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후폭풍' 각계 손익계산서

잡도리 시작?…결국 검찰만 웃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법안 조정을 거치면서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김영란법의 공포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접대·로비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공짜 술'과 '낯 뜨거운 청탁'에 길들여진 일부 공직자, 언론 종사자는 김영란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를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때문에 검찰 권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입법에 성공했다. 지난 3일 국회는 김영란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표를 얻어 법안을 처리했다고 알렸다. 반대는 4표, 기권은 17표에 불과했다. 반대표는 새누리당 홍준·권성동·김종훈·김용남 의원이 던졌다.

압도적으로 가결
졸속 처리 지적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2012년 8월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법안을 준비했다. 김 전 위원장이 입법을 예고한 초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2년 8개월을 계류했다. 같은 기간 김영란법은 의회 차원에서 수많은 조정을 거쳤다. 공직사회는 물론 언론계, 학계까지 파장이 미칠 법안이라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뒤따랐다.

우물쭈물했던 김영란법은 여야가 약속한 올 3월을 넘기지 않고 통과했다. 논란이 됐던 적용 대상에는 언론 종사자와 사립학교재단 이사장 및 임직원이 추가됐다. 다만 법조계를 중심으로 과잉·이중처벌 등의 위헌 논란이 있는 만큼 일부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영란법은 공포된 날 기준으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 사이 다른 법과 충돌된 조항이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거나 이득을 보게 될 이해기관으로는 청와대와 각 정부부처, 국회, 검찰, 언론, 사학재단, 정부출자 공공기관 등이 꼽힌다. 법률은 하나지만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은 다르다. 이들의 손익계산과 김영란법의 주요 쟁점을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연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엔 직무 연관성이 입증돼야만 금품가액 기준 2∼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다른 법안의 핵심은 당사자 간 금품이 오가지 않아도 부정청탁을 받았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법은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때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는 수뢰죄, 비공무원은 배임수재죄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금품 전달이 없어도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사인인 정윤회씨가 개인적인 이유로 '문고리 권력(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통해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면 청탁 받은 당사자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비선 인사개입
부정청탁 포함

김영란법은 이 같은 '부정청탁'의 유형을 15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인가·허가·면허·승인 등 법령에서 일정 요건을 정해놓고, 직무 관련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업무에 대해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했다. 인·허가 취소에 관한 청탁 역시 금지됐다.

조세·부담금·과태료·과징금을 비롯한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에 관해 청탁받고 감경·면제하도록 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기관 인사에 위법하게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 또한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에 선정되거나 탈락하도록 하는 행위,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각종 수상이나 포상에 특정 단체 등을 선정하거나 탈락시키는 행위도 안 된다. 공직자를 상대로 입찰·경매·개발·시험·군사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도록 하는 행위도 막았다. 계약 관련 법령을 위반해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계약 당사자로 선정되거나 탈락시키도록 하는 행위까지 부정청탁에 포함했다.

나머지 조항을 보면 각종 보조금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 지원하는 행위, 개인 또는 법인에 투자하도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 모두 처벌 대상이다.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용역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특정인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교원의 경우는 청탁을 받고 성적을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가 일체 금지됐다. 학생의 입학·성적·수행평가에 관한 업무를 위법하게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도 부정청탁으로 못박았다. 군공무원은 징병검사·부대배속·보직부여 등을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청탁해선 안 되고, 사법부에서는 수사·재판·심판 등을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부탁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통과
공안 정관언 타깃 기획수사 수월

그러나 김영란법은 상기한 부정청탁 사례 외에 예외 규정을 별도로 뒀다. 절차와 법에 따라 공직자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공직자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청탁으로 인정했다.

또 선출직 공직자나 정당 등이 공익을 목적으로 민원을 전달함은 예외 사유로 보호했다. 법정기한 내에 관련 직무를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그 밖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기서 '사회상규'란 단어는 그 의미가 포괄적이라 법률 집행 과정에서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

김영란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집단은 역시 언론이다. 방송과 신문, 잡지, 뉴스통신, 인터넷신문 등 모든 언론 종사자가 김영란법의 영향 아래 놓였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언론 종사자는 특정인에게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또는 향응)을 제공받을 수 없다.

