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현대판 고려장 보고서

부모봉양 옛말…연락 끊고 남남처럼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현대판 고려장’의 실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노부모를 챙기지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적지 않은 노인들이 거리로 나앉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갖가지 사례를 통해 그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봤다.

 
한국사회는 저출산 인구고령화로 점차 늙은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데 비해 정작 그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는 고사하고 자식들에게 쫓겨나지만 않으면 다행인 형국이다. 근래 노부모를 요양병원에 두고 찾지 않는 등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릴만한 갖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각박해졌다는 방증이다.

자식들에게
떠밀려 입원
 
지난달 5일 MBC <리얼스토리 눈>은 부모를 병원에 방치한 채 3년 간 나몰라라하는 불편한 세태를 다룬 바 있다. 당시 홍모(82) 할머니는 별다른 입원 사유 없이 3년 전부터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홍씨 앞으로 체납된 병원비와 간병비만 해도 1억원이 넘었다.
 
3년 전인 2012년, 홍씨는 혈당수치가 높아져 당뇨로 한 달여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홍씨는 퇴원하는 날 우연찮게 넘어져 고관절 뼈가 부러졌다. 당시 홍씨의 자식들은 “환자가 병원에서 부상을 당했다면, 병원 측에서 보상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병원 측에 보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병원 측은 적절한 보상을 취했고, 홍씨는 치료를 받고 정상적으로 퇴원했다. 하지만 홍씨는 퇴원한 지 불과 6시간 만에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후송됐다.
 

그날, 보호자는 홍씨와 그의 짐만 두고 사라졌다. 결국 법적 분쟁까지 이어져 법원은 병원과실이 없다며 홍씨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자식들은 홍씨에게 병원 생활을 지속할 것을 종용했고, 홍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병원에 남았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홍씨가 이상행동을 보인 것이다.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등 홍씨의 상태는 매우 불안해보였다.
 
알고 보니 홍씨는 중기 이상의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었고, 가족들은 치매 노인을 돌볼 것이 걱정돼 할머니를 병원에 남겨뒀던 것이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막내아들이 홍씨를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가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다른 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찾는 이 없이 쓸쓸히 남겨진 한 할아버지가 있었다. 이 할아버지는 간절하게 병원 밖으로 나가기를 희망했으나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늙고 병든 노인들 사실상 냉방에 방치
먹고살 만해도…비통한 사건들 잇달아
 
앞서 지난 7월에도 외아들의 외면 속에서 요양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한 할머니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이 집중 조명된 바 있다. 당시 김모(85) 할머니는 1년째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입원 중이었다. 무녀 독남 외아들은 통 소식이 없었다. 김씨의 외아들의 한 조카는 “현대판 고려장이다. 옛날 고려장이 차라리 낫다”며 울분을 토했다. 담당 의사는 김씨에 대해 “가족들이 자주 찾아오는 환자에 비해 상태가 안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양병원에 홀로 남겨진 채 외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아들이) 자주 오길 바라지만 일하는 데 내가 그러면 안 되죠. 오면 좋긴 좋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씨의 친척들은 김씨의 외아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서를 다녀오기도 했다. 가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씨는 거동이 가능한 정도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외아들이 어머니를 방치했다. 
 
 
반면 외아들과 그의 며느리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저 “알아서 하겠다”는 매몰찬 대답만 했던 것이다. 심지어 외아들은 “낫는 병이라면 모셨을 것”이라며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면 자신과 아내뿐 아니라 어머니가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은 매달 어머니 병원비로 버는 돈의 1/3 가량인 80여만원을 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요양병원에 모시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살아 돌아와도
신병인수 거부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이 같은 세태에 대해 “처음에는 보호자가 모시고 오지만 그 이후에는 연락처나 거처가 바뀌어도 병원에 연락하지도 않는다”며 “(보호자가 병원에) 안 나타나고 병원비는 물론 안 낸다”고 말했다.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이미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풍경이라고 알려졌다.
 
참여연대가 내놓은 ‘노인요양병원 및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문제와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요양 입원자 중 절반가량인 47.2%는 치료가 아닌 요양목적으로 입원했다. 하지만 노인요양병원 시설 수준은 일상적인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노인요양시설에 비해서도 더 열악한 곳이 많았다. 실제 노인요양시설은 촉탁의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외에 요양보호사가 입소가 2.5명당 1명꼴로 배치되지만 노인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민간 노인요양병원의 급증도 문제로 지적된다. 2008년 전국에 690개였던 노인요양병원은 2013년에는 1232개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노인요양병원을 수익성 좋은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사업주가 늘어나면서 특별한 진료가 필요 없는 노인들도 마구 수용한 결과다. 전국에 많은 노인요양병원에 노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입원해 있지만, 열악한 시설로 화재 사고 등도 끊이지 않아 안전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요양병원만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20일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사망판정을 받은 60대 남성이 영안실 냉동고에 들어가기 직전 되살아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바 있다. 앞서 60대 남성 A씨는 18일 부산 사하구 괴정동 자택 방 안에서 쓰러졌다. 이웃의 신고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시 119구조대는 이송 과정에서 A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그러나 응급실에 도착한 A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당직의사는 결국 사망판정을 내렸다.
 
