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름 딴 법안들 '심층진단'

툭하면 나오는 ‘국민정서법’ 실효성은…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행위를 법에 빗대어 ‘국민정서법’이라 부른다. 최근 들어서는 여론이 법에 특정인의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짙어졌는데, 대표적으로 ‘김영란법’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이름을 딴 법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법안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여론에 편승한 설익은 법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특정인의 이름을 딴 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법에 이름이 붙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법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람의 이름, 법을 적용해야 하는 사람의 이름, 사건 피해자의 이름 등이다. 주로 정부·정치권·언론이 법안에 이름을 붙인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법안들
 
특정인의 이름을 딴 법안 중 입법에 성공한 법안은 6개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 ‘전두환법’(공무원 뇌물 범죄에 대한 추징 강화), ‘오세훈법’(기업의 정치후원금 기탁 금지 등), ‘유병언법’(상속·증여된 범죄자 재산 몰수), ‘조두순법’(성폭력 범죄 심신 장애 감경 조항 엄격 적용), ‘최진실법’(친권의 자동 부활 금지) 등이다.
 
논의되다 폐기된 법안은 3개다. ‘정봉주법’(허위사실 공표죄의 성립 요건 강화), ‘나경원법’(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강화), ‘김장훈법’(고액 기부자의 노후 생계가 어려워지면 생활보조금 지원) 등이다.
 
국회 안팎에서 논의 중인 법안은 5개다. ‘김부선법’(아파트 관리비 투명 공개 제도화), ‘신해철법’(의료분쟁 시 강제로 조정 절차 개시), ‘김우중법’(범죄 수익 추징, 민간으로 범위 확대), ‘이학수법’(재벌가 관행적 세습과 불법수익 차단), ‘장그래법’(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등이다.
 
 
이 같은 법안들이 고개를 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입법에 성공한 법안부터 알아본다. 최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정치인과 연예인, 드라마 주인공까지…
유명인 이름 따고 반짝 홍보효과 노려
 
김영란법에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있었으나 여야가 막판까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의결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 법안은 1년6개월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을 추징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두환추징법은 2013년 공무원의 불법취득 재산에 대한 몰수·추징 시효를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제3자로까지 추징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발의된 법안이다. 추징금 집행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검사가 관계인의 출석 요구 및 진술 청취,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에 대한 서류 등 제출요구, 특정금융거래정보와 과세정보, 금융거래정보 제공 요청, 기타 사실조회나 필요한 사항에 대한 보고 요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해 쉽지만…
설익은 경우 태반
 
오세훈법은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을 의미한다. 기업 등 법인의 정치후원금 금지와 지구당 폐지 등을 골자로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차단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문화를 만든다는 취지에 마련된 법안이다. 당시 정치관계법 개정은 ‘차떼기’로 상징되는 정경유착 등 후진적 정치문화를 개혁하라는 여론이 높았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개혁적인 입법이 이뤄진 것이다. 기업활동과 소비시장 위축 및 과잉입법 우려도 있었지만 돈 안 드는 선거를 정착시켜 우리 정치를 깨끗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2014년 발의된 유병언법은 사망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재산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상속·증여돼 추징할 수 없게 된 허점을 보완해 제3자에게도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해 재산이 자식 등에게 상속·증여된 경우라 할지라도 몰수 대상에 포함되도록 했다.
 
 
몰수·추징 판결 집행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과세 정보, 금융거래정보 등의 제공 요청, 압수, 수색, 검증영장의 도입 등 재산추적수단도 강화했다. 하지만 제3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실효성 논란에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조두순법은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감형을 받는 사례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심신미약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공소시효를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법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경우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다.
 
심신장애자보다 정도가 약한 심신미약자는 형이 감경돼 왔다. 법관이 전문가 감정 없이 피고인에 대해 이 규정을 적용, 형량을 깎아주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8년 12월 등교 중이던 8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이 전문가 감정 절차 없이 심신미약이 인정돼 형을 감경 받은 것이 조두순법이 나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최진실법은 부모가 이혼한 후 친권자였던 한쪽 부모가 사망한 경우 친권이 나머지 한쪽 부모에게 자동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거정법원의 심사를 거쳐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자를 결정한다는 제도다. 기존 친권자동부활제가 폐지된 것이다. 2008년 배우 최진실씨가 사망한 후 친권이 아버지 조성민씨에게 넘어가자 그동안 남매를 키워온 외할머니에게도 친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최진실법이다. 2013년 7월1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정봉주법은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법안이다.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개정안으로 허위경력 등 공표죄와 허위 사실 공표죄의 구성요건에 허위임을 알고도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된 것이 핵심이다.
 
