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 버거맨

"거리문화의 진수를 보여드립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 버거맨이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에비뉴엘 아트홀은 지난 2일 "영국 출신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 버거맨의 개인전을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는 거리문화의 진수가 오는 23일까지 관객 앞에 펼쳐진다.

존 버거맨의 개인전 'Burger World'가 지난 2일 오프닝 행사를 갖고 성대한 개막을 알렸다.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존 버거맨은 한국 팬들을 만나 사인회를 가졌다. 전시를 준비한 에비뉴엘 아트홀은 지난 5일 존 버거맨의 작품을 소재로 한 패션쇼를 진행했다.

자유로운 예술세계

존 버거맨은 생동감 넘치는 화법으로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선보여 온 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다. 뉴욕을 주 활동무대로 삼고 있으며, 지난 2013년에는 부산을 방문해 대형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에서 존 버거맨은 저항과 자유의 상징인 그래피티와 새로운 예술장르인 '두들(Doodle)'을 접목했다. 두들은 즉흥적으로 끼적거리는 낙서를 뜻한다. 일상에서 나타나는 여러 모습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벽에 낙서하듯 거칠면서도 번뜩이는 재치가 일품이다.

존 버거맨은 늘어진 팔과 다리,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눈을 가진 몬스터 캐릭터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자동차와 집, 빌딩 등 그림 곳곳에 나타난 몬스터는 작가가 창조한 '버거월드'의 일원이다. 익살스런 여러 표정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존 버거맨은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를 전면에 배치해 일탈과 해방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기괴한 생명체가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버거월드는 예측 불가능한 유희적 공간이다. 화려한 색상과 굵은 터치의 선들은 청량감을 준다. 톡톡 튀는 과장된 묘사가 작품의 맛과 멋을 한껏 살린 느낌이다.

에비뉴엘아트홀 개인전 생동감 화법 주목
젊음과 자유의 상징 그래피티+두들 접목

그간 존 버거맨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감각적인 비쥬얼로 녹여내 호평을 받았다. 대중문화의 도식을 작품에 인용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그의 작품은 캔버스는 물론이고 벽, 조각, 장난감, 의상, 애니매이션에 삽입됐다. 인체에 직접 새겨지는 타투 가운데도 버거맨의 그림이 있었다. 영국왕립 미술관인 빅토리아 알버트를 비롯한 세계 도처의 갤러리는 그의 작품을 소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일러스트에 일가견이 있는 존 버거맨은 나이키, 퓨마, 삼성, 펩시, 코카콜라, 리바이스 등 다국적 기업과 연이은 콜라보레이션으로 작품 영역을 넓혔다. 영국 BBC, MTV 등 영향력 있는 매체와의 협업 또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작품이 노출되는 소통의 창구를 넓힌 존 버거맨이다.
 

아울러 그는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전 세계 대학 및 각종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예술세계와 관련한 강연을 잇고 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창작활동과 즉흥적인 작업을 위해 실수·실험 등을 장려하는 편이다. 존 버거맨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예술 행위가 개개인의 세계관을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라고 믿고 있다.

긍정 에너지 가득

장난기 넘치는 작가지만 때로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헤드샷' 시리즈를 통해 총기사고의 위험성을 알린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존 버거맨은 헤드샷(?)을 맞으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그의 천진난만함은 '무성영화의 거장' 찰리 채플린과 닮아있다.


지루할 틈 없는 구성과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한 존 버거맨의 버거월드는 오는 23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전시 장소는 서울 에비뉴엘 아트홀이다.

 

<angeli@ilyosisa.co.kr>

 

[존 버거맨은?]

존 버거맨은 1979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노팅엄트렌드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으며, 캐릭터를 장난감화한 '아트 토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회화와 팝 아트, 디자인,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패션브랜드는 물론이고, 유명 방송국과의 협업으로 화제가 됐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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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