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③국민은 꼭 알아야 할 추석 후 터질 5대 사건

여기저기서 펑펑 "연말까지 정신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꽉 막힌 정국이 활로를 찾지 못한 채 하반기를 맞았다. 난국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 팽팽하게 갈린 진영은 다가올 하반기에도 치열한 고지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수면 아래 있던 대형 사건들은 고개를 들 전망이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년 가까이 끌어온 사건들이라 당사자들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또 사안마다 큼직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어 각각의 이슈가 미칠 파급효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석 이후 정국을 집어삼킬 5가지 대형사건을 미리 들여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범하(가명·사망 당시 52세)씨. 그는 사촌지간인 박범근(가명·사망 당시 50세)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9월 발생한 이 사건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으로 명명됐다.

[청와대 촉각]
대통령 5촌 사건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은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있던 2012년 12월 재조명됐다.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시사저널>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의 수사 결과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보도를 종합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9월6일 북한산 둘레길에서 범하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는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범하씨의 시신으로부터 수km 떨어진 곳에는 범근씨의 시신이 있었다.

범근씨는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인근 주차장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을 조사한 서울 강북경찰서는 2011년 10월12일 "범하씨가 사촌동생인 범근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의문의 죽음과 관련한 몇 가지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2012년 4월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실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주장의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작성한 부검 감정서와 필적 감정서 등을 제시했다. 당시 기자는 범하씨가 쓴 유서 등 여러 문건을 눈으로 확인했다.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보'가 몇몇 의원실을 통해 공유됐다. 제보자가 양심고백을 하는 '그림'도 그려졌으나 실행에 옮기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살인사건은 대선 투표일 직전 기사화됐다. 그러나 대선판도를 바꾸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대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는 해당 의혹을 보도한 <시사인> 기자 주진우씨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주씨는 보도에서 지만씨가 5촌 관계에 있는 범하·범근씨의 사망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김씨는 주씨의 보도를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알렸다.

박근혜 5촌 살인 재조명…초대형 폭로 암시
특수부 인력 대거 보강 "곧 대기업 수사"

주씨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범하씨가 지만씨의 측근이었으며 ▲지만씨는 누나 근령씨와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현 공화당 총재)씨는 지만씨와 당시 송사로 얽혀 있었고 ▲이에 범하씨가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려던 즈음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만씨는 관련한 의혹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검찰은 지만씨가 입은 피해가 있다고 보고 주씨와 김씨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공판 과정에서 주씨 측 변호인은 지만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공판은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주씨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주씨 등에 대한 항소심 결과와 함께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지난달 15일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 '초대형 폭로'를 암시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씨와 주씨는 최근 의문의 제보자에게 메일을 받았다. 제보 내용은 진행 중인 재판과 관계된 것으로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와 주씨는 제보자를 만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한 호텔을 찾았다. 호텔에서 그들은 '상당히 믿기 힘든' 중요한 제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바이 취재에는 김씨와 주씨 외에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 2명, 공중파 방송의 PD, 신문기자, 국회의원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서 김씨는 "상당히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3박4일간 호텔 객실을 나오지 않고 취재했으며, 외교적인 분쟁을 우려해 국회의원까지 배석할 만큼 파급력 있는 사건임을 주장했다.

만약 김씨의 말대로 이번 제보가 '비현실이라고 느껴질 만큼 충격적인 얘기'라면 박근혜정부 들어 가장 큰 스캔들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는 "검증되는 대로 방송하겠다"며 파장을 예고했다.

[재계 초긴장]
대기업 사정바람

검찰은 추석 전 인사이동을 통해 특수부 인력을 대거 충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부 인력 충원은 대기업이 연루된 수사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이 많아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6월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검찰(특수부)이 30대 대기업과 관련한 리스트를 뽑아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기업이 내사망에 걸린 것일까. 대기업 자문 역을 했던 한 관계자는 "내가 봐도 눈먼 돈이 많은데 수사기관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검은돈'이 많겠냐"며 "오너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쓰는 돈이나 해외 컨설팅·부동산 업체로 흘러가는 돈 등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피아 수사의 연장선상"으로 검찰의 움직임을 해석했다. 그간 검찰은 정권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더 큰 사건을 수사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관피아 수사 역시 세월호 정국 타개의 한 방안으로 기획됐다.

때문에 이번 대기업 사정은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보다는 당면한 '정권 보위'를 염두에 둔 수사가 될 것이란 추측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더 큰 놈'을 잡기 위한 실적경쟁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재계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신호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 관계자는 "그룹을 괴롭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너를 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력 대기업 중 한 곳인 A사를 지목하면서 거물 정치인과 A사 오너의 각별한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A사에 대한 사정설은 올 초부터 무성했다. A사가 연루된 비리정황을 포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추석을 전후로 A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면서 때가 무르익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만약 A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면 관련 정치인의 이름이 등장할지 관심이다.


