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3기 인사 관전포인트

김기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있다. 20%대로 떨어졌던 국정수행 지지율은 곧 30%선을 회복했지만 뚜렷한 반등 요인 없이 정체 중이다.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인적쇄신'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타개한다는 전략이지만 '3기 정부'의 면면에선 국정쇄신의 의지를 읽기 어렵다. 당장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 1순위로 거론되는 등 '수첩 인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폭락으로 위기에 봉착한 박근혜정부가 개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2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 파동'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20%대로 붕괴했다.

지지율 폭락
3인방 생존

지난달 28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9.7%(표집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50%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불과 석 달 만에 20%포인트가 하락했다. '부정평가' 역시 62.6%를 기록해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치권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30%를 정권의 레임덕을 가르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TK(대구·경북)에서도 민심 이반이 진행 중이다. TK권의 지지율은 50%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해 12월부터 박근혜정부의 지지율은 완연한 하락세에 있다.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박근혜정부는 개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를 내정했다. 이 후보자의 발탁은 기자들도 몰랐던 깜짝 인사였다. 이 후보자는 '언제 통보를 받았냐'는 질문에 "전날 밤에 전화를 받았다"고 답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유독 '깜짝 인사'를 고집했다. 배후에서 인사를 좌우하는 인물들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이른바 '십상시 논란'으로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대통령의 '복심'인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은 인사개편에서 살아남았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외형상 인사위원회에서 배제토록 한 게 전부였다. 몇몇 여권 관계자는 "(인사 과정에서) 이재만보다 안봉근의 이름이 더 자주 들렸다"고도 했다. 인사위원회에 없어도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이들이 청와대에 있는 한 ‘실세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십상시 논란 속 문고리 3인방 유임
비서실장 건재…최후 카드로 보류?

유임이 예상된 수석비서관 교체는 기습 단행됐다. 지난달 28일 <매일경제>는 "교체된 수석비서관들이 인사 발표가 이뤄진 당일(23일) 오전 9시15분께 교체를 통보 받았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홍보수석을 통해 인사발표를 한 시간은 같은 날 오전 10시였다.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알려진 윤창번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점심약속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브리핑 직후 약속을 취소했다는 것이 기사화된 내용이다.

윤 전 수석은 지난달 29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일 통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려면 대통령께서 일을 그렇게 하셨겠냐"며 "소문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짚었다. 다른 질문에 대해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고 웃으며 답했다.

함께 교체된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은 지난달 9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비서실은 이번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 같이 해명하고 2주 뒤 짐을 쌌다. 그가 있던 국정기획수석실은 정책조정수석실로 개편됐다. 유 전 수석은 평소 임기 2년을 채우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수석의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주변 정리에 들어간 모양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실장이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등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김기춘 거취
2월 내 결정

앞서 김 실장은 한 종편 방송에서 자신과 이른바 '구원파'가 오대양사건 당시 유착돼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심 전 고검장을 고소했다. 비슷한 뉘앙스로 말한 문화평론가 김갑수씨도 함께 고소했다. 김 실장은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관련 인터뷰 내용을 지면에 실은 신문기자에 대한 고소도 취하했다. 정치권은 김 실장이 사퇴를 앞두고 주변 정리에 들어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실장이 이번 청와대 비서실 및 정무특보단 개각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거취와 상관없이 '수렴청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같은날 <문화일보>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이 검사 출신인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를 추천했으며,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 민정수석을 승진시켰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항명사태'로 물러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김 실장과의 불화로 사실상 '식물수석'이었다는 내용을 함께 전했다.

김 실장의 유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사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차기 비서실장 1순위로 꼽고 있다.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근 "BH(청와대)가 문건 유출 수사 경과를 지켜보며 황 장관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과 함께 광주를 찾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보기도 했다.

황 장관 외에 하마평에 오른 인사로는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권영세 주중대사,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 등이 있다. 현 의장은 박 대통령의 오랜 자문그룹인 ‘7인회’라는 점이 돋보이지만 고령이라는 점에서 참신성이 떨어진다. 권 대사의 경우 비서실장보다는 개각 대상으로 지목된 통일부장관 쪽에 가깝다는 평가다. 최 부총장 역시 법조인이 주도하는 현 권력지형상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그림자 실세'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 장관이 차기 비서실장으로 발탁된다면 법무부장관을 새로 뽑게 되면서 개각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 인사안을 확정했다. 최근 법무부는 사법연수원 16∼17기 인사들에게 "원활한 인사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황 장관이 검찰 진용을 사전에 짜놓고 청와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역시 검찰 내 일부 인사들에 대한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황교안
개각폭 커질 듯

만약 황 장관의 후임을 찾지 못할 경우 뜻밖의 인물이 비서실장에 오를 수 있다. 최근 한 언론은 김 실장의 경남고 후배인 김병호 언론재단 이사장을 유력 후보군으로 보도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차기 비서실장 선임에 김 실장의 '입김'이 닿을 것이란 점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실장이) 경질되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상황에서 후임을 누구로 할지 의논하지 않겠냐"며 "김 실장의 영향력은 한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석인 해양수산부장관에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후보에 올라 막판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해양수산부장관이 힘 있는 부처가 아니란 점에서 민간 전문가의 발탁을 점치는 분위기도 있다.

해양수산부 외에는 모두 현직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와대 차원에서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까닭에 어떤 장관이 교체 대상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현 상황에서 비교적 교체가 확실시된 후보로는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이 꼽힌다.

류 장관은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었지만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청와대와 '엇박자'를 냈다는 평가가 있다. 후임으로는 지난 대선의 공신 가운데 한 명인 권 대사가 검토되고 있다. 단 통일부 역시 힘 있는 부처가 아니란 점에서 권 대사가 장관직을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국정원을 경험한 여권 정치인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대 밑바닥 지지율
인적쇄신으로 '점프'

서 장관은 지난 2기 내각 출범 때도 교체가 검토된 바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땅콩 회항' 사건의 '봐주기' 책임이 더해지면서 경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최근 국토교통부 유관기관을 겨냥한 사정작업이 진행 중이란 얘기가 들린다. 일부 국회의원까지 연루된 사건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장관의 후임으로는 경북 포항 출신인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제1사무부총장)과 충남 청양 출신인 한만희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강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로 업무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박계라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한 전 차관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행복도시'와 인연이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며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한 이력이 강점이다.

당초 1월 말로 예정된 개각은 달을 넘겨 2월 초로 연기됐다. 정치권은 오늘(2일) 있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보고 청와대가 인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친박계 위주로 정무특보단을 꾸리고 장관직에 대한 논공행상을 한다면 비박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김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내 친박계 관료의 '깜깜이 인사'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해진다.

여의도 정가에선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고 있다. 신빙성 높은 것은 일부 비박계의 중용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충성도가 낮은 인물을 영입해 김 대표의 입지를 축소시킨다는 전략이다.

반면 비박계의 승리와 함께 중립적인 관료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경우 개각의 폭이 정가의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박 끌어안고
친박 세 불린다

정치 중립적 인사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임기 3년 가운데 2년을 채워 개각 대상에 포함돼 있다. 임기 중 각종 금융 사고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됐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사 특성상 때로는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위해 '박힌 돌'을 빼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비박계의 승리가 신 위원장의 낙마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발표될 정무특보단에는 친박 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친박계인 현기환·이성현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서실장 교체로 본격화될 박근혜정부 3기의 면면은 문고리3인방, 법조마피아, 친박계가 혼합된 모습이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