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환거래 44명 신상 공개

조세피난처에 짱박은 검은돈 더 많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주 사회고위층 인사들의 불법 외환거래 사실이 알려졌다. GS·LG·롯데·현대·효성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그룹 일가와 사회 저명인사, 유명 연예인이 대거 적발됐다. 이들은 막대한 외화를 앞세워 해외 부동산 및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외국환거래법 제32조 따르면 외화 유출입을 신고하지 않거나 송금 절차를 위반할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솜방망이 규정이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적발된 이들의 면면을 낱낱이 공개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국내 재벌과 유명 연예인들의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했다. 이들은 해외 부동산 취득 및 금융거래 과정에서 1300억원대의 재산처분 사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금감원은 재벌가와 연예인 등 44명이 신고 없이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환 자본거래는 우리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도 없이
1300억 숨겨

금감원은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거래 규모가 큰 GS그룹 계열의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을 검찰에 통보키로 했다. <시사저널>이 보도한 '외국환거래법 주요위반자 조치 예정 내역'에 따르면 허 회장은 과태료 1건(1198만원), 거래정지 2건, 벌칙 1건으로 모두 4건의 불법을 저질렀다. 특히 <시사저널>은 "허 회장이 14회에 걸쳐 9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97억원)의 외화 채권을 매입하면서 신고하지 않아 검찰 통보 조치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GS가 3세이자 장손이다. 아버지는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으로 LG그룹의 공동창업주인 고 허만정 회장의 장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상무는 GS의 주식을 155만6327주(1.67%)나 갖고 있다. 허 회장의 지분은 2.85%(265만1600주)로 주식가치는 약 1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범LG가에서도 불법 외환거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구미정씨와 구씨의 남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2건의 과태료(380만원)와 3건의 거래정지를 함께 조치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도 불법 외환거래 명단에 포함됐다. 구 전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모두 4건의 부동산을 사고팔았지만 단 한건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구 전 회장에게는 2건의 거래정지만 내려질 것으로 알려져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녀 구근희씨에게도 2건의 거래정지가 예고되고 있다. 구씨는 과거 이계순 전 농림부장관의 아들인 이준범씨와 혼인했다. 이씨는 현재 플라스틱 용기 생산업체인 ㈜화인의 최대주주(지분율 76%)로 확인된다.

금감원 재벌·스타 외환법 위반 적발
총 1300억원대 외화 해외 곳곳에 숨겨

현대가도 금감원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외동딸인 정경희씨는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미국 하와이 리조트 등을 매매했다가 4건(159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 조사결과 정씨는 해외에 숨겨 놓은 수십억원의 예금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씨는 1990년대 중후반 자신이 소유한 미국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에게는 과태료 외에도 거래정지 3건, 경고 2건 등이 내려졌다.

금감원은 롯데가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이 거래정지 처분을 앞두고 있다. 이번 명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신 총괄회장 역시 900만달러(약 97억원) 규모의 외환거래가 문제되고 있다.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외화를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두산가에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나란히 적발됐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형인 박 회장은 뉴욕 맨해튼에 '셰필드'라는 이름의 콘도 43층을 갖고 있다. 두 박 회장에게는 거래정지 2건과 경고 1건이 유력시되고 있다.


80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거래정지 처분(1건)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조 회장을 큰아버지로 두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위반자 명단에 없었다.

지난 6월 KBS1TV 탐사보도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은 "조 사장이 19번째 생일을 기념해 부모로부터 받은 고급 리조트가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 사장은 이를 되팔아 8억원의 시세차익을 봤지만 우리 금융당국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재벌가 3세
무더기 적발

CJ가로 분류되는 민재원씨는 거래정지 처분(1건)을 받았다. 민씨는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민기식 전 공화당 의원의 딸이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전 CJ 상무)의 부인이다.

'벤처업계의 신화' 김정주 NXC(옛 넥슨홀딩스·넥슨 지주회사) 대표도 거래정지(2건)가 확정적이다. 일본에 상장한 넥슨의 최대주주(48.5%)인 그는 주식을 포함한 보유자산이 2조원이 넘는 대부호다. 김 대표는 노르웨이 유모차업체인 '스토케'를 510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환율 변동폭을 이용한 'FX 마진거래'가 증권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이번 단속에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지 관심의 대상이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12월 'FX마진거래 규정 위반사례 및 유의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딸을 위해 미국 현지에 매장을 개설해 준 '회장님'도 있다.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김성환 금강제화 회장은 자신의 딸과 사위를 위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특혜성 대출을 해줬다. 미국 뉴욕 등에 설립된 직영매장은 회사로부터 395만달러(한화 약 43억원)를 지원받았다. 김 회장에게는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거래정지(2건)가 예고된 상황이다.

