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재벌’ 위기 내막

한때 돈다발 자루에 쓸어담았는데…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전국 노래방 기기 시장점유율 70%를 자랑하는 금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노래방 기기 사업 실적 부진에 자회사 아이디에스와 르네코를 잇따라 헐값에 처분키로 한 것이다. 종속회사들의 부진에 본래 사업에 전념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래방 기기로 업계를 호령하던 금영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국내 노래방 기기 제조업체 1위 금영의 표정이 좋지 않다. 실적부진에 코스닥 자회사 아이디에스와 르네코를 잇따라 처분키로 해서다.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통신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년 전 두 회사 지분을 인수했지만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다각화 실패
 
지난달 26일 금영은 방송·무선통신장비 자회사 아이디에스 지분 460만여주(22.96%)를 김길수씨에게 주당 매매가격 695원으로 넘기기로 계약했다. 이번 매각가격은 금영이 지난해 12월30일 사들였던 가격(주당 6227원)의 10분의 1수준이다. 경영권 매각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장가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파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시장가보다 낮은 헐값에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지난해 금영은 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자회사 르네코가 보유하고 있던 아이디에스 지분 337만여주(17.78%)를 채무 탕감 등의 방식으로 210억원에 인수했다. 르네코가 실적 악화와 채무 부담으로 고전하자 당시 주가 900원보다 7배 높은 가격에서 지분을 사준 것이다.
 
지난 8월3일 금영은 르네코 역시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처분했다. 지분 577만여주를 주당 1515원씩 총 87억원에 양도했다. 계약 전일 주가(1960원)보다 오히려 27% 낮은 가격에 경영권을 넘긴 것이다. 금영의 이러한 움직임은 수익성 악화를 감당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르네코는 작년에는 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89억원, 2011년에는 60억원으로 지난 3년간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영은 르네코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적자를 기록하던 아이디에스의 주식을 사들이면서까지 노력했지만, 아이디에스 역시 같은 기간 283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금영의 부진도 한몫했다. 노래방 기기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금영은 지난해 매출 671억원 중 54억원의 영업손실과 1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2년 초 95%에 불과했던 연결부채비율은 지난해 834%까지 급증한 상태다.
 
앞서 금영은 자회사를 통해 지난 2011년 ‘국제 LED엑스포&OLED 엑스포 2011’와 2012년 ‘제3회 국제 LED&Display 전시회’ 등에 참가해 차별화된 방열구조 특허를 적용한 LED 가로등, 보안등 등을 선보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2 LED산업포럼’에서 LED조명 디자인 공모전 부문 대상인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연 대류에 의한 방열구조를 적용한 LED가로등 등으로 영광을 안았다. LED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여러 해 동안 기술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였다. 
 
대기업 뺨쳤던 금영, 욕심 부리다…
수익성 악화에 자회사 잇따라 매각
노래방 기기 본업에 전념…앞날은?
 
당시 금영은 노래방 기기 시장에서 이미 굳건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업계를 꽉 쥐고 있었지만, 신성장동력으로 LED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하여 집어등, 가로등, 항만 조명등 등 다양한 조명제품을 개발·생산했다. 금영이 개발한 집어등은 히트파이프를 적용한 방열 솔루션을 채택해 히팅 효율을 높였다. 60W가 주류였던 집어등 시장에 120W의 제품을 선보여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초창기 때만 해도 야심차게 추진한 LED사업을 노래방 기기에 맞먹는 규모로 키워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갈수록 실적은 악화됐다. 금영 김승영 회장의 야심은 물거품이 됐다.
 
금영은 자회사 매각 등 악재로 인한 혼란에 본래 주력 사업인 노래방 기기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금영 관계자는 “상황이 많이 안 좋다. 회사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일절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영은 1991년 컴퓨터 노래 반주기 출시를 시작으로 95년 세계최초 방송국 합창단 육성코러스 활용 기술을 도입했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케이블TV를 통한 TV노래방 서비스를 런칭했다. 현재는 스마트TV와 모바일 기기 등에 진출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금영은 현재 국내 노래방 기기 시장 점유율 70%로 1위 및 기기 판매율 1위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 노래방 기기는 금영과 티제이미디어 두 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그런데 티제이미디어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티제이미디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2.3% 급감한 3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1% 줄어든 732억2400만원, 당기순이익은 86.7% 감소한 5억21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재도약 가능할까
 
지난 2012년에는 금영과 티제이미디어가 가격 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래방 가사책과 리모콘의 가격을 최고 30% 올리고, 신곡 업데이트 비용을 한꺼번에 50% 올려 받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것이다. 당시 더 비싼 요금을 내야했던 노래방 주인들은 두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앞서 2011년에도 이들의 담합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영과 티제이미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41억1700만원, 15억5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래방 저작권료 뻥튀기 의혹
 
국내 노래방 기기에서 선곡 수 데이터가 비정상적으로 집계돼 129억원가량의 저작권료가 엉뚱한 저작권자들에게 부당 지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한겨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특별감사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방 등 247개 업소 노래반주기에서 선곡 수가 잘못 기록된 상태로 저작권료 분배 자료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음저협 특별감사들이 지난 7∼8월 점검한 결과 전국의 표본 1000개 업소 중 247곳이 두달간 선곡수가 1만회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영업시간 내내 노래방 기기를 틀어도 두 달간 신곡 수는 물리적으로 9000회를 넘기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저협은 이 표본 업소의 노래방 기계에 설치된 칩에 기록된 집계를 기준으로 저작자에게 매년 300억원에 이르는 음악사용료(저작권료)를 주고 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