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노릇’ 돈놀이하는 재벌들 백태

'짭짤한’ 사채놀이에 푹 빠진 회장님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국내 내로라하는 굵직한 재벌기업 회장들이 대부업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다. 저소득· 저신용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업체에 진출해 쏠쏠한 수익을 챙기는 모습이다. 현대그룹, 동양그룹, 부영그룹, 신안그룹, 청호나이스 등의 기업이 대부업체를 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은 사채업을 위해 만든 게 아니라고 선 긋고 있지만,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룹 간판 뒤에 숨어 돈놀이를 한 회장들을 조명해보았다.

재벌기업의 대부업 진출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지금껏 영세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커녕 고금리 대출을 통해 오너들의 배만 불린 사례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수익 대부분
오너 주머니로

최근에는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의 개인회사가 도마에 올랐다. 대부업체 동그라미대부 이야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를 끼고 4년간 27억원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동그라미대부에 약 99억원을 대여해 약 3억1414만원의 이자를 받는 등 대부업체 뒤에서 숨은 ‘전주’ 노릇을 해온 것이다.

동그라미대부는 사실상 정 회장의 개인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그라미대부는 지난해 말 기준 정 회장이 지분 99.26%(4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동그라미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1주당 2000원씩 총 8억600만원(배당성향 33.9%)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 중 8억원이 정 회장 주머니로 들어갔다.

실적은 매년 늘어났다. 2011년 35억원에서 2012년 7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억원, 3억원에서 15억원, 13억원으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0억원, 순이익은 24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로부터 약 19억원의 이자수익을 챙겼다. 자신의 개인자금을 동그라미대부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은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그라미대부의 대출채권 규모는 약 280억원에 달한다. 이 중 214억원은 차입금이다. 124억원은 청호나이스에서, 90억원은 동그라미2대부에서 빌린 자금이다. 여기서 동그라미2대부는 정 회장을 지칭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년 만기, 연리 6.9% 조건으로 90억원을 동그라미대부에 빌려주고 6억1600만원의 이자를 받아갔다.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89억원을 빌려준 대가로 6억2800만원, 6억5000만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오너일가 개인 대부업체 운영
계열에 대출해주고 이자 받아

부영그룹 오너도 대부업체를 통해 제 주머니를 채웠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부영대부파이낸스를 통해 배당금 5억원을 챙겼다. 부영대부파이낸스는 배당 성향만 239.04%를 기록해 업계 4위에 오른 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순이익의 두 배를 배당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영의 계열사 중 친인척 명의로 돼 있던 계열사 주식을 본인의 이름으로 바꾸는 식으로 지분율을 높였다. 내부거래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이 회장 가족 소유의 회사는 부영의 주력 계열사가 인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이 발생해 이를 메우기 위해 무리한 배당을 실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부영 계열사가 지난해 이 회장 일가의 주식을 사들이거나 자금 대여를 한 게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비상장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사금고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실계열사 지원
회장님 사금고


대부업체는 오너의 사금고로 전락해왔다. 그룹의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자금줄 수단으로 이용되곤 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선 동양증권의 100% 자회사인 대부업체 동양파이낸셜대부는 1년 반 동안 다른 동양 계열사들에 1조562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빌려줬다. 이는 같은 기간 동양그룹 계열사 간 차입된 전체 금액의 91.2%에 해당된다. 심지어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등에게는 저리로 자금을 빌려준 혐의도 받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사금고 역할을 한 것이다.

구속 수감된 상황에 현 회장은 개인재산을 지키기 위해 옥중소송을 내기도 했다. 덕분에 현 회장은 ‘정신 못 차린 회장님’이란 오명을 얻었다.
 

검찰에 따르면 현 회장과 부인 이혜경씨는 지난해 대부업체 티와이머니대부 주식 16만주(지분율 80%)를 담보로 제공하고 동양파이낸셜로부터 78억8000만원을 빌렸다. 현 회장 명의로 39억8000만원, 부인 이씨 명의로 39억원을 각각 대출했다.

하지만 현 회장 부부는 정해진 기간에 차입금을 갚지 못했다. 동양파이낸셜은 이들이 맡긴 티와이머니 주식을 전량 인수했다. 동양파이낸셜의 티와이머니 지분율은 10%에서 90%로 뛰었다. 이에 현 회장 부부는 동양파이낸셜이 보유한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해선 안 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두 회사는 기존 동양그룹 출자 구조상 지주사 역할을 한 핵심계열사였기 때문이다. 현 회장 측은 소송에서 티와이머니 주식 가액이 2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현 회장 부부에게 공탁금 4억원과 보증보험 36억원 등 총 40억원의 담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 회장 부부는 재판부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결국 가처분 신청은 각하됐다. 다만 동양파이낸셜은 티와이머니 주식을 당장 처분하기 어렵게 됐다. 채권자인 농협은행이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동양파이낸셜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대부업 설립하려
편법 등록 추진

거꾸로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끌어 올린 기업도 있다. 건설업과 레저업, 철강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신안그룹의 경우가 그렇다. 자생력이 약한 신안그룹의 대부업체 ‘그린씨앤에프대부’과 캐피탈업체 ‘신안캐피탈’은 그룹 계열사에 의존해 매출을 올렸다. 그린씨앤에프대부와 신안캐피탈은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오너일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그린씨앤에프대부는 박 회장이 지분 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41%를 갖고 있는 ㈜신안이다. 박 회장이 100% 소유한 회사다. 그린씨앤에프대부 지분 88%가 박 회장의 손 안에 있는 셈이다. 신안캐피탈도 박 회장 지분(61%)과 ㈜신안 지분(39%)을 합치면 사실상 그의 개인회사다.

