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완의 수상한 돈벌이 추적

'빌딩 부자’ 회장님 돈놓고 돈먹기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복사용지 밀크(miilk)로 유명한 한국제지 등을 계열사로 갖고 있는 단재완 회장. 최근 독립 경영하던 계열사들을 묶어 해성그룹을 출범했다. 그런데 최근 단 회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단 회장 일가의 회사로 알려진 해성산업 주가가 갑자기 추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해성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들이 퍼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해성산업을 파헤쳐보았다.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의 개인회사가 도마에 올랐다. 해성산업 이야기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별다른 이슈 없이 조용한 회사였다. 그런데 이달 들어 주가가 수직하락하면서 해성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짭짤한 수익 챙겨

해성산업은 임대 및 관리 사업을 하는 부동산업체다. 빌딩관리가 주력사업이다. 1954년 2월 설립된 이 업체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사무실이 있다. 직원은 80여명으로 파악됐다. 해성그룹의 지주사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들에게는 복사용지 밀크를 생산하는 한국제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해성그룹의 모체는 해성산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단 회장은 해성산업 지분 30.13%(29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단 회장의 장남 단우영 한국제지 전무가 15.70%(153만주), 차남 단우준 계양전기 상무가 15.23%(148만주)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단정숙, 명명진(단명진), 단명호 등 대부분 단 회장의 친인척들이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단재완 회장은 특수 관계인을 포함해 65.12%의 해성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단 회장 일가의 회사다.

해성산업은 재계에서 은근한 알짜배기 회사로 알려져 있다. 다만 수익이 실적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해성산업의 매출은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체 특성상 매출 규모가 크거나 높은 이익을 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췄다.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덕분이다. 해성산업은 서울 북창동 해남빌딩과 서초동 송남빌딩, 부산 송남빌딩 등 다수의 토지와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해성산업의 주요 수입은 이들 빌딩으로부터 나온다. 빌딩 임대료와 시설관리비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단 회장은 해성산업을 통해 ‘짭짤한’ 현금수익을 챙기고 있다.


자산이 대부분 현금이라 모두 파악하기 어렵지만 단 회장은 수조원대의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성산업이 관리하고 있는 빌딩들도 대부분 단 회장 개인 소유다. 서울 강남에 해성1빌딩과 2빌딩, 성수동에 성수빌딩 등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두 채의 해성빌딩만 해도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단 회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1877억원(지난 2007년 공시지가 기준)짜리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따라서 단 회장은 ‘현금부자’로 통한다.

지난 4월에는 삼성테크윈 반도체 부품(MDS)까지 인수하면서 자산은 1411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부채는 14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해성산업의 부채비율은 9.7%로 집계됐다. 이처럼 단 회장이 부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도 많은 현금자산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금을 중시하는 가풍 때문이다. 단 회장의 부친 고 단사천 창업주는 부채비율에 예민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단사천 명예회장 역시 60∼70년대 재계를 주름잡던 현금왕으로 불렸다.

개인회사 통해 금싸라기 부동산 소유
주가 추락…믿고 투자한 개미들 울상

그런데 최근 해성산업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서히 올랐던 주가가 이달들어 급격하게 수직 하강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만해도 8만원대였던 주가는 2만∼3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15일 2만원대 바닥을 찍고 서서히 올라가고 있지만 힘을 못 쓰고 있다. 25일 종가는 3만1400원에 그쳤다. 한달 만에 주가가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이에 따라 해성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들이 퍼지고 있다. 우선 해성산업의 보유 부동산이 애초부터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성산업에서 삼성테크윈 반도체 사업을 인수했다는 점과 보유한 부동산의 재개발로 자산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많은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가치가 떨어지면서 주가가 빠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업계에서는 작전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있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 초부터 증권가에서는 해성산업에 개입한 작전세력 때문에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전부터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가가 지나치게 ‘고공비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고, 개인투자자들 중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매출액 100억원대 소형 건물관리업체가 코스닥 시장에서 9000억원을 육박하는 시가총액을 모으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재 시가총액은 3000억원대(25일 기준)로 토막이 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성산업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집중 모니터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금융사 지점이 집중적으로 해성산업 주식을 매도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거래소는 해성산업 측에 주가 급락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와 관련해 공시할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해성산업은 공시를 통해 “최근에 현저한 시황변동(주가급락)과 관련하여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해성산업은 담당자 부재를 이유로 자세한 답변을 회피했다. 요동치는 주가에 대해 해성산업 관계자는 “홍보팀은 따로 없고 담당자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까지 특별한 이슈는 없다”고 일축했다.

작전세력 개입?

단 회장이 기업을 키우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부동산을 통해 돈벌이를 하다 보니 회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 회장이 독립 경영하던 계열사들을 묶어 해성그룹을 출범했던 것도 실질적인 ‘성장’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 성장하는 선도 기업을 만들겠다는 단 회장의 다짐이 지켜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성그룹은?

해성산업은 단재완 회장의 부친 고 단사천 명예회장이 설립했다. 단 명예회장 역시 재계에서 손꼽히는 ‘현금왕’이었다. 많은 부동산을 보유했고, 현금 동원력도 상당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개성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단 명예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18세에 홀로 월남했다. 이후 재봉틀 조립회사 ‘일만상회’를 설립했다. 그의 나이 23세였다. 일만상회를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1945년 해성직물상회를 세웠다. 이후 1958년 한국제지를 일궈냈고, 1977년 계양전기를 설립했다.

사채시장에서도 그는 명성을 날렸다.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불렸을 정도다. 당시 사업하는 사람 중에서 단 회장의 돈을 빌려 쓰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980년대 단 회장의 하루 현금동원력이 무려 3000억원 규모였다는 얘기도 있었다.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단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문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70년대 그는 국내 종합소득세 납부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보다 더 많은 소득세를 냈다.

그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도 단 회장은 검소한 생활로 일관했다. 특히 부채비율에 민감했다.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단 회장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해가며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해왔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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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