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몸캠피싱단 '기막힌 수법' 공개

한국 변태들 등친 조선족 공갈단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모바일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남성들에게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알몸장면을 녹화해 지인에게 유포하는 방식의 사기 수법, 일명 ‘몸캠피싱’ 조직이 적발됐다. 중국에 근거를 둔 몸캠 공갈단은 8개월여 동안 763명의 남성으로부터 20억원 상당의 돈을 뜯어냈다. 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했다. 도대체 몸캠피싱의 뿌리는 무엇일까.


 
‘몸캠피싱’은 화상채팅으로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이 모습을 녹화해 돈을 뜯어내는 신종 수법이다. 보통 여성이 먼저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면서 유혹하고 남성에게는 자위행위를 해보라고 한다. 그런 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이 보내는 파일을 여는 순간 남성의 휴대전화 속 모든 연락처는 여성에게 넘어간다. 여성은 녹화된 장면을 지인들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다.

알몸 미끼로
수천만원 요구
 
자영업자 남모(23)씨는 지난해 9월 국내 유명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의도한 대로 여성과의 접촉에 성공한 남씨는 상대 여성의 적극적인 유도로 화상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음란행위를 했다. 하지만 자위의 짜릿함은 잠시뿐이었다. 남씨가 남근을 잡고 자위하는 장면은 고스란히 중국인 몸캠피싱 공갈단에 녹화됐다.
 
공갈단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사진을 지인들에게 뿌리겠다”며 남씨를 협박했다. 남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들이 요구한대로 급하게 11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공갈단의 협박은 계속됐다. 액수가 점점 커지자 남씨는 감당할 수 없어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공갈단은 남씨 장인에게 알몸사진을 보냈고 결국 남씨는 아내에게 이혼을 당했다.
 

중학생 김모(16)군은 방에서 화상채팅을 즐기다 공갈단의 협박에 걸려들어 20만원을 송금하고 음란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공갈단은 “어린놈이 공부는 안 하고 못된 짓을 한다”며 오히려 훈계를 했다.
 
이렇게 공갈단에 당한 남성들은 16세에서 59세까지 다양했다. 공갈단은 대포통장을 쓰기 위해서 돈이 없는 학생이나 무직자 37명에게 본인 명의의 통장을 3∼5개씩 개설해 보내도록 했다. 개인통장은 개당 50만∼100만원, 법인통장은 150만원에 거래돼 또다시 피싱범죄에 사용되기도 했다.
 
화상채팅에 끌어들인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알몸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일명 몸캠피싱 공갈단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스마트폰 화상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들에게 이른바 ‘몸캠’을 시킨 뒤 돈을 뜯어온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중국인 진모(26)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통장을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권모(23)씨 등 한국인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진씨 등 보이스피싱 조직들로부터 협박당한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 310억원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신모(3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16∼59세까지
다양한 피해자
 
진씨는 피해 남성들에게 화상채팅 중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해킹 프로그램을 보내 설치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음란행위를 유도해 영상을 녹화했다가 지인에게 전송하겠다며 협박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진씨 일당이 “음란행위 영상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번호가 저장된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자 겁을 먹은 노모(36)씨는 3000만원을 송금하는 등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763명의 한국 남성들이 20억원을 송금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다 환전상들의 범행을 포착했다.
 
 
진씨와 함께 구속된 중국 출신 신씨 등 2명은 서울 대림동에서 환전상을 하며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여 동안 보이스피싱 사기조직들로부터 속은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 310억원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내 곳곳에 정착한 중국인 상인 수십명에게 돈을 보낸 뒤 수수료(0.5%)를 제외한 돈을 위안화로 바꿔 불법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화상채팅 접속자 음란행위 유도
남성 760명 상대로 20억원 뜯어
 
신씨 등이 중국으로 보낸 돈은 하루 최대 4억원에 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신씨가 송금한 310억원 가운데 진씨의 피싱 사기금(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290억원)는 다른 사기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싱 피해금이 대규모로 중국에 넘어가는 경로가 우리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몸캠 협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해사례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19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영상채팅 이용자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사기·공갈·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보이스피싱 국내 인출총책 조선족 김모(22)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지난 2월28일부터 최근 10일까지 김씨 등은 송모씨(38·여) 등 3명으로부터 5330만원을 송금받은 뒤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에게 접근해 “회사에 손해가 날 경우를 대비해 예치금을 적립할 통장이 필요하다” 등의 말로 보이스피싱에 사용할 대포통장을 모았다. 또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몸캠피싱 알몸영상으로 협박해 뜯어낸 돈을 이들의 통장으로 송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도 2013년 2월부터 최근까지 정부기관을 사칭해 20억원을 뜯어낸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인출책 이모(27·여)씨 등 6명을 구속했다. 이씨 등은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간단 업무 고수익 알바’라는 글을 본 뒤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고수익에 현혹돼 인출책으로 가담했고 송씨는 1억6000만원을 인출해 600만원을, 김모(24·구속)씨는 50일 동안 12억원을 인출한 대가로 2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택시 이동 등 행동수칙 지시서를 만들어 인출책을 관리했다. 그리고 이들이 도망갈 것을 대비해 주민등록등본 등 개인정보를 미리 받아놓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0일 초등학생을 상대로 몸캠 피싱 협박을 한 김모(23)씨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다단계업체에서 일하는 김씨는 지난해 12월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에 접속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초·중학교 어린 학생들을 만나게 됐다. 그는 2012년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만난 초ㆍ중학생들에게 음란 사진을 전송받고 성관계 요구 협박을 하다 경찰에 붙잡혀 집행유예 상태였다.