허위경력 등 공표 행위와 허위 사실 공표 행위가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그 행위가 공공성 또는 사회성이 있는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것으로써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 판결로 징역형을 받았다. 당시 야당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요건을 강화하는 정봉주법을 내놓았다.

이슈마다
졸속입법
 
나경원법도 정봉주법과 마찬가지로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죄와 관련해 논의된 법안이다. 나경원법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 방송, 신문, 통신(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모바일메신저 포함) 등의 방법으로 후보자 및 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배포를 목적으로 선전문서를 소지한 자에 대하여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봉주법과 나경원법은 상반된 내용으로 맞부딪히며 정치권의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지만 두 법안은 논의 중 폐기됐다.
 
김장훈법은 110억원이 넘는 기부를 하고도 정작 본인은 전세 아파트에 사는 가수 김장훈씨의 사례처럼 기부를 많이 한 사람이 노후 생계가 어려워졌을 때 생활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기부연금제도가 논의됐으나 18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별 진전이 없었고 결국 논의 중 폐지됐다.
 
각종 논란에 부딪혀 진전없이 증발하기도
인격권 침해 등 문제의 소지 적지 않아…
 
 
현재 국회 안팎에서 다섯 개의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부선법은 배우 김부선씨의 아파트 난방비 의혹 폭로를 계기로 계량기를 조작하면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계량기를 위·변조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현행법에는 공동주택 난방장치의 관리와 요금 부과의 근거가 되는 난방계량장치에 관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신해철법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으로 의료 분쟁 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고인의 사망 이후 이 법안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돼 왔으나 의료계가 강제조정법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현재 법 제정에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김우중법은 고액 추징금 미납자가 타인명의로 숨긴 재산에 대해 몰수나 추징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이다. 김우중법은 앞서 설명한 전두환법의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을 일반 범죄로 확대한 것이다. 김우중법이 통과되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같은 기업인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도피,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 범죄단체 수익 등 중대범죄는 검사가 차명재산임을 확인한 경우 추징할 수 있다.
 
이학수법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을 토대로 기업의 불법 이익을 국가로 환수하는 것이 골자다. 대법원은 2009년 4월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사장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학수법을 두고 재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위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장그래법은 35세 이상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장그래는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드라마 <미생>의 비정규직 주인공의 이름이다. 미생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방송에서 장그래법에 대해 “만화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법안”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노동자를 위한 법안이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법안이라는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만 24세 이하의 주류광고를 금지하는 일명 ‘김연아법’이 등장했다. 영국·중국·일본 등 해외에서도 화제다. 지난달 27일 영국 국영방송 BBC와 28일 중국 관영 <중국국제방송> 및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자체기사는 “한국 국회가 만 24세 이하 젊은이의 주류 광고 출연을 금지하는 법안 제정에 나섰다”면서 “국민적 피겨스타 김연아가 3년 전 22세의 나이로 맥주 광고에 나온 것이 도화선이 됐다. 한국 국회는 당시 김연아의 광고가 청소년의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4일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만 24세 이하는 어떠한 주류 광고에도 출연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있다. 그런데 여론의 반발이 만만찮다.

누더기 입법
입법취지 왜곡·변질
 
이름 딴 법안들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인격권 침해 논란도 있었다. 2008년 법무부는 ‘혜진예슬법’(13세 미만 아동 성폭행 및 살인 시 사형·무기징역에 처하는 법 개정안)을 내놨다. 당시 법무부는 “살해된 두 아동을 애도하며 사회적 경각심과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 어머니가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부모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헤아려 달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쳐 개정안은 혜진예슬법이라 불리지 않았다. 성범죄 가해자의 음주 감경 조항 적용을 엄격히 하는 ‘나영이법’도 같은 이유로 종적을 감췄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묻지마 법안 발의 실태
10건 중 7건 계류 중
 
19대 국회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태에서 법률안 발의 건수가 18대 국회 법률안 전체 발의 건수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일까지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은 1만3902건이다. 18대 국회 4년간 발의한 법률안은 1만3913건으로 불과 11건 적은 숫자다. 19대 국회에서 매일 20건이 넘는 법률안이 발의된 셈이다.
 
15대 국회 때는 1951건이었다. 16대 국회 들어 2507건으로 늘었고 17대 국회에서는 7489건으로 더욱 늘었다. 그러다가 18대 국회 들어서는 1만건을 넘었다. 19대 들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1만2285건이다. 발의된 법률안 중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률안은 9319건으로, 미처리율은 67.0%다. 의원 입법은 현재 8939건이 처리되지 않아 미처리율은 72.8%를 기록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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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