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린 스킨푸드, 왜?

실적 악화에 무너진 콧대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화장품 원브랜드숍 ‘스킨푸드’가 흔들리고 있다. 스킨푸드는 그동안 세일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노세일(NO SALE)’ 정책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이 같은 반응은 매출 감소로 이어져 지난해 기준 창사 11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시현했다.

 
스킨푸드는 2010년 이후 계속된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며 표정관리를 해왔다. 그러나 지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스킨푸드는 자존심을 하나씩 내려놨다. 처음에는 ‘1+1행사’ 등의 유사 세일의 형태로 슬며시 자존심을 내려놓더니 적자 전환 실적 발표를 앞두고는 아예 ‘전품목 최대 30% 세일’을 감행하며 노세일 원칙을 스스로 깼다.
 
맥빠진 승부수
 
2004년 창립된 스킨푸드는 2010년 기준 영업이익 167억원으로 업계 3위까지 오르며 원브랜드숍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업체의 공격적인 특가세일 마케팅으로 2011년 152억원, 2012년 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하며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에 3위와 4위 자리를 내줬다.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스킨푸드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2013년 TV광고를 통해 ‘일찍 산 사람은 손해 보는’, ‘세일할까 봐 구매를 망설이는’, ‘처음부터 정직한 가격으로 365일 노세일 중’ 등의 문구를 내보내며 무차별 세일 공세를 펼치고 있는 타 원브랜드숍에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당시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는 명품업체들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중저가 브랜드로 평가받는 스킨푸드가 ‘우리는 세일을 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실험적이었다는 시장의 평가다.
 

그러나 스킨푸드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영업이익 하락폭이 더 커진 것이다. 과감한 ‘노세일’ 마케팅을 구사한 2013년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분의 1도 채 안 되는 31억원으로 하락했다. 추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같은 기간 경쟁업체들이 성장하고 있었던 점까지 감안하면 ‘잃어버린 5년’이란 평가도 나온다.
 
스텝 꼬인 경영전략 “갈수록 악화일로”
‘노세일’정책 포기…1+1에 전품목 30%
 
결국 지난해 10월 스킨푸드는 10주년 기념 세일행사 명목으로 슬며시 부분 세일정책을 들고 나왔다. 다만, ‘세일’이란 이름대신 ‘특가전’이란 이름을 붙여 노세일 정책을 스스로 깬 것 아니냐는 지적을 비껴갔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 “그동안 받아온 소비자 사랑과 관심에 감사드리는 의미에서 준비했던 축제행사”라며 “노세일 정책은 앞으로도 바꿀 계획이 없으며 올바른 가격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이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스킨푸드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실적이 창립 이래 최초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결국 올해 3월 스킨푸드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품목 최대 30% 세일을 감행하면서 노세일 정책을 스스로 깨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노세일 정책을 깬 스킨푸드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스킨푸드가 세일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더라도 전체적인 업황이 냉각돼 있는 상황에서 큰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NICEBIZMAP 상권분석서비스가 전국 화장품 로드숍을 대상으로 상권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화장품 로드샵 매장은 2012년 대비 2013년 9.7% 감소했고, 2014년의 경우도 2013년 대비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도 각각 8.7%, 4.6% 감소하면서 업계 불황을 나타냈다.
 

과거 원브랜드숍의 ‘제 살 깎아먹기식’ 세일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연간 약 20%를 웃도는 높은 성장률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매출 증가율이 둔화됨에 따라 타 경쟁업체에서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세일기간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스킨푸드가 ‘세일정책’이라는 엇박자 정책을 들고 나오는 데 대해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또, 현재까지 만연하고 있는 무차별 브랜드숍 세일정책에 스킨푸드의 정책이 큰 효과를 나타낼지 여부도 미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해 상위 5개사 원브랜드숍이 실시하는 세일 기간이 2013년 기준 370일에 달한다”며 “이미 화장품 브랜드숍의 무차별 세일정책의 약발이 끝났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스킨푸드의 세일 정책이 큰 의미를 가질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차별화 실패
 
일각에서는 경영실적을 견인할만한 차별화된 대표 제품의 출시가 없었던 점을 스킨푸드의 경영악화 이유로 꼽고 있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매출액 규모가 스킨푸드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잇츠스킨의 경우 대표상품 ‘달팽이 크림’이 중국 소비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자 지난해 매출 기준 업계 1, 2위를 기록한 더페이스숍(807억원)과 이니스프리(764억원)의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991억원을 기록했다”면서 “반면 스킨푸드는 회사 창립 이래 회사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만한 제품이 나오고 있지 않아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업계 큰형’ 아모레는?
 
화장품 업계의 큰 형님격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난해 기분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화장품 계열사들의 국내외 성장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이 전년 대비 21% 늘어난 4조711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591억원으로 40.3%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같은 성과는 화장품 계열사들의 국내외 성장 덕분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 매출이 3조8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침체 속에서도 브랜드력 강화, 유통 채널 혁신, 해외 사업 확대 등의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에뛰드, 이니스프리,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화장품 계열사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3% 늘어난 4조4678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도 6638억원으로 44.2%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외에 이니스프리의 성장이 눈에 띈다. 이니스프리 매출 4567억원과 영업이익 765억원은 각각 전년 대비 37%와 54% 늘어난 실적이다.
 

반면 에뛰드의 매출은 30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79% 감소해 56억원을 기록했다.
 
비화장품 계열사 실적은 부진했다. 태평양제약과 퍼시픽글라스로 구성된 비화장품 계열사의 매출은 2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줄었고, 4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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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