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4대악 척결 현주소

국민안전 우선?…흐지부지 대선공약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12년 TV토론에서 '4대악'을 언급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최우선 척결 대상으로 4대악을 꼽았다. 4대악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일컬었다. 박근혜정부의 주요 공약인 '4대악 근절'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이었다. 정부 출범으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관련 통계들은 달라진 게 없음을 말하고 있다.

'4대악 근절' 또는 '4대악 척결'로 불리는 박근혜정부의 대표 브랜드가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정권 초기 전담팀을 구성해 의욕을 보이던 경찰은 자체 홍보에 더 열심이다. 애초부터 '진정성 없는 공약' '구색 맞추기식 공약'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진정성 없는
4대악 척결

박근혜정부는 2013년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라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던 유정복 현 인천시장은 "이름을 바꾸는 데 1억원 내외가 든다"라고 말했다. 조직 이름을 바꾸면 사무실 명패와 직원 명함을 바꾸는 등의 일에 돈이 쓰인다. 유 장관은 '예산낭비'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대통령의 강한 정책의지를 담아 표현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라고 답했다.

초기 안전행정부는 행정사무는 물론 재난·안전 관련 업무를 통합·관리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뜻하지 않은 이유로 간판을 내렸다.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재난·안전 관련 업무를 떼어내면서 국민안전처와 분리했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다시 행정자치부로 이름을 바꿨다. 2013년 사례를 참조하면 이 과정에 다시 1억여원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전행정부는 박근혜정부의 4대악 근절을 앞장서 추진하던 부처다. 2013년 6월에는 '국민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4대악을 중점으로 한 21개 분야 안전관리 대책이 마련됐고, 이 가운데 4대악에 대해서는 '국민안전 체감지수'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안전행정부가 해체되면서 관련 조사는 국민안전처의 소관으로 바뀌었다. 4대악 근절을 일선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찰이 행정자치부 소속임을 고려하면 지휘체계가 이원화돼 있는 셈이다. 더구나 안전행정부 시절 이뤄졌던 여론조사 결과와 국민안전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큰 차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국민 10명 중
2명은 불안하다

안전행정부가 2013년 8월 전국 성인 및 중·고생 2100명을 대상으로 안전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사회 전반에 대해 안전하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당시 안전행정부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 학계·법조인 등 전문가 100명, 중·고생 1000명을 표본으로 뽑아 조사(신뢰수준 95%, 표준오차 ±3.1%P)를 진행했다.

2014년 12월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동일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가운데 2명만이 한국사회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국민안전처 역시 ㈜글로벌리서치에 조사(신뢰수준 95%, 표준오차 ±2.83%P)를 의뢰했으며, 표본 변화는 성인 남녀 수를 1200명으로 늘린 것밖에 없었다.

두 '국민안전 체감지수'를 세부적으로 살피면 2014년(하반기 기준)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밝힌 응답자는 21.0%였다. 2013년 같은 문항에서는 24.2%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반대로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4년(하반기) 기준 42.6%로 집계됐다. 2013년 조사에서는 30.4%만이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이번 정부가 추진한 4대악 근절 대책이 효과가 있다'는 응답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분야에서 46.8~49.4%로 조사돼 절반 넘는 국민이 그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안행부→국민안전처 이름만 바꿔
'안전하지 않다' 응답 1년새 12.2%P 증가

2013년 조사에서 4대악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분야로 꼽힌 범죄는 성폭력이었다. 당시 성인 54.3%, 전문가 41%, 중·고생 52.7%가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평균적으로 보면 49.3%가 '불안하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2014년 조사에서 성폭력에 대한 불안도는 43.6%로 낮아졌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정부의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성폭력의 전체 발생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2년 2만2933건을 기록했던 성범죄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 2만8786건으로 늘었다. 2014년에도 9월 기준 2만2211건을 기록해 3개월을 남긴 상황에서 2012년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인지수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2년 3715건이었던 인지수사는 2013년 8118건으로 뛰었다. 또 다음해에도 9월 기준 3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7419건의 인지수사를 벌여 전년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실적경쟁이 데이터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허수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 관계자는 "인지수사가 많다는 것은 결국 인터넷 음란물 수사나 성매매 업소 수사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성범죄'하면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경찰이 통계로 뽑는 성범죄에는 간통과, 성매매(또는 알선·중개), 음란물 제조·유포, 통신매체 음란물 이용, 공연음란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안전'과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국민안전 종합대책'에서 '국민안전'을 이루기 위한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가해자를 검거하지 못한 비율을 뜻하는 미검률과 재범률을 각각 2017년까지 6.1%와 9.1%로 낮추겠다고 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관련 목표를 이미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고민거리인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는 교육당국과 현장이 느끼는 인식의 차이가 컸다. 2013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65.1%(성인 68.6%, 전문가 70%, 중·고생 56.7%)는 '학교폭력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고, 2014년 조사에서는 54.4%가 같은 답변을 내놨다. 외견상으로는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처럼 해석됐다.

그런데 문제는 '폭력서클 집중 단속 및 선도 프로그램 운영'을 해법으로 내놓은 정부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학교폭력이 줄어들었다"라는 그릇된 실태조사 발표로 학부모들을 속였다.