출산율 저하 노인인구 급증 
국가적 난제…대책이 없다!
 
이후 검안의와 검사관 등이 A씨의 상태를 살펴보던 중 A씨의 목울대가 움직인 뒤 호흡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놀란 경찰은 즉각 응급실로 A씨를 급히 옮겨 재차 치료를 받아 기적적으로 맥박과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비록 의식은 없었지만 몸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A씨의 가족들은 “부양의무가 없다”며 신병인수를 거부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아버지의 신병인수를 자식들이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려장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여론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오죽하면 가족들이 그랬겠냐”며 각박한 현실을 개탄했다.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실버문화가 확산되면서 각종 실버산업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진정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는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범한 노인들에게 실버타운 입주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의 한 실버타운에는 골프장, 노래방, 공연장 등 공동으로 이용하는 문화시설, 물리치료 등 의료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을 완벽히 갖추고 있지만 9억여원에 달하는 보증금과 매달 수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입주가 가능한 높은 진입벽을 형성하고 있다. 사회적 고려장이라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노인빈곤 증가

실버문화 양극화
 
지난 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특정 소득취약계층의 소득구조 실태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소득수준이 열악한 노인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복지정책도 수혜대상의 특성에 맞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과 최저생계비 120% 미만의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소득취약 노인가구는 2006년 72만가구에서 2013년 148만가구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7년 만에 빈곤 노인가구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소득취약계층 내에서 노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6년 34%에서 2013년 56%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홀로 지내는 노인이 많은 1인 가구가 소득취약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31.5%에서 2013년 42.8%로 증가했다. 반면 모자가구의 비중은 4.2%에서 2.4%로 작아졌다.
 
 
평균 가구원이 1.4명인 소득취약 노인가구의 소득은 7년새 36만8000원에서 64만9000원으로 76% 늘어났지만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57만2000원)보다 약간 많은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 소득취약 노인가구는 정부나 비영리단체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정부, 비영리단체, 다른 가구 등으로부터 이전되는 소득이 38만4000원으로 59%에 달한 반면 근로소득은 6만8000원, 사업소득 6만9000원, 재산소득 1만2000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노인가구주의 연령이 평균 78.4세에 이르고 주요 소득원은 정부 지원인 점을 고려해 일자리 지원이나 서비스제공보다는 현물지원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껏 고려장은 ‘부모를 버린 자녀’라는 표현으로 줄곧 등장해, 비정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병들어 노동능력을 상실해 가계에 보탬에 되지 않는 늙은 노인을 보살피지 않고 산으로 데려가 굶어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는 몇몇 설화들만 존재한다. ‘기로전설’이라고 불리는 설화는 70세가 된 늙은 아버지를 풍습대로 아들이 지게에 지고 산중에 버리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함께 갔던 손자가 나중에 아버지가 늙으면 지고 온다며 지게를 다시 가져오려고 하자, 아들은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셔 지극정성으로 봉양했다. 이후 풍습이 없어졌다는 설화다. 이외에도 비슷한 설화가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고려장이라는 말은 병든 노인을 보살피지 않은 사건에서 이따금씩 등장하곤 했다. 고려장이라는 표현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일제강점기 전인 지난 1908년 11월 <대한매일신보>를 통해서였다. 이어 34년 6월 <조선중앙일보>는 ‘병든 장인을 고려장한 사위, 강경서 범인 엄중 탐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씁쓸한 현실을 보고했다. 36년 <동아일보>는 ‘가난한 부인이 유아를 고려장시켰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고려장을 생매장에 비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장 유래
확인되지 않아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고려장은 종종 언급됐다. 62년 10월에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영화를 바탕으로 연극을 기획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었는데, 이 영화 속에는 고려장 풍습이 소개되어 있었다. 즉 고려장이라는 풍습은 일본에도 고대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고려장이라고 하면 삼국시대 ‘고려’를 떠올린다. 고려의 풍습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자료나 고고학적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풍습과 관련된 설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난다. 
 