그린씨앤에프대부의 2011년 매출은 135억원 중 132억원(98%)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채웠다. 일거리를 준 곳은 ㈜신안(49억원)과 코지하우스(24억원), 인스빌(20억원), 신안레져(11억원), 신안관광(10억원), 신안관광개발(10억원), 네오어드바이져(7억원) 등이다.

여기에는 박순석 회장의 장남 박훈(5900만원), 차남 박상훈(4800만원)씨 등과의 거래도 매출로 잡혔다. 장남 훈씨는 신안그룹 총괄 부사장, 차남 상훈씨는 신안상호저축은행 이사로 재직 중이다. 형제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휴스틸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그린씨앤에프대부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웠다. 설립 후 적자에서 허우적거리다 2006년부터 흑자로 완전 전환해 매년 20억∼80억원의 영업이익과 30억∼1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0년 269억원에서 지난해 2372억원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153억원이던 총자본은 667억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


신안캐피탈도 마찬가지다. 신영천 그린씨앤에프대부 대표가 신안캐피탈의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던 신안캐피탈은 2008년부터 실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90% 이상이 계열사 내부거래로 채워졌다.

아울러 신안저축은행의 전 대표이자 박순석 회장의 차남 상훈씨는 대부업체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이자놀음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상훈씨는 신안저축은행의 대표로 있던 지난 2010년 개인 돈을 대부업체에 빌려주고 이자를 챙긴 혐의를 받았다. 높은 이자를 노리고 저축은행과 거래 중인 우량 대부업체에 직접 자기 돈을 맡긴 것이다. 이들이 빌려준 돈은 30억∼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금고 의심…배당까지 챙겨
1년에 수십∼수백억원 이익

해외에 진출하려고 국내에서 대부업 편법등록을 추진하다 딱 걸린 곳도 있다. 롯데쇼핑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9년 롯데쇼핑은 베트남 현지 법인인 ‘롯데베트남파이낸스’ 설립을 위해 국내에서 대부업 등록을 추진했다. 당시 롯데 측은 “실제 대부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내 관련 규정을 자사 편의를 위해 편법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초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금융업을 해야만 ‘롯데베트남파이낸스’ 설립 인가를 내주겠다는 베트남 당국의 인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카드업 등록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국이 롯데쇼핑의 카드업 등록에 반대했던 이유는 롯데쇼핑이 국내에서 금융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카드업 등록을 최종 심사하는 감독당국은 “실제 하지도 않을 카드사업 등록을 받아 줄 수 없다”며 롯데쇼핑의 카드사업 추진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당국의 반대 입장을 피해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되는 ‘대부업 등록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드업과 달리 대부업은 금융당국이 아닌 해당 지자체에 설립 신고만 내면 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롯데쇼핑이 베트남 진출을 위해 기업 이미지도 외면한 채, 편법까지 동원하며 지나치게 ‘무리수’를 둔다고 비판했다. 연 45%가 넘는 고금리의 이자를 받는 대부업에 대기업인 롯데가 진출한다는 사실만으로 사업 여부를 떠나 등록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비판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규제 사각지대
대부 진출 막아야

동양파이낸셜대부처럼 기업 위주로 영업을 진행했던 업체는 현대기업금융대부와 하이캐피탈대부 등이다. 계열사 대상 대출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캐피탈대부는 일반 대출이용자를 대상으로 대부업을 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와 비슷한 구조다. 현재 하이캐피탈대부는 일본 금융지주회사인 J트러스트가 인수한 상태다.

차이가 있다면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주로 대출모집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하이캐피탈대부는 본연의 대부업을 했다는 점이다. 물론 동양파이낸셜대부도 일부 저신용자층을 대상으로 소액 신용대출을 하고 있기는 하다. 대출 잔액은 400억원가량이다.

다만 하이캐피탈대부는 382억원을 현대해상과 하이카다이렉트에서 빌렸을 뿐 계열사 대상 대출실적은 없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업금융대부도 2000년 이후 계열사 간 거래는 없었다. 오너가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과 검사행태 등을 비춰볼 때 동양그룹과 같은 사태가 얼마든지 재발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대부업체는 비리 제보가 접수되지 않는 이상 금감원의 감독권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불법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감원이 동양파이낸셜대부를 검사했음에도 계열사 지원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주주입장에서는 대부업체를 금융계열사로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검사 초점이 소비자보호에 맞춰져 있을 뿐, 계열사 지원 여부는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단체는 재발 방지를 위해 여신전문업법과 같인 대부업법에도 대주주 규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재벌기업 오너들은 그룹 간판 뒤에 숨어서 대부업과 캐피탈사로 고금리 신용대출 장사를 일삼고 자금조달을 통해 사금고처럼 쓰고 있다”며 “변칙통로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기업 계열의 대부업체와 캐피탈사 등을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대기업의 대부업체들은 개인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닌 그룹 계열사의 우회지원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대부업 진출 자체를 차단하는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조 아주캐피탈 일본에 넘어가나

자산규모 6조원이 넘는 ‘알짜’ 매물 아주캐피탈 우선협상자 선정이 다가왔다. 아주캐피탈 인수전은 일본계 금융회사 2곳의 승부로 좁혀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계 금융그룹 제이트러스트와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아주캐피탈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두 업체는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종 매각가는 6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두 업체는 치열한 양강 구도를 펼칠 전망이다.

한편 아주캐피탈 전신은 대우캐피탈이다.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2005년 아주그룹에 매각됐다. 아주그룹은 이번 매각을 통해 들어온 자금을 바탕으로 대한전선 등 국내 M&A 매물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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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