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대한민국 ‘연봉킹’ 리스트

일당 6000만원 회장님 하루 4000만원 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대기업 경영인들의 연봉이 공개돼 화제다. 오너보다도 높은 연봉을 받은 이도 있어 관심을 끈다. 가히 샐러리맨의 신화라 부를만하다. 그런데 재벌 총수들의 연봉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 있지만 ‘미등기임원’이라는 이유로 월급봉투를 가리고 있다. 등기이사만 아니면 연봉공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등기임원 가운데 지난해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전문경영인은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었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된 12월 결산법인들의 201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경영인으로는 삼성전자의 정보통신·모바일(IM)부문을 총괄하는 신종균 사장이 회사로부터 145억7200만원을 받아 전문경영인 최고연봉을 기록했다.

월급쟁이 CEO
오너 뺨치는 연봉
 
월급쟁이 직장인 신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받은 연봉은 급여 17억2800만원, 상여 37억3200만원, 특별상여(기타 근로소득) 91억1300만원 등이다. 2013년 상여금이 지난해 지급되면서 연봉이 많이 뛰었다. 지난해 124억원보다 134.6% 급증해 20억원을 더 받았다.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이 1억2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 시장의 연봉은 직원 143명치다.
 
신 사장에 이어 삼성전자 내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93억8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급여 20억8300만원, 상여 65억5000만원, 기타 근로소득 7억5500만원이다. 그 다음으로 윤부근 CE(소비자 가전)부문 사장이 54억96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급여 17억2800만원, 상여 31억1400만원, 기타 근로소득 6억5300만원이다. 이어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이 39억을 받았다. 급여 11억2300만원, 상여 22억9700만원, 기타 근로소득 4억4400만원이다. 고연봉자 대부분 삼성전자 차지다. 박상진 전 삼성SDI 사장은 34억4000만원으로 높은 연봉을 받았다. 급여 7억7000만원, 상여 18억2100만원, 기타근로소득 1300만원, 퇴직소득 8억3600만원이다.
 
고연봉은 삼성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대차그룹 박승하 부회장은 퇴직금을 제외하고도 연봉 29억원을 받았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13억5000만원을 받았다. 1년 새 급여가 두 배 이상 큰 폭으로 올랐다. 여기에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56억원에 달한다.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48억5000만원을 받았다. 기아차 이형근 부회장은 16억원을 기록했다.
 
SK그룹에서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장이 28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LG그룹에서는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이 22억원을 받았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이 42억원을 기록했다. 김 부회장이 이 부회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김 부회장의 경우 퇴직금이 포함된 금액이다. 급여와 상여 부분에서는 이 부회장이 15억원 이상 많다.
 
GS그룹에서는 서경석 GS부회장이 10억원을 받았다.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생명 차남규 대표가 9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이재경 두산 부회장 16억5200만원, 이상운 효성 부회장 12억5600만원, 장재영 신세계 대표 7억6100만원, 최창식 동부하이텍 대표 11억3000만원 등이다.
 
대기업 오너·CEO 고액연봉 공개
적게 수억원서 많게는 수백억원
 
업계별로 보면 건설업계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20억18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1억9500만원, 상여 8억1700만원, 기타 근로소득 600만원이다. 정유·화학업계에서는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이 22억7000만원을 받았다. 금융계에서는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73억6300만원을 받았다. 급여 4억6100만원, 상여 8억9600만원, 이연보상 11억800만원, 퇴직금 46억2100만원, 복리금 500만원이다. 급여 7억5000만원, 상여 15억1000만원이다.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이 56억200만원을 받았다. 급여 27억6100만원, 상여 28억4200만원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가 18억62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15억800만원, 상여 등 3억5400만원이다. 가구업계에서는 최양하 한샘 대표가 17억6307만원을 받았다. 급여 13억5100만원, 상여 4억4200만원이다. IT·게임업계에서는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42억45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억8000만원, 상여 6500만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40억원을 벌었다.
 
실적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을 챙긴 사람들도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 1조1517억원으로 전년대비 6.4%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270억원으로 전년대비 55% 늘어났다. 하지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해보다 약 20% 많은 15억7642만원을 받았다. 전액 급여다.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도 실적 악화로 직원들의 연봉을 동결시킨 가운데 임원 연봉은 오히려 증가했다.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의장의 연봉은 2013년 16억7167만원에서 2014년 27억6500만원으로 늘었다. 구자영 S-OIL 부회장의 경우 13억1298만원에서 15억1500만원으로 늘었다.