일각에서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문화로 고려장이라는 말을 쓴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전에도 고려장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어서 일제의 잔재라는 해석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저 추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죽어서도 외로운 사람들
5시간마다 1명 ‘고독사’
 
KBS가 지난해부터 1년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명백한 고독사는 1717건이었다. 고독사로 의심되는 것까지 모두 합하면 1만1002건에 달한다고 한다. 5시간마다 한 명씩 세상 누구도 모르게 죽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건 연령대다. 고독사라 하면 7, 80대 노인들에게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사 결과는 보면 젊은층의 비율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독사 중 50대가 가장 많은 29%, 40대는 17%에 달했다. 30대 이하도 6.2%나 기록했다. 가장 많을 것 같은 70대는 9.1%, 60대는 17.7%를 차지했고 기타가 21%였다. 가장 많을 것 같은 70대는 9.1%, 60대는 17.7%를 차지했고 기타가 21%였다.
 
과거 고독사는 독거노인에게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 젊은층이나 노년층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가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인 가구 추정치는 453만9000가구로 전체의 25.3%를 차지했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나홀로 가족인 셈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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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동해 석유’ 막전막후

뜬금없는 ‘동해 석유’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20%대 지지율로 고전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여권에선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석유가 발견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국면 전환용’이라고 꼬집었다. 개발 성공률 20%에 5000억원이 넘는 시추 비용을 베팅한 윤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서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이 사실을 보고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정희 시즌2 사업성 논란 동해 인근 석유·가스 도출 지역을 표기한 대형 스크린까지 동원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발표한 석유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극명한 평가가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확언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쯤 윤곽이 나올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현안을 설명한 것은 취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브리핑에 동석했던 안 장관은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배럴은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453조원으로,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의 가치가 약 2260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해당 소식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윤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대해 “확률이나 가능성에 관해선 아직 정확히 얘기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기대를 갖고 볼 수 있는 좋은 소식”이라고 첫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 기관이 앞으로 순차적으로 여러 과정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야권은 ‘지지율 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석유·가스 매장량이나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물리탐사만으로는 정확한 매장량을 추정할 수 없고, 상업성을 확보한 ‘확인 매장량’ 규모가 실제 얼마나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년서 10년이 소요된다”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의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서 “윤 대통령은 보고를 듣자마자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보였느냐”고 지격했다. ‘1호 영업사원’ 대통령 그림은? 2260조원 잭팟? 관심 끌기용? 앞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10 총선 이후 지금까지 ‘20~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지난달 10일 발표한 ‘취임 2주년’ 지지율서도 24%를 기록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의 윤상현 의원 등도 지난달 7일 진행된 ‘정부 2주년 평가’ 세미나를 통해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는 기조를 대통령이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남은 3년이 달렸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대통령 지지율 성적은 더 비참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1%를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 내부의 위기감이 상승한 분위기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을 1%라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함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서 ‘동해 석유’ 카드는 국민 여론을 반전시킬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는 6~7일 공휴일 관계로 한국갤럽과 NBS(전국지표조사) 등 주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용산에선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의 말대로 용산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 당까지 같이 타격을 입게 된다. 당정 모두 한숨을 돌린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포항 영일만’ 일대는 박정희정부 때에도 시추를 착수했던 곳이다. 그러나 1975년 당시 시추공서 흘러나온 시커먼 액체가 ‘원유’라는 명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석유 발견 해프닝’으로 끝났다. 일각에선 ‘석유 매장’ 기대감이 단순 헤프닝에 그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상 석유의 실제 매장량을 알기 위해선 최소 5개(1개당 1000억원 소요)의 시추공을 뚫어봐야 한다.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놓고 결과물이 없다면 국민적 반감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지는 셈이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6년 1월 기자회견서 “포항서 석유가 난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원유가 아닌 정제된 경유로 드러났다. 장밋빛 미래? 국면 전환용?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지난 3일 <시사인>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인’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포항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해서 발칵 뒤집혔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며 “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유전과 가스가 매장된 게 사실로 나오면 얼마나 좋겠나. ‘박정희 시즌2’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박 의원은 “역대 어떤 대통령도 집권 2년 만에 이렇게 바닥을 친 적은 없다”며 “오죽 급했으면 포항에 유전 가능성을 (윤 대통령이) 얘기했겠나”라고 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역시 이날 <조갑제닷컴>에 “윤석열의 포항 앞바다 유전 가능성 발표와 박정희의 포항 석유 대소동이 겹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전 대표는 당시 <국제신문> 기자로 근무하며 ‘포항 석유 경제성 없다’ 등의 기사를 통해 포항에 원유가 매장돼있더라도 극소수이거나 경제성이 없다고 특종 보도한 바 있다. 