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선물하는 애니메이터 워터 리

"아이에게 감동을 선물해 주세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아산병원 갤러리가 가슴 따뜻한 초대전을 준비했다. 미국 FOX사와 파라마운트(Paramount)사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 중인 Water Lee(한국명 이영수)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어린이에게 희망을 전달코자 한다. 사랑 가득한 마음 담아 정성스레 준비한 그림들이 관객 앞에 펼쳐진다.

"제가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예술을 뭐라고 하냐면 Present(선물)라고 합니다. (창작자가) 감동을 줘야하는 것이죠. 감동이라는 선물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이 Art(예술)를 창작자나 일부 감상자만의 특권으로 생각해선 안 돼요. 예술가는 항상 순결함을 추구하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어린이를 위해

오는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아산병원 갤러리에서 Water Lee(한국명 이영수)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얘들아, 달따러 가자'라는 제목이 달린 이번 전시는 이 작가의 동료인 이순분 작가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미국 현지에서 통화한 Water Lee(이하 이 작가)는 "원래 '순박한 사람들의 낙원'(가제)이란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선한 의도의 제안이 들어와 응하게 됐다"라며 "아픈 아이와 그 아이를 돌보는 어른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한국 유명 애니메이션인 <아기공룡 둘리>의 감독과 미국 FOX에서 시즌제로 방영된 <Family Guy>의 부감독으로 활동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애니메이션이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누볐고, 여러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작가는 "요즘 어린이 만화를 보면 폭력성이 부각될 뿐 깊이가 없는 것 같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예술가의 마음가짐은 어린아이와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그림은 상대를 죽이는 장면이 나오는 등 정서적으로 옳지 못해요. 그건 미움이거든요. 혹시 그림의 본딧말을 알고 계시나요. 바로 그리움입니다. 그리움을 그린 것이 그림입니다. 그리움에는 미움이 없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그릴 때 상대를 미워하면 그림을 그릴 수 없어요. 그래서 미움은 부족한 것, 더 나아가 아름답지 않은 것입니다."


이 작가는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또박또박 억양을 넣어가며 설명했다. 아름다움의 어원은 '아름드리나무'라며, 변함없이 푸르고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순수해지는 그런 상태(또는 대상)라고 정의했다. 또 "아름다움을 알려면 선한 마음과 동기가 전제돼야한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강의를 들으러 온 학생들에게 '인성'을 먼저 강조해 온 이유다.

서울 아산병원서 어린이날 맞아 초대전
무지개다리·달나라…동심 눈높이 기획

"교육은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에요. 인재를 찾고 만드는 일입니다. 좋은 그림은 지적인 능력과 인성에서 나옵니다. 단순히 그림 그리는 기술만 좋다면 그건 재주꾼에 불과합니다. 예술에서 '술(術)'을 보면 '행하다'라는 뜻과 '마음'이라는 뜻이 함께 있습니다. 마음을 다해 인간다운 '예'를 행하는 거죠. 저는 화가니까 '그림밭에 씨앗을 심는다'라고 표현하는데 씨앗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려면 거름이 필요하잖아요. 그 거름이 바로 인성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조금 더 많은 사람 앞에 전시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자신의 명성과 금전적인 이득 때문은 아니다. 이미 애니메이터로서 성공을 일군 그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위로하는 일에 열심이다. 이 작가는 인터뷰 말미 "어린이의 마음이 즐겁고 차분해질 수 있도록 위로해 줘야한다"라고 거듭 당부했다.

인성이 먼저

"어린 아이에게는 칭찬이 필요합니다.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려면 동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동심의 눈으로 달나라에 물을 주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그림을 보면서 '아' 하고 감동하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카데미 때문에 미국에 있는데요. 앞으로 요청이 온다면 얼마든지 그림을 보낼 의향이 있습니다. 병원이든 고아원이든 시골이든 어디라도 좋습니다. 제 그림이 아픈 아이나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작은 위안(Comfort)이 됐으면 합니다."

<angeli@ilyosisa.co.kr>



[Water Lee는?]

▲개인전 7회, 수많은 그룹전 참여
▲만화영화 <황금연필과 외계소년> <아기공룡 둘리> 감독
▲KBS·MBC 광고 애니메이션 제작
▲FOX사에서 <Family Guy> <Ren and Simpy> 부감독
▲Paramount사에서 <My little pony> <Transformers> 등에 참여
▲교육용 잡지, 어린이 그림책, 미국 동화책 Illustration
▲일본·프랑스 등 각국 수많은 애니메이션 참여
▲현 FT ART Academy 및 Institute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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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