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청와대는 '무관심' 새누리는 '흔들기'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던 사람들이 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세월호특별법으로 진상규명의 희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망은 암담하다. 대통령은 무관심, 새누리당은 흔들기로 일관하고 있다.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던 국민들의 열망은 '세금도둑적 작태'로 매도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올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대회.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이 골프대회의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 환담했다. 그리고 뜬금없이 '골프' 얘기를 꺼냈다.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권위 있는 골프대회고 내가 명예회장으로 있다"며 "우리나라 골프가 침체돼 있으니 활성화에 힘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번 받았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 무관심
유족들 거리로

이 틈을 타 최 부총리는 맞장구를 쳤다. "국내에선 골프 관련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가 붙어 침체돼 있고 사실은 외국에 가서 많이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은 즉각 "방안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 총리는 "(그렇다면) 문체부 장관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하시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가뜩이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으로 뒤숭숭한 정국에서 박 대통령의 골프 발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지상파 언론에선 이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새해 국정기조로 언급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직접 약속한 내용이다. 같은 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을 촉구하며 경기 안산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19박20일간의 도보 행진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날 극우 인터넷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한 회원은 '친구 먹었다'라는 제목으로 충격적인 게시물을 올렸다. 김모(20)씨와 조력자 조모(30)씨로 알려진 이들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오뎅)을 든 채 한 손으로는 일베를 상징하는 손모양을 하고 이른바 '인증샷'을 찍어 올렸다. 어묵은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6일 모욕 혐의로 김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조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 등은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단원고 교복을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이드라인 제시
특위 무력화 시켜

국민의 상식선에서 일베는 비정상에 가깝다. 그러나 이를 정상화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을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서 세월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발언 내용은 ▲"세월호 사고의 문제점이 대부분 드러났고 관계자들도 문책을 당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이 할 수 없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로 요약된다.

정부 여당과 검찰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했다. 여야가 합의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특위)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검찰은 대통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이틀 전부터 노숙하던 50여명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대통령님 살려주세요!"라고 애걸했지만 유가족 수보다 경호원 수가 더 많았다. 박 대통령은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고는 그대로 차에 올랐다.

대통령 세월호참사 침묵…암묵적 가이드라인
친박계 김재원 세월호특위 내부문건 빼돌려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지 않던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소위 종북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며 종북 논란을 지폈다. 황선·신은미씨가 연 통일콘서트 현장에 폭발물이 투척된 것에는 침묵했다. 2명에게 화상을 입히고 집기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등학생 오모(19)군은 최근 출소해 일베에 '인증글'을 남겼다. 반면 신씨 등은 국내에서 추방되거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정부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은 예외 없이 관철됐다. 만약 박 대통령이 세월호특위에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주문했더라면 어땠을까. 유가족이 또다시 400km가 넘는 고난의 행진을 했을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골프대회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세월호특위다. 대통령의 무관심은 다수 친박계 의원들이 세월호에서 등을 돌린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친박의 대표격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당시 원내수석부대표)은 세월호특위를 겨냥한 거친 표현과 내부문서 빼돌리기로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세월호특위 설립준비단'(이하 설립준비단) 명의의 내부문건을 빼내 지난달 16일 "(세월호특위의) 세금도둑적 작태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세월호특위 여당 추천위원인 조대환 부위원장(상임직 사무처장)과 세월호특위 실무협상 주체인 해양수산부를 통해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는 세월호특위가 125명의 인력과 241억원의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 중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절차상 확정된 기안은 아니지만 김 의원은 언론을 통해 세월호특위를 '세금도둑'으로 낙인찍어버렸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김 의원에게 독대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조 부위원장의 '친박' 이력이다. 조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에는 초대 민정수석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조 부위원장과 김 의원은 나란히 검사 출신으로 확인된다.

김 의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조 부위원장은 설립준비단 해체를 발의했다. 세월호특위와 달리 설립준비단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설립준비단이 해체될 경우 세월호특위의 실무 진행은 마비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특위는 다수의 의견으로 해체안을 부결시켰다.

