정식 개장을 미뤄야 했다. 용산 주민들은 학교와 230여m 떨어진 화상경마장이 교육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2014년 6월에는 마사회가 기습적으로 렛츠런CCC. 용산을 ‘시범개장’하면서 지역주민과 갈등은 고조됐다. 당시 시범개장을 반대한 지역주민들은 영업을 제재하기 위해 마사회 직원, 경찰 등과 뒤섞이면서 일부는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특히, 마사회는 이날 사건에 연루된 22명을 고소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 달래기
 

그러나 정치권에서 렛츠런CCC. 용산 개장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마사회는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사건에 연루된 주민 22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
 
결국 마사회로서는 렛츠런CCC. 용산을 개장하려면 화상경마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이 필요했다. 과거에도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용산구 지역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해야 했다.
 
마사회는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노래교실, 승마교실, 취미교실 등 지역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식 전환을 유도했다. 최근에는 렛츠런CCC. 용산에 키즈카페 ‘유니콘 패밀리 월드’입점을 계획하며 화상경마장의 가족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한국마사회의 설명에 따르면 ‘유니콘 패밀리 월드’는 렛츠런CCC. 용산의 7개층(1∼7층)을 가족형 플레이 테마파크·온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라운지 형태의 대기공간으로 계획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현재 기피시설로 인식돼 (지역 주민의) 반대가 있는 렛츠런CCC. 용산은 지역사회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주민 친화적인 문화 시설로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사회는 렛츠런CCC. 용산의 6월 개장을 기대하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 18일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계획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중 마권 발매를 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상경마장 친근한 이미지 포장 중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로
 
앞서 현명관 한국마사회장도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용산 화상경마장은 당정청 협의를 통해 가능하면 상반기 이내에 개장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마사회는 그동안 상반기 개장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전향적인 태도는 나오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지역주민 단체에서 반대 성명을 내놓아 또다시 갈등이 고조된 것.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2013년 5월부터 마사회의 학교 앞 도박장 개장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마사회는 호시탐탐 도박장 개장을 엿보고 있다”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용산구청과 용산구의회, 용산구 국회의원,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의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모두 나서서 화상경마도박장 개장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마사회는 틈만 나면 이 화상경마도박장이 레저시설이라고 거짓을 설파고 있지만, 사행산업관련 법에도 화상경마도박장은 사행산업시설(도박장)로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렛츠런CCC. 용산 개장과 관련 학생의 안전권과 교육환경 향유 권리를 침해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1일 “이미 사업의 기반이 준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발생할 학생인권침해에 대해 눈을 감는다면 학생인권보다 물질적 가치가 우선되는 잘못된 관행이 지속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경마장과 문화
변신 성공할까
 
또 용산 화상경마장이 정식으로 개장할 경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22조’인 교육환경에 대한 권리를 비롯해 초·중등교육법, 아동권리협약 등에서 보장하는 학생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마사회를 압박했다.
 
마사회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학교보건법을 준수했고 정부와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 진행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주민과 마사회 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마사회의 렛츠런CCC는 지역 복합문화공간 조성이라는 목표아래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주민의 반발에 난항을 겪거나 아예 무산되는 경우가 용산구 외에도 많다.
 
울산 울주군의 경우 지난 3월 민간사업자가 KTX 역세권 내에 유치하려던 화상경마장에 대해 ‘동의불가’ 방침을 밝혀 화상경마장 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사실상 도박시설인 만큼, 울산의 관문인 KTX역 앞에 들어설 경우 도시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울주군 관계자는 “사행산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과 함께 지역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돼 군 지역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밝혔다.
 
앞서 충북 청주와 충주시에서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마사회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가 무산됐다.
청주시도 지난해 7월 화상경마장 설립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청주시는 명암타워 소유자 A씨와 청주 지역 장애인단체들이 화상경마장 유치에 나서 동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 결국 동의를 거부했다. 시 관계자는 동의 거부와 관련 “화상경마장에 대한 시민의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고 설명했다.
 
