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법로비 의혹 치과협회 검찰 내사 내막

정관계 로비? "누군가 투서 찔렀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치적 탄압인가, 정당한 수사행위인가. 검찰의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과협회) 입법로비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야당 의원들을 압박하던 검찰은 최근 별건으로 치과협회를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특정 의원을 겨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 일각에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치과협회 정책국장 원모씨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원씨는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1년 12월 당시 국회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탄압?

이날 검찰은 검찰은 김세영 전 치과협회 회장 등 전·현직 간부들이 2011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불법 네트워크 치과 척결 성금' 명목으로 걷은 25억여원의 회비 가운데 9억여원을 수차례에 걸쳐 인출한 사실을 근거로 원씨를 조사했다. 검찰은 다음 주께 치과협회 전·현직 간부들을 차례로 조사한 뒤 고발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은 지난 7월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의원 1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내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 치과협회 사무실, 전·현직 치과협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물 가운데는 후원금 입금 내역 등이 담긴 회계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같은날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법 개정은 윤리위원회를 강화하여 의료단체의 자정기능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야당이 고소·고발되면 검찰이 발 빠르게 압수수색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야당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야당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이종걸 의원도 한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의 이름과 후원금 액수가 상세하게 집계된 어버이연합의 고발장을 보면 특정세력의 개입이 의심된다"며 "최근 서초동(검찰 주변)에는 이번 수사 착수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폭로했다.

치과협회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치과협회는 원씨에 대한 소환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정당한 입법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법을 지키며 불법과 싸워온 치과계 입장에서 검찰 수사로 전 국민 앞에 마치 범죄 집단처럼 비춰진 점에 매우 비통한 심정"이라며 "의사 1명이 1개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도록 하는 개정 의료법은 굳이 로비를 해가면서까지 만들 법안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치과협회는 어버이연합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뒤 "검찰은 어떤 의도에서 어버이연합이 이번 사태를 주도했는지 함께 파헤쳐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 치과협회 수사는 지난 6월 <주간조선>의 보도로 촉발됐다. 당시 <주간조선>은 치과협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며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 같은당 김용익·이미경·이춘석 의원 등이 의료법 개정 후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김용익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주간조선>의 오보를 밝혀냈다. 김 의원은 "기사에 언급된 2011년 12월에는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2012년 6월에서야 초선 국회의원이 되었으므로 치과협회가 입법로비를 벌일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주간조선>은 이를 인용해 반론문을 실었다. 하지만 나머지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치과협회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양 의원(3422만원)은 검찰의 핵심 타깃이다. 그런데 기자가 확인한 온라인 게시글을 보면 양 의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치과협회와 함께 어버이연합의 핵심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통과 때 보이지 않는 손 작용?
국회의원들에 금품 건넨 정황 추적 중


다음 아고라 아이디 오늘뭐해(joonmin****), 온리유(appliad****), 꼬돌이(blueguy****) 등은 2013년 10월께부터 최근까지 각각 252개~289개(11월7일 기준)의 글을 올렸다. 거의 모든 글은 ▲치과협회를 비판하고 ▲경쟁업체인 유디치과(네트워크 치과)를 옹호하며 ▲양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신디(cindy****), 지용현(manis****), 박미숙(panam****), 이은주(czu***), 채승경(s10***) 등 27개의 아이디가 동일한 논조로 유사 게시물을 반복 올린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양승조법' '치과협회' '어버이연합' 등의 키워드로 올린 글은 파악된 것만 2100여개였고, 같은 문구와 사진이 여러 차례 중복·교체된 걸로 미뤄봤을 때 '알바'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조직적으로 글을 올린 사실이 분명했다.

실제로 가장 많은 글을 올린 꼬돌이, 온리유, 신디(cindy****) 등은 각각 2013년 10월25일부터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지용현, 박미숙, 이은주, 채승경, 야르(okyw****) 등은 2013년 12월12일(일부 13일)부터 2013년 12월30일까지만 글을 올렸다.
 

당시 작성된 글을 보면 양 의원의 발언을 인용한 경우가 많았다. 양 의원은 지난해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박정희 대통령은 중정이란 무기로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정원을 무기로 하면) 선친인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 의원의 이날 발언은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그리고 양 의원은 1년도 못가 검찰 수사를 받는 입장이 됐다.

이들의 댓글 공세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올 8월20일부터 다시 활발해졌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틀 전인 18일 검찰이 "치과협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어버이연합이 양 의원 등을 고발한지 만 1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아이디 상민(lsm19****), 푸른하늘(sangmin****), 준시기(imurman****), 벼락(qufkr****), 오늘만같아라(tooday****), 깡돌(kks78****) 등은 20일을 전후로 댓글 활동을 시작해 모두 300여개의 글을 올렸고, 29일 나란히 활동을 종료했다. 이후 이들의 계정은 휴면상태가 됐다.

어버이연합 측은 지난해 12월해부터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을 반대해왔다. 체인점 형태의 치과(유디치과)가 많아져야 임플란트를 싸게 받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원래 해당 의료법 논쟁은 치과협회와 유디치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이다. 양측은 수년간 민형사상 소송을 주고받으며 극렬하게 대립했다.

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으로 업무에 비상이 걸린 쪽은 유디치과였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유디치과와 어버이연합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칼자루는 검찰로 넘어왔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치과협회에 대한 수사가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귀띔했다. 일부 지역 치과협회가 수십억원의 회비를 만들어 대출상품에 투자한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투서를 넣은 내부 관계자는 "일부 임원이 투자수익을 나눠 먹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 여하를 떠나 이번 치과협회 수사에서 검찰이 쥔 카드가 제법 많음을 암시한다.

검찰 꽃놀이패

지난달 치과협회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문제가 된 9억원의 용처를 기재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증거인멸은 구속영장 발부에 유리한 조건이다. 상황에 따라 치과협회 일부 간부가 플리바게닝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아울러 검찰은 최근 물리치료사협회를 압수수색했는데 이 역시 야당을 겨냥한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물리치료사들이 입법로비를 했다는 게 수사의 핵심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꽃놀이패를 쥔 검찰과 코너에 몰린 야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참고자료>

 

‘치과협회’ ‘양승조법’ 관련 인터넷 반복 게시물 일체

 

아이디

기간

글 수

tooday****


2014819일부터 829일까지

65

sangmin****

2014820일부터 829일까지

60

imurman****

2014820일부터 829일까지

61

kks78****

2014820일부터 829일까지

60

lsm19****

2014821일부터 829일까지

50

qufkr****

2014825일부터 829일까지

38

 

czu***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43

okyw****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81

heshu****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12일까지

4

panam****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42

manis****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34

akswo****

20131216일부터 같은해 1226일까지

32

s10***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41

dhaa****

20131223일부터 같은해 1223일까지

9

 

blueguy****

20131025일부터 최근까지

279

appliad****

20131025일부터 최근까지

252

cindy****

20131025일부터 2014710일까지

143

joonmin****

20131021일부터 최근까지

289

zxcvbn****

201375일부터 201413일까지

72

mirua****

2013123일부터 2014113일까지

202

soyeu****

20131029일부터 같은해 1216일까지

69

blueguy****

2014531일부터 115일까지

132

min****

20131113일부터 같은해 1216일까지

11

gan2bu****

2012426일부터 최근까지

32

dslov****

20131031일부터 같은해 1211일까지

29

ftai****

201462일부터 65일까지

22

uijin****

2014115일부터 최근까지

3

 

 

※일부 아이디는 치과협회 관련 없는 글 일부 게재(tooday****, blue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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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