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인선 관전포인트' 막후 파워게임 전말

청와대·정치권·금융권 지원군 전쟁 승자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KB금융 사태가 다시 재현될 것인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싼 막후 쟁탈전이 치열하다. 소수 권력집단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가장 잘 부합하는 회장을 앉히기 위해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그룹이 먼저 발을 뻗었고, 이에 대항해 노동계가 움직였다. 유력 후보군을 앞세운 정치권은 호시탐탐 입김을 불어넣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파워게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권력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를 돌연 사퇴했다. 지난 8일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옥찬 전 행장이 KB금융지주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자진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 2일 제3차 회의를 열고, 전체 84명의 후보군 가운데 9명의 1차 후보를 결정했다. 이 중 후보군에 포함됐던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후보군은 8명으로 압축됐다. 여기에 김옥찬 전 행장까지 사퇴행렬에 동참하면서 후보군은 다시 7명으로 추려졌다. 회추위는 오는 16일 제4차 회의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4명으로 좁히고, 이달 말까지는 1명의 최종후보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전문가인가
낙하산인가

지난 10일 기준 남은 7명의 후보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CFO),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의 말을 종합하면 위 7명의 후보 가운데 최종후보 선정이 유력한 후보는 모두 3명이다. 이들은 각각 정치인과 관료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급된 3명의 면면을 살펴보기 전에 이철휘 사장과 김옥찬 전 행장의 사퇴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철휘 사장은 9명의 후보 가운데 정통 모피아로 꼽힌다. 행정고시 17기로 재정경제부 공보관과 국고국장,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이철휘 사장과 KB금융지주는 지난 정권 때 악연으로 부딪혔다. 2009년 있었던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당시 이철휘 사장은 막판까지 후보로 경쟁했다. 그러나 최종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BH(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명박 대통령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선진국민연대 출신 정모 비서관이 회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철휘 사장은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이사진 면접을 거부한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사퇴를 종용한 것이란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뒤늦은 사실 확인에 나서 정 비서관의 혐의를 벗겨줬다. 이 같은 앙금은 이철휘 사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철휘 사장은 이번 회추위 발표 직후 후보에서 서둘러 사퇴했다. KB금융지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KB금융지주 측은 "이철휘 사장이 '후보로 선정된 것은 영광이지만 사퇴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일한 '관 출신'이던 이철휘 사장의 사퇴로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은 '내부인사' 대 '외부인사' 구도로 재편됐다. 그런데 내부인사의 대표격인 김옥찬 전 행장이 물러나면서 무게의 추는 외부인사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분위기다.

김옥찬 전 행장은 KB금융지주에서만 경력을 쌓은 자타공인 'KB맨'이다. 재직기간만 31년에 이른다. 일각에선 "국민은행 출신으로 주택은행계와 갈등 요인이 있었다"며 깎아내렸다. 그러나 주택은행계가 내심 밀었던 인물은 김옥찬 전 행장이란 얘기도 들린다.

성낙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주택은행 출신이지만 김옥찬 전 행장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후보 선정에 앞서 노조 측은 회추위와 면담을 갖고 내부 출신을 회장으로 선임해 줄 것을 적극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회추위 의장 대행은 "외풍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많은 사외이사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내부인사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면담 이후 이른바 '노치(勞治)' 논란이 언론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정보의 근원은 외부출신 인사를 밀고 있는 '특정세력'으로 의심됐다. 노조 측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반대론자들은 "전문성과 중량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노조의 개입을 적극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내부인사의 입지는 좁아졌다. 성 위원장과 만난 김옥찬 전 행장은 노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러 갈등을 우려해 사퇴를 선택했다. 더구나 내부 출신이 회장이 되면 노조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경합 중인 외부인사는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한쪽에서는 김옥찬 전 행장에게 "일종의 딜이 들어오지 않았겠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옥찬 전 행장은 지난해 7월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과 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합하다가 최종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옥찬 전 행장을 밀어낸 이건호 은행장(현재 사임)은 짧은 은행경력으로 이른바 '낙하산' 논란을 지폈다. 이는 KB금융지주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

관련한 과정을 지켜본 김 전 행장은 또다시 내부인사 대 외부인사 구도가 짜인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후보 접수 절차가 진행 중인 서울신용보증기금 사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문제는 김옥찬 전 행장이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부분인데 정권 차원의 입김(혹은 배려)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기회장 선임 과정서 '내 사람심기' 감지
'박근혜라인' 이동걸 급부상…내부인사 주춤
'산 권력'이냐 '뜬 권력'이냐

KB금융지주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다. 그러나 주인에 근접해 있는 권력은 존재한다. 바로 정부다. KB금융지주는 정부가 이사회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그간 정부는 KB금융지주 회장을 사실상 내정했다. 낙하산 논란이 해마다 되풀이된 이유다.

