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에 중독된 초딩들 충격 실태

어른 못잖은 몸 자랑…꼬마들의 변태짓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안 보면 잠이 안와요”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등 야동 없인 못 산다고 외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 음란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매일 밤 습관적으로 야동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단순히 음란물을 접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촬영한 뒤 유포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믿기 어려운 10대들의 충격적인 음란물 유포 실태를 알아봤다.
 
지난달 17일, 초등학교 4학년인 A(10)양은 자신의 스마트폰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한 남성으로부터 한 메시지를 받았다. “난 16살인데, 넌 몇 살?” 자연스레 메시지를 주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저랑 야한 이야기하거나 노실 분, 여자 11∼16살까지 남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톡 걸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이 남성의 의도를 의심하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해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누구세요. 야한 이야기 하나만 알려주세요.”

홀딱 벗고
동영상 촬영
 
A양의 뜻대로 이 남성은 야한 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A양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고 대화는 끊일 줄 몰랐다. 야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대화의 수위는 ‘19금’을 넘어섰다. 이 남성은 급기야 A양에게 가슴사진을 요구했고 A양은 엄마의 옷장에 있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뒤 스마트폰으로 가슴을 촬영했다. 그리고 이 남성에게 가슴 사진을 전송했다. 남성은 가슴사진으로 야한 이야기를 엮으며 대화의 수위를 더 높였다.
 
그러나 이 남성은 나체사진을 원했다. A양에게 브래지어를 벗고 찍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A양은 브래지어를 벗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 남성은 A양의 몸 구석구석에 대해 평가하며 야한 농담을 이어갔다. 이후 A양의 나체 동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 사이트는 물론 해외 사이트까지 뻗어갔다.
 

A양은 이 동영상의 유통경로를 역추적해온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출석해 “스마트폰을 만지다 버튼을 잘못 눌러 스마트폰에 남아 있던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아동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게시한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에는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초등학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을 유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 음란물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혐의로 회사원 A(46)씨 등 7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자신의 얼굴 및 신체를 노출한 채 음란행위 장면을 직접 촬영해 SNS에 게시한 형사미성년자 등 사안이 경미한 초등학생 33명을 포함한 미성년자 43명은 선도 조건부로 불입건 조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외 음란물사이트에서 여성아동의 나체사진과 성행위 동영상 등 3만8000여건을 상습적으로 다운받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이 약 10만 건의 아동음란물을 유포·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 가운데 중·고등학생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성기를 촬영해 트위터에 유포하는 등 죄질이 중한 경우를 포함 17명에 달했다.
 
자신 나체 사진 찍어 SNS 유포
야동 안보면 잠 못자는 초등생도
 
경찰 조사결과 트위터를 이용한 아동음란물 유포자는 대부분 남녀 중·고등학생들로 자신을 과시할 목적으로 신체를 촬영해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음란물을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음란물 유포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 8월 HSI와 수사자료 공유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IP주소 등을 제공받아 음란물 게시자를 적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란물 유포자 중 절반이 10대였다. 이중 초등학생이 30%에 달했다. 지난 3일 김대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자들은 주로 본인 계정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에 아동 음란물을 올렸다고 했다. 김 팀장은 “특히 초등학생이 33명이나 됐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은 주로 SNS에 본인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해 올렸다가 적발된 경우다.
 

적발된 33명 초등학생 중에는 06학번도 아닌 06년생 초등학교 2학년생이 2명이나 있었다. 이 아이들은 단순히 ‘네 성기 보여주면 내 성기 보여줄게’ 식으로 노출사진을 교환했다. 이중에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욕구를 인터넷 공간에서 풀고자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들의 엽기적인 행태에 대해 김 팀장은 “(페이스북 등)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한다든지, 아니면 인터넷상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서 했다고 주로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아이들이 올린 경우 성매매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설명했다. 아동 음란물 제작 및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렸다. 이른바 셀카”라며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데 이게 잘못돼 나쁜 용도로 쓰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야한게 좋아”
성인물 흉내
 
우리나라는 아동 음란물을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유포 시 처벌은 더 커진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리 만무하다. 김 팀장은 “아이들은 사실상 처벌을 받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부모 같은 경우도 아이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주 놀라서 어떤 부모는 기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음란물 유포가 심각한 이유는 빠른 확산 속도다. 누군가는 이들이 올린 음란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성인사이트에도 올라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0대들의 음란물 유포 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SNS 상에서 10대 여학생들의 나체 사진이 무분별하게 퍼졌다. 나체 사진들은 누군가에 의해 몰래 찍힌 것이 아니라 10대 여학생들이 스스로 찍어 올린 것으로 추정돼 충격이 더 했다.
 
