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때우는' 예비군 훈련장서 무슨 일이…

부실한 훈련 ‘뭐하러 하나’

[일요시사 사회부] 박호민 기자 = 지난 13일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사격 훈련을 받던 예비군 최모(23)씨가 다른 예비군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자살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최 씨를 비롯해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4명이 부상당했다. 이에 따라 예비군 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향토예비군은 1968년 북한에서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김신조 등 무장공비를 침투시킨 1·21사태와 미군 첩보함 푸에블로호가 동해에서 납북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예비군은 실제 울진 삼척 무장공비침투사건에서 무장간첩들을 제압하며 활약하기도 했다.
 
[실효성 논란]
 
그러나 현재 예비군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예비군의 실효성 논란이다. 사실 예비군 실효성 논란은 연혁이 길다. 예비군 창설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의원)은 예비군 창설 2개월만에 ‘향군법 폐지안’을 제출했다. 이후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예비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예비군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1971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당시 신민당 후보가 ‘예비군 폐지’를 주장하며 유력 후보로 떠올라 박정희 정권을 위협하기도 했다.
 
예비군 훈련 대상자 사이에서도 실효성을 두고 불만이 많다. 실효성에 비해 생업에 지장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예비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나 일용근로자의 경우, 예비군 훈련을 가면 그날은 보상받기 힘들기 때문에 반발이 거세다.
 

생업에 지장을 크게 받는 예비역의 일부는 아예 훈련을 불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관할경찰서로부터 고발당해 전과자가 된다. 실제 2001년 이후 2012년까지 매년 3만명 이상이 예비군 훈련 불참을 이유로 고발당하는 등 많은 전과자가 양산됐다. 이 때문에 ‘향토예비군설치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과자를 많이 양산해 내는 법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건 발생…3명 사망
‘기강해이’ 반복되는 사고 “대책이 없다”
 
항토예비군 설치법에 따르면(2015년 현재 기준)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에 불참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예비군 훈련 불참의 ‘정당한 사유’의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예비군법 전과자 양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군이 받는 훈련 프로그램도 실효성 논란이 있다. 예비군 훈련 프로그램이 너무 형식적이지 않냐는 것. 예비역들 대다수는 훈련이나 안보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잠을 자는 등 적당히 시간만 때우자는 태도가 많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도 이를 의식해서 ‘예비군 정예화’를 목표로 예비군 훈련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일례로 올해부터 개선된 향방기본훈련은 원래 8시간으로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나지만 훈련에 성실히 임한 예비역에 한해 조기퇴소를 시키기로 했다. 훈련 참여의식을 높여 예비군 정예화를 이루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러나 훈련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예비역의 훈련의지만 높아진다고 해서 예비군이 정예화 되겠냐는 반론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예비역 1∼4년차가 받는 동원과 5∼6년차가 받는 향방이 훈련기간만 다를 뿐 내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예비군 정예화의 길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예산 논란]
 
이 같은 논란 속에 예비군과 예비역은 50년 가까이 존속돼 왔지만 정작 처우는 열악하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예비역에게 지급되는 교통비는 5000원이었다. 통상 예비역은 집에서 먼 예비군 훈련장에 가야하는데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 사는 경우 교통비가 5000원을 초과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이 책정한 교통비가 현실과 맞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부족한 예비군 관련 예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군 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 34조원 가운데 예비군 운용비는 1.15%인 1214억원에 불과했다.
 
