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⑤미공개 문건 내용은?

정씨는 'VIP의 남자'로 통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청와대가 작성한 '정윤회 문건'이 유출되면서 박근혜정부는 풍전등화에 놓였다. 권부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욱 허둥대는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문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비공개된 문건에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사생활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어느 '정치인'보다 미스터리한 '민간인' 정윤회. 미증유의 비선 스캔들이 박근혜정부를 강타하고 있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이하 정윤회)의 국정개입과 관련한 의혹이 연일 증폭되고 있다. 한쪽에선 이른바 '십상시'를 지칭하며 민간인의 국정농단을 문제 삼고 있다. 또 한쪽에선 "사실무근"이라며 정윤회를 감싸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청와대와 정윤회의 입장이 같다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례적으로 '민간인'의 언론 인터뷰를 인용해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겨냥한 의혹 제기를 반박하고 있다. 정윤회는 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정권 차원의 '엄호'를 받고 있는 것일까.

인사청탁 인지?

지난 3월 <일요시사>는 '박의 남자들 사활 건 권력암투 막후'란 기사에서 정윤회와 관계된 의미 있는 일화를 전한 바 있다. 당시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윤회가 지난해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한껏 호기가 오르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의 서열을 말해줄까? 1위는 대통령(박근혜), 2위는 최순실(정윤회의 아내), 3위는 바로 나(정윤회)." 발언의 배경을 놓고 정윤회가 농담을 한 것인지 아니면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 관계자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고급 요정에서 나온 비화"라고 설명을 갈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윤회가 정국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조짐이 드러난 건 지난 4월이다. 정윤회와 관련한 감찰에 착수했던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돌연 옷을 벗고 '궁정동'을 빠져나왔다.

갑작스런 사임에 여러 추측이 나돌았지만 당사자인 조 비서관은 입을 닫았다. 이 무렵 청와대 지근에선 "'밤의 비서실장'인 정윤회와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서로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8개월이 흘러 '정윤회 문건' 일부가 세상에 공개됐다. <세계일보>의 특종 보도가 나온 직후 관계자와 통화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문건이 유출된 시점을 지난 4월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 "문건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건을 본 사람에 따르면 (내용에) 사생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틀 뒤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문건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위 책임자'를 인용해 "(언론에는) 10분의 1도 밝히지 않았다. 사생활 등 많은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또 다른 분은 '세월호 (참사) 전인 (지난) 3∼4월께 (정윤회) 문건이 박스채로 유출됐다'고 했다"며 "상당한 종류의 동향 보고서가 조 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상부에 보고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건에는 공개될 수 없는 성질의 감찰 결과가 적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청와대에서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던 A씨는 "모든 보고서의 기본은 VIP(대통령)의 눈에 들게끔 작성하는 것"이라며 "VIP의 아침 일과가 보고서를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시간제약상 모든 보고서를 읽어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VIP의 관심사에 맞춰 내용을 채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극히 일부만 공개 "10분의 1만 노출"
베일 가려진 '정윤회 사생활' 담겼나
삼성동팀 실체·재산축적 비밀도 언급?

언론에 노출된 정윤회 문건의 제목은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다. 작성 주체는 공직기관비서관실, 날짜는 2014년 1월6이다. 여기서 제목의 앞마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이라는 도입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얼마 전 사정기관 관계자는 "추측컨대 김 실장이 문건을 보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실장에 대해 "일종의 엘리트의식, 나쁘게 말하면 '선민의식' 같은 게 있다"며 "자신보다 학벌이나 경력이 떨어지는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문건에는 학력도 불확실하고 '스펙'도 일천한 정윤회와 그 동조세력이 일국의 비서실장을 흔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존심 강한 김 실장이 이를 놔두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이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윤회 문건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정윤회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정확한 출생연도부터 출신지, 학력, 직업까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윤회의 정확한 신상정보부터 파악했을 확률이 높다. 나아가 조 비서관 등은 정윤회 주변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매일경제>는 지난 3일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정윤회와 십상시가 회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회합에 참석한 누군가가 박 경정에게 내부 자료를 건넸다는 증거와 다름없다.

앞서 박 경정은 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실제 모임에 참석해서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보가) 자세한 것이었다"고 밝혀 '내부 고발자'의 존재를 암시했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문건의 정확성이 높다고 보고, 보고서에 적시된 정윤회의 인사청탁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문건에는 정윤회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정윤회를 만나려면 7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 '정보라인'들은 타깃(정윤회)이 어디를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감시했을 것이며 따라서 정윤회가 드나들었다던 요정에 대해서도 파악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의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은 더 있다. 무속인 이모씨와의 석연찮은 관계다. 두 사람이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은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윤회가 역술인이 아니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씨가 평소 정윤회와의 친분을 말하고 다닌 점을 고려하면 불거진 인사 청탁의 진위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권 차원의 엄호

정윤회의 막대한 재산과 관련한 감찰 결과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재산 형성 과정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들이 'VIP'를 등에 업고 재산을 불렸다면 관련한 첩보가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승마선수로 활동 중인 딸과 관계된 여러 의혹도 조사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벗'으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언급된 내용도 관심의 대상이다. 일각에선 딸과 관련한 일은 최씨가 주도했다는 설이 들린다. 정치권에선 최씨의 영향력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시점상 이들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뒷조사' 직후 이혼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풍문으로만 떠돌았던 '삼성동팀'의 실체, 박 회장과의 관계가 적혀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단 박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는 조직 습성상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