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일가 ‘폭탄돌리기’ 내막

회장님 눈치만 보는 허씨 형제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파르나스호텔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대로 안고 있기에는 부담을 느끼고 남 주기는 아까워서 계열사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GS리테일, GS홈쇼핑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오너들은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GS일가가 ‘폭탄’을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 1985년 한국무역협회와 GS그룹(구 LG그룹) 등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파르나스호텔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나인트리호텔 명동, 나인트리컨벤션 광화문 등 총 4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파르나스호텔 최대주주는 67.56%인 665만4675주를 보유하고 있는 GS건설이다. 그 다음으로 한국무역협회가 31.86%인 313만7983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파르나스호텔의 실적이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져가면 배임?
 
파르나스호텔은 GS그룹 입장에서는 남 주기에는 아깝고 그대로 안고 있기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내부 계열사 매각이다. 지난해 GS건설은 IMM PE(사모투자펀드 운용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월17일 GS리테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GS건설이 파르나스호텔을 매각하려 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부터다. 2013년 파르나스호텔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GS리테일은 파르나스호텔의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매각까지 추진하던 매물을 계열사에 넘긴 사례는 드물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GS그룹의 파르나스호텔 매각을 두고 특이한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미묘한 갈등도 감지된다. 지난 6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파르나스호텔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두 달이 넘도록 GS건설과 GS리테일 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아서다.
 

매각이 지연되자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 등 경영진이 배임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려고 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었다. GS건설이 내놓은 파르나스호텔을 GS리테일이 인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장의 반응과 달리 높은 가격에 떠안을 경우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만약 GS건설이 파르나스호텔을 헐값에 매각한다면 GS건설 경영진과 임원들이 배임에 연루될 수 있다. 회사의 자산을 계열사에 매각할 경우 주주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싼 가격에 매각한다면 GS리테일 측이 배임에 연루될 수 있다. 계열사 이익을 위해 GS리테일이 손해를 감수한다면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으로 배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GS리테일과 한국무역협회 간 신경전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파르나스호텔의 주인이 바뀌는 만큼 출자약정도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약서를 새로 쓰자는 것이다. 반면 GS리테일은 기존 주주 간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 GS건설과 맺은 출자약정을 그대로 승계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견이 커 거래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파르나스호텔 매각 협상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 사람이…’ 파르나스호텔 매각 난항
허 회장 계열사에 기대 “사촌들 난감”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은 그동안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왓슨스코리아, 미스터도넛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왓슨스코리아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영업손실을 냈다. 미스터도넛은 사업 시작 7년 만에 지난해 철수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KT렌탈 인수전에 예비입찰제안서를 냈다가 본입찰 적격자 심사에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GS리테일은 GS그룹 유통사업의 주력사로 신용등급 AA의 우량기업이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GS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00억여원이다. 파르나스호텔 매입자금은 8000억여원이다. 파르나스호텔 인수 시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파르나스호텔 매매가격이 높게 책정될 경우 GS리테일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파르나스호텔 매각 작업이 3분기는 돼야 마무리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매입 주체가 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매각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GS그룹 내부에서는 파르나스호텔을 GS리테일이 아닌 GS홈쇼핑에 넘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GS홈쇼핑 역시 파르나스호텔 매입 시 배임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은 GS그룹 오너인 허창수 회장의 동생이기 때문이다.
 
 
GS홈쇼핑은 GS리테일에 비해 튼실한 편이다. 차임금 없이 8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하더라도 재무구조가 악화될 염려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GS홈쇼핑이 매입 주체로 나설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배임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GS계열사들이 파르나스호텔을 떠안기 싫어 배임 논란이라는 명분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파르나스호텔이 제3자에게 매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본다. 허창수 회장이 외부 매각 불가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그 누구도 거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GS그룹은 친인척 간 공동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독단적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허창수 회장이 호텔사업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국 누군가는 ‘폭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부담전가 난처
 
문제는 이 부담을 GS건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계열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지주회사인 (주)GS와는 무관한 GS그룹 오너 일가의 회사라고 할 수 있다. GS오너 일가의 부담 전가로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계열사 자금을 오너의 주머니로 돌리려는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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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