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대명그룹 묻지마 투자, 왜?

돈만 되면 베팅 ‘불안한 야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명그룹 2세 경영인 서준혁 대표가 최근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식, 상조 등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모습이다. 대명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문어발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세 경영 기반을 다지려고 서두르다 자칫 대명그룹의 주력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리조트업계의 대표주자 대명그룹이 공격적으로 계열사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웨딩사업을 인수했다. 이번 사업은 서준혁 대표의 경영 능력을 시험해볼 또 다른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대명그룹이 웨딩컨설팅 업체를 인수하고 웨딩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지난 8월 대명그룹은 최근 자회사 대명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결혼정보회사 ‘더원결혼정보’를 인수했다. 이후 더원결혼정보는 ‘대명웨딩앤드’로 간판을 바꿨다. 더원결혼정보는 결혼정보업계 3위권 업체다.

최근에는 웨딩컨설팅 업체 ‘본웨딩 컨설팅’까지 인수했다. 대명웨딩앤드를 통해 대명그룹은 웨딩컨설팅업계 선두주자 본웨딩컨설팅의 지분 100% 및 경영권을 갖게 됐다. 두 달여 만에 웨딩컨설팅업체를 품으면서 웨딩 분야 통합 솔루션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이번 인수로 대명그룹은 결혼에서부터 출산, 육아, 레저, 관광, 외식, 실버라이프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서비스 제공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총 인수 규모만 15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명그룹은 웨딩시장에서 업계 1위인 대명레저산업의 인프라를 앞세워 인지도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영업 규모를 확대하고 레저산업이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해 웨딩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화 서비스 사업영역으로의 단계별 확장을 추진하고 향후 5년 내에 1000억원대 이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업은 서 대표에게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출산, 육아, 실버라이프, 안티에이징 사업에 진출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조 외식 영화관 줄줄이 실패
부채 해결 못 하고 웨딩업 진출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명그룹이 상조회사 실패를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상조서비스의 부채비율도 높은 마당에 신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상조시장에 뛰어든 대명라이프웨이는 대명그룹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서 대표는 대명라이프웨이를 설립했다.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계획을 세웠다. 대명라이프 또한 모회사인 대명그룹의 리조트 및 회원 인프라, 서비스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기존 상조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었다. 레저 스포츠에서 문화 라이프로 방향을 정하고 첫 번째 신사업으로 상조 회사를 세웠다. 대명라이프를 통해 본업인 레저업 뿐 아니라 상조업으로 발을 넓혀 탄탄한 ‘캐시카우’를 마련하려는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명라이프의 결과는 참담했다. 2012년부터 대명라이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재무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명라이프는 2012년 자산 179억원, 부채 218억원, 자본금 6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금 20억으로 시작한 대명라이프는 2012년 12월 유산증자를 통해 2012∼2013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상조업체 특성상 상조업은 모집수당과 관리비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상조 시장은 그간 비리, 횡령으로 얼룩지면서 업계 자체 이미지가 훼손된 감이 있다. 따라서 상조시장은 자본잠식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업체의 존폐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대명라이프 역시 이런 리스크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상조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대명그룹은 벌여놓은 사업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엔터프라이즈쪽만 해도 CCTV, 교육, 드라마, 영화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영화관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4월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영화상영업을 중단했다. 위탁운영방식에서 부동산임대차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영업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내실 없는데
확장 또 확장

서 대표가 직접 추진했던 떡볶이 사업 ‘베거백’ 또한 실패로 끝났다. 지난 2009년 서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강남역 인근에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 베거백을 오픈했다. 당시 베거백은 구설에 휩싸였다. 대기업이 분식집에서나 팔 법한 떡볶이 사업에 착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서 대표는 아랑곳 않고 꿋꿋이 사업을 벌였다. 비발디파크, 목동, 강남 등 모두 3곳에 매장을 냈다. 결국 목동점과 강남점은 문을 연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명그룹은 지난해부터 항공과 호텔 사업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공 사업은 당분간 접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명그룹은 사업 다각화가 아닌 연관 사업을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명그룹 관계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위해 상조서비스도 제공하고, 웨딩사업도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고객에게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상품을 제공한다는 목표이고 신규 사업 또한 이와 비슷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레저 사업이 중심인 만큼 비슷한 문화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상조가 어려워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계획이라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라고 선 그었다.

대명라이프의 부채비율 대해 그는 “상조회사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나올 수 있는 우려”라며 “현재 모든 상조회사가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잠식으로 보이는 것일 뿐 고객이 가입을 해 매달 납입금을 내면 매출이 아닌 부채로 책정된다”며 “부채에서 매출로 장기간에 걸쳐 바뀌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본잠식’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상 전혀 문제가 없다”며 “상조회사로는 유일하게 금융사에 지급보증이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회원에게 피해가 갈 일이 전혀 없고, 재무상태가 부실하다면 지급보증 역시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력업까지 악영향 우려
서준혁 경영능력 시험대

하지만 재계는 서 대표의 행보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내실 없이 기업을 확장하는 것은 모 기업에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이야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상조부분의 높은 부채비율조차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써부터 웨딩사업 상장계획을 세울 정도로 서 대표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주력 사업인 레저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서준혁 대표는 동생인 서지영씨와의 ‘남매의 난’ 이후 인수 작업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보았다.

사실상 서 대표의 입장에서는 확장한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사업 확대를 통해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좀 더 확실하게 굳혀야 하기 때문이다.
 

서 대표의 부친은 대명그룹의 창업주 서홍송 회장이다. 서 회장은 2001년 갑작스레 타계했다. 서 회장이 유언조차 없이 급거 타계하면서 그의 세 자녀 중 외아들인 서 대표가 자연스레 대명그룹 경영권을 쥐었다.


서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대한민국 레저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레저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의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글로벌 휴먼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2011년 이후 대명그룹은 서 대표를 필두로 한 2세 경영을 전면적으로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 대표는 외식사업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비롯해 항공여행사 업무로 영역을 넓혔다.

후계자 굳히기
서두르는 행보

현재 총 17개의 계열사로 이뤄진 대명그룹은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대명홀딩스는 서 대표 36.4%, 서 대표의 모친 박춘희씨 37.7%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77.40%를 갖고 있다. 대명건설(72.83%), 대명레저산업(100%), 대명엔터프라이즈(31.06%) 등 주력 계열사들의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그러나 대명그룹에서 상장사는 대명엔터프라이즈 하나뿐이다. 웨딩사업까지 상장하게 되면 상장사는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서 대표가 웨딩사업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계자 자리를 확고히 굳히려는 서 대표의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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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