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③국민은 꼭 알아야 할 추석 후 터질 5대 사건

여기저기서 펑펑 "연말까지 정신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꽉 막힌 정국이 활로를 찾지 못한 채 하반기를 맞았다. 난국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 팽팽하게 갈린 진영은 다가올 하반기에도 치열한 고지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수면 아래 있던 대형 사건들은 고개를 들 전망이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년 가까이 끌어온 사건들이라 당사자들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또 사안마다 큼직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어 각각의 이슈가 미칠 파급효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석 이후 정국을 집어삼킬 5가지 대형사건을 미리 들여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범하(가명·사망 당시 52세)씨. 그는 사촌지간인 박범근(가명·사망 당시 50세)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9월 발생한 이 사건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으로 명명됐다.

[청와대 촉각]
대통령 5촌 사건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은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있던 2012년 12월 재조명됐다.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시사저널>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의 수사 결과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보도를 종합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9월6일 북한산 둘레길에서 범하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는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범하씨의 시신으로부터 수km 떨어진 곳에는 범근씨의 시신이 있었다.

범근씨는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인근 주차장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을 조사한 서울 강북경찰서는 2011년 10월12일 "범하씨가 사촌동생인 범근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의문의 죽음과 관련한 몇 가지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2012년 4월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실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주장의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작성한 부검 감정서와 필적 감정서 등을 제시했다. 당시 기자는 범하씨가 쓴 유서 등 여러 문건을 눈으로 확인했다.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보'가 몇몇 의원실을 통해 공유됐다. 제보자가 양심고백을 하는 '그림'도 그려졌으나 실행에 옮기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살인사건은 대선 투표일 직전 기사화됐다. 그러나 대선판도를 바꾸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대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는 해당 의혹을 보도한 <시사인> 기자 주진우씨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주씨는 보도에서 지만씨가 5촌 관계에 있는 범하·범근씨의 사망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김씨는 주씨의 보도를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알렸다.

박근혜 5촌 살인 재조명…초대형 폭로 암시
특수부 인력 대거 보강 "곧 대기업 수사"

주씨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범하씨가 지만씨의 측근이었으며 ▲지만씨는 누나 근령씨와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현 공화당 총재)씨는 지만씨와 당시 송사로 얽혀 있었고 ▲이에 범하씨가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려던 즈음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만씨는 관련한 의혹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검찰은 지만씨가 입은 피해가 있다고 보고 주씨와 김씨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공판 과정에서 주씨 측 변호인은 지만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공판은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주씨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주씨 등에 대한 항소심 결과와 함께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지난달 15일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 '초대형 폭로'를 암시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씨와 주씨는 최근 의문의 제보자에게 메일을 받았다. 제보 내용은 진행 중인 재판과 관계된 것으로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와 주씨는 제보자를 만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한 호텔을 찾았다. 호텔에서 그들은 '상당히 믿기 힘든' 중요한 제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바이 취재에는 김씨와 주씨 외에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 2명, 공중파 방송의 PD, 신문기자, 국회의원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서 김씨는 "상당히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3박4일간 호텔 객실을 나오지 않고 취재했으며, 외교적인 분쟁을 우려해 국회의원까지 배석할 만큼 파급력 있는 사건임을 주장했다.

만약 김씨의 말대로 이번 제보가 '비현실이라고 느껴질 만큼 충격적인 얘기'라면 박근혜정부 들어 가장 큰 스캔들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는 "검증되는 대로 방송하겠다"며 파장을 예고했다.

[재계 초긴장]
대기업 사정바람

검찰은 추석 전 인사이동을 통해 특수부 인력을 대거 충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부 인력 충원은 대기업이 연루된 수사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이 많아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6월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검찰(특수부)이 30대 대기업과 관련한 리스트를 뽑아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기업이 내사망에 걸린 것일까. 대기업 자문 역을 했던 한 관계자는 "내가 봐도 눈먼 돈이 많은데 수사기관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검은돈'이 많겠냐"며 "오너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쓰는 돈이나 해외 컨설팅·부동산 업체로 흘러가는 돈 등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피아 수사의 연장선상"으로 검찰의 움직임을 해석했다. 그간 검찰은 정권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더 큰 사건을 수사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관피아 수사 역시 세월호 정국 타개의 한 방안으로 기획됐다.

때문에 이번 대기업 사정은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보다는 당면한 '정권 보위'를 염두에 둔 수사가 될 것이란 추측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더 큰 놈'을 잡기 위한 실적경쟁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재계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신호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 관계자는 "그룹을 괴롭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너를 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력 대기업 중 한 곳인 A사를 지목하면서 거물 정치인과 A사 오너의 각별한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A사에 대한 사정설은 올 초부터 무성했다. A사가 연루된 비리정황을 포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추석을 전후로 A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면서 때가 무르익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만약 A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면 관련 정치인의 이름이 등장할지 관심이다.


