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게 돌아가는 홈플러스 수사 막전막후

꼬리 자르려다 꼬리 잡혔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결국 홈플러스는 검풍을 맞았다. 검찰의 칼끝은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을 향했다. 검찰은 두 경영진이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착한 홈플러스를 외쳤던 두 사람의 약속은 거짓말이 되어 소비자의 뒤통수를 쳤다. 상생하겠다던 약속도 새빨간 거짓말이 되어 노동자와 주변상인을 울렸다. 소비자와 노동자, 주변상인까지 모두 잃은 홈플러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요즘 홈플러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등급, 경품추첨 비리, 고객정보 불법판매, 노조 파업, 매출 부진 등 온갖 악재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경영진들까지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도·이 잡는 검찰
경영자의 몰락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이승환 전 회장은 출국금지를 당했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됐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홈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도 사장 등 경영진의 사무실에서 내부 문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홈플러스가 5년간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십만건을 시중 보험회사들에 마케팅 용도로 불법 판매하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한 단서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합수단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통해 모은 고객 개인정보 250만건 이상을 여러 보험회사에 1인당 4000원가량을 받고 팔아넘겨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직원개인이 아닌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연루된 것이다. 압수물 분석을 끝마치는 대로 합수단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소환, 고객 정보 유출 경위와 수익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품 추첨 조작’수사 윗선으로 확대
이승한·도성환 등 경영진 출금 조치

홈플러스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지난 7월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팀이 경품사기 사건을 집중 취재하면서 드러났다.

방송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권에 고객이 기재한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다수의 보험사에 팔아넘겼다고 보도했다. 경품 행사로 모은 개인정보는 보험사에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고 넘겼다. 보험사가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 그 일부를 돌려받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300만명이 넘는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올해는 40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올해 네 번의 경품행사로 48억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품 행사 1번에 10억원 이상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품은 고객이 개인정보를 작성시키게 만들기 위한 미끼일 뿐 사실상 정보장사를 해온 셈이다.

커지는 경품조작
꼬리 자르기

소비자들을 더욱 기막히게 만든 것은 이런 개인정보 장사가 홈플러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개인정보 판매에 따른 수익 목표를 정한 자체 사업보고서를 해마다 만들었다. 홈플러스 실무진은 ‘올해 안에 고객들의 개인정보 판매로 40억원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내용의 사업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에 보고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응모권에 직원 회사 사번란을 따로 마련해 경품 응모자 수를 늘리라고 압박했다. 계산원들에게는 응모권 1장당 100원씩 인센티브를 걸고, 개인별로 300장씩 목표를 할당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응모자 수를 올리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등 경영진이 앞장서 개인정보 수집을 독려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품 조작규모는 당초 밝혀진 것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올 초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급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이러한 행사 대부분의 1등 당첨자는 경품을 받지 못했다. 미지급 사례는 쏟아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당첨사실을 몰랐다”며 놀랐다. 홈플러스는 공교롭게도 당첨자가 전화를 안 받아서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차첨자를 뽑은 것도 아니었다. 당첨 무효처리를 한 것이다.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 없는 제품이었다. 2012년 3월에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했다. 홈플러스 한 직원이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었다. 경품으로 받은 승용차는 되팔아서 3000만원을 챙겼다. 자신의 친구에게 경품이 돌아가도록 한 뒤 물건을 현금화해 나눠 가진 것이다.

여기서 검찰은 홈플러스의 경품조작 의혹을 추가로 포착했다. 검찰은 홈플러스 경품담당 보험서비스팀 과장 정모씨를 구속기소하고 같은 팀 대리 최모씨와 경품 추첨 대행업체 대표 손모씨, 이들과 공모해 경품을 타낸 김모씨도 불구속기소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조작하는 데 이용된 차량이 기존에 알려진 BMW 외에도 3~4대가 추가로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자체 진상조사 후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아우디와 K3 차량 등을 합치면 추첨 결과를 바꾼 것이 총 10여건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상생의 그늘
의무휴업 피하기