조 전 대표는 글에서 “박정희는 정유를 원유로 오인, 포항서 양질의 석유가 나왔다고 발표했다”며 “윤 대통령이 포항 앞바다에 대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를 하는 걸 보고 1976년의 일이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전 발견은 물리탐사가 아니라 시추로 확인되는 것인데 물리탐사에만 의존해 꿈 같은 발표를 하는 윤 대통령은 박정희의 실패 사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이튿날인 4일에도 글을 올려 “140억배럴 초대형 유전 발견이라는 목표에 맞추기 위해 앞으로 엄청난 무리가 행해질 것이고 윤 대통령의 지도력은 희화화될 가능성이 대유전 발견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포항 영일만 일대는 약 반세기 전 경제성이 낮다고 포기한 지역인데, 원유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탐사기술 개발의 진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현재로선 추정만 있을 뿐, 시추로 확인된 것은 아닌 만큼 차분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서 물리탐사 자료의 심층분석을 수행한 ‘액트지오’(Act-Geo) 사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액트지오 텍사스에 위치한 에너지 컨설턴트 회사로 엑손모빌, 토탈 등 주요 석유기업과도 협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명시돼있다. 액트지오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지도를 보면 이들이 의뢰를 수행한 지역 중 한국의 동해 부분이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액트지오는 빅터 아브레우(Victor Abreu) 박사가 설립한 ‘아브레우 컨설팅’이 그 모체다. ‘액트지오’ 무슨 회사? 액트지오의 설립자 빅터 아브레우 박사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서 탐사팀의 리더로 근무하며 남미 가이아나 지역의 리자-1 유정 외에도 카스피해, 가나 지역서 석유탐사를 주도했다. 또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라이스대학교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국제퇴적학회의(IAS) 의장과 퇴적지질학회(SEPM) 회장 등 지질학 관련 학술 단체의 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방한한 아브레우 박사는 윤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다는 발표가 나온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동해안 심해 탐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브레우 박사가 당시 대표로 있던 분석업체 액트지오에 석유 매장 가능성 검증을 맡겼다. 액트지오는 자체분석을 거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석유공사에 전달했다.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대표는 지난 4일 국내 매체와 인터뷰서 “(액트지오는)이 분야의 세계 최고 회사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아브레우 대표는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상태서 <연합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서 “한국의 SNS 등에서 액트지오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우리는 이 업계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며 “고객사로 엑손모빌, 토탈과 같은 거대 기업과 아파치, 헤스, CNOOC(중국해양석유), 포스코, YPF(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기업), 플러스페트롤, 툴로우 등 성공적인 기업들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트지오에 대해 “전 세계 심해 저류층 탐사에 특화된 ‘니치’(niche·틈새 시장) 회사”라며 “전통적인 컨설팅 회사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의 사업전략은 작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건물을 소유하거나 여러명의 부사장을 두는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구조서 일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액트지오가 주로 심해의 석유 구조 존재를 확인하고 품질을 평가하는 일을 수행한다. 핵심 분야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업 방식에 대해 “능력을 갖춘 석유 관련 지구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많이 있는데, 여러 국가를 원격으로 연결해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런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도 침 흘린 영일만 또 천공 그림자가 보인다 윤 대통령이 ‘포항 석유 매장 가능성’을 깜짝 발표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천공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4일 당 원내대책회의서 “(어제)예정에도 없는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브리핑을 했다”며 “천공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연의 일치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발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이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고 주장한 유튜브 영상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로 천공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에 올라온 영상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지’라는 제목의 영상 강연서 “우리는 산유국이 안 될 것 같냐. 앞으로 (산유국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나라 밑에 가스고 석유고 많다”며 “예전에는 손댈 수 있는 기술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다 있다”고도 주장했다. 천공은 “(과거에는)거기 손댈 수 있는 만큼의 기술도 없었고 척도도 안 됐고, 지금은 그런 척도가 다 일어나”라며 “대한민국 밑에는 아주 보물 덩어리로 대한민국은 이 한반도는, 인류서 최고 보물이 여기 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석유 개발 발표에 지난 4일 오전 석유·가스개발과 관련된 종목들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가스공사는 25% 급등하며 4만8000원대에 진입했다.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1㎞ 심해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다.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말 첫 시추를 추진하며 2026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시추공을 뚫게 된다. 시추선은 이미 확보된 상태며, 첫 시추 결과는 내년 3~4월에 나올 전망이다. 이정환 전남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비유하자면 현재는 병원서 초음파 검사만 한 상황이다. 의사가 혹을 발견했는데 암인지 물혹인지는 조직검사(시추)를 해봐야 안다”며 “시추 성공률은 10%를 밑돌기도 한다. 탐사 결과가 좋게 나와도 시추는 실패할 수 있기에 성공 확률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성공 확률이)20%가 맞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면서도 “지난해 영국서 시추 계획을 승인한 게 100건이 넘는데 그 가운데 상업화까지 갈 유전은 10%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엇갈리는 각계 반응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들은 모두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10일 발표 조사(지난달 7∼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의 응답률은 11.2%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그후 31일 발표 조사(같은 달 28~30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의 응답률은 11.1%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