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홈플러스 매각설 막전막후

여태 남 좋은 일…몸집 키워 먹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유통 공룡' 홈플러스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내용이 조금 더 구체적이다. 외신들도 홈플러스 매각 보도에 가세했다. M&A시장에선 인수 규모를 7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의 최근 경영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시장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목적을 가진 해외 사모펀드는 호시탐탐 한국에 진출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단물만 빨아먹고 빠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자리한다. 무엇보다 현 매각설이 구체화될 경우 '도성환호'의 존립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 시가총액이 3조원 안팎인데 무슨 수로 7조원짜리 대형마트를 인수합니까."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 홈플러스의 매각설과 함께 인수 가능성을 따지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다수 언론은 유력한 인수 후보로 현대백화점그룹을 꼽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언론보도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위기에 빠진
영국 테스코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단독 인수를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매각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일부 투자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인수 후보군이 이를 논의하지 않았고,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선제적으로 매각설을 띄운 뒤 현대백화점그룹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홈플러스 매각설은 7년 전부터 꾸준히 돌았다. 올 초에도 나왔다. 과거와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테스코(Tesco)는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망을 보유한 유통회사다. 아시아와 유럽 등에 진출했기 때문에 초국적 자본으로 불린다.

그런데 테스코는 최근 거액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가 적발돼 영국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테스코는 지난 9월 자체 조사를 통해 분식회계에 가담한 4명의 고위 임원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 모두 8명의 경영진을 퇴출시켰다.

이 같은 소식이 타전되자 테스코의 주가는 9월23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무려 11%(런던증시 기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당시 기준 20억 파운드(한화 3조4000여억원)가 빠졌다.

'유통 공룡' 본사 영국발 매각설 솔솔
업계 지각변동 예고…큰손들 예의주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테스코 투자와 관련해 모두 6억7800만달러(한화 74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버핏은 지난 9월까지 테스코의 실질적인 4대 주주였다. 하지만 회계 부정 사태를 겪고 나서는 보유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처분했다고 전해진다. 버핏은 "테스코 투자가 실수였다"고 서방 언론과 인터뷰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테스코 본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반대급부로 아시아 시장 철수 가능성이 대두됐다. 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산 매각 자문사로 내정하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홈플러스 매각이 성공한다면 테스코가 유동성 확보를 통해 최근의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잇따랐다.

필립 클라크 전 최고경영자(CEO)는 성과주의를 추구했다. 기업 이익은 줄었는데 장부상 순이익은 과다 계상했다. 이는 본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켰다. 후임으로 임명된 데이브 루이스 CEO는 클라크 전 CEO와 선을 긋고 있다. 루이스 CEO는 추락한 회사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 자산 매각은 국내외 투자·증권업계가 예의주시하는 타개책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테스코는 현금 확보를 위한 3가지 방안을 저울 중이다.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매각해 7조원 가량의 현금을 회수하거나 태국 사업 부문인 테스코로터스(체인 슈퍼마켓)를 정리할 수 있다. 또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사업부를 지주사로 묶은 뒤 이를 홍콩(혹은 싱가폴) 증시에 상장해 투자받을 수 있다.

까르푸서 홈에버
다시 홈플러스로

테스코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나리오는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거액에 매각하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탄탄한 사업실적으로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홈플러스는 연간 영업이익(감가상각 전)이 7000억원에 달했다. 테스코 본사로 송금한 로열티는 지난해 기준 700억원을 넘었다. 최근 2년간 일부 사업장(점포)을 매각해 남긴 돈은 1조2000억원이었다. 홈플러스는 매각한 점포를 재임차하는 수법(세일 앤 리스백)으로 본사의 자금 회수를 도왔다.

특히 홈플러스는 연매출이 10조원에 달해 테스코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매출액은 테스코 아시아 전체 사업 부문의 절반을 차지한다. 홈플러스가 테스코의 핵심 자산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가 국내외 투자시장에서 적정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수 언론은 M&A시장에서 추산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시장가치를 7조원 규모로 보도했다. 하지만 경쟁업체 관계자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시작부터 7조원이라는 액수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을 이용한 전형적인 몸값 띄우기"라며 "미국 골드만삭스 등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시공시(2014년 5월29일 작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모두 3개 사업부로 구성돼있다. 도성환 대표이사가 있는 홈플러스(주), 홈에버(구 까르푸)를 인수해서 만든 홈플러스테스코(주), 제빵·제과를 주업무로 하는 홈플러스베이커리(주)가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주)의 자산은 6조533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조4940억원, 홈플러스베이커리(주)는 460억원이다. 단순 자산총계는 8조원을 넘는다.

