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몸캠피싱단 '기막힌 수법' 공개

한국 변태들 등친 조선족 공갈단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모바일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남성들에게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알몸장면을 녹화해 지인에게 유포하는 방식의 사기 수법, 일명 ‘몸캠피싱’ 조직이 적발됐다. 중국에 근거를 둔 몸캠 공갈단은 8개월여 동안 763명의 남성으로부터 20억원 상당의 돈을 뜯어냈다. 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했다. 도대체 몸캠피싱의 뿌리는 무엇일까.


 
‘몸캠피싱’은 화상채팅으로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이 모습을 녹화해 돈을 뜯어내는 신종 수법이다. 보통 여성이 먼저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면서 유혹하고 남성에게는 자위행위를 해보라고 한다. 그런 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이 보내는 파일을 여는 순간 남성의 휴대전화 속 모든 연락처는 여성에게 넘어간다. 여성은 녹화된 장면을 지인들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다.

알몸 미끼로
수천만원 요구
 
자영업자 남모(23)씨는 지난해 9월 국내 유명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의도한 대로 여성과의 접촉에 성공한 남씨는 상대 여성의 적극적인 유도로 화상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음란행위를 했다. 하지만 자위의 짜릿함은 잠시뿐이었다. 남씨가 남근을 잡고 자위하는 장면은 고스란히 중국인 몸캠피싱 공갈단에 녹화됐다.
 
공갈단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사진을 지인들에게 뿌리겠다”며 남씨를 협박했다. 남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들이 요구한대로 급하게 11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공갈단의 협박은 계속됐다. 액수가 점점 커지자 남씨는 감당할 수 없어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공갈단은 남씨 장인에게 알몸사진을 보냈고 결국 남씨는 아내에게 이혼을 당했다.
 

중학생 김모(16)군은 방에서 화상채팅을 즐기다 공갈단의 협박에 걸려들어 20만원을 송금하고 음란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공갈단은 “어린놈이 공부는 안 하고 못된 짓을 한다”며 오히려 훈계를 했다.
 
이렇게 공갈단에 당한 남성들은 16세에서 59세까지 다양했다. 공갈단은 대포통장을 쓰기 위해서 돈이 없는 학생이나 무직자 37명에게 본인 명의의 통장을 3∼5개씩 개설해 보내도록 했다. 개인통장은 개당 50만∼100만원, 법인통장은 150만원에 거래돼 또다시 피싱범죄에 사용되기도 했다.
 
화상채팅에 끌어들인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알몸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일명 몸캠피싱 공갈단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스마트폰 화상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들에게 이른바 ‘몸캠’을 시킨 뒤 돈을 뜯어온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중국인 진모(26)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통장을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권모(23)씨 등 한국인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진씨 등 보이스피싱 조직들로부터 협박당한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 310억원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신모(3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16∼59세까지
다양한 피해자
 
진씨는 피해 남성들에게 화상채팅 중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해킹 프로그램을 보내 설치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음란행위를 유도해 영상을 녹화했다가 지인에게 전송하겠다며 협박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진씨 일당이 “음란행위 영상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번호가 저장된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자 겁을 먹은 노모(36)씨는 3000만원을 송금하는 등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763명의 한국 남성들이 20억원을 송금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다 환전상들의 범행을 포착했다.
 
 
진씨와 함께 구속된 중국 출신 신씨 등 2명은 서울 대림동에서 환전상을 하며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여 동안 보이스피싱 사기조직들로부터 속은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 310억원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내 곳곳에 정착한 중국인 상인 수십명에게 돈을 보낸 뒤 수수료(0.5%)를 제외한 돈을 위안화로 바꿔 불법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화상채팅 접속자 음란행위 유도
남성 760명 상대로 20억원 뜯어
 
신씨 등이 중국으로 보낸 돈은 하루 최대 4억원에 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신씨가 송금한 310억원 가운데 진씨의 피싱 사기금(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290억원)는 다른 사기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싱 피해금이 대규모로 중국에 넘어가는 경로가 우리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몸캠 협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해사례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19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영상채팅 이용자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사기·공갈·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보이스피싱 국내 인출총책 조선족 김모(22)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지난 2월28일부터 최근 10일까지 김씨 등은 송모씨(38·여) 등 3명으로부터 5330만원을 송금받은 뒤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에게 접근해 “회사에 손해가 날 경우를 대비해 예치금을 적립할 통장이 필요하다” 등의 말로 보이스피싱에 사용할 대포통장을 모았다. 또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몸캠피싱 알몸영상으로 협박해 뜯어낸 돈을 이들의 통장으로 송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도 2013년 2월부터 최근까지 정부기관을 사칭해 20억원을 뜯어낸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인출책 이모(27·여)씨 등 6명을 구속했다. 이씨 등은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간단 업무 고수익 알바’라는 글을 본 뒤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고수익에 현혹돼 인출책으로 가담했고 송씨는 1억6000만원을 인출해 600만원을, 김모(24·구속)씨는 50일 동안 12억원을 인출한 대가로 2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택시 이동 등 행동수칙 지시서를 만들어 인출책을 관리했다. 그리고 이들이 도망갈 것을 대비해 주민등록등본 등 개인정보를 미리 받아놓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0일 초등학생을 상대로 몸캠 피싱 협박을 한 김모(23)씨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다단계업체에서 일하는 김씨는 지난해 12월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에 접속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초·중학교 어린 학생들을 만나게 됐다. 그는 2012년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만난 초ㆍ중학생들에게 음란 사진을 전송받고 성관계 요구 협박을 하다 경찰에 붙잡혀 집행유예 상태였다.