그러자 조 부위원장은 설립준비단에 파견돼 있던 담당공무원(해양수산부 소속 3명, 행정자치부 소속 1명)을 지난달 23일 원대로 복귀시켰다. 이들은 설립준비단과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세월호특위는 출범도 하기 전 이렇게 한 달을 삐거덕댔다. 두 '친박'의 노골적인 흔들기가 표면화된 결과였다.

갈수록 첩첩산중
사무실도 뺏길 판

기자는 지난 2일 설립준비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지방조달청 청사를 찾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상임위원인 박종운 설립준비단 대변인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단 대화로 잘 풀어가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이날 박 대변인은 "이석태 세월호특위 위원장(유가족 추천)과 조 부위원장이 공무원 재파견에 합의했다"며 "공문을 보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공문에 응답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3명은 설립준비단에 합류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공무원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상대적으로 세월호특위 운영에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조 부위원장 등 여당 추천위원과 반대 성향의 다수 위원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일부 위원들이 세월호특위의 출범을 가로막는다면 위원장이 다수 의견을 받아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당면한 논의가 합의점을 찾기는커녕 여권의 '힘빼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세월호특위의 핵심으로 '독립성'을 꼽으면서 조 부위원장이 가져간 문건은 당초 같은 달 19일에 반대의견을 듣기로 돼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하면 세월호특위가 내부 협의를 목적으로 초안을 만들자 조 부위원장이 이를 빼돌려 엉뚱하게도 김 의원과 논의를 한 것이다.

조 부위원장은 지난 4일 열린 전체간담회에서 이 같은 우려를 현실화했다. 초안 기준으로 240억원이었던 예산을 130억원으로 깎은 것이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158억원,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120억원의 예산보다 실질적으로 낮은 금액이다. 각 부처가 내놓은 예산안에는 직원 인건비와 조사 활동비, 건물 임대료 등이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설립준비단이 임시로 쓰고 있는 사무실 임대계약은 이달 중순 종료된다. 박 대변인은 "공공기관 소유의 사무실 대관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앙부처(기획재정부 포함)들이 '안 된다'고 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현재 점유자도 없고 예약마저 없는 빈 공간이지만 정부는 무슨 이유인지 대관 얘기에 손사레를 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빌딩에 입주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 경우 비싼 임대료가 장기적으로 부담이다.

조대환, 새누리당에 수시로 정보 보고
'세월호 인양' 예산낭비 공세로 좌절?

새누리당이 추천한 황전원 세월호특위 위원(비상임)은 지난 5일 또다시 설립준비단을 흔들었다. 황 위원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공보특보를 지낸 '친박'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설립준비단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위원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의 주장대로라면 설립준비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협의는 무효화될 수 있다. 현재 설립준비단은 세월호특위의 예산과 직제, 시행령 등을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다.

또 다른 문제는 여당의 협조가 없는 한 세부안이 협의되기도 힘들뿐더러 작성된 안을 정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까지 받아야 된다는 점이다. 안건 제출 후 중간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통과를 지연시키면 세월호특위는 정상적인 조사활동에 돌입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각 위원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났을 경우 또다시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세월호 인양
비용이 관건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에서 2학년4반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인 박종대씨는 세월호특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렇게 짚었다. 임의로 요약하면 첫째 세월호특위의 인적구성, 둘째 빠른 시일 내에 발족이 가능하도록 할 것, 마지막으로 세월호특위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할 것이다.

현재 세월호특위에는 세월호 참사 직후 일베 게시글을 퍼날랐던 차기환 위원(새누리당 추천·비상임)이 있다. 차 위원이 속해 있는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행변)은 국정원의 변호를 전담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 한 공무원은 대통령 임명을 위한 세월호특위 위원들의 인사자료를 고의로 누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립준비단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부 여당의 노골적인 방해 속에 세월호 선체인양 문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특위에는 법률상 인양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다만 박 대변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전체 인양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체인양은 실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진상규명과 사회적 갈등해소에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혹시 인양비용이 부풀려져 언론에 알려지면 정치 쟁점화 될까 두렵다"면서 "국민적인 관심과 합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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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