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30만 성매매녀 사생결단

거리로 나서는 성매매 여성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성매매특별법 도입 11년째를 맞았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성매매특별법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한 첫 공개변론이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성매매 처벌을 두고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각각의 입장으로 격론을 벌였지만 모범 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04년 시행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특별법)’의 핵심조항인 21조 처벌규정을 두고 성매매여성 측과 정부가 법정에서 격돌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성매매특별법 2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의 공개변론을 열고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성매매 처벌
찬반 엇갈려
 
성매매 여성 측은 “성매매특별법 21조는 생계형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성매매근절의 효과도 없어 위헌이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 측은 “심판 대상 조항은 근본적으로 성매매라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막고 선량한 성풍속과 질서유지를 보호하고 있어 합헌”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 성매매에 대한 무정부상태가 될 것이다”고 맞선다.
 
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매수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알선자, 성매매 여성을 모두 처벌하는 이 법의 핵심 조항이다.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벌금 50만원으로 약식기소 된 성매매여성 김모(44)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이 청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심판대상 조항이 성매매여성의 기본권 제한, 성매매 근절의 입법 목적과 정당성, 성매매 처벌규정이 과잉금지원칙 위배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주 쟁점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양측의 공방으로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합헌성 전반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헌재 심판대 오른 성매매특별법
제청 2년4개월만에 첫 공개변론
 
이날 성매매여성 측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정률 정관영 변호사는 변론에서 “성매매특별법의 입법목적은 건전한 성풍속 보호”라며 “개인의 사생활과 관계된 내밀한 관계까지 형벌권을 가동하는 것은 헌법상 필요최소성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7년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표면적으로는 성매매업소가 줄어들었지만 실제로는 음성적 성매매가 성행하는 등 풍선효과가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으로 떠올랐다”며 “실효성이 입증된 어떤 자료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심판대상 조항은 실질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매매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생계형 성매매여성’들도 처벌하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최소한 국가가 지정한 구역(집창촌)에서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성매매특별법이 보호하고 있는 선량한 성풍속과 질서유지 면에서 해당 조항은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 변호사는 “성매매는 생계 목적이든 아니든 인간의 소중한 성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인권침해이며 성매매사업은 사회적인 유해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성매매를 처벌하지 않으면 성매매사업이 확대되면서 인신매매 등 범죄가 확대되고 노동력의 흐름까지 왜곡시켜 국가의 산업을 기형화 시킬 수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한 사생활의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법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쟁점

뜨거운 설전
 
이어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법 시행 전보다 집창촌 규모가 줄어들었고 이것은 성매매 불법성에 대한 국민인식이 개선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위헌결정을 내리면 성매매에 대한 무정부상태를 불러 여러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채택한 참고인들의 설전도 주목됐다. 성매매여성 측 참고인을 출석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전한 성풍속의 함양을 보호법익으로 본다면 간통 등 유사범죄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심판대상 조항으로 생계를 위해 성을 제공하는 여성들은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폭력적인 포주, 매수자들에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자의적인 수사당국의 단속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UN 등 국제 인권기구에서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처벌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며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교수는 “현재 30만명으로 추산되는 생계형 성매매여성들이 심판대상 조항으로 인한 잠재적인 피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7세 아이와 아버지 부양을 위해 성매매를 하던 27세 여성이 투신자살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한때 ‘미아리 텍사스’를 집중 단속하면서 ‘미아리 포청천’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도(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도 성매매여성 측에 서서 의견을 진술했다. 김 전 서장은 변론에서 집창촌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하면서 성매매특별법의 졸속 제정과 이후 시행된 정책 실패가 화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매매특별법이 군산 집창촌 화재사건을 직접적인 계기로 제정된 만큼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유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집창촌을 초토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쫓겨난 여성들이 주택가로 스며들면서 음성형 성매매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법은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인간 존엄성 훼손 vs 생계수단 처벌 안돼
끊이지 않는 논란…이번엔 결론날까 주목
 
이어 김 전 서장은 “특정지역에서는 생계형 성매매를 허용해야 한다”며 “음성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비생계형 성매매자이고, 집창촌을 극히 수치스러워하는 만큼 목적에 따른 분리는 자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집창촌 화재 등을 계기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 성매매특별법을 도입했지만 인권보호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단속과 처벌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부 측 참고인인 오경식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피해자 보호가 미흡하다고 위헌이라고 선언하면 사회적 혼란을 감당해야 한다”며 “위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정책적·제도적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합헌론에 힘을 보탰다. 
 
 
최현희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도 “성매매는 여성의 몸과 인격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등 인간을 대상화하고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한다”면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성매매특별법 이후 변종 성매매가 증가한 것은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고 독일·네덜란드 등 성매매 합법화 이후에 오히려 성범죄나 성매매를 위한 인신매매가 더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번 변론 내용을 참고해 해당 조항의 위헌여부를 심리한 뒤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선고 기일은 이르면 올해 안에 결론지어진다. 


위헌? 합헌? 
올해 결정날까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리기 직전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등 성매매 종사자들이 헌재에 이 법 폐지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대표자 김모씨 외 882명 명의로 된 탄원서에서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다”면서 “성매매를 엄격히 단속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가 향상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성매매특별법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성매매특별법이 음성적인 성매매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전제한 뒤 “개인 대 개인 거래 방식의 음성적 성매매의 경우 종사자가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고서도 고발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 간의 성행위를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 처분할 것인가”라며 “미성년자도 아닌 성인 여성의 자발적인 선택까지도 형벌로 다스린다는 것은 법의 최소개입(원칙)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과 탄원서 낭독에 앞서 ‘성매매 특별법 폐지’ ‘우리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등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특별법 폐지를 촉구했다.
 
성매매특별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산 개복동 한 유흥업소에서 화재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군산 개복동의 대가·아방궁 유흥 주점에서 무선 전화기의 전기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해 15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전체 26평에 불과한 2층에만 1평이 조금 넘는 쪽방이 무려 7개가 설치돼 있었고 내부 통로는 겨우 한 명만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창문과 출입문은 쇠창살로 막혀있고 안과 밖에서 모두 잠글 수 있는 2중 자물쇠가 설치돼 있어 위급 상황 시 탈출이 불가능했다. 미로 같은 통로에서 여성 종업원 14명과 남성 지배인 1명 등 15명이 감금 상태에서 2층 철문 계단에서 질식해 숨졌다.
 
이후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취업 각서와 현금 보관 각서까지 쓴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하여 정치권에서 성매매특별법이 논의됐고 2004년 이 법이 제정돼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 초기에는 성매매 집결지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사살이다. 그러나 풍선효과로 인해 오피스텔, 주택가 등 음지로 파고들면서 부작용을 낳았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은커녕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성매매특별법은 줄곧 실효성 논란을 빚었다. 2012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화대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여성 김모씨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성매매특별법 위헌론이 고개를 들었다. 김씨는 당시 성매매가 아니고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김씨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명분·실리 두고
끝없는 도돌이표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던 조배숙 변호사는 10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성매매특별법 위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변호사는 “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에 위반되는 일이 일어나다보니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가 포기할 수 없는 어떤 기본적인 성 풍속, 성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하더라도 성은 인격권의 불가분의 핵심적인 요소인데 그것을 판매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독일과 네덜란드는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일단 성매매 합법화 이후 성매매 여성이 눈에 띄게 급증했고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가 늘어나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급기야 이를 막자는 풍자 캠페인 광고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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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