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인선 관전포인트' 막후 파워게임 전말

청와대·정치권·금융권 지원군 전쟁 승자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KB금융 사태가 다시 재현될 것인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싼 막후 쟁탈전이 치열하다. 소수 권력집단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가장 잘 부합하는 회장을 앉히기 위해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그룹이 먼저 발을 뻗었고, 이에 대항해 노동계가 움직였다. 유력 후보군을 앞세운 정치권은 호시탐탐 입김을 불어넣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파워게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권력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를 돌연 사퇴했다. 지난 8일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옥찬 전 행장이 KB금융지주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자진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 2일 제3차 회의를 열고, 전체 84명의 후보군 가운데 9명의 1차 후보를 결정했다. 이 중 후보군에 포함됐던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후보군은 8명으로 압축됐다. 여기에 김옥찬 전 행장까지 사퇴행렬에 동참하면서 후보군은 다시 7명으로 추려졌다. 회추위는 오는 16일 제4차 회의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4명으로 좁히고, 이달 말까지는 1명의 최종후보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전문가인가
낙하산인가

지난 10일 기준 남은 7명의 후보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CFO),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의 말을 종합하면 위 7명의 후보 가운데 최종후보 선정이 유력한 후보는 모두 3명이다. 이들은 각각 정치인과 관료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급된 3명의 면면을 살펴보기 전에 이철휘 사장과 김옥찬 전 행장의 사퇴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철휘 사장은 9명의 후보 가운데 정통 모피아로 꼽힌다. 행정고시 17기로 재정경제부 공보관과 국고국장,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이철휘 사장과 KB금융지주는 지난 정권 때 악연으로 부딪혔다. 2009년 있었던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당시 이철휘 사장은 막판까지 후보로 경쟁했다. 그러나 최종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BH(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명박 대통령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선진국민연대 출신 정모 비서관이 회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철휘 사장은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이사진 면접을 거부한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사퇴를 종용한 것이란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뒤늦은 사실 확인에 나서 정 비서관의 혐의를 벗겨줬다. 이 같은 앙금은 이철휘 사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철휘 사장은 이번 회추위 발표 직후 후보에서 서둘러 사퇴했다. KB금융지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KB금융지주 측은 "이철휘 사장이 '후보로 선정된 것은 영광이지만 사퇴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일한 '관 출신'이던 이철휘 사장의 사퇴로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은 '내부인사' 대 '외부인사' 구도로 재편됐다. 그런데 내부인사의 대표격인 김옥찬 전 행장이 물러나면서 무게의 추는 외부인사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분위기다.

김옥찬 전 행장은 KB금융지주에서만 경력을 쌓은 자타공인 'KB맨'이다. 재직기간만 31년에 이른다. 일각에선 "국민은행 출신으로 주택은행계와 갈등 요인이 있었다"며 깎아내렸다. 그러나 주택은행계가 내심 밀었던 인물은 김옥찬 전 행장이란 얘기도 들린다.

성낙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주택은행 출신이지만 김옥찬 전 행장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후보 선정에 앞서 노조 측은 회추위와 면담을 갖고 내부 출신을 회장으로 선임해 줄 것을 적극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회추위 의장 대행은 "외풍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많은 사외이사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내부인사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면담 이후 이른바 '노치(勞治)' 논란이 언론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정보의 근원은 외부출신 인사를 밀고 있는 '특정세력'으로 의심됐다. 노조 측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반대론자들은 "전문성과 중량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노조의 개입을 적극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내부인사의 입지는 좁아졌다. 성 위원장과 만난 김옥찬 전 행장은 노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러 갈등을 우려해 사퇴를 선택했다. 더구나 내부 출신이 회장이 되면 노조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경합 중인 외부인사는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한쪽에서는 김옥찬 전 행장에게 "일종의 딜이 들어오지 않았겠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옥찬 전 행장은 지난해 7월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과 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합하다가 최종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옥찬 전 행장을 밀어낸 이건호 은행장(현재 사임)은 짧은 은행경력으로 이른바 '낙하산' 논란을 지폈다. 이는 KB금융지주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

관련한 과정을 지켜본 김 전 행장은 또다시 내부인사 대 외부인사 구도가 짜인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후보 접수 절차가 진행 중인 서울신용보증기금 사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문제는 김옥찬 전 행장이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부분인데 정권 차원의 입김(혹은 배려)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기회장 선임 과정서 '내 사람심기' 감지
'박근혜라인' 이동걸 급부상…내부인사 주춤
'산 권력'이냐 '뜬 권력'이냐

KB금융지주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다. 그러나 주인에 근접해 있는 권력은 존재한다. 바로 정부다. KB금융지주는 정부가 이사회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그간 정부는 KB금융지주 회장을 사실상 내정했다. 낙하산 논란이 해마다 되풀이된 이유다.

