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환거래 44명 신상 공개

조세피난처에 짱박은 검은돈 더 많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주 사회고위층 인사들의 불법 외환거래 사실이 알려졌다. GS·LG·롯데·현대·효성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그룹 일가와 사회 저명인사, 유명 연예인이 대거 적발됐다. 이들은 막대한 외화를 앞세워 해외 부동산 및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외국환거래법 제32조 따르면 외화 유출입을 신고하지 않거나 송금 절차를 위반할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솜방망이 규정이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적발된 이들의 면면을 낱낱이 공개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국내 재벌과 유명 연예인들의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했다. 이들은 해외 부동산 취득 및 금융거래 과정에서 1300억원대의 재산처분 사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금감원은 재벌가와 연예인 등 44명이 신고 없이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환 자본거래는 우리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도 없이
1300억 숨겨

금감원은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거래 규모가 큰 GS그룹 계열의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을 검찰에 통보키로 했다. <시사저널>이 보도한 '외국환거래법 주요위반자 조치 예정 내역'에 따르면 허 회장은 과태료 1건(1198만원), 거래정지 2건, 벌칙 1건으로 모두 4건의 불법을 저질렀다. 특히 <시사저널>은 "허 회장이 14회에 걸쳐 9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97억원)의 외화 채권을 매입하면서 신고하지 않아 검찰 통보 조치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GS가 3세이자 장손이다. 아버지는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으로 LG그룹의 공동창업주인 고 허만정 회장의 장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상무는 GS의 주식을 155만6327주(1.67%)나 갖고 있다. 허 회장의 지분은 2.85%(265만1600주)로 주식가치는 약 1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범LG가에서도 불법 외환거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구미정씨와 구씨의 남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2건의 과태료(380만원)와 3건의 거래정지를 함께 조치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도 불법 외환거래 명단에 포함됐다. 구 전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모두 4건의 부동산을 사고팔았지만 단 한건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구 전 회장에게는 2건의 거래정지만 내려질 것으로 알려져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녀 구근희씨에게도 2건의 거래정지가 예고되고 있다. 구씨는 과거 이계순 전 농림부장관의 아들인 이준범씨와 혼인했다. 이씨는 현재 플라스틱 용기 생산업체인 ㈜화인의 최대주주(지분율 76%)로 확인된다.

금감원 재벌·스타 외환법 위반 적발
총 1300억원대 외화 해외 곳곳에 숨겨

현대가도 금감원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외동딸인 정경희씨는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미국 하와이 리조트 등을 매매했다가 4건(159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 조사결과 정씨는 해외에 숨겨 놓은 수십억원의 예금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씨는 1990년대 중후반 자신이 소유한 미국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에게는 과태료 외에도 거래정지 3건, 경고 2건 등이 내려졌다.

금감원은 롯데가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이 거래정지 처분을 앞두고 있다. 이번 명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신 총괄회장 역시 900만달러(약 97억원) 규모의 외환거래가 문제되고 있다.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외화를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두산가에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나란히 적발됐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형인 박 회장은 뉴욕 맨해튼에 '셰필드'라는 이름의 콘도 43층을 갖고 있다. 두 박 회장에게는 거래정지 2건과 경고 1건이 유력시되고 있다.

80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거래정지 처분(1건)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조 회장을 큰아버지로 두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위반자 명단에 없었다.

지난 6월 KBS1TV 탐사보도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은 "조 사장이 19번째 생일을 기념해 부모로부터 받은 고급 리조트가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 사장은 이를 되팔아 8억원의 시세차익을 봤지만 우리 금융당국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재벌가 3세
무더기 적발

CJ가로 분류되는 민재원씨는 거래정지 처분(1건)을 받았다. 민씨는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민기식 전 공화당 의원의 딸이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전 CJ 상무)의 부인이다.

'벤처업계의 신화' 김정주 NXC(옛 넥슨홀딩스·넥슨 지주회사) 대표도 거래정지(2건)가 확정적이다. 일본에 상장한 넥슨의 최대주주(48.5%)인 그는 주식을 포함한 보유자산이 2조원이 넘는 대부호다. 김 대표는 노르웨이 유모차업체인 '스토케'를 510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환율 변동폭을 이용한 'FX 마진거래'가 증권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이번 단속에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지 관심의 대상이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12월 'FX마진거래 규정 위반사례 및 유의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딸을 위해 미국 현지에 매장을 개설해 준 '회장님'도 있다.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김성환 금강제화 회장은 자신의 딸과 사위를 위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특혜성 대출을 해줬다. 미국 뉴욕 등에 설립된 직영매장은 회사로부터 395만달러(한화 약 43억원)를 지원받았다. 김 회장에게는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거래정지(2건)가 예고된 상황이다.

