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

아이들 식판 뺏고 서울선 접대 '펑펑'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도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홍 지사는 없는 살림을 쪼개 정치인·공무원·언론인을 상대로 '공짜밥'을 주고 있었다. 대권을 겨냥한 노림수로 의심된다. 2015년에는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하루에 세끼. 아이들은 밥을 먹는다. 요즘은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기다리는 아이도 제법 많다. 때로는 한끼도 못 먹고 마른 침을 삼키는 아이도 있다. 얼마 전까지 중·고등학교에서의 점심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했다. 한국은 의무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했다. 교육에 필요한 점심값 3000∼4000원 정도는 국가가 낼 수 있다고 믿어서다.

경남 서울본부
무차별 무상급식

하지만 국가 구성원 모두가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 반대론자도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2일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홍 지사는 지난해 11월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국고가 거덜 나는데 '무상 파티'만 하고 있을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경상남도에는 '무상 파티'를 전담하는 정무조직이 있다. 국회 보좌관, 정부부처 공무원, 언론사 기자들에게 '무차별 무상 급식'을 지원하는 지사 직속 기구가 존재한다.

'경상남도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는 '국회·중앙부처·언론사 등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도정 협조체제 마련'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들의 주요 수행과제는 ▲경남지역 국회의원실 보좌진 간담회 개최 ▲경남 출신 국회·공무원·언론관계관 모임 참여 ▲재경 향우 중앙언론인 모임 참여 ▲재경 중앙부처 향우 공무원 모임 조직 등이다.


실질적인 활동을 정의하면 정가·관가·언론을 상대로 한 '삼시세끼 접대'가 핵심이다. 경상남도를 비롯한 전국 14개(서울·세종·충북 제외) 광역지자체는 이 같은 '서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부터 제주특별자치도까지 규모와 예산의 차이는 있지만 예외는 없다.

각 서울사무소의 중점 업무를 따지면 차이점보단 공통점이 더 많다. 식사 자리에서 도정과 관련한 정보를 취득하고, 상대에 따라 협조를 구하는 일이다. 편의상 이를 대관업무라고 부른다. 대관업무를 맡은 수행원은 자신을 일컬어 '협력관'이라고 말한다.

이런 협력관의 활동을 꼭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중앙집권화된 우리 정치 시스템에서 의회·정부와의 소통은 필요하다.

문제는 서울사무소에 할당된 재원의 한계와 그 쓰임의 정당성이다. 만약 도비로 운영되는 서울사무소가 특정 단체장의 대권을 위한 '여론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예산 3억 증액
대권도전 노림수

홍 지사는 올해(2015년) 서울본부 예산액을 10억6600만원(10만원 단위 이하 생략)으로 늘렸다. 2014년 예산액이 7억44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3억2000만원가량을 증액한 편성이다. 앞서 홍 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한 근거로 '재원 부족'을 언급했다.

홍 지사가 취임하기 전인 2012년에는 6억4000만원이 서울본부 예산으로 배정됐다. 경상남도는 2회 추경을 거쳐 원래 규모(7억2300만원)에서 8000만원 가까이 예산을 삭감했다.


홍 지사가 결제한 2015년의 예산안과 2012년 예산안의 차이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계약직 수가 증가하면서 임금지출이 많아졌고, 둘째, 사무실을 옮기면서 임차료가 2배 이상 늘었다. 셋째, 대관업무에 필요한 '접대비'가 확대 편성됐다.

먼저 '2012년 서울본부 인력운영비' 명목 가운데 '계약직 보수'로 배정된 예산은 5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채용된 계약직은 두 명(나급·라급)에 불과했다. 홍 지사는 이 계약직을 임기제로 바꾸면서 관련 예산을 2억8800만원으로 늘렸다. 4·5급직 공무원 3명은 월 501만원의 봉급이 책정됐고, 9급직 공무원 2명에게도 월 328만원의 봉급을 약속했다. 직전 회계 '기타직 보수'(계약직 보수) 예산은 1억2400만원, 홍 지사는 1년 사이 1억원 넘게 인건비를 올렸다.

