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음모론 소문과 진실

"찌라시…" 청와대가 소문 더 키웠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윤회 문건파동이 변곡점을 맞았다. 비선 스캔들의 주인공인 정윤회씨는 지난 10일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발인이자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정씨는 "국정개입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한 점 의심 없이 '비선실세'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씨에게 불리한 온갖 정황은 ‘음모론’으로 확산 중이다. 정씨를 감싸고 있는 청와대 역시 '찌라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미스터리만 증폭되는 상황에서 음모론의 참과 거짓을 따져봤다. 어느 쪽이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태민 목사(이하 최태민)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 이번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가 파문의 중심에 서면서 상당수 국민은 최태민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을 입에 올리고 있다. 최태민의 사위로 알려진 정씨는 자신의 장인처럼 "큰 영애(박 대통령)를 휘둘러 국정을 농단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태민의 망령
청와대 덮쳤다

지난 2007년부터 최태민은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의 '약한 고리'로 언급돼왔다. 온갖 루머가 생성됐지만 사실로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최태민 관련 소문은 꾸준히 나돌았다. 이중 일부는 명백한 허위사실이었고, 일부는 검증되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힘없는 시민'들은 법정에 섰다. 일부는 구속됐다.

박 대통령의 결혼설과 출산설은 음모론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로 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루머의 당사자는 최태민에서 정윤회로 바뀌었다. 지난 2012년 7월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한 월간지를 통해 박 대통령의 사생아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과했다. 문제의 월간지는 정정보도를 했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김 전 부소장은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인터뷰를 '한 번'만 했기 때문이다.

각종 설왕설래 확산 미스터리만 증폭
최태민 망령 부활…김재규와 판박이?


출산설을 퍼뜨렸다가 구속된 면면을 보면 대개 관련한 허위사실을 반복 게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모론은 더욱 진화해서 "박근혜의 숨겨진 아들이 연예인 A씨이고 아버지는 최태민"이라는 형태로 유포됐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정씨까지 '불륜드라마'에 소환됐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은 '박 대통령이 정씨 및 최태민과 불륜관계'라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탁모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과 정씨가 불륜관계가 아니며 최태민과도 불륜관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사생활과 관련한 여러 주장은 진정되지 않고 꾸준히 유통 중이다. 이른바 '7시간'과 관련한 소문 따위가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은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침묵을 고집한 사이 풀리지 않는 의혹은 사생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정윤회'라는 이름이 정가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공공연히 퍼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씨를 'VIP(대통령)의 측근'으로 보고 내사를 진행했다. 이번 파문의 핵심 역시 대통령의 사생활이 아니라 '정씨가 정말로 측근이 맞느냐'에 있다.

과거와 닮은 꼴
비선다툼 격화

생년월일, 출신지는 물론 세부 경력까지 베일에 싸인 정씨가 '막후 실세'로 주목받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그가 박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었던 최태민의 사위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정씨가 박 대통령의 정치입문에 도움을 준 전직 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최태민이 유신정권 말기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단순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 의문점이 많다.

박근혜정권의 '정윤회 문건 파동'과 유신정권의 '최태민 비위 스캔들'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가 작성한 '최태민에 대한 수사보고서'(2007년 공개)에는 최태민이 큰 영애를 등에 업고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파악한 최태민의 비리 의혹은 40여 가지에 달했다. 김 부장은 최태민과 관련한 보고서를 만들어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그런데 최고 권력자는 이를 눈감았다고 전해진다. 김 부장은 박정희 살해사건 공판 과정에서 '최태민의 권력형 비리를 '각하'가 눈감은 게 10·26의 한 원인'이라는 취지로 항소이유를 적었다. 이와 관련 김 부장의 주장이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기만술'이라는 반론이 있다.


그런데 이번 문건파동을 살피면 당시 상황과 흐름이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정보부를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바꾸고, 최태민 대신 정씨의 이름을 집어넣으면 퍼즐이 맞춰진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을 문제 삼자 최고 권력자가 이를 묵살하고 옹호하는 그림이다.

