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정국 뇌관 '박관천 X파일' 실체

"박 경정 입이 바로 살생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정부를 흔들었던 정윤회 문건파동이 수사 동력을 상실했다. 검찰은 '박관천 1인 자작극'으로 사건을 봉합하는 모습이다. 파문의 핵심인 '권력암투'는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자 또 다른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박지만 EG회장의 '거짓말'이다.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박관천 경정은 "내가 입을 열면 국민들이 놀랄 것"이라며 폭로전을 예고했다. '최태민의 망령'을 부활시킨 '보이지 않는 손'을 박 경정은 알고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2012년 12월24일. 국민의 관심은 '인사'에 쏠려있었다. 방송인으로 유명한 한 여권 관계자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어디서 들었는지 "윤창중이 대변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공보수석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인선결과를 발표했다. 인수위 수석대변인에는 윤창중 당시 칼럼세상 대표가 임명됐다. 정치권에선 윤창중 대변인의 탄생을 예상치 못한 눈치였다. 윤 대변인은 다음해 청와대로 입성했다.

박지만은 왜
미행 부인했나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정윤회 문건파동이 전직 청와대 행정관인 박관천 경정의 '1인 자작극'으로 좁혀지고 있다. 지난 1일 개시한 검찰 수사는 속전속결로 마무리 중이다.

청와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검찰은 '십상시 회동'과 ‘박지만 미행설’ 모두 신빙성 없는 허위사실로 결론 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12~13일까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에 대해 '신뢰한다'는 의견은 28.2%에 그쳤다.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은 지난 23일 오후 비밀리에 검찰에 출두했다. 전날 <시사저널>은 미행설을 보도하게 된 경위에 대해 "박관천을 취재해서 나온 게 아니라 박지만의 '입'에서 미행 사건이 나왔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 회장은 앞선 조사에서 "(정윤회의 미행과 관련한) 진술서를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을 통해 미행설을 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 후폭풍 뇌관 "건들면 터져"
'보이지 않는 손'도 알고 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시중에 떠도는 '박관천 배후설'은 사실이 아니다. 박 경정이 <시사저널> 측에 문건 혹은 구두정보를 흘려 미행설이 보도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회장이 먼저 사석에서 화를 내며 '미행 발언'을 했고, 취재 기자들은 박 회장의 측근으로부터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해 2월 무렵 취재에 들어갔다. 이들은 기사에서 "당시만 해도 박 경정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지난 3월께 익명의 관계자로부터 "언론이 박관천이라는 사람을 수소문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아울러 "박 회장과 측근 서너명이 지난해 말 서울 압구정에서 식사를 했다"는 얘기를 미행설과 함께 건네 들은 바 있다. 검찰 브리핑을 위주로 한 일간지 보도를 종합하면 박 경정의 문건 작성 시기는 3월 이후로 추정된다. 미행 보도의 시작이 박 경정이 아닌 것만은 여러 정황상 분명해 보인다.

믿을 수 없는
청와대 해명

당시 식사자리엔 여권의 '숨은 실세'로 지목된 이영수 KMDC 회장이 동석했던 것으로 한 관계자는 주장했다. 이 회장은 MB정부 탄생에 기여한 외곽조직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끈 장본인이다. MB정부 출범 후에는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과 함께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박 회장과 이 회장의 인연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을 전후로 입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배경으로 박 회장과 가까운 사이인 이 회장이 미행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행설의 진위가 중요한 이유는 권력암투를 부인하고 있는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어서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수사결과도 의문투성이다. 청와대는 자체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른바 '7인 모임'을 특정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몸통'으로 지목했다.


반면 조 전 비서관은 언론을 통해 "국정농단이 사실에 가깝다"는 취지로 대응 중이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5월 유출된 문건을 취합해 박 회장에게 건네는 한편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오모 행정관에게 유출 사실을 제보했다. 그러나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은 제보를 묵살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최모 경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최 경위는 죽음을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가 있었음을 폭로했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동료 한모 경위를 위로했다.

