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서민대출 상품 베스트6

많아서 헷갈리고 몰라서 못받는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정부가 서민들의 금융 안정을 위해 다양한 서민대출 상품을 만들었지만 정작 서민들은 출시 서민대출 상품이 너무 많아 쉽게 대출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민에게는 꼭 필요하지만 가까이 하기 어려운 서민대출 상품 가운데 인기 있는 상품 6개를 선정해 봤다.

정부가 내놓은 서민대출 상품은 종류별로 ▲창업 및 생활자금 ▲저금리 전환 ▲주택 마련 등 3가지로 나뉜다. 만약 자신이 연소득 3000만원 이하거나 신용등급이 6∼10등급에 해당한다면 필요한 대출 상품에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 확인해보자.
 
햇살론 새희망홀씨
 
대표적인 서민대출 상품으로는 ‘햇살론’이 꼽힌다. 햇살론은 지난해 2조원 가까운 실적을 올리면서 약 22만 명이 이용했다. 90%대의 정부 보증비율을 바탕으로 소액대출도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에 2010년부터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햇살론은 긴급생계자금·사업운영자금·창업자금 등을 취급한다. 대출 대상자는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농림어업인 및 근로자를 대상 자격조건으로 하고 있다. 대출자격 조건을 충족해 승인이 되면 연 금리 10% 안팎의 낮은 금리로 기존 고금리의 대환대출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생계자금으로 추가대출도 할 수 있다.
 
햇살론의 취급기관은 대출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이다. 대출한도 금액은 최대 3000만원(창업자금의 경우 최대 5000만원)이고 상환기간은 최장 5년까지 가능하다.
 

대출 자격을 상담받고 싶은 희망자는 햇살론 공식접수처 세이브론 홈페이지(saveloan.net)또는 상담센터(1877-7191)를 통해서 상담받을 수 있다.
  
생계자금과 사업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새희망홀씨’도 인기가 좋다. 대출 대상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로 연소득 4000만원 이하다. 대출한도는 2000만원이다. 대출 금액은 과다채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소득수준과 당해 은행 및 타금융기관의 신용대출금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새희망홀씨의 금리는 은행별로 자체적으로 대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금리와 대출한도의 차이가 큰 편이다. 평균 금리는 8∼10% 사이다.
 
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권자, 한부모가정, 다자녀가정(1가구 3자녀이상), 다문화가정, 만 60세이상 부모부양자에 대해서는 최대 1%포인트 이내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꼼꼼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성실하게 대출금을 상환한 자에게는 취급 은행의 자체 기준에 따라 금리 감면 해택도 있어 꾸준히 납부가 가능한 대출자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대출 상품들 총정리
전세대란에 주택담보대출 인기
 

취급은행은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국민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수협중앙회,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등 16개 은행이다.
  
‘미소금융’도 올해 들어 이용률이 부쩍 늘며 인기있는 서민대출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따르면 지난 1∼3월 지점을 통한 대출액이 709억원으로 작년 동기(538억원)보다 32% 증가했다. 
미소금융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에게 창업·운영자금 등 자활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대출해주고 있다. 대출한도는 사업운영자금 2000만원, 창업자금 7000만원이며 금리는 연 4.5% 이내다.
 
대출기간은 사업운영자금은 1년 거치기관과 5년이내 상환을 원칙으로 한다. 운영자금대출의 경우 6개월 거치·5년 이내 상환이다.
 
대상자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해당하는 신청인이다. 신용등급 5∼6등급인 대출 희망자 가운데 ▲채무불이행 경험이 없으면서 최근 1∼3년간 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경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이면서 최근 1년간 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경우도 신청이 가능하다.
 
취급기관은 금융위원회와 미소금융중앙재단이다. 미소금융 대출 신청을 희망하는 금융 소비자는 미소금융 취급대상기관을 통해 소요자금 적정 등 1차 심사를 거친 후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컨설팅 및 상담을 받아 대출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높은 금리의 대출 상품을 낮은 금리 대출 상품으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역시 서민들의 관심이 높다. 바꿔드림론으로 대출 상품을 전환하면 대부업 등 연 20% 이상의 고금리에서 연 8.0∼12.0%로 금리가 낮아져 이자부담이 완화된다.
 
