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을 꾀어 조직원으로 가입시키고 훈련해 세를 키운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마치 신입사원을 뽑듯 각종 스펙을 따져 조직원을 뽑은 이들은 수습사원교육을 방불케 하는 교육으로 입맛에 맞는 조직원을 양성했다. 하지만 돈을 번 수단은 치졸했다. 자해공갈로 보험금을 뜯거나 유흥업소 갈취, 불법대부업 등이 주된 돈벌이였던 것. 10대 조직원들을 키워 배를 불려온 파주스포츠파의 행각을 살펴보자.
10대 ‘일진’ 유혹 조직원 가입시킨 파주스포츠파
명품신발, 옷으로 유혹…가입거부하면 잔혹한 폭행
지난 1993년 결성돼 경기도 내 대표적인 폭력조직으로 성장한 파주스포츠파. 이 조직의 조직원 영입작전은 여느 폭력조직들과는 달랐다. 될성부른 어린 조직원들을 포섭해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조폭으로 양성을 시킨 것.
이들이 조직원을 뽑은 곳은 다름 아닌 중, 고등학교에서였다. 소위 말하는 ‘일진’으로 이름을 날리는 싸움 잘하는 청소년들을 꾀어 조직원으로 만든 것이다.
2008년 7월에는 신입 조직원 ‘면접’도 마련됐다. 두목 김모(40)씨 등 조직원들은 이날 파주지역 중고교 내에서 이름을 날리는 청소년 40여명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모두 조직원으로 영입시키지는 않았다. 조직원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학생만을 선발했던 것.
‘스펙’ 받쳐줘야 합격
이들은 체격이 건장하고 싸움실력이 좋은 학생들을 추려냈다. 집안환경까지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5명이 선발됐다. 그리고 뽑힌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조직에 가입시켰다. 이들은 강제로 삭발을 당한 뒤 조직이 관리하는 술집에 취직했다. 가입을 거부하거나 탈퇴한 사람에게는 보복이 가해졌다. 강모(24)씨 등 조직원 4명은 가입을 거부한 10대 2명을 감금시키고 흉기로 얼굴 등에 상처를 냈다.
이처럼 울며 겨자먹기로 조직원이 된 10대들은 그때부터 험난한 조폭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선배들의 말에 복종하는 조직원으로 만들기 위해 철저한 교육을 받았던 것. 선발된 후 약 1년 동안 이어진 교육에는 선배에게 인사하고 보고하는 방법, 경찰 수사에 대처하는 방법 등이 포함됐다. 또 선배에 대한 충성도가 부족한 신입 조직원에게는 폭력과 얼차려가 끊이지 않았다.
때론 ‘당근’도 쥐어줬다. 명품구두 등 10대들이 혹할만한 물건을 상품으로 걸고 등반대회를 하는 등 단합대회를 열었다. 또 양복을 사주거나 합숙소를 마련해줘 조직원의 이탈을 방지하기도 했다.
각종 미끼에도 조직을 떠난 이들에게는 잔혹한 복수가 이어졌다. 지난 9월 조직을 탈퇴한 조모(21)씨는 조직을 배신한데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뤘다. 조직원들에게 납치당하고 여관에 감금당한 뒤 폭행을 당한 것. 야구방망이로 때리거나 흉기로 찌르는 등 잔인한 폭행이 탈퇴자들을 괴롭혔다.
이처럼 조직원 선발에서부터 교육, 관리까지 철저했던 파주스포츠파. 하지만 돈벌이는 여느 조직과 다를 것 없는 치졸한 방식이었다. 유흥업소 업주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자해공갈로 보험사기를 벌이고 불법대부업을 하는 등이 주된 돈벌이 방법이었던 것.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조직원을 취업시켜줄 것을 요구하며 유흥주점 업주 김모(43)씨를 둔기로 폭행하는 모두 72차례에 걸쳐 폭력을 행사하고 보호비 명목으로 600만원을 빼앗았다.
또 가족이나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차에 태워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뜯어냈다.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무려 92차례에 걸쳐 보험사기를 쳤고 3억원의 보험금을 가로챘다.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불법 대부업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연 200%의 높은 이자를 받아 배를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돈벌이와 세력 확장을 위해 같은 지역 내 다른 조직과의 세력 다툼도 끊이지 않았다. 2007년 7월 주내파 조직원이 의정부세븐파 조직원에게 폭행을 당하자 이들은 파주주내파와 함께 야산으로 의정부세븐파 조직원을 불러 내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또 대전지역 폭력조직원들이 일산에서 영업을 하려하자 일산식구파의 요청을 받고 조직원을 동원, 세 과시를 하는 등 원정폭력을 행사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지난 9일 파주스포츠파 두목 김씨 등 17명을 구속하고, 파주주내파 행동대원 김모(22)씨 등 2개 폭력 조직원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달아난 파주스포츠파, 파주주내파, 의정부세븐파, 일산식구파 등 4개파 42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이번에 검거된 파주스포츠파처럼 철저한 교육을 통해 조직원을 양성하는 조직은 적지 않다. 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에 충성하는 실력있는 조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입 조직원들을 물색해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한때 조폭생활을 하면서 신입조폭들을 교육시켰다는 A씨는 “면접을 통과한 신입 조직원들은 합숙소에서 머물면서 24시간 교육을 받는데 예절교육, 몸집 불리기, 행동강령 등이 주된 교육내용이다”라고 전했다.
그 중 가장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예절교육이다. 서열이 확실한 조폭세계에서 그들만의 예절은 조직을 원활히 이끌어 나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또 조직에 순응하고 명령에 복종하는 일원으로 훈련시켜 필요한 곳에 빠르게 투입시킬 수 있다는 것도 예절교육의 목적.
철저한 신입 교육
‘조직을 배신하면 꼭 보복당한다’는 법칙도 교육한다. 이를 위해 본보기 차원에서 배신한 조직원을 집단 구타하는 현장에 합숙 조직원들을 참여시키기도 한다.
운동, 몸 불리기 등 체격과 체력을 키우는 것도 필수 교육 코스다. 헬스클럽이나 검도, 격투기장 등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집중적으로 운동해 비대한 몸집으로도 날렵하게 싸움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순발력을 기른다. 또 살은 빠지지 않으면서 몸이 단단해지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꾸준히 몸을 만든다.
실제 상황에 대비해 합숙소마다 비치된 칼과 야구방망이 등으로 인형을 찌르는 실습훈련도 빠지지 않는 교육과정이다.
A씨는 “갈수록 돈이나 권력에 이끌려 쉽게 조직을 배신하는 조폭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폭력조직들은 더더욱 신입 조폭들의 교육에 혈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