사무실 임차료 역시 같은 기간 1억원 가까이 증액했다. 2014년 1억5700만원이었던 임차료는 2015년 2억4700만원으로 뛰었다. 2012년에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억1300만원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홍 지사는 지난해까지 서울 용산에 있던 서울본부 사무소를 여의도로 옮겼다. 국회와 인접한 곳에 '캠프'를 차린 것이다. KTX 이용 때문에 서울 강남에서 서울역 인근으로 사무소를 이전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대조적이다. 정치권은 홍 지사의 여의도 서울본부 개소를 대권 도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홍 지사 자신도 대권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홍 지사는 지난 1월7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부터 천천히 대권 준비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여의도 서울본부는 홍 지사의 대선 출마를 돕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상남도는 지난 1월14일 '서울본부 이전에 따른 정보통신시설 설치 공사'로 2100여만원을 한진전력에 지급했다.

무상급식 전면중단…예산 전액 삭감
대권기지 의심 여의도사무실은 증액

2015년 예산안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은 2000만원이 신규 편성된 '행사운영비'다. 행사운영비 사업목적에는 '국회·중앙부처·언론사 등과의 협력관계 강화 사업'이라고 쓰여 있다. 사업비는 구실이고, 현실에선 '접대비'와 다름없다. 서울본부 측은 "최근 행정자치부 권고 규정이 바뀌어 운영비로 오찬을 계산할 수 없게 됐다"라며 "우리도 고민이다. 분명한 건 직접적인 밥값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행사운영비 말고도 밥을 살 수 있는 항목은 네 가지가 더 있다. '국회·중앙부처 등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묶인 항목에 ▲국회·중앙부처 유대강화(1000만원) ▲재경도민회 유대강화 및 업무협의(500만원) ▲국내외 투자유치 및 업무추진(630만원) ▲도정 주요시책 홍보(1740만원)가 포함됐다. 관련 예산을 모두 더하면 연간 5870만원의 '합법적인 접대'가 가능하다.

5870만원(서울본부 입장 3870만원)은 경상남도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이 아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돈의 용처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지난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상남도와 관련한) 뚜렷한 현안이 없었지만 후생관에 있던 A씨로부터 지난해 음식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국회엔 음료수
언론엔 특산물

이 출입기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한 번은 홍 지사가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3위(야권 후보 제외)를 한 적이 있는데 A씨가 운을 떼면서 '우리 지사님을 잘 봐 달라' 했다"며 "나 말고도 A씨가 여러 기자를 만났고, 언론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주로 국회에 상주하며 여러 정보를 취합해 홍 지사에게 매일 오전 직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의 대화는 카카오톡을 통해 이뤄진다"라는 것이 출입기자의 설명이다. A씨는 지난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표님께(홍 지사) 보고하는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경남도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울본부 지출 내역을 분석했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식사 접대(직원 회식 포함)와 여비 명목으로 쓴 돈은 6500만원에 달했다. 239개 지출 항목 가운데 여비는 44차례(2667만원) 지급됐다.

관련 여비에는 식대가 일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비는 현금화될 수 있어 정확한 지출 내역을 알기 어렵다. A씨는 이어진 통화에서 "다른 지자체는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돈을 쓰지는 않는다"라며 "커피값도 내 사비로 내는 편"이라고 부인했다. 서울본부 측도 "규정에 맞게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식대가 쓰인 사업 개요를 보면 '국회·중앙부처·재경도민회 등 유대강화' 혹은 '투자유치 및 도정홍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언론인은 같은 기간 명목상 48차례 밥을 얻어먹었다. '주요 언론사 언론인과의 간담회' '국회출입기자단 만찬' '중앙언론사 관계관 오찬' 등을 명목으로 4만5000원에서 49만5000원상당의 결제가 주 평균 1회 이뤄졌다.

접대 대상이 모호한 '홍준표 지사 도정 홍보를 위한 오찬' 등까지 더하면 언론에 쓰인 공짜 밥값은 더 많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본부가 작성한 '2014년 시책업무추진비 집행현황'을 보면 2014년 1월7일 '도정 주요현안에 대한 인터뷰 및 티타임 경비 지출'에서 49만4000원이 집행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는 모두 6명이었는데 이를 지출액으로 나누면 1인당 티타임으로 8만2000원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기자들 불러 "지사님 잘 봐 달라"
진주의료원 특위 앞두고 식사대접

그러나 이는 특수한 경우로 서울본부의 결제는 소액으로 자주 이뤄졌다. 식사비는 천차만별로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4만원일 때도 있었다. 평균적으로 1만5000원보다 비쌌고, 3만5000원을 넘지는 않았다. 주로 국회 보좌진, 도정 협조자, 중앙부처 관계관 등과 밥을 먹었다.


