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에 중독된 초딩들 충격 실태

어른 못잖은 몸 자랑…꼬마들의 변태짓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안 보면 잠이 안와요”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등 야동 없인 못 산다고 외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 음란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매일 밤 습관적으로 야동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단순히 음란물을 접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촬영한 뒤 유포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믿기 어려운 10대들의 충격적인 음란물 유포 실태를 알아봤다.
 
지난달 17일, 초등학교 4학년인 A(10)양은 자신의 스마트폰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한 남성으로부터 한 메시지를 받았다. “난 16살인데, 넌 몇 살?” 자연스레 메시지를 주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저랑 야한 이야기하거나 노실 분, 여자 11∼16살까지 남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톡 걸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이 남성의 의도를 의심하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해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누구세요. 야한 이야기 하나만 알려주세요.”

홀딱 벗고
동영상 촬영
 
A양의 뜻대로 이 남성은 야한 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A양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고 대화는 끊일 줄 몰랐다. 야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대화의 수위는 ‘19금’을 넘어섰다. 이 남성은 급기야 A양에게 가슴사진을 요구했고 A양은 엄마의 옷장에 있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뒤 스마트폰으로 가슴을 촬영했다. 그리고 이 남성에게 가슴 사진을 전송했다. 남성은 가슴사진으로 야한 이야기를 엮으며 대화의 수위를 더 높였다.
 
그러나 이 남성은 나체사진을 원했다. A양에게 브래지어를 벗고 찍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A양은 브래지어를 벗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 남성은 A양의 몸 구석구석에 대해 평가하며 야한 농담을 이어갔다. 이후 A양의 나체 동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 사이트는 물론 해외 사이트까지 뻗어갔다.
 

A양은 이 동영상의 유통경로를 역추적해온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출석해 “스마트폰을 만지다 버튼을 잘못 눌러 스마트폰에 남아 있던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아동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게시한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에는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초등학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을 유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 음란물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혐의로 회사원 A(46)씨 등 7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자신의 얼굴 및 신체를 노출한 채 음란행위 장면을 직접 촬영해 SNS에 게시한 형사미성년자 등 사안이 경미한 초등학생 33명을 포함한 미성년자 43명은 선도 조건부로 불입건 조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외 음란물사이트에서 여성아동의 나체사진과 성행위 동영상 등 3만8000여건을 상습적으로 다운받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이 약 10만 건의 아동음란물을 유포·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 가운데 중·고등학생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성기를 촬영해 트위터에 유포하는 등 죄질이 중한 경우를 포함 17명에 달했다.
 
자신 나체 사진 찍어 SNS 유포
야동 안보면 잠 못자는 초등생도
 
경찰 조사결과 트위터를 이용한 아동음란물 유포자는 대부분 남녀 중·고등학생들로 자신을 과시할 목적으로 신체를 촬영해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음란물을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음란물 유포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 8월 HSI와 수사자료 공유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IP주소 등을 제공받아 음란물 게시자를 적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란물 유포자 중 절반이 10대였다. 이중 초등학생이 30%에 달했다. 지난 3일 김대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자들은 주로 본인 계정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에 아동 음란물을 올렸다고 했다. 김 팀장은 “특히 초등학생이 33명이나 됐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은 주로 SNS에 본인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해 올렸다가 적발된 경우다.
 

적발된 33명 초등학생 중에는 06학번도 아닌 06년생 초등학교 2학년생이 2명이나 있었다. 이 아이들은 단순히 ‘네 성기 보여주면 내 성기 보여줄게’ 식으로 노출사진을 교환했다. 이중에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욕구를 인터넷 공간에서 풀고자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들의 엽기적인 행태에 대해 김 팀장은 “(페이스북 등)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한다든지, 아니면 인터넷상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서 했다고 주로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아이들이 올린 경우 성매매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설명했다. 아동 음란물 제작 및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렸다. 이른바 셀카”라며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데 이게 잘못돼 나쁜 용도로 쓰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야한게 좋아”
성인물 흉내
 
우리나라는 아동 음란물을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유포 시 처벌은 더 커진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리 만무하다. 김 팀장은 “아이들은 사실상 처벌을 받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부모 같은 경우도 아이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주 놀라서 어떤 부모는 기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음란물 유포가 심각한 이유는 빠른 확산 속도다. 누군가는 이들이 올린 음란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성인사이트에도 올라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0대들의 음란물 유포 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SNS 상에서 10대 여학생들의 나체 사진이 무분별하게 퍼졌다. 나체 사진들은 누군가에 의해 몰래 찍힌 것이 아니라 10대 여학생들이 스스로 찍어 올린 것으로 추정돼 충격이 더 했다.
 
