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법 논란 '앞과 뒤'

툭 하면 접속차단…모호한 심의 기준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국내 최대 유료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불법·유해사이트로 분류해 차단했다가 들끓는 여론에 하루 만에 차단 조치를 철회한 바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모호하고 자의적인 방심위의 규제가 낳은 결과였다. 레진코믹스 논란은 최근 방심위 재심의에서 ‘자율규제’로 매듭이 지어졌지만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온라인 웹툰사이트인 ‘레진코믹스’의 음란성 콘텐츠 규제 문제가 사업자의 ‘자율규제’쪽으로 일단락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레진코믹스가 일부 음란성 콘텐츠에 대해 판매금지 내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심의 의결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적당히 타협한 정부
 
방심위에 따르면 이날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이하 통신소위)에 출석한 레진코믹스 법률대리인은 심의 대상에 오른 레진코믹스의 음란성 콘텐츠 8건 중 3건은 자체 판매 금지를 했다. 나머지 5건은 방심위와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방심위는 향후 사무처가 레진코믹스와 협의를 통해 나머지 5건의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한 안건의 추가 심의를 위해 의결보류를 내리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같이 사업자에게 자율규제 기회를 부여하고자 위원회가 심의 의결을 보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심의 수모 이후 진행되는 재심의었기 때문에 방심위가 집요하게 음란성 문제를 추궁해 강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지만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달 24일 “레진코믹스가 성기 노출, 성행위 묘사 등 다수의 문제성 음란물을 게재했고 청소년 보호를 위한 수단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레진코믹스 일부 콘텐츠의 음란성을 문제 삼아 사이트 접속차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사이트 전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하루 만에 차단조치를 철회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정당한 절차와 명확한 기준 없는 사이트 차단은 사이버검열”이라며 “제재기준을 한정하고 당사자에 대한 진술 및 소명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후 신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 그렉 드미쉘리 클라우드 플랫폼 총괄도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기자간담회에서 방심위가 레진코믹스 사이트를 차단한 것과 관련해 “레진코믹스 사건은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당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한 것이다.
 
 
이후 방심위는 레진코믹스 콘텐츠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고 통신소위에 음란성콘텐츠 8건을 상정했다. 이어 레진코믹스 관계자로부터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사업자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레진코믹스는 지난달 17일 웹사이트에 성인만화 노출 방지 탭을 추가해 성인인증을 한 사용자만 성인만화 ‘썸네일’(콘텐츠의 첫 광고화면)을 열람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최대 유료 웹툰 사이트 불법 분류
비난여론 확산되자 하루 만에 철회
 
레진코믹스 사이트 차단 논란이 불거지자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일명 ‘레진코믹스법’을 재빠르게 발의했다. 방심위의 ‘묻지마 차단’에 따른 조치였다. 현행법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저해’한다는 모호한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방심위가 해당 사이트에 대해 접속차단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김광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방심위의 접속차단권한을 법률로 명시한 불법정보에 대해서만 발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불법정보의 내용 또한 아청법상의 아동청소년음란물,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청소년유해매체물 등으로 명확하게 규정해 자의적인 판단의 여지를 최소화했다. 또한 접속차단의 종류를 ‘모든 사람에 대한 접속차단(국가안보사항 등)’과 ‘미성년자에 한정한 접속차단(성인물 등)’으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불법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있으며 방심위는 해당 불법 정보에 대해 접속 차단이라는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방심위가 제출한 ‘불법·유해정보 유형별 심의 및 시정요구 통계’를 보면 2010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시정요구 유형은 접속차단이었다. 이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김광진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방심위의 불법정보 접속 차단 요구 제도와 관련한 주요국 사례 조사를 요청한 결과를 보면 선진 민주주의 국가 중 인터넷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불법정보를 규정하고 접속차단을 실시하는 국가는 한국뿐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주요국들은 인터넷에 대해 민간의 자율규제를 선호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과 같은 아주 예외적 사항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규제에 소극적이었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 보호 맥락에서 인터넷에 대해 원칙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방향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동·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대상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간접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은 악성음란물, 아동포르노 및 인종차별 등에 한정해 규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청소년 음란물 등에 한해 열람방지 조치, 필터링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논란은 현재 진행형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성인물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성인이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레진코믹스법은 현재 계류 중이다. 통과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법안과 별개로 만화계 작가 등 관련 단체들이 장기적인 심의에 대한 로드맵을 구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태다.
 
한편 레진코믹스는 웹툰 200여편을 매일 연재하는 국내 최대 유료 웹툰사이트로 이용자 수는 700만명에 달한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글로벌 K스타트업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2014년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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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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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