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대선자금 수사 막힌 '진짜 이유'

'의혹 투성이' 청와대-검찰 사인 오갔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성완종 메모'에 언급된 정치인으로는 처음이다. 홍 지사와 함께 '검찰 1호 타깃'으로 지목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친박으로 분류된 나머지 6인에 대한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관련 배경을 놓고 검찰 안팎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 진위를 알아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망 후 그가 남긴 '메모'의 파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는 '비박'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 둘째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로 전달된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 셋째는 과거 정권 때 단행된 특별사면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다.

기소 앞둔 홍준표
소환 앞둔 이완구

우선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한 수사는 비교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검찰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수사 초기부터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2011년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받아 승용차 안에 있던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홍 지사의 금품수수 여부를 추궁했다. 홍 지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돈의 출처와 성격, 전달 방법 등이 구체화되면서 수사의 퍼즐이 맞춰진 모습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주 내로 홍 지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완구·홍준표 수사 마무리 예정
박 특사 공세 대선자금 의혹 맞불


이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이달 들어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지난 6일 검찰은 2013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이 전 총리(당시 후보)를 도운 자원봉사자 한모씨를 소환하는 한편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인 윤모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한씨는 부여·청양 재보선 후보등록일인 2013년 4월4일 '이완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목격한 인물로 전해진다. 이 전 총리는 같은 날 오후 4시30분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이 담긴 비타500 박스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와 또 다른 운전기사 여모씨로부터 "성 전 회장이 당시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또 성 전 회장과 그 측근들의 통화내역, 성 전 회장의 하이패스차량 단말기 통행기록 등도 확보해 당일 행적을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과 독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총리의 일정을 관리한 비서 노모씨와 선거사무소를 총괄한 신모씨 역시 "두 사람이 만난 걸 보지 못했다"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이들뿐 아니라 반대 진술을 종합해 3000만원의 진위를 가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측근그룹이 윤씨 등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 중이다. '홍준표 수사'와 비교해 진행속도가 더디지만 관련 인물이 대부분 소환된 만큼 이 전 총리 역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전 총리에 대한 기소 여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일 검찰은 현장 검증에서 1억원을 담은 쇼핑백에 대해 "개연성이 높다"라는 결론을 내린 반면 3000만원을 담은 비타500 상자에 대해선 결론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와 달리 이 전 총리에 대한 기소는 박근혜정부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성완종 게이트
핵심은 박근혜


'성완종 게이트'의 뇌관인 대선자금 수사는 마찬가지 이유로 시계가 멈춰있다. '성완종 메모'에 적힌 8인 가운데 6인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혹에 휩싸인 돈이 박근혜캠프와 직접 연결돼 있는 까닭에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표면적으로 검찰은 수사 지연의 근거로 증거 부족을 꼽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했던 마지막 인터뷰가 그 단서다. 성 전 회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돈을 받은 8인을 열거하면서도 홍 지사를 빼고는 중간 전달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성 전 회장이 남은 7인에게 돈을 직접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녹취록에서 성 전 회장은 김 전 실장을 지목하면서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를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달러를 바꿔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2007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 현금으로 줬다"라며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가져왔고, 내가 직접 줬다"라고 밝혔다. 남은 녹취록을 봐도 제3자인 전달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달자의 부재는 검찰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개의 정치자금(혹은 뇌물) 수사는 뇌물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는 공여자가 사망하면서 추가적인 진술 보강이 어렵게 됐다. 검찰로선 공소장을 작성할 때 간접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검찰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연이은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핵심 물증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수사가 꼬여버린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영감들' 털어봐야 나올 것도 없는데 일부러 무리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검찰이 가진 딜레마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특별수사팀을 흔드는 '정치세력'에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권 보위를 위해 수사 개시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일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자신을 겨냥한 수사를 앞두고 측근들과 만나 대책을 의논했으며, 이때 오간 회의 내용을 대부분 복원했다"라고 알렸다. 관련 회의록이 중요한 이유는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8인에 대한 단서가 회의 내용에 언급돼서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는 없다"라면서도 "성 전 회장 사망 이후 회의가 열렸으며,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측근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놨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의 대책회의는 "이번 수사와 직접 연결된 내용이 담겼다"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성 전 회장이 지난달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그때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잘 줬느냐'라고 물은 것은 우발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다. 또 같은 기간 성 전 회장은 '7억원을 줬다'라고 주장한 리베라호텔을 자신의 측근과 둘러봤다.

