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걸린' MB정권 광산스캔들 추적

해외로 나간 돈…정권 실세에 꽂혔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MB정부가 추진한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이 무려 2조원(담보 포함)을 투자했지만 사업성이 불투명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송금된 투자금 중 일부는 출처가 불분명해 비자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볼레오 사업은 '빙산의 일각'이란 지적이 나온다.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번번이 실패했다. 그때마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은 거액의 부채를 짊어졌다. 그 합이 수십조에 이른다. 사업 과정에서 공중으로 뜬 수많은 돈다발은 대체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지난달 허리케인 '오딜'이 멕시코 산타로살리아 볼레오 광산 현장을 덮쳤다. 이 사고로 현지로 파견된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은 실종됐다. 광물공사는 멕시코 볼레오에서 구리 등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생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광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두 번째 '허리케인'이 볼레오 현장을 덮쳤다. 볼레오발 쇼크는 지난 6일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볼레오발 쇼크
수조원 어디로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볼레오 동광사업의 숨겨진 치부를 폭로했다. 한 차례 '부도(default)'가 난 상황을 은폐하고 2조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등 부실과 부정으로 얼룩진 사상 최악의 해외 개발사업이라는 내용이었다.

볼레오 동광사업은 지난 2008년 투자회사 바하마이닝(Baja Mining)이 재무투자자를 모아 시작한 개발사업이다. 바하마이닝은 광산개발 경험이 부족한 사실상 투기 목적 자본이었다고 전해진다.

대한민국은 이런 바하마이닝의 지분 30%을 얻기 위해 10배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주고 지분을 사들였다. 최초 매입비용은 7600만불이었다. 문제의 개발사업은 2011년 6월이 돼서야 첫 삽을 떴다.


그러나 착공 1년 만인 2012년 6월 볼레오 동광사업은 부도가 났다. 당초 예상하던 개발비용보다 5억불가량이 더 필요하게 되자 대주주인 바하마이닝이 손을 털어버린 것이다. 이보다 앞선 2012년 4월 바하마이닝의 주가는 5센트까지 폭락했다. 추가 개발비용 확보가 어려워지자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대주단은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추가 대출마저 중단했다. 볼레오 동광사업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이 이뤄졌다. 모든 대부계약은 부도 상태가 됐고, 사업의 생사여탈권은 미국 수출입은행, 캐나다 수출은행, 한국 산업은행 등 대주단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 무렵 지구 반대편에서는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자원외교 전도사'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실로 점철된 해외 자원개발사업과 관련해 집중포화를 받은 상태였다. 개발 목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은 MB정권의 판도라라는 얘기가 돌았다. 여기에 볼레오 동광사업의 부도 소식까지 더해지면 다가올 대선 가도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았다.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 했다.

김신종 당시 광물공사 사장은 경영진과 부도 사실을 숨기기로 합의했다. 김 사장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고려대를 나와 대통령인수위까지 거친 MB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더욱이 김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를 수차례 수행하며 'MB표 자원개발'의 상징으로 불렸다.

이런 김 사장과 경영진은 투자사 바하마이닝이 개발비용 증가로 사업을 자체 포기한 것처럼 실상을 은폐했다. 심지어 아무 권한이 없는 바하마이닝과 '협상쇼'를 벌여 모든 지분을 인수했다. 이 같은 계약 사실은 이사회에 보고됐다.

그런데 이사회 보고에는 볼레오 사업권이 대주단 쪽으로 넘어간 사실이 누락됐다. 이들은 동(銅) 가격을 임의로 높이고 기준수익률을 낮춰 잠재된 사업성이 상당한 것처럼 포장했다. SK네트웍스 등 사업에 참여한 국내 컨소시엄이 추가 투자를 할 수 없다고 통보한 사실조차 숨겼다. 지난 6월 감사원은 이 같은 사실들을 확인해 관련자들을 징계 조치했다. 그러나 징계자 명단에 김 사장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볼레오 개발사업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사업이었는지 알 수 있다. 바하마이닝 부도 직후 경영진은 이사회가 승인해 주지 않으면 1억6300만불의 손실이 날 것이라고 겁을 줬다. 이어 9000만불을 추가 투자하면 지분을 51%로 늘려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꾀었다. 즉 투자를 하지 않으면 2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지만 투자가 되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멕시코 동광사업 2조 날릴 위기…비자금 가능성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연달아 실패 "누구 책임?"

결국 이사회는 이미 휴지조각이 된 지분 21%를 9000만불에 인수하고, 2차로 지분 39%를 4억9110만불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가 진행됐던 2012년 8월 당시 캐나다 주식시장이 평가한 바하마이닝의 시가총액은 2032만불(캐나다달러)에 불과했다.

또 김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고정식 사장은 2012년 10월 미국수출입은행의 볼레오사업 채권 4억1900만불(1억2600만불 기대출)을 일거에 인수했다. 당초 9030만불로 예상된 투자비는 대선을 앞둔 2달 만에 무려 8억불(한화 1조원)까지 급증했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1차로 투입된 9000만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에 있다. 송금 과정에서 이사회의 승인 없는 불법송금이 벌어졌고 돈을 받는 입장인 볼레오 현장의 회계조직은 이미 와해돼 있었다. 송금된 9000만불이 실제 볼레오 개발사업에 쓰였는지 확인할 길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이 돈의 일부가 비자금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볼레오 현장에는 건설담당 직원 단 1명만 상주하고 있었다. 2012년 9월 말이 돼서야 멕시코 현지에 재무현황 실사를 한다며 직원 2명을 파견했다. 이들은 겨우 열흘 만에 실사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후에도 광물공사는 올 5월까지 약 2년 동안 디폴트(부도) 상황을 면치 못했다. 대주단이 내어주는 초단기 권리행사유보협약(stand still)으로 연명했다. 이 기간 광물공사는 대주단에 휘둘리며 사업비도 추가로 충당하는 등 문자 그대로 '봉' 노릇을 했다.