A사뿐 아니라 정권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진 B사도 요주의 대상이다. 풍부한 자금력이 강점인 B사는 지난 정권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B사에 대한 사정작업이 본격화된다면 지난해 있었던 CJ그룹 수사 이상의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검찰은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 수사를 진행 중인데 통신업계는 물론 몇몇 국회의원들까지 잠재적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통신업계와 정치권이 유착한 연결고리가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헌재 결정은?]
통진당 해산심판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오는 16일 제14차 변론기일을 예고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단 재판부는 공방이 가열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선 'RO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헌재의 정당해산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5일 박근혜정부는 긴급 안건으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같은 날 법무부는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및 정당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청구했다. 정부가 특정 정당에 대해 해산심판을 청구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심리를 맡은 헌재는 지난달 26일까지 무려 13차례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가장 최근 있었던 변론에서 헌재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1·2심 판결문과 공판·수사기록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지난 2심 판결로 사법부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사실 판단을 마쳤다. 때문에 다가올 변론에서 심판결과의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선 2심 재판부는 RO의 실체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이 의원이 내란을 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국가를 전복시킬 만한 '실체적 힘'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진당 해산심판 분수령
이석기 대법 판결 눈앞

앞서 법무부는 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RO를 진보당의 실질적인 상부조직으로 해석했다. '내란을 꾀한 RO조직원들이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핵심인사'라는 논리로 진보당의 위헌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사법부가 RO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격렬한 법리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진보당은 'RO가 존재하지 않는 단체'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보당 측은 법무부 주장의 핵심이었던 RO의 존재가 부정됨으로써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변론에서 진보당 측 변호인은 "북한과 전혀 무관하게 활동했던 경기동부연합과 진보당을 연결 짓기 위해 (행정부가) 지하혁명조직 RO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가 (대법에서) 유죄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당과 무관한 개인적인 활동이고, 선동에서 나아가 준비행위까지 이르지 않은 만큼 내란음모 사건이 진보당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엄격히 해석해야하는 법리 때문에 (사법부가) RO의 존재나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RO 회합 참석자들이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는 조직화된 집단에 속해 있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국가 전복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소심이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르면 10월 안에 사건 심리를 마칠 예정이다. 단 이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고, 선례가 없는 사건이라 헌재가 최종 판단을 11월 이후로 미룰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당해산을 위해선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연예가 패닉]
한류스타 탈세

배우 송혜교씨에 이어 한류스타 장근석씨도 탈세 혐의가 드러난 가운데 국세청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눈길이 쏠린다.

먼저 송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모두 137억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67억원을 필요경비로 신고했다. 이 중 54억원에 대해서는 증빙서류 없이 임의로 경비 처리했다. 또 신용카드 영수증과 카드사용 명세서 등을 중복 제출해 경비를 허위로 신고했다. 이 기간 송씨는 종합소득세 25억원을 과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관련한 의혹이 일자 송씨는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송씨 측은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제출된 세무·증빙자료를 신뢰할 수 없으니 귀속소득(2008~2011)의 무증빙 비용에 대해 소득세를 추징한다'는 통보를 받고 중가세와 가산세까지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09년 모범납세자상을 받았던 송씨는 세무조사가 유예된 2~3년을 틈타 탈세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장씨의 탈세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에서 벌어들인 소득 중 약 20억원을 탈루했다는 의혹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장씨가 중국에서 거둔 수익과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톱스타 탈세 혐의
제2의 강호동 사태 모락

국세청은 지난 6월 한 대형 연예기획사의 계약서 및 회계자료 등을 확보해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가수 정지훈(비)씨의 탈세 의혹도 제기됐으나 뚜렷한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기획사 대표는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환치기' 및 탈세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달 새 유명 연예인 2명의 탈세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세청의 칼날이 연예계를 정조준한 모습이다. 앞서 국세청은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몇 가지 의혹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세청은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들의 해외공연 수익금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리는 수법의 역외탈세를 했다고 의심했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연예계를 겨냥한 국세청의 전방위 조사는 계속됐고, 결국 송씨와 장씨의 일부 혐의를 포착하면서 당국의 징세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연예계 일각에선 "세무당국이 기획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에서 연예인 개인을 겨냥한 조사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푸념이 들린다. 실제로 국세청 지근에선 몇몇 톱스타들의 탈루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제2의 강호동'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정국 시한폭탄]
세월호 진상규명

세월호 특별법이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 1일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 번째 면담을 진행했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들은 30분 만에 성과 없이 헤어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이하 가족대책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가족대책위는 특별법에 명시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몇 차례 고성이 오고간 끝에 면담은 파행됐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위헌적인 수사기관을 창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지금 있는 '특검'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즉 진상조사위와 특검을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가족대책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위는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권력 눈치 안 보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하려면 행정부 밖에 있는 전문가 집단(판사·검사·변호사 등 포함)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진상조사위의 조사 범위에 청와대나 국정원 등이 포함된 만큼 행정부 안에서 위원들을 뽑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양자 간 입장 차이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된 가운데 연휴가 끝나는 11일부터는 강대강 대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2차 여야 합의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여론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야당은 가족대책위를 지원하는 한편 대통령이 약속한 결단을 촉구한다는 복안이다.

정국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진상조사위가 어떤 형태로 구성될지, 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진다면 감춰졌던 책임소재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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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