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사’ 장진호 차명재산 추적

공중에 뜬 4000억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소주하면 ‘두꺼비’가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진로그룹은 국내 주류시장을 휘어잡으며 재계 1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진로그룹을 이끌었던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이 최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랜 도피생활에 따른 스트레스와 상실감 등으로 사망했다는 추론이 나오고 있지만 뭔가 미심쩍다.

 
한때 재계순위 19위에 올랐던 진로그룹의 장진호 전 회장이 향년 63세로 중국 베이징에서 사망했다. 지난 6일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3일 베이징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숨을 거뒀다. 한국대사관 측은 그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장 전 회장의 시신은 유족들의 희망에 따라 지난 5일 베이징에서 화장됐다.

외형 넓히다 
IMF 때 몰락
 
장 전 회장은 숨지기 하루 전 지인에게 ‘괴롭다’는 표현을 쓰면서 도피생활의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회장은 과거 수천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와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2005년 캄보디아와 중국으로 출국한 뒤 도피생활을 이어왔다.
 
장 전 회장의 사망소식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장학엽 진로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장 전 회장은 현재 주류업계에서 각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주 ‘참이슬’과 맥주 ‘카스’를 국내 대표 브랜드로 키워내며 주류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키웠다.
 

국내 소주 시장은 1960년대까지 진로와 삼학이 양분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70년대 초 세금포탈 사건으로 삼학이 몰락한 뒤부터는 진로의 독주가 이어졌다. 진로소주의 인기는 대단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소주 3병을 사는 사람에게만 진로소주 1병을 팔기도 했다. 급기야 77년엔 진로소주 빈 병에 다른 소주와 물을 섞은 가짜 진로소주를 유통시키던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진로그룹의 모태는 1924년 고 장학엽 회장이 평남 용강에서 설립한 ‘진천양조상회’다. 진천양조상회의 상징은 ‘원숭이’였다. 원숭이 좌우로는 쌀이 있었다. 이후 창업주는 51년 사사명을 ‘부산동화양조’로 변경한 뒤 소주 ‘금련’을 생산했다. 52년에는 부산 ‘구포양조’를 설립했다. 54년에는 서울에서 ‘서광주조’를 설립하고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축했다. 이때 원숭이가 ‘두꺼비’로 바뀌었다. 진로라는 이름은 66년에 탄생했다. 서광주조는 66년 진로주조로 상호를 변경, 75년부터 진로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다.
 
진로그룹은 거침없이 성장했다. 한때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재계 순위 20위권에 오르며 업계를 긴장케 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세 확장이 장 전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진로그룹의 화려한 행보는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꺾였다.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진로그룹은 97년 7월 프로농구단 ‘진로매카스’를 SK텔레콤에 매각했다. 99년에는 자회사 진로쿠어스맥주도 오비맥주에 매각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썼지만 악화된 경영 상태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진로그룹은 참이슬, 석수, 퓨리스는 하이트로 넘겼고 발렌타인 위스키도 페르노리카에 팔았다.
 
두꺼비 소주 히트치고 10여년 도피생활
한때 재계 19위 ‘주류킹’ 중국서 사망
 
결국 진로그룹은 2003년 법정관리와 계열사 분할 매각 등을 통해 한국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를 통보받았다. 그리고 2005년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을 통해 공중분해됐다. 2004년 4월에는 법원의 정리계획안 인가에 따라 장 전 회장의 진로 지분 전량이 소각됐다. 이 과정에서 장 전 회장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와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아 징역 2년6월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장 전 회장은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회사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전달했다가 1996년 8월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장 전 회장은 2005년부터 기약 없는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장 전 회장은 캄보디아와 중국을 떠돌며 현지에서 ABA은행(아시아선진은행)과 부동산 개발회사, 스몰카지노 사업을 통해 틈틈이 기회를 노렸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ABA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불거졌고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회장은 거액의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 한국에는 돌아가지 못하고 중국에 머물렀다.
 
2013년 장 전 회장은 2000년대 초 회사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차명으로 사들인 진로의 부실채권 4000억원어치를 몰래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로 전직 진로그룹 재무 담당 이사인 오모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진로그룹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던 2002년 오씨를 통해 진로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고 고소장을 통해 밝혔다.

회사 망치고 
화려한 생활
 
당시 장 전 회장은 “고려양주 주식을 담보로 조달한 자금 150억원 등 총 897억원을 들여 진로 부실채권을 사들였다”며 “총 5800억원어치를 액면가의 10∼20%대 가격에 사들인 뒤 오씨에게 채권 관리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H사, C사, K사 등 차명회사가 동원됐다는 게 장 전 회장의 주장이다. 자신이 2003년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의 수사로 구속되자 오씨는 이 중 4000억원어치의 채권을 빼돌렸다는 것이었다.
 
