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보는 데 얼마 들까?

2015 복채 대해부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지나면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평소 점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토정비결, 사주팔자, 궁합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곤 한다. 길거리의 노점 점집을 비롯해 강남대로변의 빌딩에 위치한 점집,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집까지 편의점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점집이다. 그렇다면 상담의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인 복채는 얼마가 적당할까.

음력 연초가 되면 점집은 호황이 이룬다. 점술가로부터 토정비결, 사주팔자 등을 본 후 다가올 한 해를 미리 예견해보고 혹시 모를 사고나 질병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던 자녀 문제, 직장 내 갈등, 직업 선택, 결혼 문제, 건강 걱정, 사업 문제 등의 근심거리를 점술가에게 토로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안 받을 수 있다.

복채, 기본 5만원

지난 2월24일 점집을 찾았다는 남숙자(56·주부)씨는 “매년 연초가 되면 점집을 찾곤 한다”며 “올해로 33살이 된 아들이 여자친구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내년에 결혼운이 있다고 하여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3인 가족이라 작년까지는 복채로 3만원씩 총 9만원을 냈는데, 올해는 15만원을 냈다”고 설명했다. 

‘복(福)’을 채간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복채는 점술가에게 상담의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을 말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쌀, 닭 등 현물에 준하는 농축수산물로 복채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1980년대 이후부터는 현금으로 복채를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복채는 얼마가 가장 적당한 것일까. 기자가 직접 점집을 찾아 복채 가격을 알아봤다.

가장 먼저 강남역 주변의 노점 타로카드 점집을 찾았다. 질문을 던지자 점술가는 테이블 위에 타로카드를 나열한 후 7장을 뽑으라고 말한다. 질문에 대한 점괘를 들은 후 추가 질문을 하자 이번에는 타로카드 3장을 더 뽑으란다. 총 네 가지 질문을 던졌고 뽑은 타로카드를 해석함으로써 점괘를 들을 수 있었다. 복채가 얼마냐고 묻자 1만원이란다. 가격표에 적힌 ‘타로카드 5000원’에 대해 언급하자 ‘디테일 1만원’이라고 적힌 문구를 가리킨다. 가격표에는 종합운, 궁합, 신년운세, 나의성향, 관상의 경우 3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주변인들로부터 소개 받은 소위 ‘용하다’는 점술가를 만나기 위해 새벽 5시 이태원 경리단길을 찾았다. 사전 현장 예약을 해야만 정오부터 순차적으로 상담이 가능한 곳이다. 두 번째 차례였기에 오후 1시 다시 점집을 방문한 기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무속인을 만날 수 있었다.

한참동안 기자의 얼굴을 본 무속인이 입을 열었다. 손님에게서 투영되는 영상을 통해 점괘를 말한다는 이 점술가는 20여분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이후 심도 있는 대화로 남은 40분을 채웠다. 복채로 7만원을 지불했다.  

유명 역술인으로 꼽히는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유영대) 회장을 찾아갔다. 무속인 점술가와는 달리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생년, 생월, 생일, 생시, 성명 등을 불러주자 백지에 한자를 차곡차곡 적어 나갔다. 이후 기자의 사주팔자에 대해 요목조목 설명해주었다. 이어 관상, 수상(손금), 성명의 역술을 풀이해줬다. 사주팔자 풀이만으로는 개인의 운명을 가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얼마를 내야 하냐고 묻자 합산 5만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및 SNS을 통해 점괘를 봐준다는 강준현(32)씨를 영등포역 부근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났다. 휴대전화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 만세력에 기자의 기본정보를 입력한 후 사주팔자에 대해 풀이해줬다. 말솜씨가 유창하지는 않았으나 백운산 역술가의 풀이와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졌다. 30여분간 이어진 점괘의 복채는 1만원이었다.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복채의 규모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지역 및 인지도에 따라 금액은 다소 차이가 났으나 노점 점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점집에서는 평균 복채 5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평균 복채를 살펴본 결과 서울·경기·인천 지역은 5만원, 지방은 3만원에 거래됐다.

골머리 근심거리…점술가 만나 해소
지역·인지도 따라 가격 '천차만별'

소위 ‘용하다’고 소문난 점술가와 영매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무속인의 경우에는 10만원 이상의 복채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무속인이 많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동두천, 포천, 연천 지역과 충청북도 제천, 경상북도 영주의 경우에는 대부분 복채가 1만원이며, 최대 3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시사> 998호 ‘일요초대석’에 소개된 점술가 정호근의 복채는 10만원으로 조사됐다. 노점 점집의 경우에는 대게 가격이 명시돼 있으며 상담 항목에 따라 5000원에서 3만원에 거래된다. 정확한 복채가 궁금할 때는 사전 예약 시 복채 가격을 물어보면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경신연합회 진선(최수진) 회장은 “점을 본다는 것은 유형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다”며 “협회에서 회원들에게 권장하는 복채 금액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5만원에 거래되지만 복채는 점을 보려는 사람이 성의껏 건네는 것이므로 상담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복채는 성의껏