키즈카페 운영…애 맡기고 베팅?
“그래봤자” 회의적인 시각 팽배
 
홍성군 역시 화상경마장 유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의 주민들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강희관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은 “홍성군이 화상경마장을 설치하려고 검토하는 곳은 사실상 태안의 관문인데 사행성 산업을 유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의장은 또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킨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역의 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더 크고 범죄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며 무엇보다 지역민을 도박중독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홍성군은 화상경마장 유치에 한발 물러서야 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화상경마장 설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민의견에 따라 유치를 추진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에 대한 지역주민과 마사회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진된 경영혁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2013년 12월에 취임한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 있다. 현 회장은 1993∼1996년에는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5년에는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현 회장은 삼성DNA를 마사회에 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러블 메이커
“그래도 안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시회 조직의 체질을 확 바꾸겠다”며 “철저한 성과주의, 신속한 의사결정 등 ‘삼성 스타일’을 접목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 철학을 두고 양날의 검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공기관인 마사회에서 성과 위주의 경영으로 화상경마장을 늘려나가는 것이 공익에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한편, 알리오에 따르면 현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마사회의 수익(매출액)은 7조6895억원으로 전년 7조7353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마 혁신’ 현명관 마사회장 작품?                      
 
현명관 마사회 회장의 취임 3달 뒤인 2014년 3월 마사회는 ‘렛츠런(LetsRun) 혁신경영 선포식’을 열고 경마의 이미지 쇄신을 통해 의욕적인 경영의지를 밝혔다. 선포식에 따르면 경마의 이미지 변신과 함께 혁신경영, 나눔확산, 이미지개선 등을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방만한 경영 해소, 말산업 육성, 고객감동 등 10대 혁신경영 과제를 발표했다.

경마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전환을 위해서는 새 대표브랜드 ‘렛츠런’을 공개했다. 서울경마공원은 ‘렛츠런 파크 서울’로, 강남장외발매소는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강남(렛츠런CCC. 강남)’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회공헌 재단인 ‘렛츠런 재단’을 출범했다.

렛츠런 재단은 마사회 임직원의 기부금 1억원을 포함해 연 사업비 77억원 규모이며,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복지증진, 인재양성 사업 등 5개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당시 마사회 관계자는 “혁신경영 선포를 계기로 국민이 바라는 공기업의 모습을 갖추겠다”며 “대한민국 1등 사회공헌 국민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
 
<기사 속 기사> 말 산업 현황
 
말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말산업 사업체는 1999개로 전년에 비해 10% 가까이 늘었고, 말 사육두수도 2만5800여마리, 승마인구는 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말산업 고용인원은 1만6000명 이상이며 산업 규모도 3조2000억원 이상으로 전년에 비해 크게 성장하는 등 정부의 말산업 육성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실시한 ‘2014년 말산업 실태조사’에서 이 같이 나타났다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농식품부의 2014년 말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다르면 말산업 사업체수는 2013년 대비 175개소(9.6%) 증가한 1999개소로 조사됐고, 이중 말보유 사업체는 2013년 대비 200개소(12.4%) 증가한 1808개소로 조사됐다.

말산업 육성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말 사육두수는 2013년 대비 1352두(5.5%) 증가한 2만5819두로 조사돼 정부의 말산업 육성정책에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승마시설수와 정기 승마인구수도 2013년 대비 각각 64개소(19.3%), 1729명(4.4%) 증가한 395개소, 4만596명으로 조사돼 그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승마 대중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산업과 관련한 일자리는 말산업 종사자수의 경우 2013년 대비 680명(4.4%)이 증가한 1만6091명으로 조사돼 일자리 창출에 성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나타내는 말산업 규모(2013년 말 기준) 또한 2012년 말 기준 대비 2.2%(695억원) 증가한 3조2094억원으로 조사돼 말산업의 외형적인 성장도 확인됐다.

이 밖에 국민의 말산업에 대한 인지도는 28.4%로 2013년 대비 1.0% 증가했고, 승마 참여율도 9.9%로 2013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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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