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뻥 국감 천태만상

"아니면 말고…일단 나부터 뜨고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드디어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감은 소위 뜨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실제로 역대 국감을 통해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과도한 욕심은 때론 억울한 희생양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일단 눈에 띄고 보려는 국회의원들의 '뻥 국감'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 5일 이른바 '발암치약' 논란이 불거지며 생활용품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를 인용해 시중에 유통 중인 치약 중 약 3분의2가 인체에 유해한 파라벤 성분을 기준치 이상 함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무식이 죄?

식약처는 즉각 “자료 전달 과정에서 일부 숫자가 잘못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생활용품업계는 가만히 있다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식약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발암치약 공포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발암치약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각 생활용품업체에는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파라벤도 종류가 많은데 파라벤을 무조건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규정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인터넷신문과 인터넷포털에 대해 총 2726건의 조정·중재신청이 접수됐다”며 “이는 일간신문(603건)보다 약 4.5배, 방송(456건)보다 약 6배 많은 수치다. 대다수의 인터넷신문이 소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체계적으로 기자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을 갖추기가 쉽지 않아 생긴 문제점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정부기관에 등록된 일간신문은 363개, 인터넷신문은 4916개, 방송사는 396개다. 비율로 따지면 인터넷신문 수는 일간신문의 13.5배, 방송의 12.4배로, 전체 피해구제신청 건수에서 인터넷신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인터넷신문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매년 국정감사(이하 국감) 시즌이 되면 이처럼 억울한 희생양이 속출하고 있다. 국감을 통해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과도한 욕심을 부리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국감 사례만 들춰봐도 이러한 사고가 줄을 이었다.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하림과 체리부로, 동우 등 대형 육계회사들이 닭 사육 농가에게 돌아가야 할 재해보험금 17억700만원 중 6억2200만원을 챙겨갔다고 밝혔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머쓱해졌다.

알고 보니 보험금으로 밀린 사료대와 병아리 값을 치른 것을 가지고 의원실에서 오해한 것이었다. 영세 농가를 위해 외상까지 받아줬던 대형 육계회사들은 졸지에 부도덕한 회사로 낙인 찍혀버렸다.

작년 국감 당시 새누리당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감 시작 후 일주일 만에 통계를 잘못 인용하거나 왜곡하는 등의 사고가 40건을 넘었다.

언론의 보도행태도 문제다. 국회의원들이 잘못된 통계나 오류를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내도 별다른 검토도 없이 그대로 보도해버리는 관행이 고착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감 때만 되면 피해자들이 속출하지만 마땅히 이를 보상받을 길도 없다.

국감 때만 되면 엉뚱한 피해자 속출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


전문가들은 이 같은 ‘뻥 국감’이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 때문에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감장은 아니었지만 지난 2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국회의원들의 전문성 부족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이날 새누리당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오른 이유를 따져 묻겠다며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회의에 참석시켰다. 그런데 시작부터 김무성 대표는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에 표시된 마이너스 표시(△)를 (+)기호로 오해해 체면을 구겼다.

더 황당한 것은 새누리당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시중 대출 금리가 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참석자들은 민망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이날 회의는 결국 그야말로 기초적인 경제상식을 묻고 답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감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실수를 하는 것은 의도된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전문성 부족 탓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동냥은 못 줄 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폭로로 기업들은 매년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짧은 국감 기간도 문제다. 일례로 국회는 올해 역대 ‘최다’인 672곳을 피감기관으로 선정했지만 국감 준비기간은 역대 ‘최단’이었다. 어떤 상임위는 하루에 평균 4∼6곳을 감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1개 기관 감사에 2시간 이상 할애하기 어려운 셈이다. 부실국감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피감기관 공무원들은 다년간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반면 국회의원들은 수시로 상임위를 바꾸는 바람에 효율적인 감사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부터라도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의원들을 키워야 정부부처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피감기관들의 국회 무시 실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증인이 국감 첫 출석에서는 거짓증언을 하고 국감 마지막 날인 종합국감에서 이를 바로 잡는 경우다. 의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보니 증인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바로 알아차리질 못한다.

나중에라도 위증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을 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국정감사 기간 내에만 위증 사항을 수정하면 고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 같은 수법이 횡행하는 것이다. 종합국감은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해 의원들이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피감기관도 국회무시

심지어 의원들에게 거짓자료를 건네준 기관들도 있었다. 작년 국감 당시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국감에 대비해 43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공공기관들은 그런 조항이 없다며 발뺌을 했다. 의구심이 생긴 김 의원 측은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섰다.

결국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산하 36개 공공기관이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 국감 기간 카메라 앞에서는 열을 내던 의원들이 막상 국감이 지나고 나면 지적 사안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 탓에 국감이 끝날 때까지 자료제출을 미루며 버티는 피감기관들도 비일비재하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뻥’ 국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고 상시국감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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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