당시 트위터 상에서는 자신을 10대 여학생이라고 밝히며 가슴, 엉덩이, 은밀한 부위 등 자극적인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린 계정이 숱하게 발견됐다. ‘초딩가슴♥’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가슴을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은 채, 자신을 수원에 사는 12살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야한 게 좋은 중딩♥’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그 수위가 더 심했다. 이 계정의 ‘사진과 동영상’ 카테고리에는 특정 자세를 취한 채 은밀한 부위를 찍은 노출 사진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
 
 
‘초딩가슴♥’과 ‘야한 게 좋은 중딩♥’의 트위터 팔로어는 각각 7200여명과 1만1000여명이었다. 심지어 ‘정액받이고딩XX’라는 노골적인 이름의 계정까지 등장했다. 이 계정의 팔로어는 1만5000여명에 달했다. 이 같은 계정들의 팔로어가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특정 계정의 팔로어가 되면 해당 트위터 계정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팔로어들은 이 계정들에 노출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격하게 반응했다. 특정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특정 계정의 주인들은 팔로어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계정에 사진을 게재했다. 스스로 찍어 올린 노출 사진이란 점이 추정되는 부분이었다. “절 욕해주시고 강하게 다뤄주세요” “수치심을 느끼게 욕설을 해주세요” 등 계정 주인의 요구에 몇몇 팔로어들은 입에 담기도 힘든 성적인 욕을 내뱉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얼굴과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몸매만 공개했다.
 
야동 이용자 30%가 ‘헉’
이성간 노출영상 교환도
 

이처럼 트위터에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리는 10대 여학생이나 이에 열광하는 트위터 팔로어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느 SNS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트위터가 이들의 왜곡된 욕망을 표출하기 딱 알맞은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트위터는 가입시 실명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메일 계정만 입력하면 누구나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3월부터 6월 사이 트위터 음란물 집중 단속을 벌여 자신의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미성년자 10명을 붙잡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들이 초범에다 이런 학생인 점을 감안해 정식 입건하지 않고 계도하는 수준으로 선처했다.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B(10)양은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SBS스페셜>에서는 ‘10대 음란물,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 포르노 중독 실태를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우연히 접한 포르노에 중독돼 여자 화장실에서 자위를 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강렬한 포르노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찾아봤지만 어느새 차츰 중독돼 보면 볼수록 더 자극적인 포르노를 원했다.
 
이후 여자친구를 유혹해 공터, 빈 교실 등 포르노에서 봤던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포르노 영상을 보다 들켰을 때, 부모의 엄한 체벌은 오히려 포르노를 더욱 은밀히 보도록 만든 계기가 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포르노에 점점 더 빠지기 시작했다. 이 학생에게 포르노는 일상의 탈출구였다. 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포르노에 중독된 후,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을 피해 책상 밑에서 자위행위를 했다고 고백했다. 이 학생은 자위행위를 끊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해봤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포르노에 손이 갔다.
 
한 고등학교 남학생은 근친상간이 주 내용인 포르노를 접한 이후 충격에 빠졌다. 이후 무의식적으로 성관계하는 장면이 떠오른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스스로 패륜아라고 생각하는 이 학생은 포르노 중독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포르노를 흉내내는 10대들이 늘어나면서 초등학생 성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충격을 안겨줬던 ‘원주 초등학생 사건’은 포르노에 중독된 초등학생 3명이 지적 장애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소외된 아이들

인정욕구 해소
 
19세 미만 청소년을 성추행, 성폭행한 또래 성범죄 청소년 사건은 2002년 60건에서 지난해 782건으로 13배나 늘었다고 한다. 청소년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적절한 대안이 없어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포르노 이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접근성이 편리해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어른들의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결국 파경으로 끝난 여교사-초등생 러브스토리
 
초등학교 선생님과 제자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가 결국 파경을 맞았다. A씨(40)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86년 같은 학교 여교사 B(52)씨를 알게 됐다. 이들의 사제관계는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91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고교 졸업 즈음인 93년 무렵 부산 해운대에서 동거를 시작한 이들은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을 나눴다.
 
94년 A씨가 군에 입대할 때까지도 사제간의 사랑은 계속 이어졌고, B씨는 이듬해 아이까지 임신했다. 그러나 A씨가 군에서 제대하자 사랑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A씨는 연락을 끊어버렸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B씨가 홀로 키웠다. 이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B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2000년 10월 A씨의 동의를 받아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따로 살면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거나 1년에 한 번 정도 여행을 가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만남이 뜸해지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A씨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했지만, B씨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혼할 수 없다고 맞섰다. A씨는 결국 부산지법 가정지원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들은 법정에 섰다.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박숙희 판사는 “원고가 이 사건 혼인 신고 당시 진정한 혼인 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A씨가 낸 혼인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혼인 무효 소송에 패할 것에 대비해 A씨가 예비로 낸 이혼 청구는 받아들였다.
 
박 판사는 “A씨와 B씨는 법률적으로 혼인관계에 있을 뿐 혼인 신고한 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서로 떨어져 지내며 독립적으로 살아왔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신뢰를 회복하고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이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박 판사는 또 혼인파탄 경위와 아이의 나이, 현재 양육상황 등을 고려해 B씨를 아이의 친권자와 양육권자로 지정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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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