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대표적 부실인사 7인 공개

'여왕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한 집단의 품격을 보려면 어떤 사람을 쓰는지 관찰하라는 말도 있다. 박근혜정부의 인사 참사는 그 집단의 품격을 오롯이 드러냈다. 뽑는 이마다 족족 논란이 뒤따랐다. <일요시사>는 최근 임명됐거나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고위공직자 7인을 선정해 그들의 면면을 되짚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비뚤어진 언론관과 부동산 투기, 병역 문제 등이 불거지며 망신당했다. '실세 총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그의 전임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대독 총리' '의전 총리'라는 말을 들었다.

[부실인사 1]
거짓 해명 이완구

이 총리는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고려할 때 책임 총리의 위상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점쳐졌다. 3선 국회의원, 여당 원내대표, 충남도지사 등을 지낸 경력과 '충청권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이 가볍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으로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당초 기대보다는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달 전만 해도 무난한 인사청문회가 예상됐지만 병역기피·부동산 투기·황제 특강 의혹에 이어 '언론 외압'  의혹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총리를 인준하기 위한 표결이 강행되면서 여러 의혹이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대표적으로 그의 타워팰리스 구입 자금과 관련한 거짓 해명은 아직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이 총리가 타워팰리스 구입에 사용했다고 밝힌 현대아파트 전세보증금 5억원이 재산신고에 누락돼 있어 자금 출처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총리는 "나중에 (재산신고를) 정정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신고서에는 '재산변동 내역이 없음'이라고 돼 있었다. 또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역시 '정정신고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총리의 해명이 거짓이었던 셈이다.

이 총리가 약속한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는 말도 거짓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은 이 총리가 친박인사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실인사 2]
초고속 승진 홍용표

홍용표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24일 논문 중복게재 의혹을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홍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201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통령 직속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통일비서관을 맡고 있다.

홍 후보자는 2010년 5월 연세대 북한연구원이 발행한 전문학술지에 '이승만의 반공정책과 한반도 냉전의 진화'라는 제목의 영문 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논문은 홍 후보자가 2000년 영국에서 출판한 영문 논문 '국가안보와 정권안보: 1953년에서 60년 사이 이승만 대통령과 남한의 불안정 딜레마'를 '자기 표절'한 것이었다.

국내 학계는 인용 없는 논문 중복 게재를 연구 윤리 위반행위로 보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홍 후보자가 한양대 교수 시절, 10년 전 자신의 논문을 인용이나 출처 표기 없이 다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한 사실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홍 후보자는 "일부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며 "통일부장관 후보자로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홍 후보자와 관련한 가장 큰 논란은 그가 직급이 낮은 비서관 신분으로 차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장관 후보자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통일부 안팎에선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책임부처가 아닌 청와대에서 '오더'를 받아 실무만 하는 '통일준비위원회'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부실인사 3]
시국사건 은폐 박상옥

같은 날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열 수 없다고 당론을 정리했다. 야당은 박 후보자가 검사 시절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력을 문제 삼아 청문회를 보이콧해왔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후보자에 대해선 사안의 경중을 떠나 은폐의 책임이 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인사청문회특위 위원장)도 "다수 의견대로 승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청문회를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미 끝났다"며 "자진사퇴만이 정답"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당 쪽에선 박 후보자를 향해 당시 초임 말단검사로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옹호론을 펴고 있다. 특히 박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며 "지켜봐 달라"고 별렀다. 자진사퇴 압박에도 물러날 의사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같은 법조인들의 생각은 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박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실인사 4]
'리틀 김기춘' 우병우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국가정보원으로 책임을 넘겼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전 부장의 발언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우 수석은 수사를 책임진 주임검사였다. 시간이 지나 이 전 부장 본인은 불명예 사퇴한 데 반해 '후배'(당시 중수1과장)였던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영전했다. 이를 아니꼽게 본 이 전 부장이 일종의 '견제구'를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시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돼 한모 경위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우 수석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항명하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직속상관인 김 전 수석을 거치지 않고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게 직보하며, 김 전 수석의 입지를 축소시켰다는 주장이다.

