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홈플러스 매각설 막전막후

여태 남 좋은 일…몸집 키워 먹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유통 공룡' 홈플러스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내용이 조금 더 구체적이다. 외신들도 홈플러스 매각 보도에 가세했다. M&A시장에선 인수 규모를 7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의 최근 경영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시장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목적을 가진 해외 사모펀드는 호시탐탐 한국에 진출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단물만 빨아먹고 빠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자리한다. 무엇보다 현 매각설이 구체화될 경우 '도성환호'의 존립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 시가총액이 3조원 안팎인데 무슨 수로 7조원짜리 대형마트를 인수합니까."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 홈플러스의 매각설과 함께 인수 가능성을 따지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다수 언론은 유력한 인수 후보로 현대백화점그룹을 꼽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언론보도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위기에 빠진
영국 테스코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단독 인수를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매각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일부 투자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인수 후보군이 이를 논의하지 않았고,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선제적으로 매각설을 띄운 뒤 현대백화점그룹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홈플러스 매각설은 7년 전부터 꾸준히 돌았다. 올 초에도 나왔다. 과거와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테스코(Tesco)는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망을 보유한 유통회사다. 아시아와 유럽 등에 진출했기 때문에 초국적 자본으로 불린다.

그런데 테스코는 최근 거액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가 적발돼 영국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테스코는 지난 9월 자체 조사를 통해 분식회계에 가담한 4명의 고위 임원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 모두 8명의 경영진을 퇴출시켰다.

이 같은 소식이 타전되자 테스코의 주가는 9월23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무려 11%(런던증시 기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당시 기준 20억 파운드(한화 3조4000여억원)가 빠졌다.

'유통 공룡' 본사 영국발 매각설 솔솔
업계 지각변동 예고…큰손들 예의주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테스코 투자와 관련해 모두 6억7800만달러(한화 74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버핏은 지난 9월까지 테스코의 실질적인 4대 주주였다. 하지만 회계 부정 사태를 겪고 나서는 보유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처분했다고 전해진다. 버핏은 "테스코 투자가 실수였다"고 서방 언론과 인터뷰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테스코 본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반대급부로 아시아 시장 철수 가능성이 대두됐다. 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산 매각 자문사로 내정하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홈플러스 매각이 성공한다면 테스코가 유동성 확보를 통해 최근의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잇따랐다.

필립 클라크 전 최고경영자(CEO)는 성과주의를 추구했다. 기업 이익은 줄었는데 장부상 순이익은 과다 계상했다. 이는 본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켰다. 후임으로 임명된 데이브 루이스 CEO는 클라크 전 CEO와 선을 긋고 있다. 루이스 CEO는 추락한 회사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 자산 매각은 국내외 투자·증권업계가 예의주시하는 타개책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테스코는 현금 확보를 위한 3가지 방안을 저울 중이다.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매각해 7조원 가량의 현금을 회수하거나 태국 사업 부문인 테스코로터스(체인 슈퍼마켓)를 정리할 수 있다. 또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사업부를 지주사로 묶은 뒤 이를 홍콩(혹은 싱가폴) 증시에 상장해 투자받을 수 있다.

까르푸서 홈에버
다시 홈플러스로

테스코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나리오는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거액에 매각하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탄탄한 사업실적으로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홈플러스는 연간 영업이익(감가상각 전)이 7000억원에 달했다. 테스코 본사로 송금한 로열티는 지난해 기준 700억원을 넘었다. 최근 2년간 일부 사업장(점포)을 매각해 남긴 돈은 1조2000억원이었다. 홈플러스는 매각한 점포를 재임차하는 수법(세일 앤 리스백)으로 본사의 자금 회수를 도왔다.

특히 홈플러스는 연매출이 10조원에 달해 테스코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매출액은 테스코 아시아 전체 사업 부문의 절반을 차지한다. 홈플러스가 테스코의 핵심 자산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가 국내외 투자시장에서 적정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수 언론은 M&A시장에서 추산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시장가치를 7조원 규모로 보도했다. 하지만 경쟁업체 관계자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시작부터 7조원이라는 액수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을 이용한 전형적인 몸값 띄우기"라며 "미국 골드만삭스 등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시공시(2014년 5월29일 작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모두 3개 사업부로 구성돼있다. 도성환 대표이사가 있는 홈플러스(주), 홈에버(구 까르푸)를 인수해서 만든 홈플러스테스코(주), 제빵·제과를 주업무로 하는 홈플러스베이커리(주)가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주)의 자산은 6조533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조4940억원, 홈플러스베이커리(주)는 460억원이다. 단순 자산총계는 8조원을 넘는다.

