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비밀조직 양우공제회 실체 '소문과 진실'

고급 정보로 수천억 굴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의혹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정원 내 비밀조직인 '양우공제회'를 통해 세월호에 투자했다는 가설이다. <일요시사>는 가설 검증을 위해 확인 가능한 사실을 모았다. 양우공제회가 벌려 놓은 투자는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권위주의 시절 국가안전기획부(구 중앙정보부)가 자신들의 원훈으로 삼았던 말이다. 김대중정부 들어 국가안전기획부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대정정부는 국정원의 원훈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꿨다. 하지만 정권이 네 차례 바뀌는 동안 '양지를 지향하는' 국정원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의문투성이
양우공제회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는 자신들의 원훈인 '양지'에서 비롯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설립 초기부터 '양지(陽地)'란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상조모임인 양우공제회에도 양지가 숨어있다. 양우에서 양은 볕 양(陽)자, 우는 벗 우(友)자를 쓴다. 양우공제회는 1970년 발기된 후 지금껏 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양우공제회의 실체는 외부로 공인된 바 없다. 국정원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상조회 내지는 친목모임이라는 게 정설처럼 여겨진다. 이에 반해 양우공제회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쪽에선 '정치자금 관리'나 '불법 자산증식'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 또다시 고개
이재명 시장 주장…공제회 통해 투자설


일반인들에게 양우공제회는 '먼 나라'의 얘기다. 대선개입 의혹과 간첩조작 혐의로 국정원이 수세에 몰렸던 상황에서도 양우공제회만큼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다. 정치권도 건들지 않았다. 여기에 국정원 특유의 '비밀주의'가 더해져 양우공제회는 어디에도 감시받지 않는 '금고'로 남아있다.

수면 아래 있던 양우공제회는 2014년 연말 뜻밖의 사건으로 재조명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청해진(해운) 명의로 등록된 세월호의 실제 소유자는 누구일까? 나는 여전히 국정원 소유임을 확신하며 '양우공제회'의 존재로 그 확신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주장의 근거로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세월호 선박의 화장실 휴지에서부터 직원 휴가까지 80여 가지 사항을 국정원이 시시콜콜 지적한 점. 둘째, 세월호 선박 사고 시 가장 먼저 국정원에게 보고토록 한 점, 셋째, '양우공제회'가 선박투자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양우공제회를 취재한 <월간중앙>의 기사도 함께 링크했다.

이 시장은 "양우공제회는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국정원 현직 직원들이 운영하는 법적근거도 없는 투자기관으로 모든 운영사항이 비밀로 취급된다"며 "수천억대 자산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국정원이 선박을 취득·운항한 사실까지 확인됐으니 '세월호는 국정원 소유'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다음날에도 이 시장은 '국정원 지적사항'을 공개하며 "국가정보기관 입장에서 한 것일까요? 아니면 실소유자로서 한 것일까요?"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세월호 실소유주
연이은 의혹제기

앞서 <일요시사>는 '국정원 세월호 개입설 진상(인터넷판 2014년 8월4일)'이란 기사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 및 세월호 보고체계와 관련한 의혹을 추적한 바 있다. 문건은 A4용지 5장 분량이며 2013년 2월26일 오전 11시56분께 저장한 것으로 돼 있다. 작성자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 소속으로 알려졌다.


문건의 정확한 제목은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국정원 지적사항'이다. 항목별로 94가지의 작업 내용이 적혀있고, 5가지의 불량 항목이 기재돼있다. 문서에 적시된 사항은 대체로 국정원 고유의 업무와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갤러리룸(전시실) 천정 칸막이 및 도색작업, 분리수거함 및 재떨이 위치선정, 레스토랑·편의점 유리 파손면 썬팅보수, 여성샤워실 누수 부분 용접 및 배수구 분리작업 등이 체크리스트에 표기돼 있다.

기자는 문서를 들고 해양대를 졸업한 일등항해사와 만났다. 그는 문건에 적힌 항목을 보고 의아해했다. "국정원이 왜 지적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모두 단순 작업이다. 집으로 비유하면 형광등을 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조타기·전자변 수리, 비상발전기·마그네틱콘텍터 보수, 메인 엔진 베어링 교환 등 점검 사항이 많을 텐데 그런 사항은 전혀 언급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 휴가계획서 작성·제출, 작업수당 보고서 작성 등의 대목에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합동예비조사(보안측정 등)였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보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 추가 신설(2건) ▲비상시를 대비한 객실 내 일본어 표기 아크릴판 제거 ▲탈출 방향 화살표 제작·부착 등만 지시했고, 나머지 사항(96가지)에 대해선 국정원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출신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국정원이 아니라) 항만청을 포함한 6개 기관(인천해양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인천해경·기무사·국정원)의 합동 지적사항이었다"고 거들었다.

선박투자부터
부동산투자까지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은 여전했다. 왜 하필 문서 제목을 '국정원' 지적사항이라고 했던 것일까. 기자는 문건에 등장한 P사, G사, '차장님' 임모씨 등과 차례로 접촉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작업을 실제로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불분명했다.