당시 트위터 상에서는 자신을 10대 여학생이라고 밝히며 가슴, 엉덩이, 은밀한 부위 등 자극적인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린 계정이 숱하게 발견됐다. ‘초딩가슴♥’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가슴을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은 채, 자신을 수원에 사는 12살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야한 게 좋은 중딩♥’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그 수위가 더 심했다. 이 계정의 ‘사진과 동영상’ 카테고리에는 특정 자세를 취한 채 은밀한 부위를 찍은 노출 사진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
 
 
‘초딩가슴♥’과 ‘야한 게 좋은 중딩♥’의 트위터 팔로어는 각각 7200여명과 1만1000여명이었다. 심지어 ‘정액받이고딩XX’라는 노골적인 이름의 계정까지 등장했다. 이 계정의 팔로어는 1만5000여명에 달했다. 이 같은 계정들의 팔로어가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특정 계정의 팔로어가 되면 해당 트위터 계정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팔로어들은 이 계정들에 노출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격하게 반응했다. 특정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특정 계정의 주인들은 팔로어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계정에 사진을 게재했다. 스스로 찍어 올린 노출 사진이란 점이 추정되는 부분이었다. “절 욕해주시고 강하게 다뤄주세요” “수치심을 느끼게 욕설을 해주세요” 등 계정 주인의 요구에 몇몇 팔로어들은 입에 담기도 힘든 성적인 욕을 내뱉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얼굴과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몸매만 공개했다.
 
야동 이용자 30%가 ‘헉’
이성간 노출영상 교환도
 

이처럼 트위터에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리는 10대 여학생이나 이에 열광하는 트위터 팔로어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느 SNS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트위터가 이들의 왜곡된 욕망을 표출하기 딱 알맞은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트위터는 가입시 실명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메일 계정만 입력하면 누구나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3월부터 6월 사이 트위터 음란물 집중 단속을 벌여 자신의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미성년자 10명을 붙잡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들이 초범에다 이런 학생인 점을 감안해 정식 입건하지 않고 계도하는 수준으로 선처했다.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B(10)양은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SBS스페셜>에서는 ‘10대 음란물,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 포르노 중독 실태를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우연히 접한 포르노에 중독돼 여자 화장실에서 자위를 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강렬한 포르노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찾아봤지만 어느새 차츰 중독돼 보면 볼수록 더 자극적인 포르노를 원했다.
 
이후 여자친구를 유혹해 공터, 빈 교실 등 포르노에서 봤던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포르노 영상을 보다 들켰을 때, 부모의 엄한 체벌은 오히려 포르노를 더욱 은밀히 보도록 만든 계기가 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포르노에 점점 더 빠지기 시작했다. 이 학생에게 포르노는 일상의 탈출구였다. 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포르노에 중독된 후,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을 피해 책상 밑에서 자위행위를 했다고 고백했다. 이 학생은 자위행위를 끊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해봤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포르노에 손이 갔다.
 
한 고등학교 남학생은 근친상간이 주 내용인 포르노를 접한 이후 충격에 빠졌다. 이후 무의식적으로 성관계하는 장면이 떠오른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스스로 패륜아라고 생각하는 이 학생은 포르노 중독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포르노를 흉내내는 10대들이 늘어나면서 초등학생 성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충격을 안겨줬던 ‘원주 초등학생 사건’은 포르노에 중독된 초등학생 3명이 지적 장애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소외된 아이들

인정욕구 해소
 
19세 미만 청소년을 성추행, 성폭행한 또래 성범죄 청소년 사건은 2002년 60건에서 지난해 782건으로 13배나 늘었다고 한다. 청소년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적절한 대안이 없어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포르노 이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접근성이 편리해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어른들의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결국 파경으로 끝난 여교사-초등생 러브스토리
 
초등학교 선생님과 제자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가 결국 파경을 맞았다. A씨(40)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86년 같은 학교 여교사 B(52)씨를 알게 됐다. 이들의 사제관계는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91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고교 졸업 즈음인 93년 무렵 부산 해운대에서 동거를 시작한 이들은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을 나눴다.
 
94년 A씨가 군에 입대할 때까지도 사제간의 사랑은 계속 이어졌고, B씨는 이듬해 아이까지 임신했다. 그러나 A씨가 군에서 제대하자 사랑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A씨는 연락을 끊어버렸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B씨가 홀로 키웠다. 이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B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2000년 10월 A씨의 동의를 받아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따로 살면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거나 1년에 한 번 정도 여행을 가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만남이 뜸해지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A씨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했지만, B씨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혼할 수 없다고 맞섰다. A씨는 결국 부산지법 가정지원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들은 법정에 섰다.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박숙희 판사는 “원고가 이 사건 혼인 신고 당시 진정한 혼인 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A씨가 낸 혼인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혼인 무효 소송에 패할 것에 대비해 A씨가 예비로 낸 이혼 청구는 받아들였다.
 
박 판사는 “A씨와 B씨는 법률적으로 혼인관계에 있을 뿐 혼인 신고한 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서로 떨어져 지내며 독립적으로 살아왔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신뢰를 회복하고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이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박 판사는 또 혼인파탄 경위와 아이의 나이, 현재 양육상황 등을 고려해 B씨를 아이의 친권자와 양육권자로 지정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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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