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보는 데 얼마 들까?

2015 복채 대해부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지나면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평소 점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토정비결, 사주팔자, 궁합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곤 한다. 길거리의 노점 점집을 비롯해 강남대로변의 빌딩에 위치한 점집,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집까지 편의점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점집이다. 그렇다면 상담의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인 복채는 얼마가 적당할까.

음력 연초가 되면 점집은 호황이 이룬다. 점술가로부터 토정비결, 사주팔자 등을 본 후 다가올 한 해를 미리 예견해보고 혹시 모를 사고나 질병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던 자녀 문제, 직장 내 갈등, 직업 선택, 결혼 문제, 건강 걱정, 사업 문제 등의 근심거리를 점술가에게 토로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안 받을 수 있다.

복채, 기본 5만원

지난 2월24일 점집을 찾았다는 남숙자(56·주부)씨는 “매년 연초가 되면 점집을 찾곤 한다”며 “올해로 33살이 된 아들이 여자친구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내년에 결혼운이 있다고 하여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3인 가족이라 작년까지는 복채로 3만원씩 총 9만원을 냈는데, 올해는 15만원을 냈다”고 설명했다. 

‘복(福)’을 채간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복채는 점술가에게 상담의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을 말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쌀, 닭 등 현물에 준하는 농축수산물로 복채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1980년대 이후부터는 현금으로 복채를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복채는 얼마가 가장 적당한 것일까. 기자가 직접 점집을 찾아 복채 가격을 알아봤다.

가장 먼저 강남역 주변의 노점 타로카드 점집을 찾았다. 질문을 던지자 점술가는 테이블 위에 타로카드를 나열한 후 7장을 뽑으라고 말한다. 질문에 대한 점괘를 들은 후 추가 질문을 하자 이번에는 타로카드 3장을 더 뽑으란다. 총 네 가지 질문을 던졌고 뽑은 타로카드를 해석함으로써 점괘를 들을 수 있었다. 복채가 얼마냐고 묻자 1만원이란다. 가격표에 적힌 ‘타로카드 5000원’에 대해 언급하자 ‘디테일 1만원’이라고 적힌 문구를 가리킨다. 가격표에는 종합운, 궁합, 신년운세, 나의성향, 관상의 경우 3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주변인들로부터 소개 받은 소위 ‘용하다’는 점술가를 만나기 위해 새벽 5시 이태원 경리단길을 찾았다. 사전 현장 예약을 해야만 정오부터 순차적으로 상담이 가능한 곳이다. 두 번째 차례였기에 오후 1시 다시 점집을 방문한 기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무속인을 만날 수 있었다.

한참동안 기자의 얼굴을 본 무속인이 입을 열었다. 손님에게서 투영되는 영상을 통해 점괘를 말한다는 이 점술가는 20여분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이후 심도 있는 대화로 남은 40분을 채웠다. 복채로 7만원을 지불했다.  

유명 역술인으로 꼽히는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유영대) 회장을 찾아갔다. 무속인 점술가와는 달리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생년, 생월, 생일, 생시, 성명 등을 불러주자 백지에 한자를 차곡차곡 적어 나갔다. 이후 기자의 사주팔자에 대해 요목조목 설명해주었다. 이어 관상, 수상(손금), 성명의 역술을 풀이해줬다. 사주팔자 풀이만으로는 개인의 운명을 가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얼마를 내야 하냐고 묻자 합산 5만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및 SNS을 통해 점괘를 봐준다는 강준현(32)씨를 영등포역 부근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났다. 휴대전화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 만세력에 기자의 기본정보를 입력한 후 사주팔자에 대해 풀이해줬다. 말솜씨가 유창하지는 않았으나 백운산 역술가의 풀이와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졌다. 30여분간 이어진 점괘의 복채는 1만원이었다.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복채의 규모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지역 및 인지도에 따라 금액은 다소 차이가 났으나 노점 점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점집에서는 평균 복채 5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평균 복채를 살펴본 결과 서울·경기·인천 지역은 5만원, 지방은 3만원에 거래됐다.

골머리 근심거리…점술가 만나 해소
지역·인지도 따라 가격 '천차만별'

소위 ‘용하다’고 소문난 점술가와 영매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무속인의 경우에는 10만원 이상의 복채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무속인이 많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동두천, 포천, 연천 지역과 충청북도 제천, 경상북도 영주의 경우에는 대부분 복채가 1만원이며, 최대 3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시사> 998호 ‘일요초대석’에 소개된 점술가 정호근의 복채는 10만원으로 조사됐다. 노점 점집의 경우에는 대게 가격이 명시돼 있으며 상담 항목에 따라 5000원에서 3만원에 거래된다. 정확한 복채가 궁금할 때는 사전 예약 시 복채 가격을 물어보면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경신연합회 진선(최수진) 회장은 “점을 본다는 것은 유형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다”며 “협회에서 회원들에게 권장하는 복채 금액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5만원에 거래되지만 복채는 점을 보려는 사람이 성의껏 건네는 것이므로 상담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복채는 성의껏

