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노릇’ 돈놀이하는 재벌들 백태

'짭짤한’ 사채놀이에 푹 빠진 회장님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국내 내로라하는 굵직한 재벌기업 회장들이 대부업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다. 저소득· 저신용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업체에 진출해 쏠쏠한 수익을 챙기는 모습이다. 현대그룹, 동양그룹, 부영그룹, 신안그룹, 청호나이스 등의 기업이 대부업체를 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은 사채업을 위해 만든 게 아니라고 선 긋고 있지만,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룹 간판 뒤에 숨어 돈놀이를 한 회장들을 조명해보았다.

재벌기업의 대부업 진출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지금껏 영세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커녕 고금리 대출을 통해 오너들의 배만 불린 사례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수익 대부분
오너 주머니로

최근에는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의 개인회사가 도마에 올랐다. 대부업체 동그라미대부 이야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를 끼고 4년간 27억원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동그라미대부에 약 99억원을 대여해 약 3억1414만원의 이자를 받는 등 대부업체 뒤에서 숨은 ‘전주’ 노릇을 해온 것이다.

동그라미대부는 사실상 정 회장의 개인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그라미대부는 지난해 말 기준 정 회장이 지분 99.26%(4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동그라미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1주당 2000원씩 총 8억600만원(배당성향 33.9%)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 중 8억원이 정 회장 주머니로 들어갔다.

실적은 매년 늘어났다. 2011년 35억원에서 2012년 7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억원, 3억원에서 15억원, 13억원으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0억원, 순이익은 24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로부터 약 19억원의 이자수익을 챙겼다. 자신의 개인자금을 동그라미대부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은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그라미대부의 대출채권 규모는 약 280억원에 달한다. 이 중 214억원은 차입금이다. 124억원은 청호나이스에서, 90억원은 동그라미2대부에서 빌린 자금이다. 여기서 동그라미2대부는 정 회장을 지칭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년 만기, 연리 6.9% 조건으로 90억원을 동그라미대부에 빌려주고 6억1600만원의 이자를 받아갔다.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89억원을 빌려준 대가로 6억2800만원, 6억5000만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오너일가 개인 대부업체 운영
계열에 대출해주고 이자 받아

부영그룹 오너도 대부업체를 통해 제 주머니를 채웠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부영대부파이낸스를 통해 배당금 5억원을 챙겼다. 부영대부파이낸스는 배당 성향만 239.04%를 기록해 업계 4위에 오른 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순이익의 두 배를 배당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영의 계열사 중 친인척 명의로 돼 있던 계열사 주식을 본인의 이름으로 바꾸는 식으로 지분율을 높였다. 내부거래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이 회장 가족 소유의 회사는 부영의 주력 계열사가 인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이 발생해 이를 메우기 위해 무리한 배당을 실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부영 계열사가 지난해 이 회장 일가의 주식을 사들이거나 자금 대여를 한 게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비상장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사금고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실계열사 지원
회장님 사금고

대부업체는 오너의 사금고로 전락해왔다. 그룹의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자금줄 수단으로 이용되곤 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선 동양증권의 100% 자회사인 대부업체 동양파이낸셜대부는 1년 반 동안 다른 동양 계열사들에 1조562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빌려줬다. 이는 같은 기간 동양그룹 계열사 간 차입된 전체 금액의 91.2%에 해당된다. 심지어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등에게는 저리로 자금을 빌려준 혐의도 받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사금고 역할을 한 것이다.

구속 수감된 상황에 현 회장은 개인재산을 지키기 위해 옥중소송을 내기도 했다. 덕분에 현 회장은 ‘정신 못 차린 회장님’이란 오명을 얻었다.
 

검찰에 따르면 현 회장과 부인 이혜경씨는 지난해 대부업체 티와이머니대부 주식 16만주(지분율 80%)를 담보로 제공하고 동양파이낸셜로부터 78억8000만원을 빌렸다. 현 회장 명의로 39억8000만원, 부인 이씨 명의로 39억원을 각각 대출했다.

하지만 현 회장 부부는 정해진 기간에 차입금을 갚지 못했다. 동양파이낸셜은 이들이 맡긴 티와이머니 주식을 전량 인수했다. 동양파이낸셜의 티와이머니 지분율은 10%에서 90%로 뛰었다. 이에 현 회장 부부는 동양파이낸셜이 보유한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해선 안 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두 회사는 기존 동양그룹 출자 구조상 지주사 역할을 한 핵심계열사였기 때문이다. 현 회장 측은 소송에서 티와이머니 주식 가액이 2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현 회장 부부에게 공탁금 4억원과 보증보험 36억원 등 총 40억원의 담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 회장 부부는 재판부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결국 가처분 신청은 각하됐다. 다만 동양파이낸셜은 티와이머니 주식을 당장 처분하기 어렵게 됐다. 채권자인 농협은행이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동양파이낸셜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대부업 설립하려
편법 등록 추진

거꾸로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끌어 올린 기업도 있다. 건설업과 레저업, 철강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신안그룹의 경우가 그렇다. 자생력이 약한 신안그룹의 대부업체 ‘그린씨앤에프대부’과 캐피탈업체 ‘신안캐피탈’은 그룹 계열사에 의존해 매출을 올렸다. 그린씨앤에프대부와 신안캐피탈은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오너일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그린씨앤에프대부는 박 회장이 지분 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41%를 갖고 있는 ㈜신안이다. 박 회장이 100% 소유한 회사다. 그린씨앤에프대부 지분 88%가 박 회장의 손 안에 있는 셈이다. 신안캐피탈도 박 회장 지분(61%)과 ㈜신안 지분(39%)을 합치면 사실상 그의 개인회사다.