추론하면 검찰은 회의록에서 남은 6인에 이르는 열쇠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더는 '증거 타령'이 수사의 걸림돌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법무부
충돌 가능성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주말도 없이 직원을 독려하며 증거 확보에 열심이다. 그렇지만 대선자금 수사는 정권의 도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 문 지검장이 받는 심리적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문 지검장은 "양심을 지키겠다"라며 '검사직'을 내건 듯한 인상을 내비쳤다.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아예 수사팀으로부터 직보를 받고 있다. 외부의 개입과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 총장은 '진인사대천명'이란 당부로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했다. 국정원 사건을 지휘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닮은 행보다. 공교롭게도 잠재적 수사대상자이자 이해당사자인 청와대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총장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위태로운 김진태 "제2의 채동욱 될라"
황교안 총리차출·민정수석 교체 변수

김 총장은 되도록 많은 정보를 언론에 노출시키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알 권리' 차원이란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반면 한쪽에서는 수사팀도 모르는 정보가 새고 있다. 야당 의원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의 '성완종 장부' 보도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목하며 "수사에서 손을 떼라"라고 했다.

황 장관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당시 채 전 총장과 선거법 적용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황 장관은 공직선거법을 적용한 기소에 반대했으나 채 전 총장은 선거법 적용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수사까지 요구했다. 둘의 갈등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불과 석달 만에 석연찮은 이유로 옷을 벗었다.

만약 김 총장이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한다면 채 전 총장보다 더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이 수사를 받는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 정권에 부담이다. 청와대로서는 검찰을 통제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황 장관은 국무총리 발탁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와대는 개점휴업 상태인 '부패와의 전쟁'을 황 장관에게 맡기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렇지만 황 장관은 어떤 이유인지 법무부에 남아 있다. 현재로선 성완종 사건 때문이란 것이 주된 분석이다.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김 총장과 교류했던 김 전 실장의 공백이 크다. 검찰 권력은 김 전 실장의 힘이 빠지면서 내부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 2월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김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현재 김 차장은 김 총장을 거르고 청와대와 직접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수사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김 총장의 약화된 조직 장악력이 몫을 하고 있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은 공개된 채널로 '특사(특별사면) 수사'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성완종 특별사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말한데 이어 지난 4일에도 "사면제도를 전면 개선하라"라고 지시했다. 사안의 '본질'인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특사 카드는 성완종 메모가 발견된 직후 국정원이 기획하고 제공한 작품으로 전해진다. 앞뒤 정황상 일종의 '물타기 아이템'이란 의심이 짙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0일 '성완종 게이트 ④박근혜 위기탈출 카드 포착'이란 기사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문제는 특사를 대가로 참여정부 쪽이 돈을 챙겼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사실이다. 메모와 인터뷰가 있는 성완종 리스트와는 결이 다르다. 이명박대통령인수위 당시 비서실에 있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MB 측 핵심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을 특별히 챙겼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보름이 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시중에는 친박계 핵심그룹이 우 수석의 비위사실을 캐고 다닌다는 말이 나돈다. 성완종 사건의 책임을 물어 수사를 컨트롤 한 우 수석을 '찍어내려' 했다는 게 골자다. 이는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정권의 부담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 총장과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정황 증거이기도 하다.

홍 지사에 대한 기소가 마무리되면 김 총장은 어떤 형태로든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첫 타깃은 언론에 오르내린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 의원에 대한 수사가 부담스럽다면 서병수 부산시장 쪽으로 칼끝을 돌릴 수 있다.

김진태의 반란
첫타깃 홍문종

검찰은 이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캠프의 김모씨에게 성 전 회장이 2억원을 전달했다"라는 진술을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확보했다. 한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부사장은 2012년에만 비자금 용도로 9억여원을 인출했다. 이 돈 가운데 얼마가 누구를 통해 어디로 전달됐느냐가 대선자금 수사의 핵심이다. 홍 의원과 서 시장은 나란히 박근혜캠프에서 자금을 담당하는 직책을 맡았다.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청와대는 참여정부 당시 있었던 비리도 함께 들추라고 주문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세 갈래 수사 가운데 두 갈래를 함께 병행해야 한다. 더구나 홍 의원 바로 건너편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 김 총장 혼자 돌파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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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