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마 오른 단통법, 왜?

예상대로…통신사만 배 불렸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올해 1분기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증가했다.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일명 ‘단통법’ 덕분이다. 휴대폰 구입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정부가 규제하자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단통법이 오히려 이통사의 배만 불린 셈이다. 단통법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제출돼 있는 상태다. 도입 8개월 만에 수술대에 오르는 단통법의 실태를 되짚어 본다.

 
휴대전화를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을 없애고자 만든 단통법이 취지와 달리 이동통신3사의 배만 불리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현상과 소비자 간 불평등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친기업 제도?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공개돼 화제다. 흥미로운 건 단통법 시행 이후 3사 모두 마케팅 비용이 대폭 축소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대폭 상승했다는 것이다. 단통법의 영향을 톡톡히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단통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다시금 물음표가 던져지는 상황이다.
 
지난 6일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2403억원, 영업이익 6026억원, 순이익 442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대비 0.9%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9.5%나 늘었고 순이익도 65.6% 증가했다.
 
앞서 지난달 성적표를 공개한 KT와 LG유플러스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전년대비 매출이 각각 3.7%, 8.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135.3%, 36.7% 증가했다. 이동통신3사 모두 전체매출이 소폭 하락하면서도 영업이익만큼은 대폭 늘어났다.
 

이처럼 이통3사의 성적이 향상된 배경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10월1일부터 시행한 단통법에 있다. 단통법은 소비자가 받는 보조금 상한액을 규제한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3사는 공짜폰 남발을 중단하며 사실상 경쟁을 중단했다.
 
보조금을 풀지 않게 되자 마케팅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전년동기 이통3사는 마케팅 비용으로 총 2조4263억원을 집행했지만 올해 1분기 SK텔레콤은 마케팅에 전년대비 23.2% 감소한 8460억원을 썼다. KT도 전년대비 8.6% 감소한 7082억원을, LG유플러스도 전년대비 8.6% 감소한 5038억원을 지출했다.
 
이동통신3사는 단통법 덕에 치열한 경쟁을 피했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이 보조금에 쓰였는데,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보조금을 풀지 않아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케팅 비용 절감이 그대로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행 7개월…소비자 울고 이통3사 웃고
통신비 절감효과 없어 “다시 수술대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8일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주장하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소비시장은 얼어붙었는데 통신사들의 이익은 증가했다”며 “소비자 권익증진이라는 본래 목적을 이루지 못한 단통법을 즉각 폐지하라”고 강조했다.
 
이통통신3사의 영억이익 증가에 대해 경실련은 “단통법은 통신비 부담 감소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시행 이후 자유로운 시장경쟁은 사라지고 소비자이익은 감소했다”며 “(단통법이) 이통사 간 사실상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보조금 규제 정책을 내세우며 통신비 인하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가계통신비 거품을 빼기 위해서는 유통구조 개선과 통신요금 적정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통법 관련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보완해야 할 점은 있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가 요금제 가입자는 줄고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증가했다.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가입도 감소했다.
 
하지만 소비자, 시민단체, 휴대폰 대리점주 측은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인정하나,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의 증가를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휴대폰 출고가 및 통신비 인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3사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단통법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조 의원은 “법의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한데도 초기부터 제도 실패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제도 정착의 장애요인이 된다”며 “(제도 정착에는) 두세 달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어느새 시행 8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소비자만 봉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거세지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단통법을 폐지하고 대신 단말기·통신서비스 분리 판매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국회 상임위에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6월 임시국회부터 미방위 법안소위 등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악법’으로 비판을 받아온 단통법의 존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단통법 편법마케팅 기승
 
단통법의 빈틈을 노린 편법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쇼핑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TV, 세탁기 등을 묶어 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개통하면 TV도 공짜”라는 식의 접근으로 소비자의 가격 판단을 흐리는 전략이다. 이런 판매 방식의 함정은 ‘해지 위약금’에 숨어있다. 약정 만료 전에 스마트폰을 해지할 경우 스마트폰과 함께 TV 가격도 고스란히 위약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결국 홈쇼핑 판매 업체들은 판매 수수료와 통신료 수수료로 이익을 보며, 또 해지에 따른 위약금까지 덤으로 얻는 셈이다. 소비자는 사실상 제값을 다 주고 사면서도 위약금을 물지 않으려고 쓰지 않는 스마트폰 요금까지 내야하는 피해도 입을 수 있다. 여기에 한 동안 잠잠했던 페이백 사기도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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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