문제는 적지 않은 부채다. 홈플러스(주)의 부채는 3조939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의 부채는 4750억원이다. 홈플러스베이커리(주)의 부채도 254억원으로 확인된다. 부채의 합은 모두 4조4000억원에 이른다.

테스코 본사는 지난 2005년부터 자신들의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수조원대 회사채를 발행했다. 사실상 내부거래로 빌린 돈은 확인된 것만 3조원이 넘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가 쓰고 있는 건물과 토지 매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설이 사실이고 소위 '빅딜'이 성사된다면 테스코는 싸게 빌린 돈으로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겨가는 셈이다.

재래시장 울리고 사세확장
매각금액 7조원 안팎 전망

투자업계는 국내 대형마트의 성장곡선이 2012년께부터 둔화됐다고 보고 있다. 신규입점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 등 정부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유통업계 전반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의 여파를 받고 있으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경우는 업태 간 과열경쟁으로 시장이 포화상태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주)는 2012년부터 영업 이익률이 연간 1%씩 하락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주) 역시 영업 이익률이 2%대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홈플러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업계 1위인 이마트를 추격했다. 홈플러스는 2014년 5월 기준 대형마트 139곳을 운영하고 있다.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을 때와 비교하면 97개의 매장이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이마트 역시 2배에 가까운 매장을 새로 내놨다. 2006년 79개였던 이마트 매장은 2014년 148개로 늘었다. 이들 대형마트는 지난 8년간 폭발적으로 외형을 불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대형마트의 시장점유율은 ▲이마트가 27.9% ▲홈플러스가 23.4% ▲롯데마트가 15.9%였다. 이른바 '빅3'의 급성장은 국내 재래시장의 불황을 야기했다. 그 사이 홈플러스는 외화사모사채를 꾸준히 발행하는 등 돈을 쌓았다.

지방으로의 확장도 멈추지 않았다. 최근 홈플러스는 경주시에 세 번째 점포를 입점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지역 상인들은 "주민들의 돈이 역외로 유출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홈플러스는 테스코 본사에 상표 및 라이센스 사용 수수료를 매년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주)는 616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20억원을 각각 테스코에 상납했다. 당초 10억원 안팎에 불과하던 로열티는 몇 년새 수십배로 증가했다.

해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불거지면 인수 후보군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오르내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유가 있다. 이마트가 홈플러스를 합병한다면 시장점유율은 50%를 넘는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예고된다. 롯데마트 역시 인수가 완료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진입한다. 하지만 업태 선도를 사실상 꺼리고 있는 롯데계열사의 전략과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매각의 숨겨진 맹점은 매물은 매력적이나 인수전에 나설 국내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빅2' 신세계·롯데 눈치
예상 밖 빅딜 가능성도

특히 대형마트 3사는 입지가 좋은 지역에 점포를 서로 인접시키는 방법으로 경쟁했다. 즉 어느 한쪽이 상대를 인수할 경우 지역 겹침 현상이 불가피하다. 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투자는 아닌 셈이다.

지난 2006년 까르푸 인수전 당시 업계에는 '홈플러스 까르푸 인수 유력'과 같은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나돌았다. 관련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까르푸 몸값 올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까르푸를 인수한 기업은 이랜드였다. 경매 과정에서 까르푸의 부동산 가치는 장부상 1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입찰 시에는 1조9000억원까지 뛰었다. 실제 인수 정산가는 1조4800억원이었다.

2년 뒤인 2008년 홈플러스는 홈에버로 바뀐 까르푸를 2조3000억원(부채 1조3000억원 포함)을 들여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까르푸가 철수한 무렵과 비교해 이윤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고,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도 아니었다. 당시 홈에버의 자산가치가 2조원을 넘은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달 28일 루이스 CEO는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했다. 최고위 경영진 일부를 만나고 서둘러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루이스 CEO의 방한은 홈플러스 매각설에 불을 지폈다. 홈플러스 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함구했다.

루이스 CEO가 어떤 생각을 갖고 한국을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매각설이 구체화되면 도성환 체제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인수합병 사례로 미뤄봤을 때 투자자가 원하는 방식의 인력 구조조정도 우려된다. 홈플러스의 덩치를 고려하면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매각설 띄우는
거대자본 누구

그간 초국적 투기자본은 특정 매물의 가치를 띄운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수법으로 선량한 기업에 피해를 안겼다. 지난해까지 테스코·홈플러스 경영진은 이구동성으로 "매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영국발 매각설이 떠돌면서 고민에 빠진 것은 한국 유통업계다. 10년 넘게 재래시장을 휩쓴 돈은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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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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