훈련 과정에서도 예산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나라 예비군 약 290만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동원훈련시 6·25전쟁에 사용된 칼빈 소총으로 훈련 받은 경험이 있다. 예산 부적으로 부실한 전투장비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진지구축 작전 및 적의 도발에 대비한 비상훈련 시에도 탄띠와 수통, 소총만 들고 나서거나 아예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영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간첩을 보내 대테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는 현역보다는 그 지역에 익숙한 예비군 전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그런데 현실은 제가 예비군 훈련을 받아봤을 때도 아직도 칼빈 소총을 사용하던데 그나마도 실탄이 안나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장 시급한 것은 M16소총 정도는 보급하고 개인장구 탄띠 및 탄익대(탄창을 집어넣는 장비) 정도는 줘야하는데 너무 허술하다”고 꼬집었다.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원회 제2분과장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첫째는 군내에서 동원병과의 위상이 너무 열악한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여건상 미국 수준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예비군 관련 예산이 이게 말이 되느냐”며 “이를 보다 현실화해 예비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예비군 처우 문제를 놓고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인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예비전력 개선은 시급하다”며 “허술한 체계에 대해 국방위에서도 여러차례 지적했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 역시 “예비군 전력은 우선 순위로 예산을 올려야 한다”며 “군 당국 자체에서도 요구가 있었고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 당국자는 한 언론을 통해 “예비군들이 동원훈련이든 하루교육이든 생업을 뒤로하고 참가했을 때는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는 1만원 안팎으로 훈련참가비가 주어진다”며 “몇천원 더 올려보려고 해도 국회 국방위 등에서는 협조적이지만 기획재정부 쪽에서 막히는 것 같아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전 논란]
 
지난 13일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예비군 안전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난사사건을 일으킨 현역 최 모(23)씨가 과거 관심사병 B급으로 분류된 전력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최 씨는 사격 훈련 과정에서 실탄과 총기를 지급받는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아 예비군 안전 관리의 허술한 단면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예비군 안전문제를 질타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이와 관련 “안전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군의 당연한 책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예비군 운용 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정부 당국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예비군 총기난사 사고에 대해 “이른바 현역 관심 병사들에 대한 관리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비군 관심병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셈”이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 곳곳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예비군 훈련장에서 많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예비군 훈련장은 현역병이 아닌 사람들이 총기와 폭발물 등을 직접 다루기 때문에 자칫 사건·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곳이기 때문이다.
 
과거 예비군 사고 중 가장 인명피해 규모가 컸던 것은 1993년 6월 10일 경기도 연천의 포병사격훈련장에서 포 사격 훈련을 하다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다. 당시 155㎜ 고폭탄 장약통 4개에 원인 모를 불이 붙어 옆에 있던 고폭탄 1발과 조명탄 2발이 함께 터졌다.
 
이 사고로 동원예비군 16명과 현역 장병 3명 등 모두 19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해당 여단장은 보직해임 되고, 장교 3명이 구속됐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사고 이후 예비군 제도 운영상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예비군제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예비군훈련 사고는 계속됐다. 바로 이듬해 5월 3일 경기도 미금시(지금의 남양주)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시가지 전투훈련을 받던 대학생이 동료 예비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시가지전투를 하던 예비군들은 모두 공포탄을 지급받았으나 동료 예비군의 소총에는 공포탄과 함께 실탄이 한 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7월에는 대구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격훈련을 하던 대학생이 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1999년에도 광주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던 20대 남성이 자신을 향해 총을 발사해 중상을 입었다.
 
[대책 논란]
 
인천에서는 2001년 5월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연습용 수류탄이 터져 예비군 1명의 오른손 손가락이 부러졌다. 이 사고는 해당 예비군이 2차 안전핀을 제대로 잡지 않아 일어난 것이지만, 문제의 연습용 수류탄에 규정과 달리 철제 외피가 없어 부상이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4월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훈련용 전지 뇌관이 터져 예비군 훈련 참가자 4명이 얼굴과 팔, 다리에 상처를 입는 사고도 있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학생 예비군 동원훈련 '갑론을박'
 
국방부가 대학생 예비군의 동원훈련 참여를 검토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달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동원훈련에 참여하는 일반 예비군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학생 예비군도 동원훈련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 진학률이 1970년대 30%대에서 현재 80% 수준으로 높아져 대학생 예비군 동원훈련 면제는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70년대 400만명에서 최근 290만명으로 감소한 예비군 동원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대학생 예비군은 현재 55만명 규모다.
 
하지만 대학생 예비군을 동원훈련 대상에 포함시키면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더할 수 있고 대학 학사일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향후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대학생 예비군은 1971년부터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동원훈련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행법상 예비군은 4년차까지 매년 지정된 부대에서 2박3일간(28∼36시간) 동원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대학생 예비군은 학교 등에서 하루 8시간의 교육으로 동원훈련을 대체하고 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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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