그린씨앤에프대부의 2011년 매출은 135억원 중 132억원(98%)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채웠다. 일거리를 준 곳은 ㈜신안(49억원)과 코지하우스(24억원), 인스빌(20억원), 신안레져(11억원), 신안관광(10억원), 신안관광개발(10억원), 네오어드바이져(7억원) 등이다.

여기에는 박순석 회장의 장남 박훈(5900만원), 차남 박상훈(4800만원)씨 등과의 거래도 매출로 잡혔다. 장남 훈씨는 신안그룹 총괄 부사장, 차남 상훈씨는 신안상호저축은행 이사로 재직 중이다. 형제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휴스틸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그린씨앤에프대부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웠다. 설립 후 적자에서 허우적거리다 2006년부터 흑자로 완전 전환해 매년 20억∼80억원의 영업이익과 30억∼1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0년 269억원에서 지난해 2372억원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153억원이던 총자본은 667억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

신안캐피탈도 마찬가지다. 신영천 그린씨앤에프대부 대표가 신안캐피탈의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던 신안캐피탈은 2008년부터 실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90% 이상이 계열사 내부거래로 채워졌다.

아울러 신안저축은행의 전 대표이자 박순석 회장의 차남 상훈씨는 대부업체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이자놀음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상훈씨는 신안저축은행의 대표로 있던 지난 2010년 개인 돈을 대부업체에 빌려주고 이자를 챙긴 혐의를 받았다. 높은 이자를 노리고 저축은행과 거래 중인 우량 대부업체에 직접 자기 돈을 맡긴 것이다. 이들이 빌려준 돈은 30억∼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금고 의심…배당까지 챙겨
1년에 수십∼수백억원 이익

해외에 진출하려고 국내에서 대부업 편법등록을 추진하다 딱 걸린 곳도 있다. 롯데쇼핑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9년 롯데쇼핑은 베트남 현지 법인인 ‘롯데베트남파이낸스’ 설립을 위해 국내에서 대부업 등록을 추진했다. 당시 롯데 측은 “실제 대부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내 관련 규정을 자사 편의를 위해 편법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초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금융업을 해야만 ‘롯데베트남파이낸스’ 설립 인가를 내주겠다는 베트남 당국의 인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카드업 등록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국이 롯데쇼핑의 카드업 등록에 반대했던 이유는 롯데쇼핑이 국내에서 금융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카드업 등록을 최종 심사하는 감독당국은 “실제 하지도 않을 카드사업 등록을 받아 줄 수 없다”며 롯데쇼핑의 카드사업 추진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당국의 반대 입장을 피해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되는 ‘대부업 등록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드업과 달리 대부업은 금융당국이 아닌 해당 지자체에 설립 신고만 내면 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롯데쇼핑이 베트남 진출을 위해 기업 이미지도 외면한 채, 편법까지 동원하며 지나치게 ‘무리수’를 둔다고 비판했다. 연 45%가 넘는 고금리의 이자를 받는 대부업에 대기업인 롯데가 진출한다는 사실만으로 사업 여부를 떠나 등록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비판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규제 사각지대
대부 진출 막아야

동양파이낸셜대부처럼 기업 위주로 영업을 진행했던 업체는 현대기업금융대부와 하이캐피탈대부 등이다. 계열사 대상 대출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캐피탈대부는 일반 대출이용자를 대상으로 대부업을 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와 비슷한 구조다. 현재 하이캐피탈대부는 일본 금융지주회사인 J트러스트가 인수한 상태다.

차이가 있다면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주로 대출모집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하이캐피탈대부는 본연의 대부업을 했다는 점이다. 물론 동양파이낸셜대부도 일부 저신용자층을 대상으로 소액 신용대출을 하고 있기는 하다. 대출 잔액은 400억원가량이다.

다만 하이캐피탈대부는 382억원을 현대해상과 하이카다이렉트에서 빌렸을 뿐 계열사 대상 대출실적은 없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업금융대부도 2000년 이후 계열사 간 거래는 없었다. 오너가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과 검사행태 등을 비춰볼 때 동양그룹과 같은 사태가 얼마든지 재발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대부업체는 비리 제보가 접수되지 않는 이상 금감원의 감독권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불법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감원이 동양파이낸셜대부를 검사했음에도 계열사 지원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주주입장에서는 대부업체를 금융계열사로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검사 초점이 소비자보호에 맞춰져 있을 뿐, 계열사 지원 여부는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단체는 재발 방지를 위해 여신전문업법과 같인 대부업법에도 대주주 규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재벌기업 오너들은 그룹 간판 뒤에 숨어서 대부업과 캐피탈사로 고금리 신용대출 장사를 일삼고 자금조달을 통해 사금고처럼 쓰고 있다”며 “변칙통로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기업 계열의 대부업체와 캐피탈사 등을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대기업의 대부업체들은 개인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닌 그룹 계열사의 우회지원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대부업 진출 자체를 차단하는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조 아주캐피탈 일본에 넘어가나

자산규모 6조원이 넘는 ‘알짜’ 매물 아주캐피탈 우선협상자 선정이 다가왔다. 아주캐피탈 인수전은 일본계 금융회사 2곳의 승부로 좁혀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계 금융그룹 제이트러스트와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아주캐피탈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두 업체는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종 매각가는 6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두 업체는 치열한 양강 구도를 펼칠 전망이다.

한편 아주캐피탈 전신은 대우캐피탈이다.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2005년 아주그룹에 매각됐다. 아주그룹은 이번 매각을 통해 들어온 자금을 바탕으로 대한전선 등 국내 M&A 매물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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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