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네슬레 ‘이상한 선심’ 막후

어려운 회사 떠안고 ‘막 퍼주기’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롯데네슬레의 ‘이상한 선심’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3년간 적자를 지속한 롯데네슬레가 네슬레 본사에 30년치 로열티를 미리 지급하고 주요 사업부문을 넘긴 것.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시장에 진출해 큰 재미를 보지 못한 네슬레는 지난해 6월 롯데푸드와 지분 50% 씩 투자해 합작회사 ‘롯데네슬레코리아(롯데네슬레)’를 세웠다. 롯데의 막강한 유통망과 네슬레의 커피 관련 노하우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합쳐도 그냥 그래∼
 
하지만 현재까지 양사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네슬레의 전신인 한국네슬레의 영업손실은 2012년 155억원, 2013년 192억을 기록했지만 롯데푸드와 손을 맞잡은 6개월이 포함된 지난해 영업손실은 228억원을 기록하며 오히려 손실폭이 확대됐다. 롯데계열사의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실적개선은 이루지 못한 모양새인 것이다.
 
실제 지난해 8월 롯데네슬레는 롯데 계열사인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에서의 점유율을 회사 출범 2개월만에 각각 6.5%에서 7.7%, 3.5%에서 6.6%로 2%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며 롯데 유통망을 적극 이용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에서의 점유율은 4.6%에서 4.5%로 0.1%포인트 후퇴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데는 힘이 부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네슬레는 네슬레 본사에 30년치 로열티의 절반을 선지급하면서 의외의 결정을 했다. 롯데네슬레가 지난달 23일 2014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네슬레 본사에 향후 30년간 기술도입료의 50%에 해당하는 408억원을 선지급하고 이를 선급비용 및 장기선급금으로 계상했다고 밝힌 것이다.
 

200억대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회사가 30년치 로열티 절반에 해당하는 400억원 가량을 일시에 지불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기업이 장기간 기술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선지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외국 본사로 거액의 기술자문료가 빠져나가는 부분은 국부유출 논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사업 넘기고 30년 로열티 선지급
합작법인 출범부터 시끌…묘수? 악수?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롯데네슬레는 30년치 로열티 선지급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모습이었다. 롯데네슬레는 “회사의 경영 방침상 로열티 선지급 관련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네슬레가 로열티와 관련해 ‘찜찜’한 뒷말을 만들어낸 것은 합작법인 출범 이전에도 있었다. 한국네슬레는 2011년 당시 2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도 네슬레 본사로 110억원 규모의 로열티를 지불한 데 이어 2012년에도 155억원의 영업손실에도 11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과도한 로열티 지급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롯데네슬레의 기묘한 행보는 지난해 5월말 합작법인 출범 당시에도 있었다. 당시 한국네슬레는 탄탄한 사업부로 평가받고 있는 ‘캡슐커피사업부’를 네슬레 본사에 넘기면서 합작회사를 만든 것이다. 한국네슬레는 네슬레 본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네슬레코리아유한책임회사에 캡슐커피사업부를 123억원(부채포함)에 매각했다.
 
캡슐커피사업부는 2013년 592억원의 매출과 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롯데네슬레가 출범하기 전까지 244억원의 매출액과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기업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다.
 
 

롯데네슬레는 이와 관련 “합작회사의 목적은 커피믹스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캡슐커피사업을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네슬레의 의외의 행보에 시장에서는 롯데네슬레가 네슬레 본사를 지나치게 챙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로열티 지급부문을 살펴보면 롯데네슬레가 50%의 지분을 들고 있는 롯데푸드에게 기술자문료 명목으로 5억6000만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지난해 네슬레 본사가 챙겨간 77억원의 11분의 1수준에 불과한 수준인 셈. 한 시장 관계자는 “외국에 본사가 있거나 외국계 회사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배당이나 과도한 로열티 지급으로 이익을 챙겨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롯데네슬레의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경우 네슬레 본사 챙기기 의혹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 유효하지만…
 
합작법인 롯데네슬레 자체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실제 ‘롯데네슬레’ 출범 이전 5.7%에 불과했던 네스카페 수프리모 크레마의 스틱 원두커피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지난 1월 8.7% 기록, 루카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커피믹스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네슬레코리아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시장은 고객 충성도가 높다”며 “전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서 식품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갑질 이후' 남양유업 실적 보니…
 
갑질 논란 이후 진통을 겪은 남양유업의 시련의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시련은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 파문이 터진 2013년 5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부터 시작했다. 2013년 3분기에는 영업이익은 -15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이 같은 영업이익 적자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까지 이어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적자가 지속됐다. 2013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30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당기순이익이 계속해서 적자를 보이다 지난해 3분기 들어 3억원, 4분기에는 13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유형자산 처분이익 221억원이 포함돼 있어 영업활동의 회복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남양유업은 실적 회복을 위해 커피믹스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커피믹스사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출산에 따른 분유소비 감소는 재고량 증가로 이어져 실적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재고자산은 2013년 1508억원에서 지난해 1858억원으로 19%나 늘어나며 실적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호>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