17대 대선의 뜨거운 감자였던 BBK 사건의 '키맨' 전세호 심텍 대표도 눈에 띈다. 전 대표는 거래정지(3건)와 경고(1건)를 동시에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전 대표가 이명박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BBK 회장으로 알고 투자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전 대표는 2001년 11월 "BBK에 투자한 5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이 전 대통령의 부동산을 압류한 바 있다.

이종명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외국환거래법 주요 위반자 명단에 있다.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는 방위사업이 주력인 일광그룹의 계열사로 유명하다. 일광그룹의 회장이자 이 대표의 아버지인 이규태씨는 최근 한 여자 연예인이 제기한 성희롱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소속사 측은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당 연예인을 협박 혐의로 고발한 상황이다.

알고 보면
사회고위층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씨의 자녀(거래정지 1건)가 원로배우 신영균씨(대종상영화제 명예이사장)의 자녀와 나란히 위반자 명단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신씨의 자녀는 국내 신고 없이 미국의 한 쇼핑몰을 매입했다가 1억원의 과태료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13년 신씨와의 친분으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한 바 있다.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도 거래정지(2건)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코리안리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다. 재보험사는 보험사를 위한 보험사다.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한꺼번에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험사가 보상책임을 재보험사와 분담하는 것이다.

코리안리는 국내 재보험 물량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점하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코리안리 황제경영 해부(인터넷판 2014년 11월10일)'라는 기사에서 원 회장과 그의 자녀를 중심으로 한 오너 경영체제를 점검한 바 있다. 2013년 원 회장은 급여와 상여금, 배당금 등을 합쳐 모두 12억원을 수령해간 것으로 드러났다.

중견기업 KCC정보통신은 위반자 숫자와 위반 횟수가 가장 많았다. IT솔루션 제공, 수입차 딜러 등을 주력으로 하는 KCC정보통신은 지주회사를 포함한 연매출이 5000억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다.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과 장남인 이상현 KCC오토모빌 대표, 차남인 이상훈 KCC시큐리티 대표 등 11명은 과태료 4건(1967만원), 거래정지 9건, 벌칙 2건의 제제가 가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이 회장 일가는 미국 하와이주에 있는 마우이섬 부동산을 대거 소유하고 있다. 2010년 마우이섬의 한 대저택을 7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75억5000만원)에 사들였고, 1995년에는 당시 1∼3살이었던 손주들에게 하와이 카우아이 섬을 선물했다. 매입가는 11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118억6000만원)로 전해졌다.

GS·LG·현대 일가 미국 호화 부동산 투자
이수만·한예슬 등 유명 연예인 꼼수 도마

이 회장 일가는 하와이 부동산에 최소 2000만달러(215억7000만원)를 투자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실제 부동산 가치는 2배 이상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합법화(2006년 5월 100만달러 이내 허용·2008년 6월 무제한 허용)되기 전부터 부동산을 거래했다. 대부분의 부동산은 국내 거주자인 자녀나 부인 명의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 회장 일가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하고 60여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이 회장 일가의 외환거래법 위반 사실을 검찰에 통보키로 결정했다.

이 회장과 함께 혐의가 중대하고 판단돼 통보 조치된 유명인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이 대표는 4892만원(1건)의 과태료와 2건의 거래정지, 2건의 벌칙 처분을 받았다. 이 대표는 미국 현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LA 등지에서 다수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가 해외에 비밀리에 투자한 돈은 2500만달러(약 269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신고 과정에 일부 착오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솜방망이 처벌
재벌은 코웃음

한인타운 빌딩을 매입한 여자연예인 한예슬씨도 적발됐다. 신씨와 함께 과태료 납부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위반 건수는 2건이다. 한씨 측은 "누락된 것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과태료를 낼 것"이라며 "일부 오해가 있다"고 성명을 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국내그룹 관계자 117명을 대상으로 외환검사를 실시한 결과 272건의 미국 부동산 매입을 밝혀냈다. 삼성·SK·한화·효성·LG 등 재벌가 소유가 포함된 부동산 규모는 4억9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5286억원 규모다. 1인당 평균 45억1700만원의 해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이상 법망을 빠져 나간 돈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을 넘어 여러 조세피난처에 분산되는 있는 자산까지 더하면 사회고위층의 불법 외환거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외국환거래법 제32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대 과태료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주식으로만 수천억원씩 굴리고 있는 재벌들에게 5000만원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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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김용 카드 딜레마