중국 기업형

몸캠 영업단
 
김씨는 자연스럽게 몸캠을 제안했고 어린 학생들의 알몸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1년여간 접촉한 여학생의 수는 300여명이나 됐다. 김씨는 점점 수위를 높여 피해자들에게 자위 동영상을 요구했다. 상대가 이를 거부할 시 알몸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부 피해자를 불러내 성관계를 맺기도 했다.
 
몸캠 피해자 중 일부는 공갈단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도 한다. 철저히 무시한 채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갈단의 요구에 무대응 전략을 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낳게 된다. 몸캠 당사자의 가족, 친구, 직작동료 등 지인들을 카카오톡 그룹방에 초대한 뒤 피해자의 얼굴과 신체 중요부위가 노출된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한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몸캠 피해자들은 비슷한 레파토리를 늘어놓는다. “지금 제 번호로 이상한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 전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요. 어떤 사람이 가져가서 해킹한 뒤 제 가방에 넣은 것 같아요. 카톡이나 문자로 링크를 뿌려서 누르게 하고 지인들의 돈을 뽑아가는 수법입니다. 여기에 나와 있는 링크 절대 클릭하지 마세요.” 피해자들은 단체 카톡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가슴을 조린다.
 
알몸 녹화해 지인들에 유포 협박
장인에 영상 보내 이혼 당하기도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냉랭하다. “너도 몸캠 찍었냐” “변태자식” “오빠사진 맞아요? 충격” “너도 걸렸냐. 앞으로 어떡하냐” 등이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몸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같은 반응이 나온다. 이때부터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진다.
 
급기야 몸캠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고층빌딩에서 대학생 임모(25)씨가 투신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몸캠 때문이었다. 임씨는 “3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재학 중인 학교 게시판에 나체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다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린 바 있다. 경찰은 임씨가 숨지기 전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채팅 상대를 추적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앞서 8월 충북 제천에서도 김모(34)씨가 투신자살했다. 김씨는 숨지기 10일 전 경찰에 “음란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사기단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결국 벼랑 끝에 내몰려 죽음을 선택했다. 몸캠피싱의 위험성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번 다뤄졌다. 하지만 피해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경찰 관계자들은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의 설치를 차단하는 기능을 사용해 보안설정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은 애초에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음란채팅’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차단솔루션 설치
악성앱 신속삭제
 
글로벌 정보보안 기업인 트렌드마이크로는 지난달 25일 화상채팅을 하며 찍은 음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이른바 몸캠피싱에 사용된 모바일 악성코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범행을 심층 조사한 결과, 중국어와 한국어를 이용해 악성앱과 사이트를 제작하는 개발자들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악성앱의 소스 코드를 통해서는 ‘빛나게 살자(또는 스파클링 라이프)’라고 알려진 조선족이 운영하는 QQ존(블로그의 일종)을 찾아냈다. ‘빛나게 살자’는 연변에 거주하고 있으며 온라인 게시물에서 조선족 사투리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몸캠 피싱에 사용된 악성코드들을 분석한 결과 범죄자들은 주소록 및 온라인계정 등의 개인정보를 빼내고 문자메시지를 가로채는 등의 기능을 하는 안드로이드 데이터 유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추적한 악성코드 유포지 및 경유지 등의 정보를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국내 관계기관에 제공해 더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이러한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바일 기기상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링크를 클릭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최신의 모바일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설치해 스마트폰을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범서방파’ 일망타진? 실상은…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이었던 고 김태촌씨의 양아들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조직폭력계의 대부로 통했던 고 김태촌 씨의 양아들 김모(45)씨를 횡령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2013년 위조지폐 감별기 제조업체 S사와 식음료업체 S사 등 코스닥 상장 업체 2∼3곳의 운영과 인수합병 과정에 개입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사채 등을 동원해 우량 중소기업 경영권을 확보한 뒤 회삿돈을 횡령하는 식으로 ‘무자본 기업사냥’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횡령에 함께 가담했던 전직 경영진들에게 수사 무마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유흥가에서 이권다툼을 벌여 상인과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폭들이 최근에는 기업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고리 대부업과 투자업체를 가장한 주가조작, IT업체를 활용한 수익 창출 및 자금세탁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영화 <신세계>에 등장하는 골드문그룹이 현실화되고 있다. 모양새는 기업이지만 본질은 조폭인 것이다.
 
검찰은 최근 주요 조직이 새로운 후계자 그룹을 구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명단과 역할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른바 ‘신세계 조폭’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이 같은 폭력조직이 올린 범죄수익은 898억원에 이른다. 조폭들이 구축한 불법 사행시장은 1조7682억원 규모다. 대검찰청은 조만간 지방검찰청을 지휘해 ‘조폭과의 전쟁’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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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