신군부가 들어서자 최태민을 겨냥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기업들로부터 모금을 했다는 등의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 견제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진술로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김 부장이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과 권력암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충성경쟁을 벌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권력'에서 배제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VIP의 눈에 들기 위해 과장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청와대는 관련 보고서를 '찌라시'로 규정함으로써 정씨 측 입장에 힘을 실었다. 나아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문서 유출의 배후로 지목해 궁지로 몰아넣는 실정이다.

십상시는 없는데
양천모임은 있다?

외형적으로 이번 사건의 칼자루는 두 사람이 쥐고 있다. 정씨와 조 전 비서관이다. 한쪽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전화를 넣어 고위공직자(조 전 비서관)에게 "전화 좀 받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쪽은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고급정보를 다루다가 지금은 청와대와 각을 세운 사람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최근 자체 감찰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을 조 전 비서관의 '자작극'으로 잠정 결론 냈다. 문건 작성과 유출 과정에 조 전 비서관을 필두로 한 이른바 '7인회'가 개입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선 '양천모임(조응천·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있었다'는 식의 또 다른 음모론이 비등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복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7인회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의 감찰결과를 사실로 가정하면 이번 문건파동은 '박지만 라인'인 조 전 비서관과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의 인사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EG회장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전모씨를 청와대에 배치시키려다 정 비서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박지만 라인이 정 비서관의 '약한 고리'인 정씨를 건드려 보복을 꾀했다는 주장이다.

설…설…설… 김기춘 가담설
문고리 내분설 박지만 배후설

현재 검찰 수사는 정씨보다는 '양천'을 겨냥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주변 인물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가운데 최모 경위 사망)을 청구한 것이 상징적이다. 정씨는 기세등등했다. 고발인이자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 정씨는 "이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고, 누가 춤을 췄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사를 받기도 전에 '나는 수사결과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다.

다수 언론은 정씨의 발언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온 민간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라고 논평했다. 정씨를 본 사람들은 그가 상당한 실세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정씨는 박 대통령의 당선 직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감사전화를 받은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졌다.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도 박 대통령과 정씨가 가까운 사이라는 '팩트'만큼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씨가 실제 국정에 개입했는지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청와대와 검찰은 한목소리로 십상시 회동이 없었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일부 여권에선 '3인방 내분설'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가 출범한 뒤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세 비서관이 서로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소 닭 보듯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경우 정씨로부터 얼마 전까지 전화를 받았고, 그 통화내용을 청와대 내부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지만도 내상
김기춘은 침묵


올 초 <시사저널>은 "정씨가 박 회장에게 미행을 붙였다"고 보도하면서 권력암투설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정씨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뜻밖에도 음해의 배후로 박 회장을 거론했다. 청와대의 감찰 결과에도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유출된 문건을 회수해야 한다고 직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장 진위가 가려지진 않겠지만 '박지만 배후설'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키는 박 회장의 핫라인인 조 전 비서관이 쥐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1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유출에 관여한) 오모 행정관에게 문건 작성 및 유출 전반에 걸쳐 조응천이 주도했다는 걸 서명·날인하라고 계속 강요했는데 정씨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7인회(얘기)는 그걸 뒷받침하기 위한 스트럭처다. (정씨가) 청와대 애들하고 대책을 만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씨가 청와대와 공모해 사건을 무마하려한다는 의혹이다.

이 지점에서 외관상 '허수아비'였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가담설'이 음모론 형태로 대두 중이다. 홍경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가까운 관계였던 김 실장은 보고를 고의누락하면서 사건을 확대시켰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청와대가 지난 6월께 문건 유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앞서 박 회장 측은 여러 경로로 문건 유출 사실을 청와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비서실은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이들이 '가만히 있었던' 이유가 비선 스캔들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