실적 악화 됐는데
오히려 연봉 늘려
 
오너 경영인 중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연봉이 가장 높다. 정 회장은 총 215억7000만원을 받았다. 이는 현대차(57억2000만원)·현대모비스(57억2000만원)·현대제철(115억6000만원) 등 계열사 3곳으로부터 받은 금액이다. 현대제철 등기이사 퇴직금 108억원도 포함됐다. 그 다음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의 연봉은 178억9700만원이다. 이중 대부분은 퇴직금이다. 김 회장은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143억8000만원을 받았다.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은 92억3100만원을 받았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79억400만원을 받았다. 이 외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61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땅콩회항’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14억8000만원을 받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57억9000만원을 받았다.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은 56억200만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44억3578만원, 구본무 LG그룹 대표는 44억2300만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3억5000만원, 조석래 효성 회장은 40억6300만원을 받았다. 또 정지선 현대백화점 대표는 38억9700만원, SK가스·SK케미칼 최창원 부회장은 29억9000만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27억8400만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인 부럽지 않은 샐러리맨들
총수일가 월급봉투 꽁꽁 싸매
 
이처럼 각 기업 임원들의 월급봉투는 일반 직장인들과 차원이 다르다. 로또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재벌 총수 일가들은 연봉을 속 시원히 공개하지 않았다. 등기이사가 아니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등기이사 연봉 공개 의무는 연간 보수 5억원이 넘는 상장기업 등기임원에게만 적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들의 월급봉투는 베일에 싸여 있다. ‘등기임원 연봉공개’는 오너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공개 대상이 등기이사로 한정돼 있어 미등기임원의 연봉은 알 수가 없다.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는 법안이 오히려 재벌가의 연봉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이후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 승계 단계지만 경영에 책임지는 등기이사직은 피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의 차녀인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임원 및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서현 사장도 등기이사가 아니다.
 
이 사장의 남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도 마찬가지다. 삼성가 등기이사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유일하다. 이 사장은 26억1500만원을 받았다. 2013년 30억900만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줄어든 금액이다. 특별상여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범삼성계인 신세계그룹도 연봉 공개를 꺼리고 있다. 대주주 일가 모두가 미등기임원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등기임원 연봉공개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되기 직전인 2013년 초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정황상 연봉 공개 회피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도 등기이사에 미포함 돼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도 마찬가지다.

등기이사만 공개
총수 연봉은 ‘쉿’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미등기임원)과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두산 미등기임원)의 연봉이 미공개 상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연봉이 0원이다. 최 회장은 법정에서 실형을 받아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이 회장은 건강이 악화돼 구속집행 정지 관계로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일 기업분석전문업체 한국 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239개 주요 그룹사 가운데 15%이상이 오너 일가의 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 CXO연구소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239개 그룹사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37개 그룹의 오너들이 미등기임원으로 보수 공개 의무를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벌 후계자들 경영능력 평가해보니…
 
국내 주요 재벌 총수일가 3·4세 경영자들의 경영 능력을 평가한 결과 낙제점에 가까운 평균 35.79점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재벌 총수 일가 경영권 세습과 전문가 인식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평가대상은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롯데 신동빈, 한진 조원태, 두산 박정원, 신세계 정용진, 효성 조현준, 현대 정지이, OCI 이우현, 금호 박세창, 대림 이해욱 등 11명으로, 공정위가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임원 경력 5년 이상인 그룹 총수의 자제들이다.
 
평가는 대학교수, 민간연구소·증권시장 전문가 등 50명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의 경영능력 평점은 100점 만점에 평균 35.79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롯데 신동빈, 두산 박정원, 현대차 정의선 등은 각기 45.9점, 43.4점, 41.6점을 얻어 1위부터 3위까지를 차지했다.
 
그 외의 인물들은 신세계 정용진(41.3점), 대림 이해욱(38.9점), OCI 이우현(35.78점), 삼성전자 이재용(35.75점), 금호 박세창(34.3점), 효성 조현준(30점), 현대 정지이(27.7점), 대한항공 조원태(18.6점) 순으로 점수를 얻었다.
 
함께 조사한 ‘경영승계를 위한 부의 이전과 재산축적 과정의 정당성’ 항목은 10점 만점에 평균 2.74점이 나왔다. 롯데 신동빈이 4.44점으로 최고점을 얻었으며, 삼성전자 이재용은 1.60점으로 최저점을 받았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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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