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어린 딸들’ 기막힌 주테크

절묘하게 저점매수 고점매도 ‘혹시…’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서영필 에이블씨엔씨(브랜드 미샤) 회장의 두 딸이 ‘저점매수 고점매도’로 9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증여와 배당만으로 11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둬들인 것이다. 어린 딸들이 어떻게….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영필 에이블씨엔씨(브랜드 미샤) 회장은 보통주 409만2005주(29.22%)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그 다음은 이광열 에이블씨엔씨 부사장으로 9만2775주(0.66%)를 소유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직접?
 
현재 서 회장의 두 딸 진경(22세·1994년생)씨와 진하(18세·1998년생)씨는 소유하고 있는 주식이 없다. 지난해 3분기 말 3만812주를 장내매도 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의 두 딸은 공시된 변경일인 지난해 9월29일 종가 기준 각각 9억1800여만원의 현금을 챙겼다. 그런데 매매 시점에 눈길이 간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에이블씨엔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주당 0.1주(10%) 주식배당을 실시했다. 그동안 두 딸이 배당으로 받은 주식은 9109주로 매각일 종가로 2억7144만원 규모다. 2008년, 2013년 장내매수를 제외하면 모두 주식배당으로 확보한 것이다.
 
서 회장의 두 딸은 2008년 11월 3분기 실적공시 전후로 8180주씩 장내매수를 통해 주식을 소유했다. 당시 진경씨는 15살 중학생이었고 진하씨는 11살 초등학생이었다. 단순히 나이만 봐도 서 회장이 딸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진경씨와 진하씨의 주식수는 같았지만 이들의 주식을 사들이는데 들어간 돈은 1600여만원, 1800여만원으로 실적 공시 전후로 매수 시기가 갈린다.
 
 

당시 미샤는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특히 2008년 6월과 10월 임대차 낙찰로 서울지하철 1∼8호선 78개 역사에서 5년간 화장품 전문매장을 운영하게 돼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00%이상 급증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3년 에이블씨엔씨는 업계 경쟁으로 인해 매출성장 둔화를 겪었다. 여기에 광고·판촉비가 증가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5%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70%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게 됐다.
 
서영필 회장 두 딸 회사 주식매매로 한몫씩
수익률 110%…18세·22세 각각 9억씩 챙겨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2013년 3월 8만원대 중반을 달리던 주가는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에 3분의 1토막이 났다. 하지만 이 위기는 서 회장의 딸들이 주식을 매수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연저점 수준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매입자금 4억300여만원은 모두 증여로 마련됐다.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지난해 초까지 2만8000원대에 머물다가 반년 만에 연저점(6월12일, 1만8900원)까지 35%급락했다. 서 회장의 딸들의 지분을 매각한 9월 말에는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공시된 변경일 29일만 놓고 보면 종가 2만9800원에 장중 2만9300∼3만700원을 오갔으니 11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배당을 제외하고 주식 확보에 들였던 자금은 총 4억2000여만원이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8년 간 갖고 있던 주식에 시세차익이 나는 건 당연하다”며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미샤 직영점은 2011년 500여개에서 지난해 800여개로 늘었다. 당시 급격히 늘어난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권리금, 임대료, 임대보증금, 직원 월급 등의 비용이 커지자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에이블씨엔씨는 수익이 낮은 점포 40∼50개를 정리하고 광고비를 줄여 150억원을 절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에이블씨엔씨의 목표는 해외 시장 개척이다. 현재는 국내시장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앞으로 해외시장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미샤는 지난해 매출이 4384억원에 그쳐 4567억원의 매출을 올린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샵 ‘이니스프리’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에이블씨엔씨는 매출감소와 판관비 증가에 영업이익 67억4800만원으로 전년대비 48.8%나 줄어 반토막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총 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누구 돈으로 샀나
 
한편 서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샤 브랜드의 부진을 반성하는 글을 지난 3월29일 올린 바 있다. 당시 서 회장은 “처음의 꿈이 매출이니 수익이니 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으니 미샤는 그저 그런 브랜드숍의 하나라 해도 할 말이 없다”며 “다행이라면 이 사실을 자각했다는 것인데 자각만으로 뭐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함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니 꼬라지를 알라’는 말은 상품시장에서도 진리”라며 “브랜드가 소비자 인식 속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가를 이해하고 이것을 깨겠다고 꿈꾸지 말아야 제 길을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적개선을 위해 초심경영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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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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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