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검찰 대기업 수사 다음 타깃

"재벌비리 이슈 갈 데까지 끌고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기업 사정 정국이 올 4월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각 수사의 핵심 인물들이 속속 검찰에 소환되면서 '부패와의 전면전'이 성과를 낸 것으로 홍보될 전망이다. 재계의 반발 속에 정부는 또 다른 대기업 수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부만 도려내겠다"던 검찰의 공언은 지켜질 수 있을까.

재계가 아우성이다. 대기업 사정 정국에 온갖 경로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검찰 수사로 정상적인 기업들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라며 재계 입장을 대변했다. 언론은 앞 다퉈 김 회장의 말을 받아썼다. 검찰 수사가 대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란 논지였다.

재계 아우성
검찰 의지는?

그러나 대기업 수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 실질적인 기소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다. 포스코와 경남기업, 동국제강에 대한 수사는 혐의 입증을 위해 퍼즐을 맞추는 단계다. 핵심 피의자는 손도 대지 못했다. 현 시점에서 수사가 어디까지 진전될지는 알 수 없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국 의지에 달린 문제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30일 '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란 기사에서 검찰의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여러 쟁점을 전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잡지 못하는 ‘용두사미’ 수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포스코 수사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부임한 후 기획된 첫 특수 수사다. 사정기관의 중추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그간 기업이 아닌 인물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여 왔다. 대표적인 수사가 바로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 등 박근혜정부의 굵직한 대기업 수사는 대부분 전임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시절 이뤄졌다.

현재까지 나온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대기업 수사를 불필요하게 확대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검찰 출입기자들은 신세계, 동부그룹 등이 연루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더는 기사화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달 17일 작심한 듯 발언했다. 대검찰청 간부회의 자리에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함으로써 수사 대상자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길 바란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날 김 총장의 발언은 일부 재계의 '민원'을 의식한 제스처로 풀이됐다.

재계 길들이기
정계 길들이기

한 대기업 관계자는 "퇴사자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검찰이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어 억울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 역시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포스코 수사를 수습하지 못하면 다음 수사는 검찰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며칠 발품 뛰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 몇 개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아이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대기업 사정 정국의 서막을 알린 포스코 수사는 경남기업, SK건설 등 건설업계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포스코(포스코건설)와 경남기업 수사는 출구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 두 수사 모두 사실상 BH(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셈이라 '적당한 선에서 끝낼 수 없다'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 SK건설 건은 다르다. 새만금방수제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SK건설은 김 총장이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수사를 앞두고 있다. 위에서 내린 수사가 아닌 '아래'에서 올린 수사다.

포스코·경남·동국…잇단 수사
'김진태식' 특수수사 시험대

김 총장의 조직 장악력을 시험할 수 있는 수사지만 검찰 안팎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담합에서 더 나올 부분(비자금)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미 SK건설을 비롯한 관련 기업의 조사가 끝나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중행보로 재계의 애를 태우고 있다. 대기업 사정 태풍이 '기업 길들이기'는 아니라면서도 은근히 별건 수사를 통해 묵은 비리를 들추는 형국이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교육부를 통해 중앙대에 특혜를 주는 대신 두산그룹으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알렸다. 불과 며칠 전까지 확대해석을 경계했던 검찰은 이날 대기업을 겨냥한 전면적인 수사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당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박 회장은 중앙대 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박 전 수석에게 특혜를 준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퇴임한 지 1년만인 2013년 3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대가가 있는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관련 정황도 대부분 파악했다. 박 전 수석이 두산엔진으로부터 사외이사 급여로 5800만원을 지급받았고, 이사회에 8번 밖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왔다. 또 중앙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통합, 적십자간호대학 인수 과정에서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도 공개됐다.

이밖에도 박 전 수석은 동대문 두산타워 상가 두 곳의 임차권(전세권)을 두산그룹의 특혜를 받아 배우자 명의로 취득했다는 의혹, 자신의 장녀 박모씨를 중앙대 예술대 교수로 채용시키는 과정에서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든 고리는 두산그룹과 연결돼 있으며, 박 회장에 대한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의 방향이 이명박정부에서 두산그룹으로 옮겨진 모습이다.

