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대명그룹 묻지마 투자, 왜?

돈만 되면 베팅 ‘불안한 야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명그룹 2세 경영인 서준혁 대표가 최근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식, 상조 등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모습이다. 대명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문어발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세 경영 기반을 다지려고 서두르다 자칫 대명그룹의 주력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리조트업계의 대표주자 대명그룹이 공격적으로 계열사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웨딩사업을 인수했다. 이번 사업은 서준혁 대표의 경영 능력을 시험해볼 또 다른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대명그룹이 웨딩컨설팅 업체를 인수하고 웨딩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지난 8월 대명그룹은 최근 자회사 대명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결혼정보회사 ‘더원결혼정보’를 인수했다. 이후 더원결혼정보는 ‘대명웨딩앤드’로 간판을 바꿨다. 더원결혼정보는 결혼정보업계 3위권 업체다.

최근에는 웨딩컨설팅 업체 ‘본웨딩 컨설팅’까지 인수했다. 대명웨딩앤드를 통해 대명그룹은 웨딩컨설팅업계 선두주자 본웨딩컨설팅의 지분 100% 및 경영권을 갖게 됐다. 두 달여 만에 웨딩컨설팅업체를 품으면서 웨딩 분야 통합 솔루션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이번 인수로 대명그룹은 결혼에서부터 출산, 육아, 레저, 관광, 외식, 실버라이프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서비스 제공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총 인수 규모만 15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명그룹은 웨딩시장에서 업계 1위인 대명레저산업의 인프라를 앞세워 인지도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영업 규모를 확대하고 레저산업이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해 웨딩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화 서비스 사업영역으로의 단계별 확장을 추진하고 향후 5년 내에 1000억원대 이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업은 서 대표에게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출산, 육아, 실버라이프, 안티에이징 사업에 진출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조 외식 영화관 줄줄이 실패
부채 해결 못 하고 웨딩업 진출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명그룹이 상조회사 실패를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상조서비스의 부채비율도 높은 마당에 신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상조시장에 뛰어든 대명라이프웨이는 대명그룹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서 대표는 대명라이프웨이를 설립했다.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계획을 세웠다. 대명라이프 또한 모회사인 대명그룹의 리조트 및 회원 인프라, 서비스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기존 상조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었다. 레저 스포츠에서 문화 라이프로 방향을 정하고 첫 번째 신사업으로 상조 회사를 세웠다. 대명라이프를 통해 본업인 레저업 뿐 아니라 상조업으로 발을 넓혀 탄탄한 ‘캐시카우’를 마련하려는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명라이프의 결과는 참담했다. 2012년부터 대명라이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재무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명라이프는 2012년 자산 179억원, 부채 218억원, 자본금 6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금 20억으로 시작한 대명라이프는 2012년 12월 유산증자를 통해 2012∼2013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상조업체 특성상 상조업은 모집수당과 관리비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상조 시장은 그간 비리, 횡령으로 얼룩지면서 업계 자체 이미지가 훼손된 감이 있다. 따라서 상조시장은 자본잠식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업체의 존폐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대명라이프 역시 이런 리스크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상조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대명그룹은 벌여놓은 사업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엔터프라이즈쪽만 해도 CCTV, 교육, 드라마, 영화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영화관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4월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영화상영업을 중단했다. 위탁운영방식에서 부동산임대차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영업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내실 없는데
확장 또 확장

서 대표가 직접 추진했던 떡볶이 사업 ‘베거백’ 또한 실패로 끝났다. 지난 2009년 서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강남역 인근에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 베거백을 오픈했다. 당시 베거백은 구설에 휩싸였다. 대기업이 분식집에서나 팔 법한 떡볶이 사업에 착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서 대표는 아랑곳 않고 꿋꿋이 사업을 벌였다. 비발디파크, 목동, 강남 등 모두 3곳에 매장을 냈다. 결국 목동점과 강남점은 문을 연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명그룹은 지난해부터 항공과 호텔 사업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공 사업은 당분간 접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명그룹은 사업 다각화가 아닌 연관 사업을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명그룹 관계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위해 상조서비스도 제공하고, 웨딩사업도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고객에게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상품을 제공한다는 목표이고 신규 사업 또한 이와 비슷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레저 사업이 중심인 만큼 비슷한 문화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상조가 어려워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계획이라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라고 선 그었다.

대명라이프의 부채비율 대해 그는 “상조회사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나올 수 있는 우려”라며 “현재 모든 상조회사가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잠식으로 보이는 것일 뿐 고객이 가입을 해 매달 납입금을 내면 매출이 아닌 부채로 책정된다”며 “부채에서 매출로 장기간에 걸쳐 바뀌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본잠식’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상 전혀 문제가 없다”며 “상조회사로는 유일하게 금융사에 지급보증이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회원에게 피해가 갈 일이 전혀 없고, 재무상태가 부실하다면 지급보증 역시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력업까지 악영향 우려
서준혁 경영능력 시험대

하지만 재계는 서 대표의 행보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내실 없이 기업을 확장하는 것은 모 기업에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이야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상조부분의 높은 부채비율조차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써부터 웨딩사업 상장계획을 세울 정도로 서 대표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주력 사업인 레저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서준혁 대표는 동생인 서지영씨와의 ‘남매의 난’ 이후 인수 작업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보았다.

사실상 서 대표의 입장에서는 확장한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사업 확대를 통해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좀 더 확실하게 굳혀야 하기 때문이다.
 

서 대표의 부친은 대명그룹의 창업주 서홍송 회장이다. 서 회장은 2001년 갑작스레 타계했다. 서 회장이 유언조차 없이 급거 타계하면서 그의 세 자녀 중 외아들인 서 대표가 자연스레 대명그룹 경영권을 쥐었다.


서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대한민국 레저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레저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의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글로벌 휴먼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2011년 이후 대명그룹은 서 대표를 필두로 한 2세 경영을 전면적으로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 대표는 외식사업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비롯해 항공여행사 업무로 영역을 넓혔다.

후계자 굳히기
서두르는 행보

현재 총 17개의 계열사로 이뤄진 대명그룹은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대명홀딩스는 서 대표 36.4%, 서 대표의 모친 박춘희씨 37.7%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77.40%를 갖고 있다. 대명건설(72.83%), 대명레저산업(100%), 대명엔터프라이즈(31.06%) 등 주력 계열사들의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그러나 대명그룹에서 상장사는 대명엔터프라이즈 하나뿐이다. 웨딩사업까지 상장하게 되면 상장사는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서 대표가 웨딩사업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계자 자리를 확고히 굳히려는 서 대표의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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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