A사뿐 아니라 정권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진 B사도 요주의 대상이다. 풍부한 자금력이 강점인 B사는 지난 정권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B사에 대한 사정작업이 본격화된다면 지난해 있었던 CJ그룹 수사 이상의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검찰은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 수사를 진행 중인데 통신업계는 물론 몇몇 국회의원들까지 잠재적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통신업계와 정치권이 유착한 연결고리가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헌재 결정은?]
통진당 해산심판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오는 16일 제14차 변론기일을 예고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단 재판부는 공방이 가열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선 'RO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헌재의 정당해산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5일 박근혜정부는 긴급 안건으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같은 날 법무부는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및 정당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청구했다. 정부가 특정 정당에 대해 해산심판을 청구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심리를 맡은 헌재는 지난달 26일까지 무려 13차례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가장 최근 있었던 변론에서 헌재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1·2심 판결문과 공판·수사기록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지난 2심 판결로 사법부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사실 판단을 마쳤다. 때문에 다가올 변론에서 심판결과의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선 2심 재판부는 RO의 실체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이 의원이 내란을 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국가를 전복시킬 만한 '실체적 힘'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진당 해산심판 분수령
이석기 대법 판결 눈앞

앞서 법무부는 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RO를 진보당의 실질적인 상부조직으로 해석했다. '내란을 꾀한 RO조직원들이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핵심인사'라는 논리로 진보당의 위헌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사법부가 RO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격렬한 법리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진보당은 'RO가 존재하지 않는 단체'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보당 측은 법무부 주장의 핵심이었던 RO의 존재가 부정됨으로써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변론에서 진보당 측 변호인은 "북한과 전혀 무관하게 활동했던 경기동부연합과 진보당을 연결 짓기 위해 (행정부가) 지하혁명조직 RO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가 (대법에서) 유죄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당과 무관한 개인적인 활동이고, 선동에서 나아가 준비행위까지 이르지 않은 만큼 내란음모 사건이 진보당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엄격히 해석해야하는 법리 때문에 (사법부가) RO의 존재나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RO 회합 참석자들이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는 조직화된 집단에 속해 있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국가 전복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소심이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르면 10월 안에 사건 심리를 마칠 예정이다. 단 이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고, 선례가 없는 사건이라 헌재가 최종 판단을 11월 이후로 미룰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당해산을 위해선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연예가 패닉]
한류스타 탈세

배우 송혜교씨에 이어 한류스타 장근석씨도 탈세 혐의가 드러난 가운데 국세청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눈길이 쏠린다.

먼저 송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모두 137억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67억원을 필요경비로 신고했다. 이 중 54억원에 대해서는 증빙서류 없이 임의로 경비 처리했다. 또 신용카드 영수증과 카드사용 명세서 등을 중복 제출해 경비를 허위로 신고했다. 이 기간 송씨는 종합소득세 25억원을 과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관련한 의혹이 일자 송씨는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송씨 측은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제출된 세무·증빙자료를 신뢰할 수 없으니 귀속소득(2008~2011)의 무증빙 비용에 대해 소득세를 추징한다'는 통보를 받고 중가세와 가산세까지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09년 모범납세자상을 받았던 송씨는 세무조사가 유예된 2~3년을 틈타 탈세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장씨의 탈세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에서 벌어들인 소득 중 약 20억원을 탈루했다는 의혹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장씨가 중국에서 거둔 수익과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톱스타 탈세 혐의
제2의 강호동 사태 모락

국세청은 지난 6월 한 대형 연예기획사의 계약서 및 회계자료 등을 확보해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가수 정지훈(비)씨의 탈세 의혹도 제기됐으나 뚜렷한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기획사 대표는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환치기' 및 탈세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달 새 유명 연예인 2명의 탈세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세청의 칼날이 연예계를 정조준한 모습이다. 앞서 국세청은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몇 가지 의혹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세청은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들의 해외공연 수익금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리는 수법의 역외탈세를 했다고 의심했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연예계를 겨냥한 국세청의 전방위 조사는 계속됐고, 결국 송씨와 장씨의 일부 혐의를 포착하면서 당국의 징세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연예계 일각에선 "세무당국이 기획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에서 연예인 개인을 겨냥한 조사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푸념이 들린다. 실제로 국세청 지근에선 몇몇 톱스타들의 탈루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제2의 강호동'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정국 시한폭탄]
세월호 진상규명

세월호 특별법이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 1일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 번째 면담을 진행했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들은 30분 만에 성과 없이 헤어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이하 가족대책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가족대책위는 특별법에 명시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몇 차례 고성이 오고간 끝에 면담은 파행됐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위헌적인 수사기관을 창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지금 있는 '특검'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즉 진상조사위와 특검을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가족대책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위는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권력 눈치 안 보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하려면 행정부 밖에 있는 전문가 집단(판사·검사·변호사 등 포함)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진상조사위의 조사 범위에 청와대나 국정원 등이 포함된 만큼 행정부 안에서 위원들을 뽑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양자 간 입장 차이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된 가운데 연휴가 끝나는 11일부터는 강대강 대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2차 여야 합의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여론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야당은 가족대책위를 지원하는 한편 대통령이 약속한 결단을 촉구한다는 복안이다.

정국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진상조사위가 어떤 형태로 구성될지, 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진다면 감춰졌던 책임소재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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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