안전과 무관한
무한 실적경쟁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교폭력이 감소 추세"라고 주장했다. 실태조사는 온라인으로만 이뤄졌는데 2012년 8.5%와 비교해 2014년엔 1.4%(1차), 1.2%(2차)로 꾸준히 낮아졌다는 발표였다. '국민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학교폭력 근절 목표는 2017년까지 피해경험율을 5.7%로 낮추는 것이었다. 교육부 발표대로라면 학교는 이미 안전한 상태여야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폭력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전국 모든 학교(초·중·고 및 특수·각종 학교)의 폭력 심의건수는 1만662건으로 2013년 상반기에 비해 9.8%(9317건)가량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체 학생수 차이를 반영한 1000명당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2013년(상반기) 1.49건에서 2014년(상반기) 1.69건으로 13.2%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이 받은 자료는 각 학교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심의를 내린 건수를 종합한 공식통계다.

학교폭력은 늘었지만 검거된 소년범 건수는 2015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경찰청은 "지난해 학교폭력 가해자로 검거된 인원은 1만3268명으로 전년 대비 23.7%(4117명) 감소했다"라고 브리핑했다. 그러면서 "범정부 차원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이후 학교폭력이 감소했다"라고 자찬했다.

정부대책 효과 물음표 국민 50% 부정적
경찰청 홍보비 5억 신설…실효성 의문

흥미로운 점은 폭력과 금품갈취, 기타 강력범죄 등 거의 모든 범죄비율이 2013년과 비교해 18.8~32.9% 줄었지만 유독 성범죄만 전년 대비 21.4%(228명)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성범죄 실적을 올리려는 경찰과 학교폭력 건수를 줄이려는 교육부의 '담합'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발표로 의심됐다. 2013년 설문조사에서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에 대해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중·고생은 21%에 그쳤다. 같은 항목에 55%를 응답한 전문가와는 차이를 보였다.

4대악 가운데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가정폭력과 불량식품은 어떨까. 정부는 가정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알콜·도박 등 4대 중독 특별 관리' '가정폭력 피해자 안전 확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또 2017년까지 재범률을 25.7%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불량식품의 경우는 '불량식품 사전예방 안전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안전체감지수 목표를 2017년까지 90%로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일요시사>는 2013년 7월29일자 인터넷판 기사인 '어이없는 불량식품 단속 백태'란 기사에서 경찰의 단속 움직임을 전한 바 있다. 기사에는 식약처가 할 일을 떠맡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4년 설문조사에서 가정폭력에 대해 '불안하다'고 밝힌 응답자는 16.2%로 나타났다. 불량식품의 경우는 26.2%가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성범죄와 학교폭력의 사례로 미뤄보면 자체 '목표 달성'을 홍보코자 가정폭력 재범률은 줄어들 것이고, 불량식품을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줄어든 결과로 발표될 것이다.

실제 경찰은 지난해 가정폭력 재범률이 10%대로 자체 목표치(11%)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 부작용으로 신고건수에 비해 입건수가 줄거나 긴급 임시조치가 줄어드는 등의 조짐이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국민일보>에 따르면 112로 접수되는 가정폭력 신고(서울경찰청 기준)는 하루 평균 80건이지만 가해자를 형사입건한 경우는 9.6건(12%)에 머물렀다.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으로 <국민일보>는 분석했다. 또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건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5179건, 5394건으로 소폭 오름세였지만 긴급 임시조치 건수는 268건에서 243건으로 줄었다.

관련 통계에는 암수가 있다. 지난 2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경험자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3%에 그쳤다. 전체 응답에서 '부부간 폭력 유경험자'가 절반에 이른 것을 생각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따라서 경찰이 정부 목표를 달성하려면 거꾸로 폭력사범 검거를 줄여야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전국 경찰청
홍보예산 집행

불량식품 근절도 사정은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한 '2013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은 1년 내 식품과 관련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 식품에서도 5년 동안 벌레와 금속 등 이물질 250여건이 검출되면서 불량식품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 불량식품업자는 가정폭력만큼이나 재범률이 높았음에도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정부다. 식품위생법 사범의 재범률은 1995년 25.3%였고, 2010년에도 24.2%로 큰 변동이 없었다.

4대악 가운데 불량식품 분야는 국민안전처가 아닌 식약처가 설문조사를 맡고 있다. 2014년 상반기 18.2%가 안전하다고 답했으나 하반기엔 25.2%가 같은 답을 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도 2.4%P 낮아졌다. 통계상으로는 4대악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일요시사>는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청이 집행한 '4대악 관련 홍보비 집행 내역'을 입수했다. 2013년에는 홍보비 편성이 없었지만 2014년 들어 4억9100만원이 신규 책정됐다. 경찰청은 관련 홍보비를 전액 집행했다.

17개 지방청에 차등 배정된 돈은 4억1800만원이었다. 경찰청이 직접 쓴 돈은 7300만원이었다. 홍보비는 리플릿·안내물·플랜카드 제작 및 배부 등에 사용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4대악'을 검색하면 수천 건의 기사가 쏟아진다. 각 경찰서는 4대악 간담회를 연 것을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홍보비 집행 과정에서 언론에 직접 쓰인 돈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찰의 4대악 근절 홍보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국민을 향한 것일까. 아니면 정부를 위한 것일까.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것 없는 모습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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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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