글로벌 호구
광물 어디에

만신창이가 된 개발사업은 올 5월이 지나서야 볼레오 운영사가 회사채 3억4000만불을 발행하고 이를 광물자원공사가 보증하며 부도 상황을 면했다. 대주단은 단 한 푼의 손실도 없이 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반면 광물공사는 보증 과정에서 각종 담보를 제공해 경제적 부담을 2조원대로 상승시켰다. 이는 부도의 책임과 혹시 모를 리스크를 국민 혈세 2조원을 퍼부어 대한민국 정부가 떠안은 셈이다.

김 의원은 "이 정도면 봉 노릇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가) '글로벌 호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에 다름없다"고 강조했다.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 볼레오 사업은 대주단이 6억9100만불 손실 가치 평가를 내리는 등 이미 경제성을 상실한 모양이다. 광물공사가 내놓은 회생 계획조차 광산의 지질과 기술적 문제 등이 맞물려 절망적이라는 판정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잘못된 결정을 내린 사장과 경영진, 이사회는 어떤 징계나 문책도 받지 않았다. 부도난 사업에 투자를 결정한 김 사장과 고 사장, 주무장관이었던 홍석우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대주단의 일원으로 사건 경과를 처음부터 지켜본 산업은행은 투자금 회수에 급급했다.

김 의원은 "볼레오 사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B정부가 추진한 대형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빚 좋은 개살구'였다는 지적이다. MB정부는 정권 초부터 자원외교 세일즈를 진두지휘했다. 문제는 그때마다 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광물·석유·가스공사 부채만 수십조
무리한 투자 후폭풍…대책 있나 없나

특히 자원외교를 주도한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의혹의 중심에 서는 일이 많았다. 먼저 이 전 의원이 주도한 볼리비아 리튬광산 개발사업은 2012년 7월 정식계약을 맺고도 단 한 발짝도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채굴권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컨소시엄을 구성한 포스코와 광물공사는 사업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나미비아 우라늄 개발사업은 계약 없이 사업이 종료됐다. 당초 정부는 나미비아 정부와 우라늄을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경제성이 희박해 없던 일이 됐다. 그 사이 중국 정부는 지난해 나미비아에서 우라늄 시추에 성공했다.

박 전 차관이 주도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에서는 정부 고위관료가 연루된 희대의 주가조작이 벌어졌다. 오덕균 CNK 대표는 올 4월 카메룬 광산에 매장된 다이아몬드 추정량을 부풀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CNK 측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검찰의 예리한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요란했던 미얀마 해상광구 사업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권 실세로 알려진 이영수 KMDC회장이 개발권을 따내 화제가 됐던 이 사업은 해당 광구가 '빈 광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았다.

마다가스카르 채광사업의 경우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앞서 광물공사로부터 지분을 사들였던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는 "사업성이 없다"며 지분을 전량 되팔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1조2500억원을 투자해 2010년부터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4년이 지난 올 1월이 돼서야 겨우 채굴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컨소시엄이 등을 돌려 사업이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가가 보증한 해외투자는 대부분 실패했거나 커다란 빚만 안고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광물공사와 석유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에 투입된 예산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국 정상간 MOU(양해각서)만 남발했지 성과는 초라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2조원짜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사업권을 따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탐사과정에서 4400억원을 쏟았음에도 약속한 원유나 가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한 광구에서 원유가 발견됐지만 예상보다 매장량이 작아 사업 규모는 절반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광물공사가 국회로 제출한 자원외교 현황에 따르면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 특사 등이 실시한 자원외교는 모두 35건(MOU)에 달했지만 실제 계약체결로 이어진 사례는 단 2건에 그쳤다. 이처럼 해외 자원개발 실적이 뻥튀기되면서 정부가 입은 공식적인 손실액만 2조3000억원(지난해 기준)을 넘었다. 이는 광물공사가 볼레오 사업에서 입은 피해액 등은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주요 공공기관 결산 평가'에 따르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19억6000만불의 손해를 입었다. 자료에 따르면 MB정부는 2008년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2년까지 해외 자원개발에 17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9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규모는 2008년 5조5000억원에서 2012년 17조9800억원으로 늘어났다. 가스공사도 갚아야 할 빚이 23조5000억원 늘면서 부채비율이 150% 이상 폭등했다. 광물공사 역시 부채비율이 70% 이상 증가했다.

나라 곳간 털어
외국과 나눠먹기

상황이 이럼에도 '묻지마 해외 투자'는 여전히 붐이다. 지난 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이 석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몽골 석탄개발 투자현황'에 따르면 지금껏 274억원의 손실을 본 이 사업에 석탄공사는 19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해당 사업은 감사원 감사결과 부실사업으로 판명돼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받았다. 석탄공사는 2010년부터 몽골에서 생산을 시작해 누적 생산량은 10만2029톤에 이르렀지만 판매량은 8.6%인 8811톤에 그쳤다.

해외 자원개발을 명목으로 벌어지는 돈 잔치, 국민의 혈세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흘러가고 있다. 우리 곳간을 털어 먼 나라 정부를 배불리는 악순환은 몇 년 째 계속되고 있다. 과거 이 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재계 실력자와 지분 거래를 했다는 소문은 그의 '비즈니스'가 국익을 위한 것인지 사익을 위한 것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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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