30만원 이상의 결제가 이뤄진 만찬자리가 42차례였다. 비교적 큰 행사인 '36대 도지사 취임식 오찬' 때 쓴 돈은 35만1000원이었다. 2014년 7월 '국회 보좌진 오찬 간담' 때는 45만원, 같은 기간 '국회관계관 만찬 간담'으로 48만원을 썼다. '주한베트남 대사관 도지사 국빈 방문 오찬' 때도 서울본부가 9만원을 따로 결제했다.

서울본부는 2014년 8월 43명의 언론관계자를 위해 지역특산품 116만원어치를 샀다. 18명의 재경향우회를 위해 48만6000원, 18곳의 국회의원실로 보낼 특산품 역시 48만6000원어치를 구매했다.

또 서울본부는 음료수와 간식을 국회의원실로 보냈다. '국회 지역구 의원실 다과 구입'을 한다며 40만원, '도정 협조를 위한 의원실 음료수 제공'으로 34만원을 썼다. 같은 금액으로 '의원실 음료수 제공'은 3차례 더 이뤄졌다. 6만원 이하 소액 지출은 제외했다. 상기한 지출 내역은 2014년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다.

2013년 자료(시책업무추진비 집행현황)에서는 서울본부의 역할이 뚜렷이 드러났다. 경상남도는 2013년 5월~7월 진주의료원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서울본부를 통해 모두 10차례 관계자를 만나 식사를 대접했다.

같은해 5월29일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에 따른 언론관계관 오찬간담'(3명·6만5000원)을 시작으로 6월부터 집중적인 '로비 활동'에 들어갔다. ▲6월4일 진주의료원 청와대관계관 오찬간담(5명·17만6000원) ▲6월5일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따른 국회 관계관 오찬간담(4명·7만5000원)을 했다.

6월14일 진주의료원 관련 언론홍보를 위한 언론관계관 오찬간담(4명·6만2000원) ▲6월20일 국정조사 실시에 따른 관계관 오찬간담(2명·5만4000원) ▲6월24일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 회의결과 파악을 위한 관계관 오찬간담(4명·8만4000원) ▲6월24일 우리도(경남) 의견 전달을 위한 관계관 만찬간담(2명·4만4000원) ▲6월26일 국정조사 관련 동향파악을 위한 언론관계관 만찬간담(6명·18만원)이 이어졌다. 당시 경상남도는 국정조사를 받는 피감사 대상이었다.

이들은 7월1일 국정조사 특위 의원실 5곳에 간식(10만7000원)을 보내는 면밀함을 보였다. 7월9일에는 국정조사특위 관련 국회출입기자 오찬간담(6명·5만4000원)을 갖고, 오후에는 언론관계관 만찬간담(3명·9만5000원)을 다시 열었다. 7월9일은 국정조사 특위가 홍 지사에게 증인출석을 명령한 날이다. 이날 홍 지사는 증인출석을 거부하고 국정조사를 '보이콧'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월 자신의 최측근인 조진래 전 정무부지사를 1급 정무특보로 임명한 뒤 서울본부로 발령냈다. 조 전 부지사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내 국회 사정에 밝다는 평이다. 앞으로 조 전 부지사는 여의도와 홍 지사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홍 지사가 서울본부에 쏟는 애정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본부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공짜밥'은 더 많아진다. 국회·중앙부처·언론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이 배부르다. 경상남도가 '쏘는' 공짜밥은 어려운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다. 홍준표식 '무상급식 수혜자'는 지난해 기준 1200여명에 이르렀다.

무상급식 중단
대권 마이웨이

홍 지사의 표현을 빌면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지만 서울본부는 '밥 먹이러' 가는 곳이다.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은 안 되지만 대권을 위한 '무차별 급식'은 확대됐다. 홍 지사는 지난 19일 기자가 해명을 요구하자 "지금은 통화가 곤란하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장문의 문자와 함께 수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