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네슬레 ‘이상한 선심’ 막후

어려운 회사 떠안고 ‘막 퍼주기’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롯데네슬레의 ‘이상한 선심’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3년간 적자를 지속한 롯데네슬레가 네슬레 본사에 30년치 로열티를 미리 지급하고 주요 사업부문을 넘긴 것.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시장에 진출해 큰 재미를 보지 못한 네슬레는 지난해 6월 롯데푸드와 지분 50% 씩 투자해 합작회사 ‘롯데네슬레코리아(롯데네슬레)’를 세웠다. 롯데의 막강한 유통망과 네슬레의 커피 관련 노하우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합쳐도 그냥 그래∼
 
하지만 현재까지 양사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네슬레의 전신인 한국네슬레의 영업손실은 2012년 155억원, 2013년 192억을 기록했지만 롯데푸드와 손을 맞잡은 6개월이 포함된 지난해 영업손실은 228억원을 기록하며 오히려 손실폭이 확대됐다. 롯데계열사의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실적개선은 이루지 못한 모양새인 것이다.
 
실제 지난해 8월 롯데네슬레는 롯데 계열사인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에서의 점유율을 회사 출범 2개월만에 각각 6.5%에서 7.7%, 3.5%에서 6.6%로 2%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며 롯데 유통망을 적극 이용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에서의 점유율은 4.6%에서 4.5%로 0.1%포인트 후퇴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데는 힘이 부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네슬레는 네슬레 본사에 30년치 로열티의 절반을 선지급하면서 의외의 결정을 했다. 롯데네슬레가 지난달 23일 2014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네슬레 본사에 향후 30년간 기술도입료의 50%에 해당하는 408억원을 선지급하고 이를 선급비용 및 장기선급금으로 계상했다고 밝힌 것이다.
 

200억대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회사가 30년치 로열티 절반에 해당하는 400억원 가량을 일시에 지불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기업이 장기간 기술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선지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외국 본사로 거액의 기술자문료가 빠져나가는 부분은 국부유출 논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사업 넘기고 30년 로열티 선지급
합작법인 출범부터 시끌…묘수? 악수?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롯데네슬레는 30년치 로열티 선지급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모습이었다. 롯데네슬레는 “회사의 경영 방침상 로열티 선지급 관련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네슬레가 로열티와 관련해 ‘찜찜’한 뒷말을 만들어낸 것은 합작법인 출범 이전에도 있었다. 한국네슬레는 2011년 당시 2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도 네슬레 본사로 110억원 규모의 로열티를 지불한 데 이어 2012년에도 155억원의 영업손실에도 11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과도한 로열티 지급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롯데네슬레의 기묘한 행보는 지난해 5월말 합작법인 출범 당시에도 있었다. 당시 한국네슬레는 탄탄한 사업부로 평가받고 있는 ‘캡슐커피사업부’를 네슬레 본사에 넘기면서 합작회사를 만든 것이다. 한국네슬레는 네슬레 본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네슬레코리아유한책임회사에 캡슐커피사업부를 123억원(부채포함)에 매각했다.
 
캡슐커피사업부는 2013년 592억원의 매출과 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롯데네슬레가 출범하기 전까지 244억원의 매출액과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기업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다.
 
 

롯데네슬레는 이와 관련 “합작회사의 목적은 커피믹스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캡슐커피사업을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네슬레의 의외의 행보에 시장에서는 롯데네슬레가 네슬레 본사를 지나치게 챙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로열티 지급부문을 살펴보면 롯데네슬레가 50%의 지분을 들고 있는 롯데푸드에게 기술자문료 명목으로 5억6000만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지난해 네슬레 본사가 챙겨간 77억원의 11분의 1수준에 불과한 수준인 셈. 한 시장 관계자는 “외국에 본사가 있거나 외국계 회사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배당이나 과도한 로열티 지급으로 이익을 챙겨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롯데네슬레의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경우 네슬레 본사 챙기기 의혹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 유효하지만…
 
합작법인 롯데네슬레 자체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실제 ‘롯데네슬레’ 출범 이전 5.7%에 불과했던 네스카페 수프리모 크레마의 스틱 원두커피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지난 1월 8.7% 기록, 루카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커피믹스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네슬레코리아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시장은 고객 충성도가 높다”며 “전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서 식품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갑질 이후' 남양유업 실적 보니…
 
갑질 논란 이후 진통을 겪은 남양유업의 시련의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시련은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 파문이 터진 2013년 5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부터 시작했다. 2013년 3분기에는 영업이익은 -15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이 같은 영업이익 적자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까지 이어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적자가 지속됐다. 2013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30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당기순이익이 계속해서 적자를 보이다 지난해 3분기 들어 3억원, 4분기에는 13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유형자산 처분이익 221억원이 포함돼 있어 영업활동의 회복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남양유업은 실적 회복을 위해 커피믹스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커피믹스사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출산에 따른 분유소비 감소는 재고량 증가로 이어져 실적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재고자산은 2013년 1508억원에서 지난해 1858억원으로 19%나 늘어나며 실적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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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