또 역대 회장은 저마다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사임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속된 말로 ‘찍어내기’를 당한 셈이다. 최근 물러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렸다는 게 정설이다.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내부 관계자는 많지 않다. 임 전 회장의 경질을 예상한 시점에 이미 대체 후보를 염두에 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권 일각에선 모피아와 말이 통하는 특정후보를 띄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항명의 여지가 다분한 모 후보는 금융당국이 기피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KB금융 사태에서 엇박자를 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금감원의 관심이 더 높은데 KB금융지주가 정상화되면 그에 따른 '명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 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할 것이란 소문과 맞물려 양 기관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모피아 그룹이 지지하는 후보 쪽에 금융위가, 정권이 미는 후보 쪽에 금감원이 각각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는 NO?
외부는 YES?

최근 복수 언론은 이동걸 전 부회장을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꼽았다. 금융권도 '이동걸 대세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동걸 전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들을 모아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한 대표 TK(대구·경북)인맥이기도 하다.

현재 금융권 회장단 대부분은 TK와 PK(부산·경남)로 채워져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경남고 출신이며,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고향이 부산이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문이다. 박근혜정부가 해왔던 고위직 인사 경험과 이동걸 전 부회장의 이력·출신 등을 종합하면 그를 제칠 만한 후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권이 내려 보낸 낙하산이란 시선이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이동걸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쪽은 그가 KB금융지주를 거치지 않은 '순수 외부인사'란 사실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거꾸로 이동걸 전 부회장을 반대하는 쪽은 "다른 사람은 돼도 이동걸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노조는 "차기 회장은 내부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이동걸 전 부회장에게 전달하는 등 강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그럼에도 내부인사 가운데 특별히 믿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신 있는 내부 출신보다는 코드가 맞는 외부 출신을 앉혀놔야 정권 입장에서 덜 불안하지 않겠냐"며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후보가 있다. 바로 하영구 은행장이다.

하영구 은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장으로 2001년 취임해 현재까지 10년 넘게 연임 중이다. 2010년부터는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을 겸했다.

현 금융당국 최고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차관보였던 신 위원장은 하영구 은행장을 통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하영구 은행장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같은 회사(한국씨티은행)에서 행장과 부행장으로 일했다. 뿐만 아니라 하영구 은행장은 대관업무를 위주로 정관계와 두터운 교분을 쌓았는데 그때의 공로가 이번 인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단 하영구 은행장은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 다른 곳도 아닌 경쟁 금융회사 회장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10년이 넘는 은행장 경력이 있음에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점이 리스크로 분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동걸 대 하영구' 구도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중대 변수로는 최경환 부총리가 언급된다.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할뿐더러 '부통령'이란 별명까지 얻은 최경환 부총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능가하는 실력자로 부상 중이다. KB금융지주가 사실상 정부 영향하에 있는 만큼 최 부총리의 의중은 후보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권 입장에서 총자산 300조원의 금융회사 회장 선출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반면 최 부총리가 월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할 경우 청와대가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2인자'를 용납해오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상 이번 회장 선출은 둘의 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친박계에 대항하는 비박계가 내부인사 선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노조 측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일화는 이를 암시한다. 만약 내부 출신이 여러 악조건을 뚫고 회장이 된다면 그 자리는 윤종규 전 부사장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고 점쳐진다.

마지막 반전
어디서 터질까

윤종규 전 부사장은 2002년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이 영입한 인물로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해 회추위 구성원인 사외이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이 희망적인 부분이다. 차기 회장 후보는 회추위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 1명이 선정된다.

때문에 '본선'까지만 가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옥찬 전 행장에게 쏠린 표심이 윤종규 전 부사장에게 더해질 것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윤종규 전 부사장의 거취를 놓고, 그를 떨어뜨리기 위한 세력과 지지하는 세력 간에 치열한 물밑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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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