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올란도’ 택시기사의 작심 토로

“GM 차 산다고? 말리고 싶다!”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GM차 절대 사지마세요.”
 
지난해 6월 전 쉐보레 올란도 차종의 택시모델을 구입했던 신모씨(65세)의 일갈이다. 차도 엉터리고, 서비스센터도 못 믿겠다는 것. 무엇보다 차량 결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거짓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만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은 이유로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신씨의 사연을 취재했다.

 
대구에서 25년째 택시영업을 해 온 신씨가 쉐보레 올란도의 택시 모델을 구입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점차 관광객 수요가 늘면 아무래도 화물공간이 넉넉한 차량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상 없다던 
데이터 허위
 
평소 점심 값 몇천 원도 아까워하던 신씨가 새 차를 장만하자 주변 택시기사들은 “대구 돈 다 벌려나보다”면서 올란도 택시 모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에 어깨가 으쓱해 진 것도 잠시. 인도받은 올란도는 며칠도 안 돼서 문제를 일으켰다. 엑셀을 밟고 있으면 심하게 차가 울컥거렸고 주행 중에도 급작스럽게 감속이 생기는 현상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발생한 것이다. 
 

“아, 택시는 운전자만 타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에도 수십 명 씩 손님을 태우는데 새 차가 갑작스레 울컥거리거나 감속되는 현상이 생기면 말이 안 되죠. 사고 날뻔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차량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한 신씨는 즉각 대구의 대천동 쉐보레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무슨 이유로 새 차에 이런 일이 생기는 지도 알아야겠고, 한시바삐 수리를 해서 택시영업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쉐보레 남대구서비스센터의 대답은 황당했다. 처음에는 “결함을 찾을 수 없다. 여기 능력으론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대답하더니 나중에는 “본사 눈치를 봐야한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차량에 생긴 이상에 대해 서비스센터도 모른다고 하니 결국 신씨는 울컥거리는 차를 몰고 인천에 있는 본사 사업소를 찾았다. 
 
지난해 6월 택시 모델 구입해 운행
주행 중 급감속 현상 수차례 발생
 
다행히 인천에서는 차량의 이상현상에 대한 원인을 밝혀냈다. 검사결과 신씨가 인도받은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엔진오일도 새고 그로 인해 엔진압력도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낫다. 변속기 부분도 마찬가지. 변속기 오일이 새는 것도 새는 것이지만 변속기 자체에도 결함이 있었다. 
 
차량에 대한 결함과 원인이 밝혀지자 신씨는 본사에 “어떻게 새 차에 이런 결함들이 생길 수 있느냐”며 항의를 했다. 택시차량을 운행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영업 손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쉐보레 측은 문제가 있는 엔진과 여타 부품의 교환해 주는 것으로 신씨를 달랬다. 신씨 역시 본사가 차량에 대한 결함을 인정하고 부품을 교환해주는 것을 보고 화를 삭였다. 영업을 못해 생긴 손실 몇 푼 보상받는 것보다 한시바삐 차를 고쳐서 택시영업을 재개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환된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면 이 문제는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엔진과 핵심 부품을 교체하고도 차량의 결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시동을 걸 때마다 심한 소음이 생겼고, 주행 중에는 차량 밑바닥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손님들이 불안해했다. 갑자기 RPM이 치솟기도 하고 액셀을 밟는데도 속력이 떨어지는 이상 현상도 나타났다. “운전 좀 제대로 하라”며 역정 내는 손님도 한 둘이 아니었다. 택시 모는 25년 동안 그렇게 진땀 나는 날들이 없었다는 것. 
 
결국 신씨는 사고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더 이상 운행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차를 서비스센터 주차장에 세웠다. 그리고 다시 쉐보레 본사에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신씨의 요청에 대해 쉐보레는 즉각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차일피일 시간을 보낸 것이다. 문제는 쉐보레가 차량을 교환해주거나 부품교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신씨 일가의 생활고였다. 
 
서비스 센터 “원인 모른다”
거짓데이터 제공 고객 기만
 
택시영업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는 신씨 일가는 수입은 없으면서 지출은 줄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대학생인 두 아이 학비와 네 식구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 추가 대출을 신청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돈을 빌려 살림을 꾸렸다.
 
그러길 두 달여. 쉐보레 본사사업소는 8월17일 신씨에게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차량 엔진에 대한 정밀검사를 시행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해왔다. 차량에 정밀 데이터 취집장치를 부착해서 3일간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결함의 원인을 찾자는 것이다. 
 
신씨가 본사의 제안에 동의하자 8월18일부터 3일간의 정밀검사가 시행됐고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그 데이터 결과가 이상했다. 쉐보레 측이 제시한 데이터의 각종 수치와 그래프는 신씨의 차량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

팔면 그만?
결함 그대로
 
자신이 체감하던 것과는 사뭇 상반되는 결과를 받은 신씨는 남대구서비스센터에 출력 데이터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했다. 전문용어와 각종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씨의 요구에 응하는 담당직원의 태도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검사를 수행한 직원 이모씨는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데이터는 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면서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정밀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쉐보레 측의 주장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신씨는 다시 인천 본사사업소에 찾아가서 “일전에 엔진과 여타 부품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다시 한번 엔진을 점검해달라는 요구도 덧붙였음은 물론이다.    
 