우 수석은 '사심이 없는 원칙주의자'로 불리며 청와대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다. '꼼꼼한 일처리'가 김 실장을 닮았다는 평가다. 업무 스타일이 비슷해 '리틀 김기춘'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우 수석을 민정수석으로 승진시키는 과정에서 후폭풍은 엉뚱하게도 검찰을 덮쳤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우 수석보다 기수가 낮은 검찰 현직간부에게 전화해 "용퇴하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부실인사 5]
섬투기 의혹 이명재


박 대통령이 특보단을 꾸리면서 가장 공을 들인 인사는 이명재 민정특보다. 특보직을 제안할 때도 이 특보에게는 박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특보에게는 김 실장이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이후 자신의 후임으로 이 특보를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특보가 이를 고사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권 일각에선 '이명재-우병우' 체제만이 김 실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특보 역시 검증절차가 진행되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지난 17일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가 대검 중수부 2과장으로 재임하던 80년대 말, 전남 신안군 압해도 일대 임야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섬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북 영주가 고향인 이 특보는 연고도 없는 신안군 땅을 확인도 없이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신안군 일대에는 외지인들의 묻지마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이 특보가 사들인 임야는 1만7000여㎡ 규모로 알려졌다. 1993년 국회의원들의 재산 공개 때 이순재 민자당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은 신안군 부동산 투기에 가담해 질타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 이 특보는 땅을 사들였다. 땅값은 한평(3.3㎡)당 10만원대까지 치솟았다고 전해진다. 관련 인터뷰에서 이 특보는 "투기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개발 호재 같은 건 전혀 알지 못했다. 바다가 보인다고 해 조그만 절 집이나 지으려고 샀다"고 해명했다.

[부실인사 6]
만만회 뒷말 현명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27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물망에 올랐다. 현 회장이 언론에 등장하자 '찌라시'가 돌았다. 개인사가 섞인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글이었다. 그러나 현 회장과 관련한 주된 의혹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만만회' 연루설이다.


지난해 7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만만회'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이 용산 경마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현 회장과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른바 '공주 승마' 의혹을 일으킨 정윤회씨의 딸이 '7인회' 멤버인 현 회장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지난 4월에도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정모씨(정윤회)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돼 특혜를 누린다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현 회장 부임 이후 정씨의 딸이 마사회 소속만 쓸 수 있는 '마방'에 말 3마리를 입소시켰다"고 지적하면서 "월 150만원의 관리비도 면제 받고 별도의 훈련을 한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사회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 회장 역시 "분명히 말하겠다. 그런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기자와 만난 현 회장의 한 측근은 관련한 물음에 대해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이 있기 전부터 고위공직자 후보로 수차례 거론됐다.

[부실인사 7]
회전문 인사 임종용

임종용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 관행을 답습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이며, 2013년 6월부터 NH금융지주 회장으로 20개월 정도 일했다. 관료로 시작해 기업 경영자로 갔다가 다시 관가로 돌아온 셈이다.

임 후보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한 최근 2년 동안 연평균 2억원씩 저축했다. 박근혜정부 국무조정실장 시절인 2013년 3월 공직자재산신고 기준으로 본인과 배우자 소유의 아파트 2채와 예금 5억원 등 모두 16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지난 25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임 후보자의 재산은 18억6251만원이었다. 2년 사이 2억여원 정도가 늘었다. 예금은 2013년 3월보다 4억2061만원이 늘었다.

임 후보자는 시력이 좋지 않아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으며 방위로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6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복무한 뒤 육군 일병으로 소집해제됐다.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았다는 점이 청문회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임 후보자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이명박정부의 대표 '브레인'이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권출범 후 이명박정부 색채가 강한 인사는 되도록 기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그는 현재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는 자원외교 컨트롤타워인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를 주재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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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