17대 대선의 뜨거운 감자였던 BBK 사건의 '키맨' 전세호 심텍 대표도 눈에 띈다. 전 대표는 거래정지(3건)와 경고(1건)를 동시에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전 대표가 이명박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BBK 회장으로 알고 투자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전 대표는 2001년 11월 "BBK에 투자한 5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이 전 대통령의 부동산을 압류한 바 있다.

이종명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외국환거래법 주요 위반자 명단에 있다.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는 방위사업이 주력인 일광그룹의 계열사로 유명하다. 일광그룹의 회장이자 이 대표의 아버지인 이규태씨는 최근 한 여자 연예인이 제기한 성희롱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소속사 측은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당 연예인을 협박 혐의로 고발한 상황이다.

알고 보면
사회고위층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씨의 자녀(거래정지 1건)가 원로배우 신영균씨(대종상영화제 명예이사장)의 자녀와 나란히 위반자 명단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신씨의 자녀는 국내 신고 없이 미국의 한 쇼핑몰을 매입했다가 1억원의 과태료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13년 신씨와의 친분으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한 바 있다.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도 거래정지(2건)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코리안리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다. 재보험사는 보험사를 위한 보험사다.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한꺼번에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험사가 보상책임을 재보험사와 분담하는 것이다.


코리안리는 국내 재보험 물량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점하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코리안리 황제경영 해부(인터넷판 2014년 11월10일)'라는 기사에서 원 회장과 그의 자녀를 중심으로 한 오너 경영체제를 점검한 바 있다. 2013년 원 회장은 급여와 상여금, 배당금 등을 합쳐 모두 12억원을 수령해간 것으로 드러났다.

중견기업 KCC정보통신은 위반자 숫자와 위반 횟수가 가장 많았다. IT솔루션 제공, 수입차 딜러 등을 주력으로 하는 KCC정보통신은 지주회사를 포함한 연매출이 5000억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다.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과 장남인 이상현 KCC오토모빌 대표, 차남인 이상훈 KCC시큐리티 대표 등 11명은 과태료 4건(1967만원), 거래정지 9건, 벌칙 2건의 제제가 가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이 회장 일가는 미국 하와이주에 있는 마우이섬 부동산을 대거 소유하고 있다. 2010년 마우이섬의 한 대저택을 7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75억5000만원)에 사들였고, 1995년에는 당시 1∼3살이었던 손주들에게 하와이 카우아이 섬을 선물했다. 매입가는 11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118억6000만원)로 전해졌다.

GS·LG·현대 일가 미국 호화 부동산 투자
이수만·한예슬 등 유명 연예인 꼼수 도마

이 회장 일가는 하와이 부동산에 최소 2000만달러(215억7000만원)를 투자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실제 부동산 가치는 2배 이상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합법화(2006년 5월 100만달러 이내 허용·2008년 6월 무제한 허용)되기 전부터 부동산을 거래했다. 대부분의 부동산은 국내 거주자인 자녀나 부인 명의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 회장 일가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하고 60여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이 회장 일가의 외환거래법 위반 사실을 검찰에 통보키로 결정했다.


이 회장과 함께 혐의가 중대하고 판단돼 통보 조치된 유명인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이 대표는 4892만원(1건)의 과태료와 2건의 거래정지, 2건의 벌칙 처분을 받았다. 이 대표는 미국 현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LA 등지에서 다수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가 해외에 비밀리에 투자한 돈은 2500만달러(약 269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신고 과정에 일부 착오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솜방망이 처벌
재벌은 코웃음

한인타운 빌딩을 매입한 여자연예인 한예슬씨도 적발됐다. 신씨와 함께 과태료 납부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위반 건수는 2건이다. 한씨 측은 "누락된 것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과태료를 낼 것"이라며 "일부 오해가 있다"고 성명을 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국내그룹 관계자 117명을 대상으로 외환검사를 실시한 결과 272건의 미국 부동산 매입을 밝혀냈다. 삼성·SK·한화·효성·LG 등 재벌가 소유가 포함된 부동산 규모는 4억9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5286억원 규모다. 1인당 평균 45억1700만원의 해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이상 법망을 빠져 나간 돈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을 넘어 여러 조세피난처에 분산되는 있는 자산까지 더하면 사회고위층의 불법 외환거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외국환거래법 제32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대 과태료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주식으로만 수천억원씩 굴리고 있는 재벌들에게 5000만원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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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