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정부' 대한민국 수소차 현주소

딴나란 안 그런데…우리나라만 뒷전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세계 각국이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와 환경 보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수소연료전지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대차가 앞장서 수소차 개발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갈 길이 멀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지원이 미비해서다. 이대로 가다간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란 지적이다.

 
수소연료 산업은 공해물질의 배출 없이 오직 물만 배출해 동력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산업이다.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도 수소연료전지차가 궁극적인 미래 친환경차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실한 정책적 지원
추진동력 잃을 위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에 따르면 디젤차(투싼ix 2.0 디젤 기준) 100만대를 수소연료전지차(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기준)로 대체했을 경우 연간 1조5000억원의 원유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소연료전지차 100만대는 1GW(10만대Ⅹ10kw/대)급 원자력 발전소 10기(구축비용 약 30조원)의 역할에 버금간다.
 
수소연료전지차를 에너지 저장소 및 가상 발전소로 활용할 수도 있어 전력 피크시 전력계통, 산업 또는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커 수소연료전지차를 100만대 운행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210만t이나 저감시킬 수 있다.
 

사실상 모든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수소연료전지차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 BP 클린테크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세계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 2050년에는 무려 1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연료전지차 및 충전 인프라 산업이 전체 연료전지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경진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에도 오는 2040년 ▲연료전지 산업 규모는 약 107조원 ▲생산 유발효과는 약 23조5000억원 ▲고용효과는 17만 3300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는 현대차가 앞장서 수소차 개발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미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 상황. 광주시가 현대차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수소연료전지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
현대차 앞장 미래 친환경차 주도 선점
 
지난 1월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했다. 출범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미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수소연료전지차 산업에서 선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활발한 산·학·연 협동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전문인력 양성과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는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에 필요한 전방산업, 연구 및 산업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현대차와 함께 국내 수소연료전지 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2013년 울산공장에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라인을 구축해 도요타·GM·다임러 등 글로벌 업체들이 목표로 한 2015년보다 2년이나 앞서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앙산체제를 구축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예측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현대차를 수소연료전지차의 ‘확고한 1위’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지원이 미비해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에 기술을 보유하고도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수소연료전지차 산업의 선도 국가로서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본격적인 수소시대
치고 나가야 하는데…
 
일본만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올해 수소연료전지차 본격 보급을 앞두고 있는 일본은 가장 적극적으로 ‘수소사회’구현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제4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수소사회 실현’을 선언하고, 기본계획 발표 후 불과 2개월 만에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공개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확산’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일반인 대상 구매 보조, 수소 충전소 설치비용 국고 보조 등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 충전소 확충을 위해 고압가스 안전법, 소방법, 건축 기준법 등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우선 수소탱크에 적용되는 수소 압축률을 높이고 충전소당 수소 저장량 제한을 없애 하나의 거점이 더 많은 차량의 수소 충전을 소화해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충천소 설치 장소에 대한 규제도 완화함으로써 일반 주유소 대비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건설비용을 2020년까지 2배 정도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다.
 
특히 초기 투자비가 높은 충전소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충전소당 최대 2억8000만엔(약 2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까지 40건 이상의 충전소 건립 보조금을 지급 완료했다. 올해에도 충전소 설치 보조금으로만 100억엔(약 925억원)을 배정하는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14년의 3배 수준인 총 400억엔(약 37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일본 정부는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자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에 대한 지원과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15년 수소연료전지차의 일반 보급 본격화를 앞두고 보조금 제도를 도입해 대당 200만∼300만엔(최대 약 277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지방 정부도 보조금 지급 및 자동차세 면제 등을 통해 지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세계 각국 인프라 구축 등 밀어주기
한국은 불확실한 계획에 예산도 줄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도 이미 수소경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세일혁명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수소에너지 개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친환경차 보급 정책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을 위한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2012년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로드맵’을 발표한 캘리포니아주는 2013년 대체 연료·자동차 기술 자금지원 프로그램인 ‘AB8법’을 통과시켜 수소충전소 100기 구축까지 매년 2000만달러씩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말까지 총 51개의 충전소 구축을 위해 이미 5000만 달러 수준의 투자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구매 지원 금액도 기존 25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인프라 구축과 보조를 맞춰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025년까지 무공해차(ZEV) 150만대 보급을 선언한 상태다.
 