한국무속신문사에 따르면 약 10여년 전 부산 온천장의 문수보살이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점괘를 봐준 대가로 1700만원의 복채를 받아 국내 최고가 복채 금액으로 조사됐다. 국내 유명 역술인도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둔 한 후보자의 점괘를 봐준 대가로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운산 회장은 “걱정거리가 없는 사람은 점집을 찾지 않는 법이다”며 “통산적으로 5만원에 거래되지만 점괘가 마음에 들 때는 백단위의 금액을 건네는 손님도 있다”고 설명한다. 덧붙여 “간혹 현재 상황도 힘든데 점괘 결과가 더 최악인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복채를 받는 대신에 차비에 보태 쓰라고 돈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에서 그려진 점술가는 점괘를 설명하는 도중 입을 다문다. 복채를 달라는 의미다. 이때마다 지폐 한 장씩을 건네면 보다 상세한 점괘를 풀이해 준다. 하지만 실제로 점술가에게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점술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용 연출 장면인 것이다. 그렇다면 복채는 어느 시점에 지불하는 것일까.  

인천 계산동에 위치한 칠성사의 변성은 무속인은 “상담 전, 중, 후 아무 때나 복채를 지불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며 “상담자가 점괘의 만족도와 복을 채가려는 마음에 따라 복채 지불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담이 끝난 후 복채를 지불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대한역술인협회, 대한경신연합회, 한국무속협동조합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점술가는 역술인 30만명, 무속인 23만명으로, 총 53만명(노점 점술가 제외)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속인 점집을 찾는 경우 복채 이외에도 기도, 부적, 굿 등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기도 비용은 30만∼50만원, 복사본 부적을 제외한 부적 비용은 30만∼80만원, 굿 비용으로는 350만∼1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점, 사기굿 많아

부적은 액운을 퇴치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제작된다. 매년 고액 부적에 의한 사기 사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지난해 2월에는 아들의 앞날이 잘 풀리려면 부적을 써야한다는 명목으로 555만5000원짜리 부적을 써준 무속인이 사기 혐의로 붙잡혔다.

이 무속인은 지난 2008년 2월에도 남편이 죽을 지도 모른다고 위협해 1999만9990원의 부적을 써준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부산지검은 “무속행위를 할 의도가 없고, 효과도 믿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속여 부정한 이익을 취할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만, 부적을 쓴 뒤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속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속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보통 수도권 5만원, 지방 3만원
유명인, 일반인보다 비싸게 받아


굿은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노래와 춤으로 길흉화복 등 인간의 운명을 조절해 달라고 빌기 위해 이뤄진다. 굿의 형태는 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나 대표적으로 조상굿, 산신굿, 서낭굿, 병굿(우환굿), 재수굿(운수굿) 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30대 여성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합격 기원 재수굿을 500만원 들여 벌였다가 시험에 불합격하자 사기죄로 무속인을 신고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사례가 있다. 재판부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얻기 위해 굿을 하는 경우이므로 사기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2월에는 모 건설업체 사장이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무속인에게 공사 도중 사고가 나지 않도록 5000만원짜리 재수굿을 의뢰했다.

실제로 공사 중 인부 사고가 나지 않자 타운하우스 관련 신사업과 관련 1억5000만원의 재수굿까지 의뢰했다. 하지만 이 타운하우스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되고 말자 뒤늦게 사기 굿임을 깨닫고 사기죄로 무속인을 신고했다. 그동안 건설업체 사장이 무속인에게 건넨 굿 의뢰 액수는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TV 방송에 여러 차례 소개되며 유명세를 탄 강남의 한 무속인은 지난해 2월 한 증권전문가로부터 30여 차례에 걸쳐 17여억원의 굿비를 챙겼다.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한 증권전문가가 사업 번창을 목적으로 재수굿을 의뢰해 온 것이다. 증권전문가는 굿비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주식 투자를 명목으로 투자금을 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했으며 사기 혐의가 인정돼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무속인협동조합 김준옥 조합장은 “무속인의 말을 무시하기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신기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속인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무리한 금액을 요구할 때는 과감하게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위협적인 말투로 누군가가 죽을 지도 모른다고 공갈 협박하는 무속인은 대부분 사기 무속인이다”며 “점을 보러 갈 때는 주변 지인들이 추천하는 점술가를 찾아가는 게 사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억 단위 굿

한편 최근 영아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지문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수상학(손금) 중 하나인 지문점을 통해 타고난 성격과 성품, 적성을 알 수 있어 자녀의 적성 교육에 참고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지문점은 정기문(감성형), 반기문(창의형), 쌍기문(조정형), 두형문(지도자형), 호형문(안전형)의 다섯 가지로 구분되며 각 손가락별로 지문 분석을 통해 보다 상세한 점괘를 알 수 있다.  

3세 아들을 둔 허선영(32·직장인)씨는 “아들의 지문은 호형문 형태로 사무 능력과 관리 능력에 뛰어나며 안정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말해주더라”며 “공무원, 교사 등 책상에 앉아 서무 관련 업종으로 나아갈 것을 추천 받았다”고 말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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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