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증세 폭탄 미소 짓는 기업들 리스트

국민 한숨 짙어지는데 몰래 ‘키득키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정부의 세제개편에 서민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서민들의 한숨은 짙어지고 있는데 일부 기업들은 뒤에서 웃고 있다. 증세로 인한 간접 효과 때문이다. 웃음을 감추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보았다.

지난11일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04년 500원이 오른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번 담뱃값 인상 이유에 대해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웃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증세에 따라 간접적인 수혜를 입는 기업들이다.

제약사 콧노래
KT&G 기대감↑

증권사들은 수혜주에 대한 분석을 줄줄이 쏟아냈다. 특히 증권가는 금연보조제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돈 때문에라도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금연보조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 금연초, 패치 등 다양한 금연 보조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0% 이상 늘었다. 은단 판매는 186%, 쑥담배와 금연파이프 판매는 164% 증가했다.

제약사들은 주로 패치형 금연보조제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제약사다. 실제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주가는 평균 5%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도 4.5% 늘어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담뱃값 인상이 제약사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분명한 것은 제약사에게 위험성은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담뱃값이 인상된 다음 해인 2003년과 2005년 제약업종 주가 상승률은 각각 34.2%, 118.3%였다. 당시 시장평균 상승률 29.2%와 54.0%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제약사 중에서도 증권가는 한독약품을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주가의 뚜렷한 증가세는 보이지 않지만 한독약품은 금연보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독약품의 ‘니코스탑’은 붙이는 패치형 금연보조제로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니코스탑은 한독이 지난 2007년 대웅제약으로부터 판매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영업마케팅 독점권을 보유한 제품이다. 제조는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바이오팜이 하고 있다. 또한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생산해 동화약품이 판매하는 ‘니코틴엘’과 존슨앤존슨의 ‘니코레트’도 대표 금연보조제다.
 

제약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을 두둔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 금연하는 분위기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담뱃값이 500원 올랐을 때 3배 정도 성장한 만큼, 이번 인상안 이후 금연보조제 시장이 늘어나는 등 사실상 제약사 입장에서는 전망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얼마만큼 오를지 확정되지 않아 수혜를 볼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담뱃값 인상에 담배회사들 표정관리
사재기 조짐 편의점·대형마트 대박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담배제조업체 KT&G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뱃값 자체가 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매출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담뱃값 인상이 KT&G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담뱃세 인상안이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평균판매단가(ASP)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한 연구원은 “이번 담배 세금 인상안 발표로 KT&G를 포함한 담배업계는 장기적으로 흡연율 하락에 따른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나, 순매출단가의 상승효과로 상쇄될 전망”이라며 “특히 물가연동제 등이 포함돼 장기적으로 순매출 단가의 상승효과가 기대되고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 확보로 외국계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 요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서도 중저가 라인에 대해서만 소비자가격을 갑당 200원씩 세금에 덧붙여 올려도 KT&G의 주당순이익(EPS)은 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물가연동제까지 시행된다면 연간 10%가량의 실적 전망 상향 요인이 발생한다. 경쟁사는 제품 가격을 2011년과 2012년에 갑당 200원씩 올렸으나 KT&G는 아직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덕분에 KT&G 주가는 연초 7만3600원에서 최근까지 9만원을 뚫어 30% 이상 올랐다.

편의점·대형마트
반짝 인기 누려


단기적으로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이 재미를 보았다.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담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형마트과 편의점의 담배 매출이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해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고시'를 시행하고 벌금까지 걸어놓았지만 막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하기 직전인 10일부터 11일까지 이마트의 이틀간 담배 매출은 평소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CU, 세븐일레븐, GS25 등 국내 주요 편의점 3사의 담배 매출도 담뱃값 인상 발표 전주 대비 30%가량 뛰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모든 고객들에게 고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각 점포에 구매제한 공지를 내려 보냈다”면서도 “담뱃값 인상이 크게 이슈화 되면서 일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고 KT&G로부터 물량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털어 놓았다.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BGF리테일은 11일 전 거래일보다 2200원(3.42%)오른 6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GS리테일은 전날보다 1550원(6.60%) 상승한 2만5050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주가의 동반 강세 역시 정부의 연이은 담뱃값 인상 발표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은 편의점 CU와 GS25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담배는 편의점업체에서 가장 매출비중이 큰 품목으로 꼽힌다.

또한 담배가격이 인상된 이후에도 편의점업체 및 대형마트는 유통재고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이익과 담배가격 인상에서 오는 구조적 매출 및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증권 한 연구원은 “올해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담배 관련 매출은 각각 1조2000억원으로 이는 전체 편의점 매출의 3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담배가격이 2000원 인상된다면 상위 두 업체의 내년 영업이익은 800억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에 따른 매출증가 효과는 약 5000억원, 판매마진 10% 감안 시 추가 영업이익은 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제과업체들도 들뜬 분위기다.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초콜릿과 사탕, 껌 등 금연을 돕는 입가심용 간식 판매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동차세 인상에
철도·자전거 업

담뱃값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 레저세 도입과 자동차세 인상 등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카지노 레저세는 기존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에 부과하는 세금을 카지노에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안전행정부가 지난12일 발표한 ‘2014년 지방세제 개편 방향’에서 레저세 도입 방안은 빠졌다. 카지노 업종에 대한 레저세 부과 논의는 지난 2010년 이후 몇 차례 불거졌지만 번번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도입은 불발됐지만, 실제 레저세를 부과하게 되면 카지노마다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국내 대표적 카지노시설인 강원랜드다. 매출의 10%가 레저세로 부과되는 만큼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2773억원으로 1277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다만 GKL이나 파라다이스는 타격을 입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레저세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 때문에 아직까지 레저세 부과를 두고 말이 많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레저세가 부과되면 강원랜드의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14∼15% 정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나 GKL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자동차세 연납 할인제도도 2016년까지 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경차(모닝 기준)의 경우 연간 1만원, 중형차(쏘나타 기준)는 5만원, 대형차(에쿠스)는 13만원가량 할인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금연보조제 관심 폭발…제약사 함박웃음
자동차세 인상에 철도·자전거 기대감 ↑

자동차세 인상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자동차부품, 블랙박스 등의 자동차 관련 업계는 타격이 예상된다. 신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수록 자동차부품과 블랙박스 등의 시장도 함께 좁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꾸로 대중교통과 관련된 철도업계와 자전거시장에 관심이 몰릴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코레일을 비롯해 현대로템, 동양강철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등 자전거 업체들도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재미본 한전

한국전력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으로 재미를 봤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공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당시 한전은 11월 산업용 6.4%, 주택용 2.7%, 일반용 5.8% 등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했다.

이후 한전은 올 들어 지난해보다 주가가 20% 이상 올랐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전기 요금인상으로 인한 실적개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3만5000원 안팎이었던 한국전력의 주가는 18일 4만6400원까지 상승했다. 반년 동안 20% 이상이 오른 셈이다. 한국전력의 시가총액도 3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외국인들의 매수세 덕분도 있었겠지만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실적 개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1월에는 평균 4%를, 11월에는 5.4%를 각각 올렸다.
 


요금 인상은 실제로 올 1분기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6% 증가한 1조22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7.1% 증가한 14조7726억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도 한국전력은 강세다. 배출권 거래제를 앞두고 또다시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가 가격 기능으로 수요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 한 연구원은 “지난 6월 산업부 장관 역시 배출권 거래제가 강화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며 “최종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에너지 정책에 상당기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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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