이 같은 경품사기 사건 및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알려지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신뢰는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4.1%나 감소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을 감안해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0.6%, 롯데마트는 2.9% 하락에 그쳤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홈플러스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임대매장(입점업체)의 휴무일을 없애고 영업을 강행한 것이다. 홈플러스 임대매장은 말 그대로 임대료를 홈플러스에 내고 독립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의류매장, 음식점 등의 사업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인천에 있는 한 지점과 서울 강서에 위치한 홈플러스의 임대매장이 의무휴업 없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두 번째 일요일인 지난14일과 네 번째 일요일인 28일 홈플러스 강서점과 가양점의 임대매장은 모두 정상영업을 했다. 이날 매장 직원과 점주는 모두 출근했다. 업계에서는 온갖 악재에 겹친 홈플러스가 임대매장을 통해 손실을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홈플러스가 수입 수수료로 거둔 지난해 매출은 3700억원가량이다. 이 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매장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홈플러스에 낸 수수료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가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매장 수수료는 평균 20%로 파악됐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많은 경우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무는 곳도 있었다. 따라서 쉬는 날 없는 임대매장의 영업은 매출이 작더라도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점주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주변 지역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상생은커녕 삶의 터전까지 뺏어간다며 비판했다.

3년간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사갈등도 극에 달했다. 계산직과 판매직 사원의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는 부분 파업에 이어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닳아버린
구두 한 켤레

홈플러스를 향한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모든화살은 도성환 사장을 향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도 전 도 사장은 이 전 회장과 함께 고객정보유출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퇴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도 사장은 지난달 이 전 회장이 모든 직위를 내려놓으면서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은 상태다.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당시 업계 안팎에선 사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홈플러스 측은 이 전 회장의 사퇴에 대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꼬리를 자르고 모든 책임을 도 사장에게 떠넘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실제 도 사장이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으면서 내홍은 터질 대로 터졌다. 15년 동안 달려온 길 끝에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대해 영국 테스코 회장의 퇴임과 관련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스코는 40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부진에 필립 클라크 테스코 회장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며 지난 7월 사임했다. 클라크 회장은 2011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실적부진으로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5월까지 테스코 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8% 하락했고 클라크 부임 이후 주가는 27% 하락해 주주들의 손실이 88억파운드(약 1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클라크 회장의 능력 부재가 테스코의 저조한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테스코에는 데이브 루이스가 후임 CEO로 부임할 예정이다. 테스코 경영자문역을 맡아온 이 회장의 입장에서는 클라크 회장의 퇴임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미지 추락과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 사장을 테스코 본사가 계속 신임할지도 의문이다. 도 사장을 가로막던 이 전 회장의 빈자리를 도 사장이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고객정보 장사’ 개입 조사
도 사장 사퇴 목소리 커져

사실상 도 사장은 이 전 회장이 철저하게 키운 후계자이자 아끼는 후배였다. 두 경영자의 인연은 각별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도 사장은 뉴욕지사·기획팀 등을 거쳐 1995년 유통부문에 배치되면서 처음으로 유통에 발을 내디뎠다. 1998년 9월 도 사장은 삼성물산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을 맡게 됐다. 도 사장은 당시 대표였던 이 회장으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선물 받았다. 신임 점장이 최고 경영자로부터 구두 선물을 받은 것이다. 그만큼 구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구두가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라는 의미였다. 그 구두를 신은 도 사장은 15년 뒤 홈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이 전 회장은 홈플러스가 정식으로 출범한 1999년 6월부터 회사를 이끌 후임자로 도 사장을 점찍었다. 이후 이 회장의 후계자 수업이 시작됐고, 두 사람은 함께 홈플러스를 키워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홈플러스의 성장은 더뎠다. 대형마트 1등이라는 목표는 아직까지 이루지 못 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된 두 사람은 함께 추락하게 됐다. 앞으로 도 사장이 홈플러스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는 바닥수준으로 떨어져,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조금 늦어버린 모습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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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