고소사건의 시작은 장 전 회장이 취임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 타계 후 88년 진로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장 전 회장은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렸다. 취임 첫해 진로유통센터 개장을 시작으로 89년 종합광고업 진출(새그린), 연합전선인수, 조선신약 인수, 건설업 진출(진로건설), 91년 통조림 제조업체 펭귄인수(진로종합식품), 92년 진로쿠어스맥주 설립, 94년 진로 베스토아 설립과 위스키 사업 진출 등 계열사를 대폭 늘렸다. 이렇게 사업 보폭을 넓히다 보니 계열사들에게 출자금, 대여금 및 지급보증으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들 계열사는 지원에 비해 경영성과가 부진했다. 2조원이 넘는 자금 중 회수되는 금액은 일부였다. 결국 97년 외환위기를 정통으로 맞으면서 부도 위기를 맞았지만 정부가 그해 부도유예협약을 적용시켜 ‘진로 살리기’에 나섰다. 이때 금융권으로부터 800여억원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진로그룹은 조흥은행 서초동지점에 돌아온 어음 213억원과 상업은행 서초동지점에 제시된 당좌수표 83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됐다. 이후 일부 계열사는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고, 일부는 채권단에 의해 화의 인가(파산을 예방할 목적으로 채무 정리에 관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맺는 강제 계약) 결정을 받았다.
 
채무원금 상환을 5년 동안 유예 받는 게 진로의 화의조건이었다. 진로종합유통 등 7개 계열사는 자본잠식 상태가 심각해 제3자에 매각했다. 진로건설 등 7곳은 파산선고 혹은 폐업됐다. 1999년 진로쿠어스맥주는 OB맥주에 넘어갔고, 진로 발렌타인은 해외기업에 인수됐다. 당시 고소장대로라면 그룹 주력사인 진로를 뺏길 수 없다고 생각한 장 전 회장은 화의 중이던 진로의 부실채권들을 사모아 최대 채권자가 됐다. ‘재집권’ 시나리오로 풀이되기에 충분했다.
 
2년전 전직 재무담당 임원 고소
차명채권 4000억원 빼돌린 혐의
재판 결과는?…흐지부지 마무리 
 
58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입에 성공한 장 전 회장의 재집권 시나리오가 구체화되는 듯 했지만 2003년 9월 장 전 회장이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의 수사로 구속되면서 차질을 빚었다. 5496억원을 사기 대출받고 비자금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5개월여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5년6월의 싱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풀려났다. 그리고 4개월 뒤 가족과 함께 캄보디아로 떠났다.
 

당시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진로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인 2002년부터 이미 캄보디아행을 계획했다. ‘찬삼락’(Chan Samrach)이라는 현지 이름도 취득한 상태였다. 장 전 회장은 캄보디아에서 찬삼락으로 살면서 ABA은행을 운영했다. 현지에서는 ‘진로은행’으로 통했다. 1996년 진로그룹에 의해 설립된 은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3년 진로그룹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채권단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장 전 회장은 은행과 함께 부동산 개발회사, 경견장, 스몰카지노, 단란주점까지 손을 댔다. 금융 브로커로 알려진 김재록씨와 소주회사를 설립하는 ‘55 프로젝트’도 진행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장 전 회장이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훈센 총리의 장녀 ‘훈마나’(Hun Mana)의 비호 덕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훈마나는 캄보디아에서 ‘로비 대상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훈마나는 캄보디아에서 정치권력, 언론 등을 장악하고 있었다. 장 전 회장과 훈마나와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훈센 총리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총리직을 유지하며 장기 집권하고 있다.
 
그러나 장 전 회장은 ABA은행 매각 과정에서 탈세를 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캄보디아 관리들에게 신뢰를 잃고 캄보디아를 떠나 중국으로 건너갔다. 2012년 2월에는 중국 북경 왕진 소재에 체류 중인 것이 한 언론을 통개 공개됐다. 그는 이곳에 머물면서 중국인 사장을 앞세워 ‘이다양광’이라는 게임업체를 설립하고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체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회장은 2013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세금을 너무 많이 물려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장 전 회장을 고액 세금 체납자로 분류해 관리 중이었다.

갑자기 사망
의문점 없나
 
장 전 회장은 진로그룹을 공중 분해시킨 장본인이지만 해외에서 화려한 도피생활을 했다. 그런데 장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앞서의 고소 건과 관련된 4000억원대 돈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도대체 이 돈은 어디로 흘러들어간 걸까.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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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