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법로비 의혹 치과협회 검찰 내사 내막

정관계 로비? "누군가 투서 찔렀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치적 탄압인가, 정당한 수사행위인가. 검찰의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과협회) 입법로비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야당 의원들을 압박하던 검찰은 최근 별건으로 치과협회를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특정 의원을 겨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 일각에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치과협회 정책국장 원모씨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원씨는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1년 12월 당시 국회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탄압?

이날 검찰은 검찰은 김세영 전 치과협회 회장 등 전·현직 간부들이 2011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불법 네트워크 치과 척결 성금' 명목으로 걷은 25억여원의 회비 가운데 9억여원을 수차례에 걸쳐 인출한 사실을 근거로 원씨를 조사했다. 검찰은 다음 주께 치과협회 전·현직 간부들을 차례로 조사한 뒤 고발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은 지난 7월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의원 1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내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 치과협회 사무실, 전·현직 치과협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물 가운데는 후원금 입금 내역 등이 담긴 회계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같은날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법 개정은 윤리위원회를 강화하여 의료단체의 자정기능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야당이 고소·고발되면 검찰이 발 빠르게 압수수색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야당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야당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이종걸 의원도 한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의 이름과 후원금 액수가 상세하게 집계된 어버이연합의 고발장을 보면 특정세력의 개입이 의심된다"며 "최근 서초동(검찰 주변)에는 이번 수사 착수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폭로했다.

치과협회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치과협회는 원씨에 대한 소환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정당한 입법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법을 지키며 불법과 싸워온 치과계 입장에서 검찰 수사로 전 국민 앞에 마치 범죄 집단처럼 비춰진 점에 매우 비통한 심정"이라며 "의사 1명이 1개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도록 하는 개정 의료법은 굳이 로비를 해가면서까지 만들 법안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치과협회는 어버이연합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뒤 "검찰은 어떤 의도에서 어버이연합이 이번 사태를 주도했는지 함께 파헤쳐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 치과협회 수사는 지난 6월 <주간조선>의 보도로 촉발됐다. 당시 <주간조선>은 치과협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며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 같은당 김용익·이미경·이춘석 의원 등이 의료법 개정 후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김용익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주간조선>의 오보를 밝혀냈다. 김 의원은 "기사에 언급된 2011년 12월에는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2012년 6월에서야 초선 국회의원이 되었으므로 치과협회가 입법로비를 벌일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주간조선>은 이를 인용해 반론문을 실었다. 하지만 나머지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치과협회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양 의원(3422만원)은 검찰의 핵심 타깃이다. 그런데 기자가 확인한 온라인 게시글을 보면 양 의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치과협회와 함께 어버이연합의 핵심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통과 때 보이지 않는 손 작용?
국회의원들에 금품 건넨 정황 추적 중

다음 아고라 아이디 오늘뭐해(joonmin****), 온리유(appliad****), 꼬돌이(blueguy****) 등은 2013년 10월께부터 최근까지 각각 252개~289개(11월7일 기준)의 글을 올렸다. 거의 모든 글은 ▲치과협회를 비판하고 ▲경쟁업체인 유디치과(네트워크 치과)를 옹호하며 ▲양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신디(cindy****), 지용현(manis****), 박미숙(panam****), 이은주(czu***), 채승경(s10***) 등 27개의 아이디가 동일한 논조로 유사 게시물을 반복 올린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양승조법' '치과협회' '어버이연합' 등의 키워드로 올린 글은 파악된 것만 2100여개였고, 같은 문구와 사진이 여러 차례 중복·교체된 걸로 미뤄봤을 때 '알바'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조직적으로 글을 올린 사실이 분명했다.

실제로 가장 많은 글을 올린 꼬돌이, 온리유, 신디(cindy****) 등은 각각 2013년 10월25일부터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지용현, 박미숙, 이은주, 채승경, 야르(okyw****) 등은 2013년 12월12일(일부 13일)부터 2013년 12월30일까지만 글을 올렸다.
 

당시 작성된 글을 보면 양 의원의 발언을 인용한 경우가 많았다. 양 의원은 지난해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박정희 대통령은 중정이란 무기로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정원을 무기로 하면) 선친인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 의원의 이날 발언은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그리고 양 의원은 1년도 못가 검찰 수사를 받는 입장이 됐다.

이들의 댓글 공세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올 8월20일부터 다시 활발해졌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틀 전인 18일 검찰이 "치과협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어버이연합이 양 의원 등을 고발한지 만 1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아이디 상민(lsm19****), 푸른하늘(sangmin****), 준시기(imurman****), 벼락(qufkr****), 오늘만같아라(tooday****), 깡돌(kks78****) 등은 20일을 전후로 댓글 활동을 시작해 모두 300여개의 글을 올렸고, 29일 나란히 활동을 종료했다. 이후 이들의 계정은 휴면상태가 됐다.

어버이연합 측은 지난해 12월해부터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을 반대해왔다. 체인점 형태의 치과(유디치과)가 많아져야 임플란트를 싸게 받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원래 해당 의료법 논쟁은 치과협회와 유디치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이다. 양측은 수년간 민형사상 소송을 주고받으며 극렬하게 대립했다.

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으로 업무에 비상이 걸린 쪽은 유디치과였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유디치과와 어버이연합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칼자루는 검찰로 넘어왔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치과협회에 대한 수사가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귀띔했다. 일부 지역 치과협회가 수십억원의 회비를 만들어 대출상품에 투자한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투서를 넣은 내부 관계자는 "일부 임원이 투자수익을 나눠 먹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 여하를 떠나 이번 치과협회 수사에서 검찰이 쥔 카드가 제법 많음을 암시한다.

검찰 꽃놀이패

지난달 치과협회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문제가 된 9억원의 용처를 기재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증거인멸은 구속영장 발부에 유리한 조건이다. 상황에 따라 치과협회 일부 간부가 플리바게닝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아울러 검찰은 최근 물리치료사협회를 압수수색했는데 이 역시 야당을 겨냥한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물리치료사들이 입법로비를 했다는 게 수사의 핵심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꽃놀이패를 쥔 검찰과 코너에 몰린 야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참고자료>

 

‘치과협회’ ‘양승조법’ 관련 인터넷 반복 게시물 일체

 

아이디

기간

글 수

tooday****

2014819일부터 829일까지

65

sangmin****

2014820일부터 829일까지

60

imurman****

2014820일부터 829일까지

61

kks78****

2014820일부터 829일까지

60

lsm19****

2014821일부터 829일까지

50

qufkr****

2014825일부터 829일까지

38

 

czu***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43

okyw****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81

heshu****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12일까지

4

panam****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42

manis****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34

akswo****

20131216일부터 같은해 1226일까지

32

s10***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41

dhaa****

20131223일부터 같은해 1223일까지

9

 

blueguy****

20131025일부터 최근까지

279

appliad****

20131025일부터 최근까지

252

cindy****

20131025일부터 2014710일까지

143

joonmin****

20131021일부터 최근까지

289

zxcvbn****

201375일부터 201413일까지

72

mirua****

2013123일부터 2014113일까지

202

soyeu****

20131029일부터 같은해 1216일까지

69

blueguy****

2014531일부터 115일까지

132

min****

20131113일부터 같은해 1216일까지

11

gan2bu****

2012426일부터 최근까지

32

dslov****

20131031일부터 같은해 1211일까지

29

ftai****

201462일부터 65일까지

22

uijin****

2014115일부터 최근까지

3

 

 

※일부 아이디는 치과협회 관련 없는 글 일부 게재(tooday****, blue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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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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