중국 기업형

몸캠 영업단
 
김씨는 자연스럽게 몸캠을 제안했고 어린 학생들의 알몸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1년여간 접촉한 여학생의 수는 300여명이나 됐다. 김씨는 점점 수위를 높여 피해자들에게 자위 동영상을 요구했다. 상대가 이를 거부할 시 알몸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부 피해자를 불러내 성관계를 맺기도 했다.
 
몸캠 피해자 중 일부는 공갈단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도 한다. 철저히 무시한 채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갈단의 요구에 무대응 전략을 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낳게 된다. 몸캠 당사자의 가족, 친구, 직작동료 등 지인들을 카카오톡 그룹방에 초대한 뒤 피해자의 얼굴과 신체 중요부위가 노출된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한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몸캠 피해자들은 비슷한 레파토리를 늘어놓는다. “지금 제 번호로 이상한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 전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요. 어떤 사람이 가져가서 해킹한 뒤 제 가방에 넣은 것 같아요. 카톡이나 문자로 링크를 뿌려서 누르게 하고 지인들의 돈을 뽑아가는 수법입니다. 여기에 나와 있는 링크 절대 클릭하지 마세요.” 피해자들은 단체 카톡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가슴을 조린다.
 
알몸 녹화해 지인들에 유포 협박
장인에 영상 보내 이혼 당하기도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냉랭하다. “너도 몸캠 찍었냐” “변태자식” “오빠사진 맞아요? 충격” “너도 걸렸냐. 앞으로 어떡하냐” 등이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몸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같은 반응이 나온다. 이때부터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진다.
 
급기야 몸캠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고층빌딩에서 대학생 임모(25)씨가 투신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몸캠 때문이었다. 임씨는 “3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재학 중인 학교 게시판에 나체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다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린 바 있다. 경찰은 임씨가 숨지기 전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채팅 상대를 추적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앞서 8월 충북 제천에서도 김모(34)씨가 투신자살했다. 김씨는 숨지기 10일 전 경찰에 “음란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사기단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결국 벼랑 끝에 내몰려 죽음을 선택했다. 몸캠피싱의 위험성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번 다뤄졌다. 하지만 피해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경찰 관계자들은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의 설치를 차단하는 기능을 사용해 보안설정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은 애초에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음란채팅’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차단솔루션 설치
악성앱 신속삭제
 
글로벌 정보보안 기업인 트렌드마이크로는 지난달 25일 화상채팅을 하며 찍은 음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이른바 몸캠피싱에 사용된 모바일 악성코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범행을 심층 조사한 결과, 중국어와 한국어를 이용해 악성앱과 사이트를 제작하는 개발자들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악성앱의 소스 코드를 통해서는 ‘빛나게 살자(또는 스파클링 라이프)’라고 알려진 조선족이 운영하는 QQ존(블로그의 일종)을 찾아냈다. ‘빛나게 살자’는 연변에 거주하고 있으며 온라인 게시물에서 조선족 사투리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몸캠 피싱에 사용된 악성코드들을 분석한 결과 범죄자들은 주소록 및 온라인계정 등의 개인정보를 빼내고 문자메시지를 가로채는 등의 기능을 하는 안드로이드 데이터 유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추적한 악성코드 유포지 및 경유지 등의 정보를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국내 관계기관에 제공해 더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이러한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바일 기기상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링크를 클릭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최신의 모바일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설치해 스마트폰을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범서방파’ 일망타진? 실상은…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이었던 고 김태촌씨의 양아들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조직폭력계의 대부로 통했던 고 김태촌 씨의 양아들 김모(45)씨를 횡령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2013년 위조지폐 감별기 제조업체 S사와 식음료업체 S사 등 코스닥 상장 업체 2∼3곳의 운영과 인수합병 과정에 개입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사채 등을 동원해 우량 중소기업 경영권을 확보한 뒤 회삿돈을 횡령하는 식으로 ‘무자본 기업사냥’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횡령에 함께 가담했던 전직 경영진들에게 수사 무마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유흥가에서 이권다툼을 벌여 상인과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폭들이 최근에는 기업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고리 대부업과 투자업체를 가장한 주가조작, IT업체를 활용한 수익 창출 및 자금세탁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영화 <신세계>에 등장하는 골드문그룹이 현실화되고 있다. 모양새는 기업이지만 본질은 조폭인 것이다.
 
검찰은 최근 주요 조직이 새로운 후계자 그룹을 구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명단과 역할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른바 ‘신세계 조폭’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이 같은 폭력조직이 올린 범죄수익은 898억원에 이른다. 조폭들이 구축한 불법 사행시장은 1조7682억원 규모다. 대검찰청은 조만간 지방검찰청을 지휘해 ‘조폭과의 전쟁’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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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