‘왕의 남자’ 김용 카드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6·3 재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 역시 “기회가 되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더불어민주당 전역에 김용 대세론이 퍼지면서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김용 카드’는 신의 한 수일까? 자충수일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소개되곤 한다. 제6·7대 성남시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 대변인, 경기도청 대변인, 선대위 총괄 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당시 직접 X(구 트위터)에 “김용 시의원님 역시 달라요” 등 공개적으로 칭찬하거나 “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돌아온 찐찐명 김 전 부원장의 발목을 잡은 건 대장동 사건이다. 그는 2021년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이던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6억원을 전달받은 혐의와 2013년 성남시의원 시절 약 7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선고를 받으며 구속 수감됐다. 김 전 부원장이 보석 석방된 건 지난해 8월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김 전 부원장을 ‘보증금 5000만원’ ‘주거 제한’ 조건으로 풀어준 것이다. 김 전 부원장의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진 건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1·2심에서도 보석 청구가 인용돼 풀려났었다. 보석 당일 김 전 부원장은 “2022년도 10월에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들어간 게 벌써 3년 전이다. 들어가서 ‘아, 검찰이 창작 소설을 썼구나. 금방 나오겠구나’고 확신하고 재판 과정에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3년 동안 세 번의 구속, 세 번의 보석을 겪었다. 지금 나온 것도 무죄 판결 확정이 아니라 보석으로 나온 것이다. 여러 가지 억울한 것은 남아있다”면서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검찰의 민낯이 윤석열 검찰 정권으로 드러난 것처럼 주변에 함께 싸운 동지들의 억울함과 무고함도 조만간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전 부원장이 정치 기소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매우 상식적인 결정을 내린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한다”며 입장문을 냈다. 특위는 “이 당연한 결정이 이렇게까지 늦어진 것은 유감스럽다”며 “오랜 기간 구금 상태에서 재판받아야 했던 김용 전 부원장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모든 것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우리 특위는 정치검찰의 억지 수사와 조작 기소로 억울하게 구금되고 재판을 받아야 했던 우리 동지들의 결백함을 끝까지 증명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김 전 부원장의 행보는 거침없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출판 기념 토크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각종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정부를 적극 호위하기도 했다. 행동반경 넓히는 김, 여의도 곳곳 출몰 이대로 배지 달고 ‘친명’ 구심점 될까 저서 <대통령의 쓸모> 출판 기념 토크콘서트에 여당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날 현장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이언주 최고위원, 박찬대 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자리했다. 이 밖에도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박지원 의원 등 50여명의 현역 의원이 함께했다. 강단에 선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통령 고비의 순간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제발 버텨달라고 했는데 여러분 덕분에 이 대통령이 탄생해서 저도 영광스럽게 이 자리에 섰다”며 “이 대통령의 쓸모는 제가 보니까 국민의 행복과 비례한다. 민의를 대신해 국회의원이 쓸모를 하듯이 우리 모두 대통령의 쓸모에 동참해서 우리의 뜻을 이어가는 쓸모의 주역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축사를 통해 “이 대통령을 옆에서 지키고 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감옥도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참 꿈 같은 세월”이라며 “김용이 옹이를 박아가면서 꿋꿋히 버텨왔는데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함께한 의원들 역시 입 모아 김 전 부원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날개를 단 듯했지만 아직 완전한 자유의 몸은 아니다. 보석인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 전 부원장은 소환을 받으면 반드시 출석해야 하며 3일 이상 여행을 하거나 출국할 경우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김 전 부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출소 이후 인천 계양을 출마가 점쳐진 송영길 전 대표 등과 한데 묶어 ‘범죄 3종 세트’로 규정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들을 겨냥해 “범죄자 전성시대”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도덕성 논란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민주당 역시 범죄자 프레임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김 전 부원장에게 여의도로 향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민주당 양문석 전 의원이 공석이 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해 달라며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 양 전 의원은 편법 대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는데, 김 전 부원장을 향해 그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갑에 와달라며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첫 스텝 어디로? 양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두렵지만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께서 안산 갑의 지역위원장을 맡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양 전 의원은 “누구보다 경기도를 잘 알고 정치검찰의 조작 사냥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던, 김용 대변인의 복귀를 원하는 많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김용 대변인이 안산시 갑 지역구를 맡아주면, 어쩔 수 없이 떠나면서도 여전히 무거운, 안산시민께, 상록구민께 제가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문석에게 조금이라도 남은 애정이 있는 분들께 호소한다”며 “김용 대변인이 안산에서, 윤석열에 의해 수년간 정지됐던 정치활동을 재개하여, 시민들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양 전 의원은 김 전 부원장의 출마설에 불을 붙였을뿐더러 안산갑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을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깔아줬다. 당초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회 의원, 경기도청 대변인 등을 지낸 만큼 경기 평택을 출마설이 돌았지만 양 전 의원의 공개 메시지로 안산을 지역구가 유력하게 부상했다. 이후 김 전 부원장이 민주당 한준호 의원과 안산의 한 교회를 찾아 예배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본격 출마론에 힘이 실렸다. 