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음모론 소문과 진실

"찌라시…" 청와대가 소문 더 키웠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윤회 문건파동이 변곡점을 맞았다. 비선 스캔들의 주인공인 정윤회씨는 지난 10일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발인이자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정씨는 "국정개입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한 점 의심 없이 '비선실세'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씨에게 불리한 온갖 정황은 ‘음모론’으로 확산 중이다. 정씨를 감싸고 있는 청와대 역시 '찌라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미스터리만 증폭되는 상황에서 음모론의 참과 거짓을 따져봤다. 어느 쪽이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태민 목사(이하 최태민)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 이번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가 파문의 중심에 서면서 상당수 국민은 최태민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을 입에 올리고 있다. 최태민의 사위로 알려진 정씨는 자신의 장인처럼 "큰 영애(박 대통령)를 휘둘러 국정을 농단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태민의 망령
청와대 덮쳤다

지난 2007년부터 최태민은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의 '약한 고리'로 언급돼왔다. 온갖 루머가 생성됐지만 사실로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최태민 관련 소문은 꾸준히 나돌았다. 이중 일부는 명백한 허위사실이었고, 일부는 검증되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힘없는 시민'들은 법정에 섰다. 일부는 구속됐다.

박 대통령의 결혼설과 출산설은 음모론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로 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루머의 당사자는 최태민에서 정윤회로 바뀌었다. 지난 2012년 7월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한 월간지를 통해 박 대통령의 사생아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과했다. 문제의 월간지는 정정보도를 했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김 전 부소장은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인터뷰를 '한 번'만 했기 때문이다.

각종 설왕설래 확산 미스터리만 증폭
최태민 망령 부활…김재규와 판박이?


출산설을 퍼뜨렸다가 구속된 면면을 보면 대개 관련한 허위사실을 반복 게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모론은 더욱 진화해서 "박근혜의 숨겨진 아들이 연예인 A씨이고 아버지는 최태민"이라는 형태로 유포됐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정씨까지 '불륜드라마'에 소환됐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은 '박 대통령이 정씨 및 최태민과 불륜관계'라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탁모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과 정씨가 불륜관계가 아니며 최태민과도 불륜관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사생활과 관련한 여러 주장은 진정되지 않고 꾸준히 유통 중이다. 이른바 '7시간'과 관련한 소문 따위가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은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침묵을 고집한 사이 풀리지 않는 의혹은 사생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정윤회'라는 이름이 정가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공공연히 퍼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씨를 'VIP(대통령)의 측근'으로 보고 내사를 진행했다. 이번 파문의 핵심 역시 대통령의 사생활이 아니라 '정씨가 정말로 측근이 맞느냐'에 있다.

과거와 닮은 꼴
비선다툼 격화

생년월일, 출신지는 물론 세부 경력까지 베일에 싸인 정씨가 '막후 실세'로 주목받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그가 박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었던 최태민의 사위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정씨가 박 대통령의 정치입문에 도움을 준 전직 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최태민이 유신정권 말기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단순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 의문점이 많다.

박근혜정권의 '정윤회 문건 파동'과 유신정권의 '최태민 비위 스캔들'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가 작성한 '최태민에 대한 수사보고서'(2007년 공개)에는 최태민이 큰 영애를 등에 업고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파악한 최태민의 비리 의혹은 40여 가지에 달했다. 김 부장은 최태민과 관련한 보고서를 만들어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그런데 최고 권력자는 이를 눈감았다고 전해진다. 김 부장은 박정희 살해사건 공판 과정에서 '최태민의 권력형 비리를 '각하'가 눈감은 게 10·26의 한 원인'이라는 취지로 항소이유를 적었다. 이와 관련 김 부장의 주장이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기만술'이라는 반론이 있다.


그런데 이번 문건파동을 살피면 당시 상황과 흐름이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정보부를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바꾸고, 최태민 대신 정씨의 이름을 집어넣으면 퍼즐이 맞춰진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을 문제 삼자 최고 권력자가 이를 묵살하고 옹호하는 그림이다.

