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30만 성매매녀 사생결단

거리로 나서는 성매매 여성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성매매특별법 도입 11년째를 맞았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성매매특별법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한 첫 공개변론이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성매매 처벌을 두고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각각의 입장으로 격론을 벌였지만 모범 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04년 시행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특별법)’의 핵심조항인 21조 처벌규정을 두고 성매매여성 측과 정부가 법정에서 격돌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성매매특별법 2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의 공개변론을 열고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성매매 처벌
찬반 엇갈려
 
성매매 여성 측은 “성매매특별법 21조는 생계형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성매매근절의 효과도 없어 위헌이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 측은 “심판 대상 조항은 근본적으로 성매매라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막고 선량한 성풍속과 질서유지를 보호하고 있어 합헌”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 성매매에 대한 무정부상태가 될 것이다”고 맞선다.
 
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매수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알선자, 성매매 여성을 모두 처벌하는 이 법의 핵심 조항이다.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벌금 50만원으로 약식기소 된 성매매여성 김모(44)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이 청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심판대상 조항이 성매매여성의 기본권 제한, 성매매 근절의 입법 목적과 정당성, 성매매 처벌규정이 과잉금지원칙 위배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주 쟁점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양측의 공방으로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합헌성 전반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헌재 심판대 오른 성매매특별법
제청 2년4개월만에 첫 공개변론
 
이날 성매매여성 측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정률 정관영 변호사는 변론에서 “성매매특별법의 입법목적은 건전한 성풍속 보호”라며 “개인의 사생활과 관계된 내밀한 관계까지 형벌권을 가동하는 것은 헌법상 필요최소성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7년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표면적으로는 성매매업소가 줄어들었지만 실제로는 음성적 성매매가 성행하는 등 풍선효과가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으로 떠올랐다”며 “실효성이 입증된 어떤 자료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심판대상 조항은 실질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매매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생계형 성매매여성’들도 처벌하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최소한 국가가 지정한 구역(집창촌)에서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성매매특별법이 보호하고 있는 선량한 성풍속과 질서유지 면에서 해당 조항은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 변호사는 “성매매는 생계 목적이든 아니든 인간의 소중한 성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인권침해이며 성매매사업은 사회적인 유해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성매매를 처벌하지 않으면 성매매사업이 확대되면서 인신매매 등 범죄가 확대되고 노동력의 흐름까지 왜곡시켜 국가의 산업을 기형화 시킬 수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한 사생활의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법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쟁점
뜨거운 설전
 
이어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법 시행 전보다 집창촌 규모가 줄어들었고 이것은 성매매 불법성에 대한 국민인식이 개선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위헌결정을 내리면 성매매에 대한 무정부상태를 불러 여러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채택한 참고인들의 설전도 주목됐다. 성매매여성 측 참고인을 출석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전한 성풍속의 함양을 보호법익으로 본다면 간통 등 유사범죄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심판대상 조항으로 생계를 위해 성을 제공하는 여성들은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폭력적인 포주, 매수자들에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자의적인 수사당국의 단속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UN 등 국제 인권기구에서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처벌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며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교수는 “현재 30만명으로 추산되는 생계형 성매매여성들이 심판대상 조항으로 인한 잠재적인 피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7세 아이와 아버지 부양을 위해 성매매를 하던 27세 여성이 투신자살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한때 ‘미아리 텍사스’를 집중 단속하면서 ‘미아리 포청천’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도(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도 성매매여성 측에 서서 의견을 진술했다. 김 전 서장은 변론에서 집창촌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하면서 성매매특별법의 졸속 제정과 이후 시행된 정책 실패가 화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매매특별법이 군산 집창촌 화재사건을 직접적인 계기로 제정된 만큼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유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집창촌을 초토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쫓겨난 여성들이 주택가로 스며들면서 음성형 성매매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법은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인간 존엄성 훼손 vs 생계수단 처벌 안돼
끊이지 않는 논란…이번엔 결론날까 주목
 
이어 김 전 서장은 “특정지역에서는 생계형 성매매를 허용해야 한다”며 “음성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비생계형 성매매자이고, 집창촌을 극히 수치스러워하는 만큼 목적에 따른 분리는 자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집창촌 화재 등을 계기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 성매매특별법을 도입했지만 인권보호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단속과 처벌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부 측 참고인인 오경식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피해자 보호가 미흡하다고 위헌이라고 선언하면 사회적 혼란을 감당해야 한다”며 “위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정책적·제도적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합헌론에 힘을 보탰다. 
 
 
최현희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도 “성매매는 여성의 몸과 인격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등 인간을 대상화하고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한다”면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성매매특별법 이후 변종 성매매가 증가한 것은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고 독일·네덜란드 등 성매매 합법화 이후에 오히려 성범죄나 성매매를 위한 인신매매가 더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번 변론 내용을 참고해 해당 조항의 위헌여부를 심리한 뒤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선고 기일은 이르면 올해 안에 결론지어진다. 

위헌? 합헌? 
올해 결정날까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리기 직전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등 성매매 종사자들이 헌재에 이 법 폐지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대표자 김모씨 외 882명 명의로 된 탄원서에서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다”면서 “성매매를 엄격히 단속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가 향상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성매매특별법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성매매특별법이 음성적인 성매매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전제한 뒤 “개인 대 개인 거래 방식의 음성적 성매매의 경우 종사자가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고서도 고발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 간의 성행위를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 처분할 것인가”라며 “미성년자도 아닌 성인 여성의 자발적인 선택까지도 형벌로 다스린다는 것은 법의 최소개입(원칙)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과 탄원서 낭독에 앞서 ‘성매매 특별법 폐지’ ‘우리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등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특별법 폐지를 촉구했다.
 
성매매특별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산 개복동 한 유흥업소에서 화재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군산 개복동의 대가·아방궁 유흥 주점에서 무선 전화기의 전기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해 15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전체 26평에 불과한 2층에만 1평이 조금 넘는 쪽방이 무려 7개가 설치돼 있었고 내부 통로는 겨우 한 명만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창문과 출입문은 쇠창살로 막혀있고 안과 밖에서 모두 잠글 수 있는 2중 자물쇠가 설치돼 있어 위급 상황 시 탈출이 불가능했다. 미로 같은 통로에서 여성 종업원 14명과 남성 지배인 1명 등 15명이 감금 상태에서 2층 철문 계단에서 질식해 숨졌다.
 
이후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취업 각서와 현금 보관 각서까지 쓴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하여 정치권에서 성매매특별법이 논의됐고 2004년 이 법이 제정돼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 초기에는 성매매 집결지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사살이다. 그러나 풍선효과로 인해 오피스텔, 주택가 등 음지로 파고들면서 부작용을 낳았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은커녕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성매매특별법은 줄곧 실효성 논란을 빚었다. 2012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화대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여성 김모씨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성매매특별법 위헌론이 고개를 들었다. 김씨는 당시 성매매가 아니고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김씨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명분·실리 두고
끝없는 도돌이표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던 조배숙 변호사는 10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성매매특별법 위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변호사는 “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에 위반되는 일이 일어나다보니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가 포기할 수 없는 어떤 기본적인 성 풍속, 성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하더라도 성은 인격권의 불가분의 핵심적인 요소인데 그것을 판매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독일과 네덜란드는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일단 성매매 합법화 이후 성매매 여성이 눈에 띄게 급증했고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가 늘어나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급기야 이를 막자는 풍자 캠페인 광고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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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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