한국무속신문사에 따르면 약 10여년 전 부산 온천장의 문수보살이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점괘를 봐준 대가로 1700만원의 복채를 받아 국내 최고가 복채 금액으로 조사됐다. 국내 유명 역술인도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둔 한 후보자의 점괘를 봐준 대가로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운산 회장은 “걱정거리가 없는 사람은 점집을 찾지 않는 법이다”며 “통산적으로 5만원에 거래되지만 점괘가 마음에 들 때는 백단위의 금액을 건네는 손님도 있다”고 설명한다. 덧붙여 “간혹 현재 상황도 힘든데 점괘 결과가 더 최악인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복채를 받는 대신에 차비에 보태 쓰라고 돈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에서 그려진 점술가는 점괘를 설명하는 도중 입을 다문다. 복채를 달라는 의미다. 이때마다 지폐 한 장씩을 건네면 보다 상세한 점괘를 풀이해 준다. 하지만 실제로 점술가에게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점술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용 연출 장면인 것이다. 그렇다면 복채는 어느 시점에 지불하는 것일까.  

인천 계산동에 위치한 칠성사의 변성은 무속인은 “상담 전, 중, 후 아무 때나 복채를 지불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며 “상담자가 점괘의 만족도와 복을 채가려는 마음에 따라 복채 지불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담이 끝난 후 복채를 지불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대한역술인협회, 대한경신연합회, 한국무속협동조합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점술가는 역술인 30만명, 무속인 23만명으로, 총 53만명(노점 점술가 제외)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속인 점집을 찾는 경우 복채 이외에도 기도, 부적, 굿 등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기도 비용은 30만∼50만원, 복사본 부적을 제외한 부적 비용은 30만∼80만원, 굿 비용으로는 350만∼1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점, 사기굿 많아

부적은 액운을 퇴치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제작된다. 매년 고액 부적에 의한 사기 사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지난해 2월에는 아들의 앞날이 잘 풀리려면 부적을 써야한다는 명목으로 555만5000원짜리 부적을 써준 무속인이 사기 혐의로 붙잡혔다.

이 무속인은 지난 2008년 2월에도 남편이 죽을 지도 모른다고 위협해 1999만9990원의 부적을 써준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부산지검은 “무속행위를 할 의도가 없고, 효과도 믿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속여 부정한 이익을 취할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만, 부적을 쓴 뒤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속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속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보통 수도권 5만원, 지방 3만원
유명인, 일반인보다 비싸게 받아

굿은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노래와 춤으로 길흉화복 등 인간의 운명을 조절해 달라고 빌기 위해 이뤄진다. 굿의 형태는 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나 대표적으로 조상굿, 산신굿, 서낭굿, 병굿(우환굿), 재수굿(운수굿) 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30대 여성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합격 기원 재수굿을 500만원 들여 벌였다가 시험에 불합격하자 사기죄로 무속인을 신고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사례가 있다. 재판부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얻기 위해 굿을 하는 경우이므로 사기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2월에는 모 건설업체 사장이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무속인에게 공사 도중 사고가 나지 않도록 5000만원짜리 재수굿을 의뢰했다.

실제로 공사 중 인부 사고가 나지 않자 타운하우스 관련 신사업과 관련 1억5000만원의 재수굿까지 의뢰했다. 하지만 이 타운하우스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되고 말자 뒤늦게 사기 굿임을 깨닫고 사기죄로 무속인을 신고했다. 그동안 건설업체 사장이 무속인에게 건넨 굿 의뢰 액수는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TV 방송에 여러 차례 소개되며 유명세를 탄 강남의 한 무속인은 지난해 2월 한 증권전문가로부터 30여 차례에 걸쳐 17여억원의 굿비를 챙겼다.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한 증권전문가가 사업 번창을 목적으로 재수굿을 의뢰해 온 것이다. 증권전문가는 굿비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주식 투자를 명목으로 투자금을 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했으며 사기 혐의가 인정돼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무속인협동조합 김준옥 조합장은 “무속인의 말을 무시하기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신기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속인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무리한 금액을 요구할 때는 과감하게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위협적인 말투로 누군가가 죽을 지도 모른다고 공갈 협박하는 무속인은 대부분 사기 무속인이다”며 “점을 보러 갈 때는 주변 지인들이 추천하는 점술가를 찾아가는 게 사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억 단위 굿

한편 최근 영아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지문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수상학(손금) 중 하나인 지문점을 통해 타고난 성격과 성품, 적성을 알 수 있어 자녀의 적성 교육에 참고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지문점은 정기문(감성형), 반기문(창의형), 쌍기문(조정형), 두형문(지도자형), 호형문(안전형)의 다섯 가지로 구분되며 각 손가락별로 지문 분석을 통해 보다 상세한 점괘를 알 수 있다.  

3세 아들을 둔 허선영(32·직장인)씨는 “아들의 지문은 호형문 형태로 사무 능력과 관리 능력에 뛰어나며 안정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말해주더라”며 “공무원, 교사 등 책상에 앉아 서무 관련 업종으로 나아갈 것을 추천 받았다”고 말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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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