온실가스 저감에 관심이 많은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활용 극대화 수단으로 수소연료전지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덴마크는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목표(전체 등록 차량 내 수소연료전지차 비율)를 ▲2020년 1%(누적대수 2만4000대) ▲2035년 30%(80만대) ▲2050년 50%(140만대)로 잡았다. 

35억 관련 예산
올 20억원으로 
 
이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통한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차를 구매할 경우 차값과는 별도로 차량 가격의 최대 180%에 달하는 자동차 등록세를 내야 하지만, 덴마크 정부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해 면제해 주고 있다. 충전소도 대도시를 기점으로 반경 150㎞ 마다 1기씩 구축하는 등 2025년까지 185기, 2050년까지 1000기를 전국에 구축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떨까. 국내 정책과 인프라 구축은 세계적인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첫 걸음을 먼저 내디뎠지만 앞으로 더 나아갈 추진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5억원이었던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예산을 올해 무려 43%나 줄인 20억원으로 책정해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을 더욱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이 와중에 2013년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공모해 2016년까지 137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려던 계획마저 무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일본은 경제산업성 내 수소 전담기관을 설립해 내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기 구축을 발표했는데 반해 우리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시작했는데도 지금은 연구용 충전소 13곳이 전부인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렇다고 끝난 게 아니다. 아직까지 일본과 미국도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연구기관 등 민·관 협력을 통한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따른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수소연료전지차 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과 보급도 중요하지만 자생할 수 있는 시장형성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준비 상황과 인식이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적극적인 정부 정책과 함께 민·관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갖춰진다면 충분히 세계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국내 수소산업은 중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정부 정책 지원에 힘입어 지난 2009년(8.4MW) 부터 2013년(127.6MW)까지 연평균 57.8% 성장했다. LNG를 연료 원으로 사용하고, 핵심 기술 자립도가 다소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규모 전력 생산업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의무화하는 의무할당제(RPS) 시행이 상당한 효과를 봤다.
 
연료전지 산업 분야는 석유화학 등 에너지 분야나 자동차, 가전 등 제조 부문이 튼튼한 우리나라 역시 일본 못지않게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화한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산,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고 그린카 에너지 실증사업에 좀 더 속도를 낸다면 우리나라가 미래 수소사회를 주도할 수 있다.
 
최근 출범한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중심이 돼 정부,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대차도 우수 협력사, 우수 인재를 발굴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세계 최고 기술력 
경쟁선 뒤쳐질라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우리나라가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성공했지만 보급과 확산에서는 일본에 뒤지고 있다. 친환경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소재, 부품, 석유화학, 제철, 건설 등 전후방 연관산업에 큰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선 서둘러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 정부 vs 일본 정부' 수소차 지원 비교
밀어주는 ‘미라이’ 나몰라 ‘투싼 FCEV’
 
한국 정부의 수소연료전지차 지원이 일본 정부와 다르다는 점은 두 나라의 대표적인 수소차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올해부터 본격 민간 보급을 앞두고 있는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는 최근 가격을 700만엔(약 6470만원)으로 책정했다. 1억5000만원의 투싼FCEV보다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도요타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과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도요타의 ‘미라이’는 출시 한 달여 만에 1500여대가 계약됐다. 이를 구입하기 위해 1년 넘게 고객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요타는 당초 연 700대 가량을 생산하기로 했으나, 2017년 3000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6000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과거 도요타는 보조금, 세금 감면 등 강력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프리우스를 통해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점한 성공사례가 있다.
 
반면 이미 양산체제 구축한 지 2년을 바라보고 있는 현대차의 투싼FCEV는 세계 최초로 북유럽을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범 보급을 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누적 계약이 200여대, 출고 대수는 150여대에 불과하다.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인 투싼FCEV에 대한 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에 한해 6000만원을 지원하지만, 민간에 대해서는 지원금액이 결정되지 않았다. 보조금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은 정부의 시범보급사업으로 지정돼 일반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투싼FCEV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최초로 ‘세계 10대 엔진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과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해 오히려 후발 주자에게 역전을 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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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