또 역대 회장은 저마다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사임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속된 말로 ‘찍어내기’를 당한 셈이다. 최근 물러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렸다는 게 정설이다.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내부 관계자는 많지 않다. 임 전 회장의 경질을 예상한 시점에 이미 대체 후보를 염두에 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권 일각에선 모피아와 말이 통하는 특정후보를 띄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항명의 여지가 다분한 모 후보는 금융당국이 기피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KB금융 사태에서 엇박자를 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금감원의 관심이 더 높은데 KB금융지주가 정상화되면 그에 따른 '명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 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할 것이란 소문과 맞물려 양 기관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모피아 그룹이 지지하는 후보 쪽에 금융위가, 정권이 미는 후보 쪽에 금감원이 각각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는 NO?
외부는 YES?

최근 복수 언론은 이동걸 전 부회장을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꼽았다. 금융권도 '이동걸 대세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동걸 전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들을 모아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한 대표 TK(대구·경북)인맥이기도 하다.

현재 금융권 회장단 대부분은 TK와 PK(부산·경남)로 채워져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경남고 출신이며,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고향이 부산이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문이다. 박근혜정부가 해왔던 고위직 인사 경험과 이동걸 전 부회장의 이력·출신 등을 종합하면 그를 제칠 만한 후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권이 내려 보낸 낙하산이란 시선이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이동걸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쪽은 그가 KB금융지주를 거치지 않은 '순수 외부인사'란 사실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거꾸로 이동걸 전 부회장을 반대하는 쪽은 "다른 사람은 돼도 이동걸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노조는 "차기 회장은 내부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이동걸 전 부회장에게 전달하는 등 강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그럼에도 내부인사 가운데 특별히 믿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신 있는 내부 출신보다는 코드가 맞는 외부 출신을 앉혀놔야 정권 입장에서 덜 불안하지 않겠냐"며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후보가 있다. 바로 하영구 은행장이다.

하영구 은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장으로 2001년 취임해 현재까지 10년 넘게 연임 중이다. 2010년부터는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을 겸했다.

현 금융당국 최고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차관보였던 신 위원장은 하영구 은행장을 통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하영구 은행장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같은 회사(한국씨티은행)에서 행장과 부행장으로 일했다. 뿐만 아니라 하영구 은행장은 대관업무를 위주로 정관계와 두터운 교분을 쌓았는데 그때의 공로가 이번 인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단 하영구 은행장은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 다른 곳도 아닌 경쟁 금융회사 회장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10년이 넘는 은행장 경력이 있음에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점이 리스크로 분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동걸 대 하영구' 구도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중대 변수로는 최경환 부총리가 언급된다.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할뿐더러 '부통령'이란 별명까지 얻은 최경환 부총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능가하는 실력자로 부상 중이다. KB금융지주가 사실상 정부 영향하에 있는 만큼 최 부총리의 의중은 후보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권 입장에서 총자산 300조원의 금융회사 회장 선출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반면 최 부총리가 월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할 경우 청와대가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2인자'를 용납해오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상 이번 회장 선출은 둘의 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친박계에 대항하는 비박계가 내부인사 선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노조 측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일화는 이를 암시한다. 만약 내부 출신이 여러 악조건을 뚫고 회장이 된다면 그 자리는 윤종규 전 부사장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고 점쳐진다.

마지막 반전
어디서 터질까

윤종규 전 부사장은 2002년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이 영입한 인물로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해 회추위 구성원인 사외이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이 희망적인 부분이다. 차기 회장 후보는 회추위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 1명이 선정된다.

때문에 '본선'까지만 가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옥찬 전 행장에게 쏠린 표심이 윤종규 전 부사장에게 더해질 것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윤종규 전 부사장의 거취를 놓고, 그를 떨어뜨리기 위한 세력과 지지하는 세력 간에 치열한 물밑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