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추적> 신현돈 추태 권력다툼 비화 전말

'군대 못간' 대통령 눈 흐리고 김관진·한민구·이재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신현돈 전 1군사령관(육군 대장)의 '경질'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신 전 사령관은 '음주추태'로 해임됐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분석이 최근 나오고 있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청와대와 국방부, 육군이 수차례 '엇박자'를 냈던 것을 알 수 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있다. 나아가 김 실장을 비호하는 비선라인의 존재도 눈에 띈다. '신현돈 추태사건'의 전말을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신현돈 추태사건'은 올 6월19일 발생했다. 이로부터 약 3개월 뒤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은 추태의 책임을 지고 전역 조치됐다.

이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0월말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추태는 없었다'는 보도에 여론은 술렁였고, 지난 3일 국방부는 하루사이 결정적인 브리핑을 2차례나 뒤집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정정보도 요구를 철회하는 메일을 보냈다. 현재 신 전 사령관은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침묵
신현돈 잠적

신 전 사령관을 경질시킨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4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신 전 사령관이) 전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사건 발생 두 달 후인 9월초 (추태사건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전역시키세요' 이렇게 말했다"며 "격노한 대통령이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전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박 의원의 발언은 공식적인 창구(청와대 대변인실)로 반박된 바 없다. 사실상 청와대가 사태의 책임을 어느 정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왜 이런 '인사 참사'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침묵 속에 감춰진 전모는 무엇일까. 사건이 발생한 지난 6월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6월1일 청와대는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김 실장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부터 국방부장관직을 수행하며 보수정권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런데 김 실장의 영전은 예정에 없던 인사였다. 김 실장은 전임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정국으로 낙마하면서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된 케이스다.

김 실장이 청와대로 적을 옮기면서 박근혜정부는 신임 국방부장관으로 한민구 전 합참의장(현 국방부장관)을 선택했다. 한 장관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캠프의 국방·안보분야 정책을 조언한 공신으로 꼽혔다.

이 무렵 군 안팎에서는 신임 국방부장관의 '지휘봉'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모였다. '인사가 곧 만사'라는 말처럼 군 내부의 인사개편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직급상 수평인 김 실장과의 관계 설정도 이목을 끌었다. 표면상 육사 기수는 김 실장(28기)이 한 장관(31기)보다 3기수 더 위였지만 김 실장은 'MB정부의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더구나 일부 보수언론은 김 실장의 출신지(전북)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전임 김관진
후임 한민구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소동은 6월19일 발생했다. 한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신 전 사령관은 같은 날 모교(청주고)에서 안보강연 일정을 소화했다. 육군본부에 한 달 전 보고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날 지방대학 강사로 알려진 오모씨는 충북 오창휴게소에서 신 전 사령관이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음주 소동의 전모는 이렇다. 신 전 사령관은 오후 일정을 마치고, 모교 인근에서 고향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소주는 2병 정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만취상태는 아니었다. 신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공관으로 복귀하던 중 용변을 보기 위해 오창휴게소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했다. 때마침 휴게소에 도착한 오씨도 화장실에 들렀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의 부관은 길을 막았다. "다른 쪽을 이용하라"고 했다. 이때 오씨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술에 취한 '4성장군'이었다.

신현돈 '음주추태'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박근혜 대통령 한 마디에 국방부 칼춤


오씨는 곧장 수도방위사령부 당직실에 전화했다. "고위 장성이 술에 취한 것 같다"며 소속과 이름을 물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오씨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오씨도 사과를 받았다. 지난 몇 달간 음주 추태로 알려진 사건의 전부다.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육군 대장이 옷을 벗게 된 경위치고는 근거가 옹색했다. 근신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은 음주 추태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전역'했다. 그는 왜 있지도 않은 추태를 수긍하며 군을 떠났던 것일까.

사건 당일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현재 전역)은 신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즉각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음날 권 총장은 신 전 사령관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최근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권 총장이 구두로 경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경고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권 총장은 사건으로부터 9일이 지난 6월28일에야 상관인 김 실장과 한 장관에게 각각 보고했다.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황상 권 총장은 두 상관의 인사가 정리되면 어느 한쪽에 사건을 보고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내정자 신분이었던 이들은 6월29일 임명이 확정됐다. 김 실장은 청와대로 떠나면서 구두경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 역시 7월 중순 신 전 사령관에게 주의를 내리는 데 그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 장관과 신 전 사령관의 특별한 인연이다. 이들은 청주고 출신으로 한 장관이 신 전 사령관의 5년 선배다. 일찍부터 신 전 사령관은 '한민구 라인'으로 분류됐다. 다가올 정기 인사에서 신 전 사령관이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군이 쉬쉬했던 '윤 일병 고문·사망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한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벌어진 메가톤급 사건에 군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여론은 분노했다. 그러나 육군 최고지휘관인 권 총장은 8월4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권 총장 못지않게 경질론이 불거진 김 실장도 몸을 사렸다.

