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⑤미공개 문건 내용은?

정씨는 'VIP의 남자'로 통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청와대가 작성한 '정윤회 문건'이 유출되면서 박근혜정부는 풍전등화에 놓였다. 권부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욱 허둥대는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문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비공개된 문건에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사생활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어느 '정치인'보다 미스터리한 '민간인' 정윤회. 미증유의 비선 스캔들이 박근혜정부를 강타하고 있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이하 정윤회)의 국정개입과 관련한 의혹이 연일 증폭되고 있다. 한쪽에선 이른바 '십상시'를 지칭하며 민간인의 국정농단을 문제 삼고 있다. 또 한쪽에선 "사실무근"이라며 정윤회를 감싸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청와대와 정윤회의 입장이 같다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례적으로 '민간인'의 언론 인터뷰를 인용해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겨냥한 의혹 제기를 반박하고 있다. 정윤회는 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정권 차원의 '엄호'를 받고 있는 것일까.

인사청탁 인지?

지난 3월 <일요시사>는 '박의 남자들 사활 건 권력암투 막후'란 기사에서 정윤회와 관계된 의미 있는 일화를 전한 바 있다. 당시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윤회가 지난해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한껏 호기가 오르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의 서열을 말해줄까? 1위는 대통령(박근혜), 2위는 최순실(정윤회의 아내), 3위는 바로 나(정윤회)." 발언의 배경을 놓고 정윤회가 농담을 한 것인지 아니면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 관계자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고급 요정에서 나온 비화"라고 설명을 갈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윤회가 정국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조짐이 드러난 건 지난 4월이다. 정윤회와 관련한 감찰에 착수했던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돌연 옷을 벗고 '궁정동'을 빠져나왔다.

갑작스런 사임에 여러 추측이 나돌았지만 당사자인 조 비서관은 입을 닫았다. 이 무렵 청와대 지근에선 "'밤의 비서실장'인 정윤회와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서로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8개월이 흘러 '정윤회 문건' 일부가 세상에 공개됐다. <세계일보>의 특종 보도가 나온 직후 관계자와 통화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문건이 유출된 시점을 지난 4월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 "문건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건을 본 사람에 따르면 (내용에) 사생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틀 뒤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문건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위 책임자'를 인용해 "(언론에는) 10분의 1도 밝히지 않았다. 사생활 등 많은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또 다른 분은 '세월호 (참사) 전인 (지난) 3∼4월께 (정윤회) 문건이 박스채로 유출됐다'고 했다"며 "상당한 종류의 동향 보고서가 조 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상부에 보고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건에는 공개될 수 없는 성질의 감찰 결과가 적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청와대에서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던 A씨는 "모든 보고서의 기본은 VIP(대통령)의 눈에 들게끔 작성하는 것"이라며 "VIP의 아침 일과가 보고서를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시간제약상 모든 보고서를 읽어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VIP의 관심사에 맞춰 내용을 채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극히 일부만 공개 "10분의 1만 노출"
베일 가려진 '정윤회 사생활' 담겼나
삼성동팀 실체·재산축적 비밀도 언급?

언론에 노출된 정윤회 문건의 제목은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다. 작성 주체는 공직기관비서관실, 날짜는 2014년 1월6이다. 여기서 제목의 앞마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이라는 도입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얼마 전 사정기관 관계자는 "추측컨대 김 실장이 문건을 보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실장에 대해 "일종의 엘리트의식, 나쁘게 말하면 '선민의식' 같은 게 있다"며 "자신보다 학벌이나 경력이 떨어지는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문건에는 학력도 불확실하고 '스펙'도 일천한 정윤회와 그 동조세력이 일국의 비서실장을 흔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존심 강한 김 실장이 이를 놔두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이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윤회 문건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정윤회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정확한 출생연도부터 출신지, 학력, 직업까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윤회의 정확한 신상정보부터 파악했을 확률이 높다. 나아가 조 비서관 등은 정윤회 주변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매일경제>는 지난 3일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정윤회와 십상시가 회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회합에 참석한 누군가가 박 경정에게 내부 자료를 건넸다는 증거와 다름없다.

앞서 박 경정은 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실제 모임에 참석해서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보가) 자세한 것이었다"고 밝혀 '내부 고발자'의 존재를 암시했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문건의 정확성이 높다고 보고, 보고서에 적시된 정윤회의 인사청탁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문건에는 정윤회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정윤회를 만나려면 7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 '정보라인'들은 타깃(정윤회)이 어디를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감시했을 것이며 따라서 정윤회가 드나들었다던 요정에 대해서도 파악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의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은 더 있다. 무속인 이모씨와의 석연찮은 관계다. 두 사람이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은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윤회가 역술인이 아니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씨가 평소 정윤회와의 친분을 말하고 다닌 점을 고려하면 불거진 인사 청탁의 진위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권 차원의 엄호

정윤회의 막대한 재산과 관련한 감찰 결과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재산 형성 과정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들이 'VIP'를 등에 업고 재산을 불렸다면 관련한 첩보가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승마선수로 활동 중인 딸과 관계된 여러 의혹도 조사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벗'으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언급된 내용도 관심의 대상이다. 일각에선 딸과 관련한 일은 최씨가 주도했다는 설이 들린다. 정치권에선 최씨의 영향력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시점상 이들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뒷조사' 직후 이혼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풍문으로만 떠돌았던 '삼성동팀'의 실체, 박 회장과의 관계가 적혀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단 박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는 조직 습성상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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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