김영란법은 처벌 대상이 되는 금품의 종류로 현금과 부동산, 증권과 물품을 비롯해 회원권과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사용권 등을 적시했다. 또 음식물·주류·골프 접대, 교통·숙박 등 편의 제공, 빚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와 기타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모두 금품에 포함시켰다.

법령을 현실에 대입하면 언론 종사자는 룸살롱 접대는 물론 골프장 회원권 대여, 해외 취재를 빙자한 비행기티켓 수령, 주택·외제차·가전·명품잡화 등 고가의 상품에 대한 할인 혜택이 차단된다.

언론·학계 타격
고위공직자 느긋

구성원 대다수가 '공직자'인 학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란법이 규정한 공직자에는 공립학교 교원과 사립학교 임직원이 두루 포함돼 있다. 특히 다른 교원에 비해 강의·강연·기고가 많은 대학교수가 김영란법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과된 법률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연관되거나 지위·직책에 따라 요청받은 외부 토론회·세미나·공청회 등에 나갔을 때 강의·강연 등의 대가로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 이상의 사례금을 받게 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명시했다.


마찬가지로 교수가 외부에 글을 기고했을 때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료를 받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단 대통령령이 정한 기준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배분 받았던 정부출연 공공기관도 자유롭지 않다. 김영란법은 정부 지원액이 총수입액의 절반 이상인 기관과 정부의 지분이 50% 이상인 기관, 정부가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임원을 임명하는 등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모든 기관을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공공기관은 업무 특성상 정부기관과 협조할 일이 많은 편이고, 관행에 따라 공무원을 '대접'하는 일도 빈번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른바 '제3자'를 위해 부탁하는 행위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3자가 관여한 청탁은 모두 위법이다.

100만원 초과 돈 받으면…
공직자 부정청탁 받아도…

김영란법은 제3자를 위해 다른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의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비공직자)의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아울러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당사자)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벌 기준으로 적었다.

이번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은 '민원 처리'라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살 길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도 막지 못한 조항이 있었다. 배우자로서의 신고 의무였다. 김영란법은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공직자 본인이 처벌 받도록 규정했다. 원안에서는 배우자가 아닌 직계가족을 명시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가족 해체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고 의무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그렇지만 여야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하는 대신 신고 의무는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공직자는 법령을 위반한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제공자에게 반환하거나 소속기관장에게 인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업무를 관장하는 청와대는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청탁'할 일이 많다. 하지만 청와대가 김영란법의 실질적인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검찰을 동원한 표적수사의 우려가 커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손해 없어
적용대상 300만명

실제로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300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1회 100만원이라는 액수는 고위공직자나 일부 힘 있는 정치인을 겨냥한 조항은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오히려 정권 입장에선 각 부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 검찰권이 정·관계는 물론 언론·학계까지 위협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끝으로 눈여겨 볼 부분은 공직자의 금품 수수 금지 목록에 예외가 있다는 점이다.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이나 부조 목적의 경조사비 등은 금품으로 보지 않는다. 또 공직자와 장기적·지속적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 금품을 제공할 수 있다.

사적거래(증여 제외)로 생긴 채무 이행은 당연히 제외된다. 사회상규에 따라 동호인회·동창회·향우회 등에서 구성원에게 제공되는 금품도 허용됐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향우회'의 활약이 주목되는 이유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영란법' 손댄다면?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유예기간 동안 사후 발생 문제와 미비점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 및 대책 강구로 김영란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김영란법이 명확성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과 관련해 위헌소지를 가지고 있다"며 시행령으로는 이런 위헌소지를 없애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예기간 동안 모호한 예외 조항을 구체화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할 부정청탁의 예외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영란법의 원안에는 법 적용 대상으로 민법상 가족(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으나 이번 제정된 김영란법에는 배우자로 그 범위를 한정해 우회적 금품 로비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사가 포함됐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공공성이 야기되는 의사와 변호사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검찰의 권한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보다 세부적인 시행령이 필요하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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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