최 경위는 생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민정수석실이 한 경위에게 '혐의를 인정하면 불입건 처리해 주겠다'고 말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경위는 청와대에서 반출된 문건을 복사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한 경위는 지난 16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실의 회유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현재 한 경위는 정신적 충격을 입어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 다문 박관천
"국민 놀랄 것"

몇몇 언론은 검찰 관계자의 설명을 인용해 "박 회장이 '조 전 비서관은 측근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박 경정도 마찬가지다. 박 경정은 관련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개 행정관이었던 박 경정이 아무 이득 없이 거짓 보고서를 작성했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8일 박 경정은 체포 직전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일지 모르겠지만, 충성은 하는 사람 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알아야 하거든. 그렇기 때문에 회의감이 들고…"라며 "(문건이) 어떤 경위로 작성됐고 뭐가 문제인지. 언젠가는 내가 말할 날이 있을 거다. 그런 거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얘기하면 국민들이 놀랄 거야. 이 문건 가지고도 책 1권을 쓸 걸"이라고 폭로전을 예고했다.

또 박 경정은 "조 비서관이 민감한 일들을 다 시켰다"는 말로 상부의 지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조 전 비서관 역시 최근 조사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음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정의 깜짝 발언을 놓고 법조계에선 여러 설이 분분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거짓말인지, 윗선을 겨냥한 협상용 멘트인지 어느 하나 명확하지 않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박 경정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X-FILE'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윤회-박지만-조응천 폭로 주목
새 키맨 이영수 미행설 증언할까

실제로 박 경정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주변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채널A>는 "박 경정이 지난 6월 정씨와 만나 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아내 최순실씨의 사생활 정보를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박 경정은 십상시 회동의 제보자(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를 지목하며 "그가 당신 부인(최씨)과 가깝게 지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민간인'인 최씨와 관련한 의혹을 직접 조사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까지 해줬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관리를 담당업무로 삼는 부서다. 최씨 혹은 정씨가 민정수석실 관리 대상에 들어갔다는 증거인 셈이다.

박 경정은 청와대 행정관 재직 당시 고위공무원에 대한 암행 감찰이나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에 대한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박 경정이 대검찰청 정보라인과도 안면이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베테랑 수사관'으로 알려진 박 경정은 여러 전화를 사용하며 '고급 정보'를 '컨트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다룬 고급정보 가운데는 정씨와 관련한 내용은 물론 박 회장 주변 동향과 관련한 첩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가 공개한 문건만 놓고 보면 '인사(천거·개입 혹은 청탁)'와 관련한 비위사실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정부에서 누가 인사를 좌우하는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두에 언급한 윤 대변인과 관련한 풍문이 대표적이다.

당시 언론계 일각에선 윤 대변인의 발탁 배경을 놓고 박 회장과의 친분을 의심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는 트위터에 해당 소문을 옮겨 적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가 "착각했다"고 사과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후엔 윤 대변인을 천거한 세력이 정씨를 기점으로 한 문고리 3인방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껏 어디에서도 '공적라인'이 윤 대변인을 천거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차례로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있을 당시 사정기관 관계자는 "청와대 밖에서도 박지만의 이름이 들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름을 빌린 누군가가 기관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푸념이었다.

문고리 3인방도 마찬가지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사칭한 조모씨는 대기업에 인사 청탁을 하려다 적발됐다. 당사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청와대 밖에서도 '줄대기'가 끊이지 않았던 셈이다. 심지어 <세계일보> 문건에는 "정씨를 만나려면 7억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해당 의혹의 진위 여부는 '찌라시'란 이유로 가려지지 않았다.

찌라시 이유로
측근전횡 은폐


남은 수사기간 동안 검찰이 정씨와 박 회장 세력 간의 권력다툼을 밝힐 확률은 없다. 당장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혐의'를 캐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주말을 기점으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이래저래 사건의 키는 구속된 박 경정이 쥐고 있는 게 사실이다. 보고서 제목(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과 여러 진술을 종합했을 때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개입 가능성까지 점쳐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박 경정이 섣불리 'X-FILE'을 꺼내들지는 미지수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흐름이 좋지 못한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와의 '뒷거래' 의혹이 대표적이다. 진실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염원대로 박 경정이 스스로 잠근 '지퍼(=입)'를 열지 지켜볼 일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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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