누가 청와대에
추태 보고했나

다음날 권 총장은 옷을 벗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의 적폐를 일벌백계 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반면 김 실장은 건재했다. 김 실장이 권 총장을 방패막이로 썼다는 얘기가 일부 언론에서 나왔다. 청와대가 김 실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잇따랐다. 이때부터 김 실장과 한 장관의 명암은 엇갈렸다.

한 장관은 8월10일 "김 실장이 윤 일병 사망 소식을 몰랐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앞서 <세계일보>는 8월8일 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박대섭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예비역 소장·육사 35기)과 류성식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육사 39기)이 윤 일병 사망 사건의 보고를 누락·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류성식 인사참모부장(현 육군 부사관학교장)은 김 실장의 측근으로 군 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로 불렸다. 이는 사실상 육군이 김 실장 영향력 아래 놓여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인지 권 총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김요환 육군 참모총장(육사 34기)은 취임 첫 인사로 류 부장을 건드렸다. 류 부장을 한직인 논산훈련소장으로 발령 낸 것이다. 한 장관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이 8월16일이다.

하지만 한 장관은 이틀 뒤 김 총장의 인사를 돌연 제지했다. 류 부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이 막후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추태 루머가 재점화된 시기가 이즈음이다.

국방부, 청와대 부속실에 보고 '왜?'
'왕실장'과 청와대 '문고리권력' 3인방

8월27일 한 국회의원실에 제보가 접수됐다. "신 전 사령관이 헌병에게 업혀 화장실에 갔으며, 시민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사건의 실체보다 훨씬 과장된 이 제보는 국방부 인사복지실에 확인 요청이 들어갔다. 한 장관은 즉각 조사본부에 사실 확인을 지시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8월 중순까지도 신 전 사령관을 직접 경고했다던 한 장관이 과장된 보고를 받고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9월2일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청와대 부속실에 사건을 보고했다.

여기서 두 번째 의문은 청와대 비서실도 아닌 부속실에 관련한 내용을 직보한 이유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부속실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재만·정호성·안봉근)'으로 불리며, 권력을 전횡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9일2일이라는 시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군 일각에선 청와대가 8월말에 제보를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청와대 비선이 미리 신 전 사령관을 쳐내기로 협의했다는 주장인데 이 경우 박 대통령은 9월2일에야 뒤늦게 보고를 받은 셈이라 청와대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과 연결된다.

같은 날 신 전 사령관은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고향선배인 한 장관에게 감사를 요청하면서 '뒷일'을 부탁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을 전역 조치한 뒤 "만취 추태가 있었고, 위수지역을 이탈했다"고 이유를 댔다. 이는 둘 다 사실이 아니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이 물러난 9일 뒤에야 정식 감사에 착수했다. <조선일보>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장성급 정기인사를 한다"고 보도한 16일을 전후로 국방부 감사관실은 "만취 추태가 없었다"는 감사결과를 내린다. 때문에 의원실로 들어간 제보는 사실상 한 장관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청와대가 군 인사를 앞두고 한 장관의 측근을 쳐내 인사권을 견제했다는 것이다.

10월7일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현돈 추태사건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한 장관에게 질의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만취나 인사불성은 아니었다"고 시인했다. 이후 류 부장은 요직인 인사참모부장에서 물러났다. 대신 김 총장을 모셨던 김해석 당시 50사단장이 인사참모부장을 꿰찼다.

군 인사가 마무리될 때쯤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메일을 보냈다. "알려진 것과 다르니 정정보도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날이 10월30일이다. 뒤늦게 감사결과가 공개됐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월3일 "추태와 실랑이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는 곧 국방부가 대통령 눈치 보느라 과잉징계를 내렸다는 논란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국방부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번에도 한 장관이 나섰다. "결론적으로 추태는 있었다"고 못박은 것이다. 한 장관은 "2병 이상 소주를 먹었다고 했으니 과도한 음주행위가 있었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증언도 뒤집은 셈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던 신 전 사령관도 "논란을 끝내겠다"며 잠적했다. 그는 "국방부 조치에 불만이나 섭섭함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아마도 신 전 사령관이 한 장관에게 전화를 받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정이지만 서로가 '고생 많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을지도 모를 일이다.

군내 알력다툼
멀어진 박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신현돈 음주소동은 특정한 정보를 놓고 '김관진(청와대) 대 한민구(국방부)'의 구도로 사건이 전개됐다. 여기서 드는 강한 의문은 4성장군의 동정을 챙겨 보고했어야 할 기무사령관의 존재감이 희미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의 친구로 승승장구했던 이재수 당시 기무사령관(육사 37기)은 '적절한 지휘조언을 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야전으로 보직을 옮겼다.

그의 전임인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육사 36기·전역)도 가혹한 운명을 맞았다. 장 전 사령관은 이른바 "5개의 머리가 있다"는 군 인사비리 보고서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은 역풍을 맞고 전역했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