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 ‘로비 로드맵’ 공개

쉬쉬하다…들통 난 1조 송금작전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외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이 한국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의 배당금을 몰래 영국으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SC그룹 내부 보고서에는 SC그룹이 내년까지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하려는 계획이 담겨있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국내에서 경영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본사에 거액의 배당금을 보내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SC그룹이 1조 1600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송금하기 위해 로비 전략을 세운 사실을 적발해 조사 중이다. 내년 3월까지 배당금을 두 차례로 나누어 본사에 보낸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배당 예정액은 제일은행을 인수한 금액의 3분에 1에 해당된다. 한국SC은행을 껍데기만 남겨놓겠다는 셈이다.

대통령 면담 왜?

금융감독원은 최근 SC은행을 정기 검사하는 과정에서 SC그룹이 한국 정부에 조직적 로비를 계획한 문서를 확보했다. 로비 계획에는 1조1620억원의 배당금을 영국 본사에 송금하려는 계획이 담겨있었다. 고배당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보고서에는 송금 목표(target repatriation) 금액이 11억 달러라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한꺼번에 본사로 송금하려는 계획이었다.

SC그룹 로비 정황을 단독보도한 <조선일보>에 따르면 SC그룹은 지난 4월부터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어떻게 접근할지 계획을 세웠다. 보고서에는 금융당국 뿐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의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방법이 담겨있었다.

금감원이 확보한 SC그룹의 ‘한국 자본금에 대한 논의(Korea Capital-Dis cussion)’라는 보고서엔 SC그룹이 배당 송금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상세한 실행 계획이 나와 있었다.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2차례로 나누거나 한꺼번에 총 1조1620억원, 미화 11억 달러를 본사에 보내려는 목표였다. 이 목표를 위해 한국 정부의 최고위층과 금융 당국 기관장들을 누가, 언제,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상세한 실행 계획이 있었다.


본사의 임원진이 영향력 있는 인사를 비공식적으로 접촉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SC의 본사 회장은 이 일정에 따라 지난 7월 청와대를 방문하는 등 계획안을 실행했다. 계획안에는 리처드 힐 전 한국SC은행장과 아제이 칸왈 현 은행장의 교체 시기인 올 4월부터 매달 금융 당국 수장을 포함한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접촉한다는 일정이 담겨있었다.

특히 7월 첫째 주에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을 만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실제 피터 샌즈 회장은 7월 2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SC그룹의 한국 사업 철수설’을 부인했다.
 

당시 피터 샌즈 회장은 한국과 일본, 몽골 등 동북아 지역 본부를 한국에 두겠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SC그룹이 고배당을 관철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제시할 회유 수단으로 박 대통령이 추진 중인 5대 서비스 중 하나인 금융산업 육성에 대해 조언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거액 배당을 위해 한국 정부의 오랜 숙원 사업인 동북아 금융 허브를 돕는 것을 내건 셈이다. 하지만 몽골은 직원이 10명도 안 되는 사무소 수준이었다. 일본도 직원이 200명이 채 안 돼 동북아 지역을 아우른다고 보기엔 옹색하다는 게 금융계 시각이다.

내년까지 배당 1조원 본사로 보낼 계획
정부·국회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 준비

게다가 거액의 배당금을 영국 본사로 가져가려고 주도한 아제이 칸왈 SC은행 행장은 대만 SC은행 행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4월 1일 부임했다. 지난 3월에 만든 배당 실행 계획서에는 이미 칸왈 행장 부임 이후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는 여러 일정이 계획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배당 계획 실행이 칸왈 행장의 주요 임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는 칸왈 행장이 동북아본부 서울 신설에 SC은행이 적극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면서 고배당이 가능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도록 나와 있었다.

금감원은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조심스런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SC은행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 과정에서 이러한 정황을 발견했다”며 “적자 상태에서 거액의 배당을 추진한 것은 문제라서 점검하고 있고, 내달쯤에야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지금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SC그룹은 거액의 배당 계획이 드러나자, 배당 규모를 축소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SC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SC은행 관계자는 “배당규모가 1조원까지는 아니다”라며 “실제 배당한 금액은 3분의 1정도일 뿐, 고배당 논란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부랴부랴 축소

금융당국은 우선 SC은행에 대해서 배당추진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예정이다. 전직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당국은 은행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정 규모의 배당을 독려해야 한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금융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배당을 하는 관행이 정착되야 한다”고 말했다.

SC그룹이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할 때만 해도 국내 금융계에서는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선진 금융기법은커녕 적자상태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빼내려 했다. SC그룹은 거래고객 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까지 모두 실망시켰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나-외환 진정서 보니…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3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합병과 관련, 합병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두 은행의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를 진행하면서 합병 단계를 밟는 것은 일방적인 강행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외환은행 노조는 진정서에 하나금융과 대화를 시작한 이후에도 ▲통합 이사회 강행 ▲통합추진단 발족 ▲조기합병 동의서 강제징구 ▲부점장협의회의 비대위 구성 시도 ▲합병승인 신청 시도 등이 이뤄졌다고 서술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감독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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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