문제는 적지 않은 부채다. 홈플러스(주)의 부채는 3조939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의 부채는 4750억원이다. 홈플러스베이커리(주)의 부채도 254억원으로 확인된다. 부채의 합은 모두 4조4000억원에 이른다.

테스코 본사는 지난 2005년부터 자신들의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수조원대 회사채를 발행했다. 사실상 내부거래로 빌린 돈은 확인된 것만 3조원이 넘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가 쓰고 있는 건물과 토지 매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설이 사실이고 소위 '빅딜'이 성사된다면 테스코는 싸게 빌린 돈으로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겨가는 셈이다.

재래시장 울리고 사세확장
매각금액 7조원 안팎 전망

투자업계는 국내 대형마트의 성장곡선이 2012년께부터 둔화됐다고 보고 있다. 신규입점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 등 정부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유통업계 전반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의 여파를 받고 있으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경우는 업태 간 과열경쟁으로 시장이 포화상태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주)는 2012년부터 영업 이익률이 연간 1%씩 하락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주) 역시 영업 이익률이 2%대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홈플러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업계 1위인 이마트를 추격했다. 홈플러스는 2014년 5월 기준 대형마트 139곳을 운영하고 있다.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을 때와 비교하면 97개의 매장이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이마트 역시 2배에 가까운 매장을 새로 내놨다. 2006년 79개였던 이마트 매장은 2014년 148개로 늘었다. 이들 대형마트는 지난 8년간 폭발적으로 외형을 불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대형마트의 시장점유율은 ▲이마트가 27.9% ▲홈플러스가 23.4% ▲롯데마트가 15.9%였다. 이른바 '빅3'의 급성장은 국내 재래시장의 불황을 야기했다. 그 사이 홈플러스는 외화사모사채를 꾸준히 발행하는 등 돈을 쌓았다.

지방으로의 확장도 멈추지 않았다. 최근 홈플러스는 경주시에 세 번째 점포를 입점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지역 상인들은 "주민들의 돈이 역외로 유출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홈플러스는 테스코 본사에 상표 및 라이센스 사용 수수료를 매년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주)는 616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20억원을 각각 테스코에 상납했다. 당초 10억원 안팎에 불과하던 로열티는 몇 년새 수십배로 증가했다.

해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불거지면 인수 후보군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오르내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유가 있다. 이마트가 홈플러스를 합병한다면 시장점유율은 50%를 넘는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예고된다. 롯데마트 역시 인수가 완료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진입한다. 하지만 업태 선도를 사실상 꺼리고 있는 롯데계열사의 전략과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매각의 숨겨진 맹점은 매물은 매력적이나 인수전에 나설 국내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빅2' 신세계·롯데 눈치
예상 밖 빅딜 가능성도


특히 대형마트 3사는 입지가 좋은 지역에 점포를 서로 인접시키는 방법으로 경쟁했다. 즉 어느 한쪽이 상대를 인수할 경우 지역 겹침 현상이 불가피하다. 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투자는 아닌 셈이다.

지난 2006년 까르푸 인수전 당시 업계에는 '홈플러스 까르푸 인수 유력'과 같은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나돌았다. 관련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까르푸 몸값 올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까르푸를 인수한 기업은 이랜드였다. 경매 과정에서 까르푸의 부동산 가치는 장부상 1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입찰 시에는 1조9000억원까지 뛰었다. 실제 인수 정산가는 1조4800억원이었다.

2년 뒤인 2008년 홈플러스는 홈에버로 바뀐 까르푸를 2조3000억원(부채 1조3000억원 포함)을 들여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까르푸가 철수한 무렵과 비교해 이윤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고,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도 아니었다. 당시 홈에버의 자산가치가 2조원을 넘은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달 28일 루이스 CEO는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했다. 최고위 경영진 일부를 만나고 서둘러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루이스 CEO의 방한은 홈플러스 매각설에 불을 지폈다. 홈플러스 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함구했다.

루이스 CEO가 어떤 생각을 갖고 한국을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매각설이 구체화되면 도성환 체제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인수합병 사례로 미뤄봤을 때 투자자가 원하는 방식의 인력 구조조정도 우려된다. 홈플러스의 덩치를 고려하면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매각설 띄우는
거대자본 누구

그간 초국적 투기자본은 특정 매물의 가치를 띄운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수법으로 선량한 기업에 피해를 안겼다. 지난해까지 테스코·홈플러스 경영진은 이구동성으로 "매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영국발 매각설이 떠돌면서 고민에 빠진 것은 한국 유통업계다. 10년 넘게 재래시장을 휩쓴 돈은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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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