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3기 인사 관전포인트

김기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있다. 20%대로 떨어졌던 국정수행 지지율은 곧 30%선을 회복했지만 뚜렷한 반등 요인 없이 정체 중이다.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인적쇄신'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타개한다는 전략이지만 '3기 정부'의 면면에선 국정쇄신의 의지를 읽기 어렵다. 당장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 1순위로 거론되는 등 '수첩 인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폭락으로 위기에 봉착한 박근혜정부가 개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2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 파동'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20%대로 붕괴했다.

지지율 폭락
3인방 생존

지난달 28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9.7%(표집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50%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불과 석 달 만에 20%포인트가 하락했다. '부정평가' 역시 62.6%를 기록해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치권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30%를 정권의 레임덕을 가르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TK(대구·경북)에서도 민심 이반이 진행 중이다. TK권의 지지율은 50%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해 12월부터 박근혜정부의 지지율은 완연한 하락세에 있다.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박근혜정부는 개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를 내정했다. 이 후보자의 발탁은 기자들도 몰랐던 깜짝 인사였다. 이 후보자는 '언제 통보를 받았냐'는 질문에 "전날 밤에 전화를 받았다"고 답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유독 '깜짝 인사'를 고집했다. 배후에서 인사를 좌우하는 인물들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이른바 '십상시 논란'으로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대통령의 '복심'인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은 인사개편에서 살아남았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외형상 인사위원회에서 배제토록 한 게 전부였다. 몇몇 여권 관계자는 "(인사 과정에서) 이재만보다 안봉근의 이름이 더 자주 들렸다"고도 했다. 인사위원회에 없어도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이들이 청와대에 있는 한 ‘실세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십상시 논란 속 문고리 3인방 유임
비서실장 건재…최후 카드로 보류?

유임이 예상된 수석비서관 교체는 기습 단행됐다. 지난달 28일 <매일경제>는 "교체된 수석비서관들이 인사 발표가 이뤄진 당일(23일) 오전 9시15분께 교체를 통보 받았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홍보수석을 통해 인사발표를 한 시간은 같은 날 오전 10시였다.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알려진 윤창번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점심약속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브리핑 직후 약속을 취소했다는 것이 기사화된 내용이다.

윤 전 수석은 지난달 29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일 통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려면 대통령께서 일을 그렇게 하셨겠냐"며 "소문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짚었다. 다른 질문에 대해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고 웃으며 답했다.

함께 교체된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은 지난달 9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비서실은 이번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 같이 해명하고 2주 뒤 짐을 쌌다. 그가 있던 국정기획수석실은 정책조정수석실로 개편됐다. 유 전 수석은 평소 임기 2년을 채우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수석의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주변 정리에 들어간 모양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실장이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등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김기춘 거취
2월 내 결정

앞서 김 실장은 한 종편 방송에서 자신과 이른바 '구원파'가 오대양사건 당시 유착돼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심 전 고검장을 고소했다. 비슷한 뉘앙스로 말한 문화평론가 김갑수씨도 함께 고소했다. 김 실장은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관련 인터뷰 내용을 지면에 실은 신문기자에 대한 고소도 취하했다. 정치권은 김 실장이 사퇴를 앞두고 주변 정리에 들어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실장이 이번 청와대 비서실 및 정무특보단 개각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거취와 상관없이 '수렴청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같은날 <문화일보>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이 검사 출신인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를 추천했으며,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 민정수석을 승진시켰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항명사태'로 물러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김 실장과의 불화로 사실상 '식물수석'이었다는 내용을 함께 전했다.

김 실장의 유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사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차기 비서실장 1순위로 꼽고 있다.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근 "BH(청와대)가 문건 유출 수사 경과를 지켜보며 황 장관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과 함께 광주를 찾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보기도 했다.

황 장관 외에 하마평에 오른 인사로는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권영세 주중대사,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 등이 있다. 현 의장은 박 대통령의 오랜 자문그룹인 ‘7인회’라는 점이 돋보이지만 고령이라는 점에서 참신성이 떨어진다. 권 대사의 경우 비서실장보다는 개각 대상으로 지목된 통일부장관 쪽에 가깝다는 평가다. 최 부총장 역시 법조인이 주도하는 현 권력지형상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그림자 실세'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 장관이 차기 비서실장으로 발탁된다면 법무부장관을 새로 뽑게 되면서 개각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 인사안을 확정했다. 최근 법무부는 사법연수원 16∼17기 인사들에게 "원활한 인사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황 장관이 검찰 진용을 사전에 짜놓고 청와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역시 검찰 내 일부 인사들에 대한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황교안
개각폭 커질 듯

만약 황 장관의 후임을 찾지 못할 경우 뜻밖의 인물이 비서실장에 오를 수 있다. 최근 한 언론은 김 실장의 경남고 후배인 김병호 언론재단 이사장을 유력 후보군으로 보도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차기 비서실장 선임에 김 실장의 '입김'이 닿을 것이란 점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실장이) 경질되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상황에서 후임을 누구로 할지 의논하지 않겠냐"며 "김 실장의 영향력은 한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석인 해양수산부장관에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후보에 올라 막판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해양수산부장관이 힘 있는 부처가 아니란 점에서 민간 전문가의 발탁을 점치는 분위기도 있다.

해양수산부 외에는 모두 현직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와대 차원에서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까닭에 어떤 장관이 교체 대상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현 상황에서 비교적 교체가 확실시된 후보로는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이 꼽힌다.

류 장관은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었지만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청와대와 '엇박자'를 냈다는 평가가 있다. 후임으로는 지난 대선의 공신 가운데 한 명인 권 대사가 검토되고 있다. 단 통일부 역시 힘 있는 부처가 아니란 점에서 권 대사가 장관직을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국정원을 경험한 여권 정치인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대 밑바닥 지지율
인적쇄신으로 '점프'

서 장관은 지난 2기 내각 출범 때도 교체가 검토된 바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땅콩 회항' 사건의 '봐주기' 책임이 더해지면서 경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최근 국토교통부 유관기관을 겨냥한 사정작업이 진행 중이란 얘기가 들린다. 일부 국회의원까지 연루된 사건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장관의 후임으로는 경북 포항 출신인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제1사무부총장)과 충남 청양 출신인 한만희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강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로 업무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박계라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한 전 차관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행복도시'와 인연이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며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한 이력이 강점이다.

당초 1월 말로 예정된 개각은 달을 넘겨 2월 초로 연기됐다. 정치권은 오늘(2일) 있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보고 청와대가 인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친박계 위주로 정무특보단을 꾸리고 장관직에 대한 논공행상을 한다면 비박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김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내 친박계 관료의 '깜깜이 인사'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해진다.

여의도 정가에선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고 있다. 신빙성 높은 것은 일부 비박계의 중용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충성도가 낮은 인물을 영입해 김 대표의 입지를 축소시킨다는 전략이다.

반면 비박계의 승리와 함께 중립적인 관료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경우 개각의 폭이 정가의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박 끌어안고
친박 세 불린다

정치 중립적 인사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임기 3년 가운데 2년을 채워 개각 대상에 포함돼 있다. 임기 중 각종 금융 사고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됐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사 특성상 때로는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위해 '박힌 돌'을 빼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비박계의 승리가 신 위원장의 낙마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발표될 정무특보단에는 친박 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친박계인 현기환·이성현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서실장 교체로 본격화될 박근혜정부 3기의 면면은 문고리3인방, 법조마피아, 친박계가 혼합된 모습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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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