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세모녀 살인사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생활고 아닌 다른 문제 있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초동 세모녀 살인사건’의 세모녀 살해 가장 강모씨가 구속됐다. 그러나 그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의혹에 싸여있다. 단순히 생활고 탓이라기엔 특별한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고, 부부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범행 경위와 동기에 대한 의문점을 짚어봤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초 세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실직 가장 강모(48)씨를 이날 오전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6일 오전 3시부터 4시30분 사이 자신의 소유로된 서초동 아파트에서 아내 이모(44)씨와 큰딸(14), 둘째딸(8)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말못할 사연이? 
 
경찰에 따르면 이미 오래 전부터 불면증을 호소했던 강씨는 지난달 8일과 이달 1일 각각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10정씩 20정을 처방받았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복용해 왔다”고 진술했다. 이후 같은 달 말 강씨는 가족여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충북 대청호 인근을 지나면서 ‘호수로 차를 몰고 다같이 죽을까’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지만 차에서 자고 있던 가족들이 깨어나면서 포기했다.
 
하지만 강씨는 지난 5일 새벽 3∼4시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강씨는 배가 아프다는 큰딸에게 약이라며 이달 초 처방받은 수면유도제를 주고 물과 함께 삼키도록 했다. 두 딸이 잠들자 수면제 반개를 와인에 섞어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가 잠들자, 강씨는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 잠이 든 아내의 목을 머플러로 졸라 살해했다. 큰 방과 작은 방에서 자고 있던 두 딸도 같은 수법으로 잇따라 살해했다.
 
강씨는 이날 오전 6시28분께 119에 전화해 “아이들을 죽였고 나도 죽겠다”고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강씨의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또 강씨가 쓴 메모 형식의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강씨는 유서에 “부모님보다 먼저 가는 것도 죄송한데 집사람과 애들까지 데리고 가는 죽을 죄를 지었다. 나는 저승에 가서 그 죗값을 치르겠다. 통장을 정리하면 좀 남는 것이 있을 텐데 부모님·장인장모님의 치료비와 요양비 등에 쓰라”고 썼다.
 
강씨는 범행 직후 충북 대청호에서 투신을 시도하고 손목을 긋는 등 자살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5일 오후 12시10분께 경북 문경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14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강씨의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와 큰 딸의 시신에서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이 검출된 것 외에 특별히 새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면서 “조만간 부검결과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못난 가장의 잘못된 선택 결론
범행 경위·동기 등 의문투성이
여유도 있었는데 왜?
부인과 원만한데 왜?
 
경찰은 서울 명문 Y사립대 경영학과 출신에 기업 임원까지 지낸 강씨가 3년 전 실직한 뒤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주식투자마저 실패하자 끝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에너지·컴퓨터 부품 회사를 다니던 강씨는 2012년 12월경 일을 그만두게 됐다. 이 시기에 강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를 담보로 한 외국계 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받았다. 강씨 명의의 아파트는 146㎡ 규모로 최근 매매가는 11억원 안팎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후 아내에게는 실직 사실을 알렸으나 큰딸과 작은딸에게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아이들에게 계속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에 고시원을 얻어 낮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선후배의 사무실에도 자주 오갔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책을 보며 충전하기 위해 고시원에 들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대출금 5억을 떼서 매달 400만원을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고 나머지 돈으로는 주식투자에 나섰으나 오히려 2년간 2억7000여만원을 날렸다. 이렇게 수중에 남은 돈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재취업도 힘들어지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남았다. 경찰은 이 불안감이 결정적인 범행동기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죽인 이유 불분명
 
그러나 강씨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강씨는 생활고 때문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정황상 납득이 어렵다. 강씨는 주택을 담보로 주식을 해 손실을 보긴 했어도 시세 11억원대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만 팔아도 6억원 가량이 남는 상황이었다. 망해도 중산층이었단 얘기다. 다른 가족들의 금전적 지원도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어 생활고는 직접적인 범행 동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피의자가 부부간 불화나 정신적인 질환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살해 동기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가족주의’ 혹은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 등이 빚은 참극이라고 진단했다. 가난하진 않았지만 현재의 삶보다 부족하게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삶을 절벽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강씨 역시 경찰에서 “유복하게 살아온 내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040 가장의 몰락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사망인원통계’에 따르면 30∼50대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50대 남성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남녀 전체 자살률보다 높았으며 같은 연령대 여성 자살률을 크게 웃돌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의 경우 지난 2003년 21.8%였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2년 27.3%, 2013년 28.4%로 증가했다. 40대의 경우에도 2003년 28.1%였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012년 30.9%, 2013년 32.7%로 증가했다. 남성만 놓고 보면 30∼40대 자살률 증가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2003년 29.3%였던 30대 남성의 자살률은 2012년 34.6%, 2013년 36.4%를 기록했다. 40대 남성 자살률은 2003년 41%에서 2012년 42.9%, 2013년 47.2%를 기록했다. 2012년 대비 2013년의 40대 남성 자살 증감률은 9.9%p로 같은 기간 -2.9%p의 자살 증감률을 보인 ‘40대 여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성장만 생각하고 자라온 ‘물질세대’가 예상치 못한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빈곤감과 무력감에 빠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소통 단절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혔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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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