신군부가 들어서자 최태민을 겨냥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기업들로부터 모금을 했다는 등의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 견제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진술로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김 부장이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과 권력암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충성경쟁을 벌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권력'에서 배제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VIP의 눈에 들기 위해 과장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청와대는 관련 보고서를 '찌라시'로 규정함으로써 정씨 측 입장에 힘을 실었다. 나아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문서 유출의 배후로 지목해 궁지로 몰아넣는 실정이다.

십상시는 없는데
양천모임은 있다?

외형적으로 이번 사건의 칼자루는 두 사람이 쥐고 있다. 정씨와 조 전 비서관이다. 한쪽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전화를 넣어 고위공직자(조 전 비서관)에게 "전화 좀 받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쪽은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고급정보를 다루다가 지금은 청와대와 각을 세운 사람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최근 자체 감찰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을 조 전 비서관의 '자작극'으로 잠정 결론 냈다. 문건 작성과 유출 과정에 조 전 비서관을 필두로 한 이른바 '7인회'가 개입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선 '양천모임(조응천·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있었다'는 식의 또 다른 음모론이 비등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복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7인회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의 감찰결과를 사실로 가정하면 이번 문건파동은 '박지만 라인'인 조 전 비서관과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의 인사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EG회장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전모씨를 청와대에 배치시키려다 정 비서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박지만 라인이 정 비서관의 '약한 고리'인 정씨를 건드려 보복을 꾀했다는 주장이다.

설…설…설… 김기춘 가담설
문고리 내분설 박지만 배후설

현재 검찰 수사는 정씨보다는 '양천'을 겨냥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주변 인물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가운데 최모 경위 사망)을 청구한 것이 상징적이다. 정씨는 기세등등했다. 고발인이자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 정씨는 "이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고, 누가 춤을 췄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사를 받기도 전에 '나는 수사결과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다.

다수 언론은 정씨의 발언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온 민간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라고 논평했다. 정씨를 본 사람들은 그가 상당한 실세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정씨는 박 대통령의 당선 직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감사전화를 받은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졌다.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도 박 대통령과 정씨가 가까운 사이라는 '팩트'만큼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씨가 실제 국정에 개입했는지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청와대와 검찰은 한목소리로 십상시 회동이 없었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일부 여권에선 '3인방 내분설'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가 출범한 뒤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세 비서관이 서로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소 닭 보듯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경우 정씨로부터 얼마 전까지 전화를 받았고, 그 통화내용을 청와대 내부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지만도 내상
김기춘은 침묵


올 초 <시사저널>은 "정씨가 박 회장에게 미행을 붙였다"고 보도하면서 권력암투설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정씨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뜻밖에도 음해의 배후로 박 회장을 거론했다. 청와대의 감찰 결과에도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유출된 문건을 회수해야 한다고 직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장 진위가 가려지진 않겠지만 '박지만 배후설'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키는 박 회장의 핫라인인 조 전 비서관이 쥐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1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유출에 관여한) 오모 행정관에게 문건 작성 및 유출 전반에 걸쳐 조응천이 주도했다는 걸 서명·날인하라고 계속 강요했는데 정씨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7인회(얘기)는 그걸 뒷받침하기 위한 스트럭처다. (정씨가) 청와대 애들하고 대책을 만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씨가 청와대와 공모해 사건을 무마하려한다는 의혹이다.

이 지점에서 외관상 '허수아비'였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가담설'이 음모론 형태로 대두 중이다. 홍경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가까운 관계였던 김 실장은 보고를 고의누락하면서 사건을 확대시켰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청와대가 지난 6월께 문건 유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앞서 박 회장 측은 여러 경로로 문건 유출 사실을 청와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비서실은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이들이 '가만히 있었던' 이유가 비선 스캔들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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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