김 전 부원장은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기회가 되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며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이 미확정 상태인 점에 대해선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2심에서 유죄를 받고 비례로 당선이 됐다”며 “출마 자격에 제한이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라디오를 통해서는 ‘당헌·당규상 2심에서 실형을 받으면 공천에서 배제된다는 규정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확정 판결 조건이 있으나 이는 3심을 뜻하는 것으로 그전까지는 미결 상태인 만큼 출마하는 데 제한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쩌면 꽃놀이패? 남은 건 정청래 지도부의 선택이다. 앞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물리적 준비 시간이 많지 않아 전략공천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전 부원장의 출마 여부는 당의 손에 달려있다. 정 대표는 김 부원장이 “이재명 죽이기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이라면서도 전략공천에 대해서는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무엇보다 당내 교통정리가 첫 번째 난관이다. 정치권에서는 안산갑 후보로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주당 김남국 대변인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전 전 장관은 친문(친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만큼 친명(친 이재명)계 지지자들은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김 대변인과의 ‘친명 VS 친명’ 구도로, 집안싸움 프레임에 갇히는 상황이다. 김 대변인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적임자인가’가 아닌, 안산 시민들께서 우리 당에 보내주시는 기대와 막중한 책임을 겸허히 경청하는 일”이라며 “누군가의 ‘추천’이 아닌 안산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신뢰를 쌓아온 ‘실력과 책임감’으로만 (선거를) 완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는 안산 시민과 존경하는 당원 동지, 그리고 당이 현명한 결정을 해주실 것을 전적으로 믿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 전 부원장이 원내에 진입에 성공할 경우 그를 중심으로 친명계가 다시 뭉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일찌감치 ‘친명 마케팅’에 나섰고, 이 대통령의 복심인 김 전 부원장이 선거판 한가운데로 뛰어들면서 빠르게 줄을 댔다. 각종 강연, 축사는 물론 지방선거 후원회장 요청이 쏟아졌다. 현재 김 전 부원장은 현근택 용인시장 예비후보, 이인화 성동구청장 예비후보, 정명근 화성시장 예비후보 등 11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을 후원회장으로 둔 후보들은 저마다 보도자료를 내고 ‘찐명 핵심’ ‘이재명 측근’ 등 명심을 강조했다. “안산갑 오셔라” 샤라웃에 ‘술렁’ “대법원 판결 아직” 불안한 시선도 친명계는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재촉했다. 한준호 의원은 양 전 의원의 게시글을 언급하며 “지역에서 쌓아온 시간과 애정,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아서 더 깊이 존중한다”며 “양문석 선배님을 믿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제 김용 선배님의 몫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결단이 제대로 이어진다”며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독려했다. 강성 친명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역시 김 전 부원장 출마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부원장이 친명계의 힘으로 원내 입성한다면 현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견제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상황은 또다시 계파 갈등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이 친명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된다면 민주당에 두 개의 태양이 뜬 것 처럼 보일 것”이라며 “지금도 자칭 타칭 친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김 전 부원장 이름을 필승 카드로 쓰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이 원내에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줄 세우기가 시작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것이지 무죄가 아니”라며 “만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오고, 이로 인해 지역구가 또다시 공석이 된다면 지도부도 김 전 부원장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안산갑 재보궐도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인데, 민주당 후보가 연달아 날아가면 민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전 부원장은 친명계의 기대주로 자리 잡았지만 당내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면서 출마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의) 평택 출마설이 돌 때부터 당에서도 반신반의했다”며 “보석으로 풀려난 후보가 공천을 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마를 말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류가 있었지만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면전에서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어 당에서도 고심이 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아서 자중해야” 핵심 친명계로 통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김 전 부원장이 정치검찰로 대장동 수사 등 많은 부분에서 억울한 조작 기소를 당해서 재판받았고, 2심에서 유죄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면서도 “그 상황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타당하냐 아니냐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작 기소(를 당했다는 점에서)의 억울함은 있지만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상황이고 대법원 판결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로 나가는 것이 타당하느냐”며 “(이제까지) 민주당은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게끔 판단해서 재판 중인 사람을 후보자로 추천한 일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가 당해봤다” 정치검찰 겨누는 김용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검찰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 검사의 녹취록을 겨냥하며 “정치검찰의 집단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부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검찰의 집단 범죄, 전혀 새롭지 않다”며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썼다. 이어 “정치검찰의 만행은 20대 대선 이후 이재명 대통령 사냥을 위해 벌인 행각들에 대해 저는 4년 전 구속 직후부터 얘기했다”며 “법정에서 싸웠지만 검찰의 의견서만을 신봉한 법원에 의해 1, 2심 법정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원장은 박상용 검사를 “불법, 조작에 무감각한 괴물 같은 정치검찰의 상징 자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조사를 통해 정적 사냥을 위해 윤석열-한동훈 사단이 벌였던 만행이 낱낱이 밝혀져 그에 합당한 처벌과 단죄가 검찰개혁, 검찰 해체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