재보선 앞두고
박 지지율 상승

사석에서 만난 한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다 털면 우리도 힘들고 기업도 힘들다"라면서 "서로 물고 뜯으면 이득 보는 사람이 있겠지"라고 말했다. 검찰 공식적으로는 '기획수사'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검찰 직원을 뺀 나머지 시민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박근혜정부가 정권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부패와의 전면전'을 꺼냈다는 분석에 수긍하고 있다. 또 4·29재보선이 끝날 때까지 지금의 사정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이란 게 주된 예측이다. 바꿔 말하면 검찰의 타깃이 된 기업 입장에선 29일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압수수색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딜레마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사의 시작은 압수수색이다. 압수수색은 수사 대상자에 대한 혐의를 찾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상대를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 기업이 압수수색을 당하면 우리가 장부나 자료를 몽땅 가져가기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다. 수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은 손해를 본다. 때문에 대기업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 뺏긴 자료를 일찍 찾으려면 어느 정도 우리와 협상해야 한다. 검사는 그 협상 지점을 잘 안다. 처음부터 죄가 없다고 버티다가는 곤란해지는 것이다."

관련 설명을 적용하면 현재 검찰 수사의 두 축인 포스코와 경남기업은 서로 다른 수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최근 경남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했고, 이미 회사는 경영악화가 진행돼 법정관리·상장폐지까지 내몰린 상태다. 성 회장은 금전적으로 잃을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수사의 강도도 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해외자원개발 비리에 연루된 성 회장을 지난 3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압수수색으로부터 18일 만에 수사의 정점에 이른 것이다.

검찰은 이주 내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성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성 회장이 지난 정권과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수사가 의외의 곳으로 전개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반대로 포스코 수사의 핵심 인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미뤄지고 있다. 경남기업보다 수사 착수가 빨랐음에도 '윗선'에 이르지 못한 검찰이다. 수사의 분수령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의혹을 정리해가는 중인데 그 시점은 4월 중순 정도가 아니겠느냐"라고 예측했다.

'부패와의 전면전' 올인
업군별 수사확대 가능성

변수는 포스코 현 경영진의 개입이다. 법조계에서는 포스코가 받고 있는 피해가 큰 만큼 회사 차원에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적당한 선에서 '제물'을 찾아 올릴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비자금이 워낙 복잡한 경로로 상납됐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는 전언이다.

각각 철을 다루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까닭에 향후 수사가 제철업계로 번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빅3' 가운데 하나인 현대제철은 제철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도 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오히려 롯데쇼핑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파생된 유통업계로의 수사 가능성이 더 그럴 듯 하게 회자된다. 그럼에도 롯데그룹 혹은 신세계그룹 전체를 향한 수사는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사정 설설설
진짜 수사는?

현 권력지형상 주목되는 기업은 A사다. 언론에 오르내리진 않았지만 지난 정권과 관계가 있어 잠재적인 사정 대상으로 지목된다. 대기업 B사는 몇몇 하청업체가 임금 명목으로 돈을 만들어줬는데 관련 비자금을 수합하는 과정에서 명망가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있다. 특수부 가운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서가 관련 사건을 맡을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첨단범죄수사부의 칼끝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최근까지 주로 다른 수사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상반기 내에 독자적인 사건을 터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신들을 둘러싼 여러 소문에 검찰은 불편해하고 있지만 정작 불편해하는 쪽은 부정한 돈을 만든 기업 쪽이 아닌가 싶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출신 모시기 경쟁

대기업들이 법조계 고위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공직자 부정부패 근절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대신경제연구소가 주요 상장사 400개 정기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한 결과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15.5%에 달했다. 법원·검찰 출신은 5.8%, 법무법인 출신은 9.7%를 기록했다.

검찰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CJ오쇼핑은 검찰총장을 지낸 김종빈 화우 고문변호사를, CJ대한통운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최찬묵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효성은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4연임시켰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동국제강은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을 지낸 정진영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포스코는 서울동부지검장 출신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다. 대한항공은 지주사 한진그룹이 한강현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LG전자는 홍만표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2013년 GS에서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데 이어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자신이 수사를 지휘했던 오리온그룹에 고문으로 영입되며 논란을 빚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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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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