단, 바꿔드림론을 이용하는 경우 남은 원금만대환할 수 있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는 금융기관과 거래하고 있다면 대환시점까지 발생한 이자비용은 개별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바꿔드림론의 대출 대상자는 3개월 이상 재직중이어야 하며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경우 해당한다. 만약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4500만원 이하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신용등급은 6∼10등급까지 해당된다. 그러나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 총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소득액에 비해 채무액이 과다한 경우, 현재 연체중이거나 과거연체 기록을 보유한 사람 등은 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대출 보증금액은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하며 상환은 대출기간동안 매월 동일한 금액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대출기간은 급여소득자는 최장 5년, 자영업자는 최장 6년까지 가능하다.
 
바꿔드림론을 받기 위해 필요한 준비서류는 직장인의 경우 소득서류와 재직서류이고, 사업자는 소득서류와 사업자등록증이다. 직장인 소득서류로 인정가능한 것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소득금액증명원, 금여통장 등이 있으며, 사업자라면 소득금액증명원,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 수입금액증명, 부가세과세표준증명원, 사업소득원청 징수영수증 등이 있다.
 
취급기관은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국민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수협중앙회,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등 16개 은행과 캠코다.
 

서민 주택마련을 위한 ‘디딤돌대출’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처음 출시된 디딤돌대출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하며 관심을 반영했다. 
 
대출한도는 주택담보가치의 최대 70%까지 가능하며 대출한도는 2억원이다. 대출자격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이며 소유권 이전 등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다. 금리는 연 2.6∼3.4%이며, 다자녀가구, 장애인·다문화가구, 생애최초자 등의 금리우대가 가능해 대출 상담시 추가 금리 우대여부를 확인해 봐야한다.
 
한도 크고 저리로 갈아타기 러시
자격 까다로워 ‘빛좋은 개살구’
 
대상주택은 공부상 주택아파트로써 아직 등기부등본이 발급되지 않았을 경우 ▲분양계약서 혹은 입주자모집공고문 상 300세대 이상 ▲대출신청일 혹은 대출 승인일 및 사용승인일로부터 6개월 이내 등의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가능하다. 대출 기간은 10년, 15년, 20년, 30년 만기로 정해 매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및 원금균등분할상환을 선택할 수 있다. 취급 기관은 우리, 국민, 기업, 농협, 신한, 하나은행 및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훈풍으로 서민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도 인기다. 보금자리론의 대출한도는 5억원으로 디딤돌대출의 한도액 2억보다 3억원 높게 산정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주택담보가치의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나 임대차 금액과 주택유형에 따라 지역별 소액 임대차 보즘금이 차감돼 한도가 산정됨을 상기해야 한다. 대출금리는 연 2.85∼3.10%의 금리를 적용받으며 우대금리 추가적용이 가능하다.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자격조건을 살펴보면 보금자리론의 신청인은 신청일 현재 민법상 성년(만19세 이상)이어야 한다.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채무자와 배우자는 부부가 대출신청일 현재 무주택자이거나 1주택자 이어야 한다.
 
여기서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이거나 기존주택을 본 건 대출실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신규주택을 담보로 구입용도 대출을 받는 경우다.
 
보금자리론 대상 담보주택은 실거주용으로 사용되는 ‘주택법’ 제2조 1호의 공부상 주택이어야 하며, 아파트와 기타주택(연립, 다세대, 단독주택)으로 구분된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민대출’서민들 생각은?
 
서민들은 서민대출 상품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저소득 근로자가 가입 가능한 희망플러스통장·꿈나래통장 가입자 1005명을 대상으로 ‘서울시 저소득층 금융서비스 욕구 및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한 저소득층은 8.9%에 그쳤다.
 
특히 서민대출을 이용하지 않은 응답자 중 25.9%가 ‘상품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답했고 ‘나에게 맞는 상품이 뭔지 모른다’는 답변도 22.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이 적극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대출 상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계 한 전문가는 “신용등급과 소득이 낮다고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우선적으로 찾아 고금리 부담에 시달리지 말고 서민지원 자금대출 대상자가 되는지 확인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호>
 
<기사 속 기사> 위험한 가계부채 ...대책은?
 
한국은행은 최근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계부채의 변화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잠재 위험을 조기에 파악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를 통해 “가계부채의 동향, 질적 구조, 건전성, 거시경제적 영향 등을 정부 및 감독 당국과 수시로 논의하고 충격 등에 대비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가까운 시일 내에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리스크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가계의 금융 및 실물자산이 금융부채 대비 각각 2배, 6배 수준이고 가계부채 연체율도 지난해말 국내은행 기준 0.49%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소득 증가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비를 제약하고 금리상승 등 충격이 발생할 때 일부 취약계층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상호금융 등)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8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2014년 자금순환통계 기준 164%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2년 평균 136%를 크게 상회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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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