 

이에 인천 사업소는 다시 신씨 차량의 엔진을 재검사했고, 그 결과 변속기 결함과 엔진 결함, 냉각수누유 등의 이상요소를 발견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던 남대구 서비스센터의 의견과는 달리 본사사업소 검사에서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차량 결함이 인정됨에 따라 인천 사업소는 9월에 신씨 차량의 엔진을 다시 교체했다.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한다면 신씨의 차량은 출시 직후 불과 3개월 만에 두 차례나 대규모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엔진교환과 부품교환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차량을 운행 할 때마다 심한 진동과 소음, 주행 중 차가 울컥거리는 현상도 여전했다. 불만에 찬 손님들의 볼멘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또다시 차를 세워두고 택시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신씨는 쉐보레측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더 이상 엔진이나 부품교환 같은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돼지 않으니 차량을 교환해주던가 환불을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쉐보레 측은 신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자체규정상 더 이상의 조치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쉐보레 측이 신씨의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신씨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택시 운전대를 놓고 항의에 나선 지가 11월20일 현재 16일 째, 보름이 넘었다. 신씨는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택시영업을 하지 못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지만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았다가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량의 결함을 회사가 책임져야지 왜 소비자가 피해를 봐야합니까. 정말 GM차 산다는 사람 있으면 도시락 싸서 따라 다녀서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브랜드 믿고 샀는데…

생업 접고 항의 시위
 
신씨는 그 간의 과정에서 참았던 울분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보상이 목적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원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하나는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제공한 정밀검사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것. 차량에 대한 정밀검사를 한 시점은 8월 18일 인데 서비스 센터 담당직원이 출력해 준 데이터의 일시는 7월11일이라는 것이다.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마치 신씨의 차량 데이터인 것처럼 속여서 보여준 것은 쉐보레가 원인규명을 요구하는 고객을 기만한 증거라는 주장이다. 대구로 내려가 당시 검사를 담당했던 이씨를 만나 취재해본 결과 신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당시 검사를 진행했던 이모씨는 “신씨에게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출력해준 사실이 맞다”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본사는 이 같은 허위 데이터로 고객을 기만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쉐보레 본사는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씨 차량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보여 달라는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신씨가 제기하는 두 번째 의혹은 교체된 엔진에 대한 부분이다. 인천 본사에서 이뤄진 두 번째 교체에 사용된 엔진이 중고재생품인 것 같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엔진을 장착하기 전에 검사를 마쳤다는 도장을 확인시켜 줬는데, 수리하는 직원 손이 도장 위를 스치자 도장이 지워졌습니다. 새 엔진이 아니라 인천사업소에서 보유하고 있던 중고엔진에 자체적으로 ‘검정’ 도장을 찍은 것 같았습니다. 제품 포장 상태도 이상했고 엔진에 흠집도 보였습니다.”
 
중고 엔진 교체 의혹에 대해 쉐보레 측은 “해당 엔진은 절대 중고 재생품이 아니다. 분명 새 엔진으로 교환됐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워지는 ‘검정’ 도장과 외관상의 흠집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교체한 엔진
중고재생품?
 
향후 신씨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함구 상태다. 취재 초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피력하더니 차량 결함이나 허위 데이터 제공, 중고 엔진 교체 의혹 등을 파고들자 접촉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자세한 정황 파악을 위해 며칠만 시간을 달라”며 시간을 벌더니 점차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차를 팔 때는 그토록 친절하게 굴더니 차만 팔면 자체규정 앞세워 안면 바꾸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추위에 발 구르는 손님들 태우고 다녀야 할 택시기사가 찬바람 맞아가며 하소연하는 모습이 GM사 관계자들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liebend@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OS 없는 스파크, 왜?
 
끊임없이 이어지는 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해 각 완성차 회사들은 브레이킹 오버라이드 시스템(Brake Override System. 이하 BOS)을 차마다 장착하고 있다. BOS는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을 때 액셀러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게 되면 브레이크의 신호를 우선시해 차량의 주행능력을 상실시켜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이에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도 지난 2010년부터 장착을 의무화 하고 있고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011년부터 전 차종에,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00년부터 출시된 모든 차량에 각각 장착하고 있다.
 
한국GM도 마찬가지로 지난 2011년부터 대부분의 차량에 BOS를 장착했다. 그러나 스파크에는 지난 2013년까지도 장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중고시장에서 유통 중인 스파크 모델에서는 BOS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이 대부분 유통 중이다.
 
문제는 스파크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데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급발진으로 인한 자동차사고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블랙박스에 담긴 급발진의심사고의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스파크는 BOS를 제외하더라도 안전 사양이 부족하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중인 스파크의 경우 기본 옵션으로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그러나 국내 시판중인 스파크에는 기본 옵션으로 4개의 에어백만장착돼 있다. 가벼운 차체와 부족한 에어백, 급발진 제동장치마저 빠져있는 스파크, 강심장이나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만 이용할 차량으로 보인다.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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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