이 시장의 주장대로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 최우선 보고 대상이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 직후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에 보고토록 돼 있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국정원 지적사항'이 작성되기 전날인 2013년 2월25일 작성됐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국내 1000t급 이상 내항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을 모두 분석한 결과 해양사고 시 국정원에 별도의 보고체계를 갖췄던 여객선은 세월호가 유일했다"고 밝혔다. 가장 규모가 큰 '씨월드고속훼리'의 '씨스타크루즈'도 국정원보고 체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청해진해운이 정한 것이지 국정원이 문서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선박투자는 어떻게 된 일일까. 국정원이 세월호에 투자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 단 국정원의 상조회이자 외곽조직인 양우공제회가 '선박사업'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양우공제회에 '의무가입'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2010두14800)는 국정원이 작성한 '퇴직금 산출 명세서'에 '양우공제회 퇴직금 산출' 항목이 '공무원연금공단 퇴직금 산출' 항목과 병행 기재돼 있음을 지적했다. 국정원 직원의 급여명세서에는 '양우공제회 기여금 공제내역'이 기재돼 있었고, 국정원 측은 재판 과정에서 "양우공제회 퇴직금은 기여금을 운용하여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지급된다"고 증언해 투자 사실을 확인했다.

상조회? 금고?…역할 해석 분분
직원들 급여 공제해 자금 운용

또 국정원 급여명세서에는 '기금' 명목의 돈이 월급에서 빠져나가거나 환급된 것으로 처리돼있었다. 명절비는 현금으로 지급됐는데 '기타 보너스' 항목을 살펴보면 창립기념일, 휴가, 명절은 물론 크리스마스나 김장 명목으로도 현금이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경찰관은 "명절 때 보너스는 고사하고 선물세트도 구경해 본 일이 없다"며 "크리스마스 때까지 보너스를 지급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의 이런 '현금'은 어디서 난 것일까. 과거 <신동아>는 '양우공제회 미스터리'란 기사에서 '딥 스로트(내부 고발자)'의 말을 인용해 "국정원은 국정원 예산과 양우공제회 기금을 분명히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는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양우공제회는 국정원법이 아닌 민법에 의거하여 설립됐으나 사실상 국정원의 비밀금고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논지였다.


지금도 양우공제회의 존재는 공무원집단의 영리추구를 금지한 법령(국가공무원복무규정 25조 1호)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교직원공제회'나 '군인공제회' 등 유사 '영리 공제회'는 각각 현직이 아닌 퇴직 공무원이나 경영 전문가를 두고 운영 중이다. 국정감사도 받는다. 하지만 양우공제회는 감사는커녕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2002년 4월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파크밸리골프장(18홀)의 대주주인 양우공제회를 상대로 감사원의 감사를 촉구했다. 당시 국정원은 파크밸리골프장의 원소유주인 삼양식품으로부터 현금 500억원을 주고 해당 골프장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작성된 파크밸리골프장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양우공제회는 운영사인 강원레저개발 주식 100%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골프장에 500여억원을 빌려주고 연 8.5%의 이자도 받고 있었다.

양우공제회의 골프 사랑은 남다르다. <월간중앙>은 이들이 소유한 충북 충주시 골프장 부지(약 50만평)가 약 600억원 규모라고 봤으며, 2007년에는 중국 현지의 골프클럽 조성사업을 위한 펀드에 6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2006년에는 골프장 개발업체인 제피로스㈜의 지분을 292억원에 인수했으며, 이후 700억원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양우공제회가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N골프장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들이 특정 사업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도로점용허가나 도로연결허가 등의 민원을 넣은 사실도 확인했다. 골프 사업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는 경기 안양 등에 골프연습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우공제회는 부동산 투자에도 관여했다. 검색으로 확인되는 부동산만 수십억원 규모였다. 땅은 물론 일반주택, 공장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물론 직접 투자가 아닌 펀드조성을 통한 간접 투자로 명의를 세탁했다. 돈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다 보니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난 2006년 모 은행이 양우공제회 예금 120억원을 횡령했지만 국정원 측은 돈의 성격을 놓고 "비밀"이란 말만 중언부언했다.

국가기밀 핑계로
묻지마 자금운용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모든 논란은 그들이 자초한 '비밀주의'에서 시작됐다. 비밀로 해야 할 정당한 근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국정원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 보건복지관실이 2012년 제출한 자료를 보면 양우공제회는 2008년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한 항공기펀드(2호)에 67억원을 투자했다. 항공기를 매입해 항공사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챙기는 구조였다. 그러나 태국의 소요사태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양우공제회는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원금의 10분의 1도 건지지 못했다고 한다.

양우공제회는 대신증권이 모집한 선박펀드에도 참여했다. 대신증권이 작성한 분기보고서(2013년 7월)를 보면 양우공제회로부터 19억69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대신증권은 해양상선에 투자했지만 배가 침몰하면서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 후 "국정원이 선박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과연 이 시장의 주장대로 국정원이 양우공제회를 통해 세월호에 투자한 것일까. 이 시장이 피소된 명예훼손 소송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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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